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과일)

까마귀가 날자 떨어지는 것

梨. pear

1 동양의 배

껍질은 누런 빛이고 과육은 희고 단단하면서 단맛이 나는 과일로 사과와 더불어 가을에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과일 중 하나이다. 사과, 버찌와 같은 장미나무과라서 이 매우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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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이화(梨花)'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름은 십중팔구 이 배꽃을 한자어로 옮긴 것이다. 이화주, 이화여자고등학교,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이 그 예시. 배꽃여자고등학교, 배꽃여자외국어고등학교, 배꽃여자대학교

기원은 일본 돗토리 현에서 발견된 300만~ 500만년전 의 배나무 잎사귀 화석으로 보면 될 것이다.

한국어로 동음이의어가 많은 탓에 말장난의 주요 대상이 되고, 일본어로 なし(나시)이기 때문에 없다라는 의미의 なし(나시)를 이용한 말장난도 가능하다.

중국어로는 이별하다의 離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연인끼리는 먹지 않는다.

중금속을 정화해 주는 기능이 있다는 속설이 있으나 과학적 근거는 없다. 진해작용이 있어서 감기에 걸렸을 때 먹으면 좋다. 대표적인 레시피는 배의 속을 파낸 후에 그 안에 파낸 배의 속살과 , 대추 등을 넣고 푹 쪄서 만드는 '배숙'. 참고로 한식자격증에 등장하는 것과는 조리법의 차이가 있다.

고기 요리나 김치 요리에 자주 들어가는 재료다. 고기와 궁합이 좋기 때문에 육회에는 꼭 들어간다. 배즙은 연육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름기가 별로 없는 우둔살 같은 물건도 얇게 저며 배즙에 재운 다음 조리하면 맛나게 먹을 수 있다. 단, 지나치면 너무 물러져서 식감을 망치니 무엇이든 적당히 하는것이 좋다. 김치에 배가 들어가면 국물이 시원해진다. 특히 물김치에 넣으면 효과가 좋다. 단 맛도 첨가하기 위해서일 듯. 조리할 때 배가 없으면 음료 갈아만든 배로 대용할수 있다.

예전엔 사과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비싼 식품이었던 시절도 있었으나, 요즘엔 사과값이 워낙 올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2008년 최저 가격선은 3개 1,000원. 여름에 장마가 짧고 비가 적게 와서 수확은 늘고 당도가 올라갔다. 그런데 잘 안 팔린다. 2010년에는 봄철 늦추위와 여름철 폭우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하고 당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수확량이 적다 보니 추석 때에는 상급품은 일찌감치 품절. 농사는 역시 하늘만 보고 하는 장사인가 보다. 지름 15cm 정도 상품급의 2014년 추석-2015년 설날 사이 저장품 소매 가격이 개당 2,000~2,500원.

한 과일 안에서도 가지에 달렸던 부분보다 꽃이 붙었던 쪽이 더 달고 맛이 좋다. 그러니 나눠 먹을 때는 공평하게 세로로 썰어서 먹도록 하자. 보존성을 위해 설 익었을 때 따서 냉장 창고에 두었다가 파는 후숙 과일이므로, 가게에서 막 사온 시점에서는 대개 덜 익어 있는데, 냉장실에 며칠 더 두면 향기가 짙어지고 달아진다. 과수원에서는 직접 나무에서 다 익은 것을 사서 먹을 수도 있는데, 시중 배와는 수준이 다른 달고 물기 많은 맛을 느낄수 있다.

식후에 배를 섭취하면 약간의 양치효과가 있다고 한다. 참고[1]

전라남도 나주시 배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또한, 공업도시로 유명한 울산광역시의 대표적 특산물 중 하나이며, 그 크기가 거의 사람 머리통만할 정도로 크다. 그래서 울산에선 배를 만들어 배 넣어 수출한다는 개그가 있다. 나주 배는 국물이 찐득할 정도의 높은 당도로, 울산 배는 바삭바삭한 식감으로[2] 승부한다고 한다.

그밖에 지금의 서울특별시 중랑구 묵동 주변 지역에서 유래하여 경기도 남양주시 및 주변 지역에서 재배하는 먹골배가 유명하나, 정작 남양주시의 배 생산량은 전국 10위권을 겨우 맴도는 수준. 오히려 안성시천안시 등 경기도 이남 및 충청도 북부 주변 지역이 나주의 뒤를 잇는 배 산지로 유명하다.

지리적 표시제/대한민국에는 안성, 울주군 서생면, 나주, 천안 배가 등록되어 있다.

고급스러운 색깔로 인해 선물용 과일로 선호된다. 그런데 선물용으로 많이 쓰이다 보니 크고 동그랗고 색이 균일한 쪽으로 품종이 개량되면서 맛이 떨어지고 있다. 말쑥한 껍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토마토 항목 참조. 사먹을 요량이면 못생긴 배를 고르는 것이 좋다. 색이 진하고 잔 점이 박혀 있어 단단해 보이는 품종이 맛은 더 좋다. 비바람에 잘 떨어지는 과일이라 농가에서는 낙과, 하품을 주로 배즙으로 가공해서 파는데, 목에 좋다는 도라지를 첨가하여 도라지 배즙을 만들어 원래 있는 진해 효과를 강화한 것도 흔하다.

야생종인 돌배나무는 크기가 골프공보다 조금 클 정도밖에 안 되고, 맛이 떫고 시어서 생식하기엔 적당하지 않고, 까치까마귀가 잘 먹는다. 술을 담그면 향기 좋은 술이 된다. 접 붙이기 대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조율이시, 즉 대추, , 과 함께 제사에 있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과일이다. 다른 과실은 몰라도 이 4가지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조율시이의 순서로 놓는 집도 있으며 순서는 그 집의 전통대로 하지만 빠지지는 않는다. 여기서 유래한 속담이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이다.

배를 재료로 만든 음료수로 해태음료에서 출시한 '갈아만든 IdH배'와 롯데칠성음료에서 만든 '사각사각 배'가 양대산맥을 이루어 히트를 쳤다.[3] 배 특유의 단맛과 시원한 느낌에 과육을 함께 씹을 수 있는 느낌이 좋아서인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당연히 '샥샥 갈아만든배', '갈아부순 배', '먹어봤나 갈은배', '시원한 겨울배' 등의 짝퉁도 엄청나게 유통되었다.

2 서양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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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나 미국산 배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서양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배와 달리 조롱박 모양이며, 대부분 푸석푸석하고 물렁물렁하다. 한국 재래종인 황금배도 서양배와 비슷하게 다소 푸석하고 껍질이 누런빛을 띠나, 당도가 훨씬 높다고 한다. 맛 없는 배도 오븐이나 그릴에 익혀 먹으면 당도가 높아지고 부드러워져 훨씬 먹을만하게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아예 배를 통채로 설탕에 절여먹거나 배로 파이를 만들어 먹는 등 배를 이용한 요리법이 발달되어 있다.

참고로 서양인들은 한국에서 먹는 종을 당도가 너무 높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국산배를 가지고 서양 레시피 그대로 요리를 하면, 너무 물렁해지거나 너무 달아서 별로 맛이 없다. 간혹 마트나 과수원에서 돌배를 "아시안 배"라고 하며 팔기도 하는데 정말 맛이 없다.
  1. 옛날부터 '배 먹고 이 닦기'라 한가지 일을 해서 2가지 효과를 본다는 뜻의 속담이 있다. 오오 조상님 오오 그걸 어떻게 아신 거지? 배도 먹으면서 이도 자연스레 닦인다는 뜻. 일석이조와 같은 용례로 쓸 수 있다.
  2. 사과마냥 과육이 단단하게 꽉 차있다.
  3. 사과를 재료로 한 '갈아만든 사과'와 '사각사각 사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