홍계월전

洪桂月傳

1 개요

조선 후기 고전소설.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 영웅 소설이다.
주제는 여성 영웅의 수난과 극복 /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이며, 구성은 7회의 장회소설(章回小說).

자세한 건 이 사이트 참고.

2 스토리

중국 명나라 시절, 이부시랑 홍무는 간신들의 모함으로 삭탈 관직되고 낙향하게 된다. 부지런히 일하여 재산은 쌓았으나 자식이 없어 근심하던 중, 부인은 선녀가 품에 안기는 꿈을 꾸고 임신하게 된다. 출산하던 날 선녀가 내려와 돕고, 향이 진동하던 중 딸 계월(桂月)이 태어난다.

계월이 아름답고 영특하게 자라자 부모가 곽도사를 청해 관상을 보였는데, '5세에 부모와 헤어지고 18세에 다시 만나 그 후로는 부귀공명을 누릴 것이다'자체 스포일러는 대답을 듣게 된다. 이에 홍시랑 내외는 계월을 남장시켜 키우게 된다.

시간이 흘러 계월이 5살이 되던 해에 홍시랑은 멀리 사는 친구의 집에 방문하고, 돌아오려던 찰나 반란이 일어난다. 이에 부인은 계월과 시비 양윤을 데리고 피난을 떠나는데, 강물에 길이 가로막히자 뛰어들려 한다.[1]

이때 해산을 돕던 선녀가 나타나 강 건너로 무사히 피신한다. 그러나 양윤이 밥을 얻으러 간 사이 수적 맹길이 나타나 모녀를 사로잡고는, 부인의 미모를 보고 자신의 것으로 삼겠다며 기뻐한다. 이에 부인이 통곡하자 그녀가 자살할까 염려한 맹길은 부인이 움직이지 못하게 비단으로 동여맨 후, 부인이 빼앗기지 않으려고 계월의 옷을 물고 늘어지자 그 옷자락을 베어 가마니에 싸서 강물에 던져버린다.

돌아온 양윤 역시도 계월을 건지려다 도적에 잡혀 그들의 본거지로 끌려간다. 그러나 맹길의 부인 춘랑[2]의 제의로 함께 도망치고, 한 스님에게 구출되어 그 절에 의탁하게 된다.

울부짖으며 떠내려가던 계월은 여공에게 구조되어 남자아이로 오해를 받게 되고, 여공의 외동아들이자 동갑내기인 보국과 형제처럼 자란다. 계월이 7세가 되던 해, 여공은 두 아이가 비범하여 자신이 더 이상 가르칠 수가 없자, 곽 도사를 찾아가 아이들의 스승이 되어줄 것을 청하고, 계월은 이름을 평국으로 고쳐 보국과 함께 곽도사 밑에서 공부하게 된다.

한편 홍무는 반란군에 잡혀 강제로 그들에 가담하게 되는데, 난이 평정되면서 포로로서 황제의 앞에 끌려간다. 다행히 그를 알아본 천자의 자비로 사형은 면하고 벽파도로 귀양가게 되지만 벽파도는 무인도로, 여기에 귀양을 가는 것은 '눈앞에서 죽이긴 뭐하지만 안죽일순 없으니 가서 굶어죽어라' 였으니... 이때 절에서 기도하던 나날을 보내던 부인은 한 스님이 벽파도로 가서 홍 시랑을 만나라고 이르는 꿈을 꾸고, 양윤과 춘랑을 데리고 벽파도로 떠나, 홍 시랑과 재회한다.

한편 평국과 보국은 글월은 물론 검술과 지략에도 뛰어나 곽 도사는 술법까지 전수하먼치킨이 되고, 15살이 되던 해 과거에 나가 각기 장원, 부장원으로 급제한다. 그 직후 반란이 일어나 둘은 곧 전장에 나아가 귀신같은 실력으로 휩쓸어따라간 군사들은 장식입니다승리하고, 벽파도로 도망간 잔당들을 추격한다.

이때 평국은 자신의 부모까지 반란군과 내통한 줄 알고 죽이려는 패륜을 저지를 뻔 했으나, 부인의 한탄을 듣고 자신의 부모임을 깨달아 감동의 재회를 이루고, 반란군 덕택에 부모를 만났다며 반란군의 우두머리를 살려주기까지 한다.[3]

이에 평국은 부모가 죄인이니 자신도 죄인이라며 벼슬에서 물러나려 하지만, 천자는 되려 홍무를 위국공에 봉하며 수많은 궁녀와 시녀, 화동 등을 보내 호위하게 하고, 심지어 '우리 평국짜응 어린 시절에 고생시킨 것도 미안한데 내가 어떻게 수레를 탐?' 이라며 삼십리를 걸어가 직접 맞이하는 파격적인 대우로 맞이한다.

어린 시절 사정을 자세히 들은 후에는 보국의 부모 역시 평국을 키운 공을 치하해 우북야기주후로 봉해 데려오고, 집을 지어주고 온갖 정성을 다해 치하한다.[4]

거듭해서 전장에 나가던 평국이 병을 얻자 황제가 의원을 보내 진맥하게 하는데 이 때 평국이 여자임이 밝혀진다. 평국은 상소를 올려 벌을 청하고 이제 규중처자로 보낼 뜻을 밝히지만, 뜻밖에 황제는 평국이 여성임을 알면서도 계속 등용할 뜻을 밝히는 한편, 위국공(홍무)을 불러 평국을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보국과의 혼인을 주선하며 친히 태사관을 불러 택일일케 하고 예단으로 비단 수천필을 내리기까지 한다. 본격 중매 서는 황제

덤으로 '보국이 원래 내 아랫사람인데 이제 군기도 못잡게 됐으니 장난 좀 치게 해주세염' 하는 평국의 부탁에 군사 5,000명과 장수 수백에게 갑옷과 무기까지 갖춰 보내주는 대인배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반란이 몇번이나 일어난 것 치곤 재정은 빵빵한 모양이다.

이에 보국은 분해하며 평국의 소집에 늦게 나타나는 배짱을 부렸지만, 곤장을 치려 들자 '제가 아파서 늦은 거고, 맞으면 죽을 거 같은데, 그럼 불효임. 살려주세요 징징'하며 데꿀멍. 이에 평국은 '아픈 놈이 애첩 영춘이랑 놀아나냐? 정리 할 거에요, 안 할 거에요?' 하고 압박을 준 후 용서하며 물러가게 한다.[5]

보국은 부모님 앞에 가서 '이제 결혼할 처진데 쟤 왜저래염 엉어' 하며 일일이 고자질하지만 이미 평국에게 콩깍지가 씌인 그들의 반응은 '고소하다 이놈아 ㅋㅋㅋ' 였다. 지못미 보국. 황제도 이야기를 전해듣고 신나게 웃었을 정도.

보국은 씩씩대며 결혼하지만 계월의 미모에 헤롱거리며 할 일은 다 치루고(...), 그러면서도 아내가 더 높은 자리에 있는 것 때문에 계속 열폭하고(...) 애첩과 바람을 피운다. 영춘이 그를 믿고 교만해져 평국의 행차에도 가만히 앉아 나몰라라 식으로 배짱을 부리자, 평국은 대노하여 무사들에게 호령해 영춘을 끌어내리고 즉각 목을 베어버린다.

분노한 보국은 부모에게 또다시 고자질하려 달려가지만 '당연한 일이다'라는 타박만 듣게 되고, 결국은 계월을 찾지 않게 되어 결국 부부관계는 파탄이 나게 된다. 계월은 이에 '보국 그걸 남자라고 쯧쯧 여자만도 못한 놈' 하며 자신이 여자임을 한탄하여 눈물로 규중 여인으로서 살아간다.

그런데 또다시 반란이 일어나, 둘은 또 다시 전쟁에 출전하게 되어 보국은 또다시 중군으로(계월은 대원수) 출전하게 된다. 이번에도 부모에게 투덜거리러 갔다가 역시나 면박을 듣고 갑주를 갖추고 아내의 앞으로 나가는데, 아내의 위엄에 또다시 데꿀멍하는게 포인트. 그야말로 찌질함의 끝을 보여 준다(...). 거기에 전장에 나가서는 적들에게 포위되기까지 해서 평국이 그를 구해준 후 '저러면서 남자라고 날 깔보더니 또 그럴까'하며 조롱하기까지 한다(...).역시 보국이 히로인이다. [6]

이에 적군의 장군 맹길이 길을 돌아 황성으로 진격하여 황궁은 점령당하고, 황제는 피신하던 중 강가까지 몰리게 된다.[7] 이때 천기를 읽고 황제의 위기를 안 평국은 홀로 황성으로 달려가고, 우연히 만난 시부 여공에게 황제의 행방을 듣는다.

평국은 즉각 달려가 황제가 항서를 쓰려던 찰나 맹길을 제압하고, 불탄 황궁 대신 황제를 자신의 집에 모신다. 평국은 황제 앞에서 맹길을 심문하여 자신이 강에 던져진 아이임을 밝히고, 맹길을 배나무에 매달고 칼로 한 점 한 점 포를 뜬 후 배를 갈라 간을 꺼내어 죽여 원수를 갚는다(...).[8]

전장에 남아 있던 보국은 대치하고 있던 오, 초왕의 항복을 받아 황성으로 돌아오고, 이 와중에도 장난기가 발동한 황제는 평국이 맹길인 척 변복하게 하여 보국과 대결을 시켜보기까지 한다. 온갖 술법을 동원한 평국에게 보국은 속절없이 당하다가 칼까지 빼앗기고, 죽겠다 싶자 '우리 여보는 어디가서 나 죽는 줄도 모르나'하며 통곡하다, 평국이 '왜 나한테 달려오면서 날 찾나염ㅋ' 하고 웃음으로서 광역망신으로 종결되었지만...

황제는 오왕과 초왕을 처형한 후 생사 불명인 황후와 태자의 제사를 지내고그런 와중에 위와 같은 장난을 쳤으니 어쩌면 반란이 자주 일어나는 원인은 확실해 보인다, 보국을 좌승상에 임명하며 평국을 대사마대도독위왕 직첩을 내려 치하한다. 평국은 이제 여인으로 살 뜻을 밝히며 물러난 후, 여복을 입고 살며 시부와 보국을 예로써 섬긴다. 이에 보국은 기뻐하면서도 두려워했다.

한편 위국공은 부인과 여공의 부인, 양윤, 춘랑과 함께 피신하던 중 황제와 마찬가지로 강물에 길이 막혀(...) 울고 있던 황후와 태자를 만나 함께 가던 중, 산 속 곽 도사의 초당에 이르러 몸을 의탁한다.

일행을 맞아들인 며칠 후 곽 도사는 평국과 보국이 난을 평정하였으니 내려가 보라고 한 후 사라지고, 이에 위국공 일행은 황성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재회한다. 황제는 기뻐하며 황후와 태자를 보호한 공으로 위국공과 여공을 각기 초왕, 오왕에 봉해 국사를 다스리게 한다. 이후 평국과 보국 부부는 3남 1녀를 두는데, 장자는 오국 태자로, 차남은 초국 태자로 보내고, 3남은 벼슬을 하며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린다.

3 기타

정수정전과 비슷하다.

특이하게도 다른 여성 영웅 고전소설의 주인공들과 달리 홍계월은 영웅다운 면모를 발휘한 후 여성으로 회귀하지 않고 남성성을 그대로 공존시키며 살아간다.[9]

이는 다른 여성 영웅 소설의 주인공들이 사건처리를 다 한 후 현모양처로 돌아가는 것과 상당히 대조된다. 또한 홍계월은 유독 남성성이 부각되는 여성상이며[10] 이를 제대로 받아들여주지 않는 남편, 그리고 시대 때문에[11] 고뇌하고 갈등하나 결국 본인의 남성성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시키는 유형의 인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남장 모티브를 채용한 여성 영웅들이 남장해서 영웅으로 일하다가도 끝에가선 남성성을 포기하고 여성으로만 남는 것과 상당히 대조되는 부분.

또한 이러한 남성성과 서열 문제 때문에 남편과 적극적으로 다투기도 하는(?) 여자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여성 주인공들은 남편이 아무리 홀대해도 그냥 인내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홍계월은 역으로 남편을 권력을 써서라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남편에게 마냥 휘둘리지 않고 외려 남성과 대놓고 대립하는 주체적 여성상의 표현이 바로 홍계월전 내의 계월이라는 것. 이 또한 고전소설 치고는 상당히 드문 케이스.

주변인물들의 계월과 보국을 대하는 태도 역시 특이한데, 주변인물들 중 보국을 제외한 모두가 홍계월이 지닌 능력과 남성성을 인정해주고, 그녀의 권위가 보국보다 위라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듯이 인정해주고 호응해준다. 심지어 천자까지도. 이는 그 당시 팽배했던 남존여비 시대상과 사뭇 대조되는 부분. 덕분에 정작 주변인물들에게 좀 더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건 남존여비 시대상의 반영체인 보국이 된다.
  1. 반란소식을 듣자마자 자살하려는 것을 양윤의 만류로 관뒀고, 난관 하나하나에 부딪힐 때마다 한탄이 끝이 없다... 당당한 여성상이 그려지는 소설치고는 상당히 수동적인 여인으로, 딸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인물이다. 그러니까 계월은 돌연변이
  2. 이 여인도 멀쩡하게 잘 살다가 잡혀온 신세.
  3. 다시 말해 홍무 내외가 평국의 부모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무고하게 끔살, 우두머리도 끔살. 그야말로 윈윈
  4. 원문에 따르면 한 궁궐 안에 살게 하겠다며 1,000여간의 집을 짓고, 노비 1,000명과 수성군 100여 명씩을 사급하며 채단과 보화를 수천바리를 상사하였는데 이 거동이 천자나 다름없다고 되어 있다. 아무리 대국의 스케일이라도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는 부분으로, 고전소설 특유의 인플레(…)쯤 된다.
  5. 사실 이 장난은 보국이 애첩 영춘과 놀아나자 평국이 그를 질투한 것이 원인이었다(...). 나도 여자다
  6. 근데 요즘 히로인은 말 그대로 성별 불문하고 '공략대상' 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어?!
  7. 이 소설에서의 위기란 대체로 쫓기다 강이나 바다에 막히는 게 정석이다(...)
  8. 한 출판사에서 만화로 각색한 홍계월전에서는 그저 주먹으로 내려쳐 죽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애한테 능지처참을 이미지로 보여줄 수는 없었을테니 사실 앞에서 영춘의 목을 벤 것 역시 이 각색본에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쫓겨난 것으로 연출되었다. 로켓단의 퇴장 장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9. 즉 남성일 때 받은 지위를 여성이 되어서도, 그리고 작품 다 끝날 때까지 계속 유지한 채로 남는다.
  10. 남장을 한 기간도 분명히 길며 직위도 남자일 때 하사받은 걸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계속 유지해도 좋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다만 계월 본인은 본인이 여자라는 사실을 분명 지각하고 있다.
  11. 다만 주변인물과는 별로 갈등하지 않는다. 주변인물들은 다들 진취적이어서 그런지 여자라고 밝혀진 홍계월의 권위와 능력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남성이라는 이유로 홍계월에게 우위를 차지하려는 보국을 외려 비판하기도 한다. 다만 작품이 창작된 시기상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남존여비의 시대상이 홍계월을 고뇌시키는 부분인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