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

1 개요

고사성어
어질 현어미 모어질 양(량)아내 처

슬기로운 어머니이자 좋은 아내를 뜻하는 말.현재 모양이 처량하다가 아니다.

전통적인 남자의 아내에 대한 이상을 축약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그냥 순종적인 여자의 의미로 쓰인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현재는 고리타분한 어감이라서 문학작품이 아니고서는 거의 쓰이지 않고, 더더군다나 여성들 사이에서 칭찬의 표현으로는 선호되지 않는 편이다. 물론 그래도 칭찬의 의미로서 쓰기도 하지만, 여성스럽다, 내조를 잘한다는 표현 정도가 그 자리를 대체하였다. 남성들 역시 원하는 여성상이 살림과 육아 열심히 하는 여성이 아니라 능력 있는 여성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현모양처가 이상형이라는 젊은 남성은 드문 편이다. 보수적이거나 유교적인 토양에서 자라나서 가부장적이면서 부인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게다가 재력도 있어야 한다.

2 조건

현모양처의 조건은 간단하다. 착하고 알뜰하고 자녀들 잘 키우는 것;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3 역사와 인식

사실 이 단어 자체는 근대에 일본의 '양처현모' 가 유입된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어진 어머니와 착한 아내가 미덕이었지만 현모양처라는 단어가 기록에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1906년이다. 일본에서도 '양처현모' 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사회에 필요한 여성상 뭐라고요?[1] 으로 제시된 단어이기 때문에 단어 자체의 역사는 길지 않다.

조선시대 원칙적인 이상론 혹은 당대 현실에 맞춘 이상형에 따르면 남편이 밖에서 돌아댕길 때 조선시대 규모의 시가족 봉양과 하인들을 다스리며 집안을 단속하고 친척들간의 관계 유지에도 능하면서 재산은 팍팍 불려주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잘 키우는 아주 환상적인 여성형을 가리킨다. 즉 남성에게 순종적인 여성이라기보다는, 요즘 세대에서는 집안을 잘 다스리는 여성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남자가 삽질하는데 아내가 맞장구나 친다면, 현모양처로 보지 않았다. 비록 현대에 와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조선시대에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보았다.[2] 그런데 조선시대 때 이상적인 충신은 왕이 삽질할때 맞장구치는 신하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예스맨들은 유교 문화에서 간신의 스트레오 타입으로 여겨졌다. 즉 진정한 충신은 왕이 잘못하면 목숨걸고 "아니되옵니다. 통촉 하시옵소서. 천부당만부당 하옵니다"를 외치는 존재여야 했다. 조선시대의 현모양처상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남편이 잘못된 길로 빠진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바로잡아주는 여성이야말로 진정한 현모양처라 할 수 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부부관계를 군신관계로 보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거북함을 느끼지만, 조선시대의 이상적인 현모양처는 현대인의 편견보다는 매우 적극적인 여성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석마음의 소리에서 '야! 너희 엄마 현모양처라매? ㅋㅋㅋ' 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몇십 년 전의 한국은 사회적으로 여자의 진출을 금기시하는 전근대적 통념이 꽤나 깊숙히 자리박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지위는 이 현모양처로 귀결되는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 과거 여학교에서 장래희망 설문지를 나눠주면 대다수가 현모양처를 기입했을 정도다. 다만, 이 몇십 년 전이라는 건 꽤 먼 옛날 얘기로 60년대 전후로 출생한 여학생들은 밥도 안 주는 전근대적 통념보다는[3] 서구적 관념이 지상 대세로 자리잡은지라 지긋지긋하고 전근대적인 집구석이 싫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고 싶어서 다들 일하고 싶어했으니 그보다 더 전의 얘기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현모양처로 신사임당을 들지만, 사실 사임당은 현모일지라도 현대에 와서 왜곡된 의미의 현모양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4] 뭐 어쨌건 집안을 잘 굴러가게 했고 남편도 결국 과거에 합격하여 입신양명한 데다 사임당의 강권으로 이원수가 패가망신하는 정치 라인에서 벗어나게 한 일 평생 떡밥이 있으니 남편말에 고분고분한 여성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대로, 사임당은 (조선시대 입장에서는) 현모양처가 맞다. 다만, 왜곡된 의미의 고분고분한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 뿐이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 왜곡된 형태의 현모양처는 바로 연산군의 아내였던 폐비 신씨.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울면서 말리는 정도로 그치고 연산군을 폐위되는 그날까지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워낙 남편이 시가 식구들과 사이가 더럽게(...) 안 좋아서 고생을 죽는날까지 한바가지를 했다.[5] 안습

지금은 여성의 인권이 강화되면서 여자들 사이에서는 별로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것으로 변한 감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젊은 여성들이 스스로 '현모양처 워너비' 를 자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정말 전근대적인 수준의 현모양처까지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긴 하다. 사실 전형적인 여성상, 여성성을 강요받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이 크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스럽다는 말이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6] 여자력이라는 말이 생겨나는 만큼 여성들 역시 그런 의식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또 아니다. 이것은 모순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 경우에 따라서 꼭 잘못된 것만도 아니다. 젊은 남성들 역시 전통적인 남성상, 남성성을 강요받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곤 하지만[7] 한편으로 남자의 로망이나 마초적 선호를 가지곤 하는데[8] 그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실 오만원권의 모델이 신사임당으로 정해진 것에도 이 이유 때문에 여성계를 중심으로 말이 좀 있었다. 전근대적 여성관을 옹호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신사임당을 "과연 그렇게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긴 하다. 항목 참조.

기실 현모양처라는 단어 자체는 중립적인 의미를 띠거나 도리어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떤 사람이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면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면 그 역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함이 온당하다. 賢父良夫

다만 '현모양처' 라는 미명하에 그러한 덕목을 여성에게만 강요하거나 그러한 덕목을 빙자해 특정 성 역할이나 정체성이라는 굴레하에 구속시켜버리는 점이 문제될 뿐이다.

사실 요서 창작물에서는 현모양처 혹은 야마토 나데시코의 기믹을 가진 채 남자를 휘어잡고 전투종족이기까지 한 캐릭터가 수도 없이 많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여인상은 양반집으로만 한정해도 그다지 유약한 느낌이라기보다는 한 치의 헛점도 없으면서 강단있는 느낌에 더 가깝다.

일본에서는 료오사이켄보(良妻賢母, 양처현모)라고 한다. 비슷한 뜻의 단어로는 야마토 나데시코가 있다. 야마토 나데시코를 요조숙녀라고 번역하곤 하지만, 요조숙녀는 근대적인 의미의 아가씨의 느낌이 더 강하므로 현모양처나 양갓집 규수 같은 번역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이 단어의 오자로 '현모'가 있다. '처'와 '초'의 발음이 비슷해서(게다가 두벌식 키보드에서도 ㅓ와 ㅗ는 서로 붙어 있어서 오타가 나기 쉽다) 잘못 쓰지만 현모양처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일부러 틀리게 쓰기도 한다. 1980년대의 시대상을 모티프로 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9]에도 이게 나오는데, 거기서 정해리가 숙제로 장래희망을 '현모양{{{}}}'라고 쓰는 것을 본 정보석이 "해리야. 현모양가 아니라 현모양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옆에서 TV를 보던 정준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소를 흘리며 "현모양초? 차라리 형광등이라고 하지" 그러자 해리가 화를 내며 曰, "누구 보고 형광등이래 이 빵꾸똥꾸야!"

4 실존 인물

5 가상 인물

  1. 남성 노동력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근대의 일본에서, 노동에 지쳐 집에 돌아온 남편의 요구에 순종하고 힘을 북돋게 하며 남자가 일하는 동안 가정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일본 전체의 발전을 위한 여성의 역할로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전통적 여성상은 전근대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근대성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2. 왕비가 왕에게 경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3. 이런 건 대개 좀 더 깊숙하고 내밀한 습관적인 영역에 남아있다.
  4. 남편 처가살이 시키고, 첩살림으로 한때는 이원수와 조금 불화했고, 죽기 몇 년 전 잠자리에서는 자신이 죽더라도 재혼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5. 오죽하면 중종이 차라리 시집을 새로 가라고 할 지경이었다.
  6. 강고한 페미니스트라면 예외
  7. 더치페이 논쟁, 여성 징병제 논쟁, 김치녀 논쟁 등에서 흔히 볼수 있듯이
  8. 지나치면 남성우월적, 여성비하적 태도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이중잣대의 모순을 보여주게 된다.
  9. 원래 시대적 배경을 진짜로 1980년대로 하려고 했으나 제작비 문제로 인해 현대로 바꾸었다고 한다.
  10. 아는 형님이수근이 친 개드립으로, 모양량해서(...)
  11. 전승에 따라 바람이 나기도 하는 등, 현모양처가 아니게 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