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월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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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01년 10월 27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행된 제 97회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NL 우승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AL 우승팀 뉴욕 양키스가 격돌하여 디백스가 4:3으로 우승하였다. MVP는 랜디 존슨커트 쉴링이 공동수상하였다. 2000년대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월드시리즈다. 4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팀 디백스와 Mystique & Aura[1]로 대표되었던 양키스의 대결은 9.11 테러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으며 이전 시리즈가 10월에 모두 막을 내렸던 반면 2001년의 시리즈는 11월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2 양 팀 상황

2.1 뉴욕 양키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제패에 성공한 양키스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양키스가 월드시리즈를 우승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의 분위기. 안 그래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력이었는데 악의 제국이라는 별명답게 만족이라는 것을 몰랐던 양키스는 프리 시즌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마이크 무시나를 FA로 영입하면서 로저 클레멘스-앤디 페팃-마이크 무시나-올란도 에르난데스라는 후일 필라델피아의 F4와 비교될만한 역대급 막강 선발진을 구축했고, 타선에는 전성기였던 데릭 지터[2], 호르헤 포사다, 티노 마르티네스 등이 있었다. 여기에 전성기는 살짝 지났지만 경험만큼은 누구보다도 풍부한 버니 윌리엄스등의 베테랑들은 덤. 너무나 당연하게도 양키스는 2001 정규시즌에도 95승 65패 .594의 성적으로 동부지구 우승을 거머쥔다. ALDS에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게 먼저 2패를 당하면서 허무하게 월드시리즈 4연패 도전을 마감하는가 했는데 3차전 지터의 the flip이라 불리는 멋진 수비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기적적인 리버스 스윕 시리즈를 완성시킨다. 이어진 ALCS에서 신인 이치로가 이끄는 시애틀 매리너스을 격파하였다.[3]

2.2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반면 디백스는 창단한지 겨우 4년밖에 되지 않은 팀이었지만 열정적인 구단주의 쇼미더머니[4] 하에 랜디 존슨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FA로 영입하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커트 실링을 데려와 공포의 원투펀치를 완성시키는데 성공하였다.여기에 대한민국 출신의 천재적인 잠수함 투수 김병현[5][6]마무리 투수로 활약하였고, 타선에는 57홈런의 루이스 곤잘레스를 중심축으로 하여 레지 샌더스, 맷 윌리엄스, 마크 그레이스, 스티브 핀리 등이 뒷받침해주었다. 정규시즌에서는 랜디 존슨과 실링을 보좌해 줄 3~5선발의 부재로 인해 92승 70패 승률 .568에 그쳤지만[7] 이 둘에게만 의존할 수 있는 단기전의 특성을 활용하여 NLDS에서는 중부지구의 영원한 강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NLCS에서는 매덕스, 글래빈, 스몰츠가 건재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차례로 제압하며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였다.

3 시리즈 진행

3.1 1차전 :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첫승을 안겨주다

10월 27일, 뱅크원 볼파크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뉴욕 양키스100000000132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0440000X9100

커트 쉴링마이크 무시나의 대결로 시작된 1차전은 예상 밖으로 디백스의 타선이 폭발하면서 디백스의 낙승으로 끝났다. 크레이그 카운셀[8]과 루이스 곤잘레스는 1개씩 홈런을 쳐내면서 무시나를 3이닝 만에 내리는 데 성공하였다. 쉴링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며 양키스는 1회에 친 1안타를 제외하고 남은 8이닝 동안 2안타에 그치며 완패하였다.

3.2 2차전 : 랜디 존슨의 원맨쇼

10월 28일, 뱅크원 볼파크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뉴욕 양키스000000000030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01000030X450

양키스는 리그를 초토화한 에이스 랜디 존슨을 상대하기 위해 선발투수 앤디 페팃을 제외한 라인업을 모두 우타자와 스위치히터로만 짜는 계책을 써봤지만 허사였다. 랜디 존슨은 불과 3안타-1볼넷만을 내주면서 11K 완봉승을 거뒀다. 양키스 선발 페팃은 분전했지만 맷 윌리엄스에게 7회에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홈에서 2경기를 모두 잡은 디백스는 기세등등했다. 뉴욕에서 그들은 기자들에게 뉴욕 양키스의 Mystique & Aura에 대해 질문을 받았고 그에 대해 커트 쉴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Mystique and Aura? Those are dancers at a nightclub.
(Mystique and Aura? 걔네 동네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녀석들 이름이냐? 역시 핵이빨답다)[9]

왜 커트 쉴링이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로 불리우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그의 강심장을 느낄 수 있는 구절이다.

3.3 3차전 : 양키스의 반격 in New York

10월 30일, 양키 스타디움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000100000133
뉴욕 양키스01000100X271

9.11 테러로 추모 분위기가 가득하던 뉴욕에서의 경기. 1956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가 시구한 이래 45년만에 미국 대통령 조지 워커 부시가 시구를 하였다.[10] 경기에서는 로저 클레멘스가 7이닝 동안 3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면서 양키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디백스의 선발 브라이언 앤더슨은 5.1이닝 동안 2실점으로 분투했으나 결국 스캇 브로셔스의 결승타의 희생양이 되었고 패전을 떠안았다.

3.4 4차전 : Mystique & Aura의 서막, 기적의 시작

10월 31일, 양키 스타디움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10회RHE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0001000200362
뉴욕 양키스0010000021X470

4차전 인트로 영상

디백스의 밥 브렌리 감독은 자신의 팀이 원투 펀치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선발 카드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결국 쉴링을 3일 휴식 후 4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커트 쉴링은 7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으며 그 1실점은 셰인 스펜서[11]의 솔로홈런으로 허용한 점수였다. 양키스의 선발 올랜도 에르난데스도 6.1이닝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8회에 디백스는 2점을 내면서 3:1로 달아났고, 8회말 마운드에는 김병현이 올라온다. 밥 브렌리 감독은 김병현의 내구성을 믿었고 실제로 인터뷰에서 2이닝 정도를 소화하게 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8회에 세 타자(셰인 스펜서-스캇 브로셔스-알폰소 소리아노)를 모두 삼진으로 틀어막았고, 9회에도 데릭 지터를 땅볼 처리하면서 무난히 팀의 승리를 지키는 듯했다. 그때까지는.

그러나 폴 오닐이 빗맞은 좌전안타로 출루하면서 분위기는 이상해졌다. 김병현은 버니 윌리엄스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한숨을 돌렸고, 마지막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였다. 그리고 타석에는 그동안 안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던 티노 마르티네즈. 김병현의 초구는 89마일(142km/h)의 싱커였다. 그러나 싱커가 밋밋하게 떨어지는 순간[12]...

티노는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3-3으로 동점이 되었다. 뭐 여기까지야 그럴 수도 있지라고 애리조나는 생각했다.

조 토레 뉴욕 양키스 감독은 여기서 마리아노 리베라를 내보내 10회를 틀어막았고 10회말. 김병현은 여전히 마운드에 있었다. 그리고 데릭 지터와의 질긴 승부 끝에 던진 높은 실투성 포심[13]을...

지터가 오른쪽으로 밀어치면서 끝내기 홈런을 쳐내는데 성공한다. 양키 스타디움의 전광판에 비쳐졌던 "Welcome to November Baseball"이 오버랩되면서 마이클 케이의 그 전설적인 명언이 등장한다.#

See ya! See ya! See ya! A home run for Derek Jeter! He is Mr. November[14]!
(넘어갑니다![15] 넘어갑니다! 데릭 지터의 홈런! 그는 미스터 노벰버입니다!)

모두가 잊고 있었던 Mystique & Aura가 다시 양키 스타디움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구장 내에는 이러한 걸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Mystique and Aura: Appearing Nightly
(Mystique과 Aura는 밤마다(양키 스타디움에) 나타난다.)

불과 하루만에 홈런을 두 방 맞으면서 김병현은 자괴심에 휩싸였고, 분위기는 양키 스타디움의 오묘한 아우라에 휩싸이면서 알 수 없는 행방으로 이어진다.

3.5 5차전 : 데자뷔, Mystique & Aura는 이것이다

11월 1일, 양키 스타디움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10회11회12회RHE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000020020000280
뉴욕 양키스000000002001X391

5차전 인트로 영상

결론부터 말하면, 밥 브렌리 감독은 어제와 달리 김병현을 바로 내리고 연장 승부에 돌입하지만, 결국 12회 승부 끝에 3-2 패. 유리하던 경기를 이틀 연속 말아먹고 2승 3패로 밀리면서 뉴욕 양키스의 4연패가 눈앞에 보이나 싶었다.

브렌리 감독은 쉴링을 당겨 썼지만 랜디 존슨에 대해서는 로테이션을 지켜주었다. 결국 5차전 대결은 미겔 바티스타와 마이크 무시나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선발 매치업만으로 봤을 때 뉴욕 양키스가 너무나도 유리해 보였으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미겔 바티스타는 7.2이닝동안 5안타와 5볼넷을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았고 무시나는 8이닝 2실점. 바티스타의 판정승이었다.

디백스는 9회에 마무리 김병현을 다시 투입했다[16]. 그러나 이번에는 첫 타자 호르헤 포사다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날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두 타자를 잘 잡아내면서 디백스는 "오늘은 잘 막겠지. 설마 양키스의 망할 프레셔가 뭔 장난을 또 치겠어?"라고 안심했다. 타석에는 스캇 브로셔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The Yankees have tied a game"이라고 말한 56초부터 "I've never seen anything like it"이라고 말한 2분 10초까지 무려 1분 넘게 중계진은 본분(?)을 망각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극적이었다는 거)

이번에는 브로셔스가 좌월 투런 홈런을 쳐내면서 다시 동점으로 만들었다[17]. 불과 하루 사이에 9회말, 투아웃, 주자가 한명 있는 상황, 김병현, 투런 홈런. 너무나 비슷한 데쟈뷰에 디백스는 할 말을 잃었고, 김병현은 주저앉았다[18]. 브렌리 감독은 이번에는 김병현의 마인드를 염려해 그를 강판시켰지만 결국 팀은 12회 연장 승부 끝에 패배했다.

경기 직후 김병현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마음을 표출하였고 그의 멘탈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양키스에 대한 적개심이 폭발하였고 애꿎은 양키스 팬들만 집중 포화를 맞는 안습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19]

이후 11회 애리조나가 만루 기회를 잡았으나 소리아노의 호수비와 계투진의 소방쇼로 공격 기회를 놓쳤고, 12회 말, 소리아노는 그대로 공격 찬스가 오자 알비에 로페즈를 무너뜨리며 끝내기타를 만들어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거두었다. 결국 그들의 27번째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3.6 6차전 : This is Arizona

11월 3일, 체이스 필드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뉴욕 양키스000002000271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3830000-15220

2차전에서 대결했던 랜디 존슨과 앤디 페팃이 선발로 맞붙었다. 그러나 그들은 천국과 지옥을 각각 맛보았다.존슨이 7이닝 동안 2실점 7탈삼진으로 호투한 반면 페팃은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여기에다 제이 위타식과 랜디 초트가 핵실험을 하면서 양키스 마운드는 완전히 붕괴되었다(그나마 마이크 스탠튼이 무실점). 디백스는 22안타를 몰아치며 15점을 뽑았고 반면 양키스는 6회에 2점밖에 뽑지 못했다. 김병현은 경기 후 '동생이 맞고 온 걸 본 형들이 제대로 갚아주어서 기쁘다'라는 참으로 적절한 인터뷰(...)를 남겼다. 어쨌든 이 6차전은 양키스에게 그들이 치른 역사상 293경기의 포스트시즌에서 최악의 성적이었다. 디백스 타선의 화력이 폭발한 그 날 뱅크 원 볼파크에는 다음과 같은 걸개가 보였다.

Mystique and Aura Are Dancing In New York, This is Arizona.
(Mystique과 aura는 뉴욕에서나 춤추지, 애리조나에서는 춤추지 않는다!)[20]

다만 양키스에게 위안거리였다면 한번 폭발한 방망이는 그 다음날에 폭발하지 않는 다는 것과 다음날 로켓 성님이 등판한다는 것 정도였다.

3.7 7차전 : 반전, 그리고 기적 - 애리조나의 창단 첫 우승

11월 4일, 체이스 필드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뉴욕 양키스000000110263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000001002X3110

7차전 인트로 영상

커트 쉴링은 3일 휴식 후 다시 등판을 감행하였고, 양키스에서는 39세의 노장이자 쉴링의 롤모델 로저 클레멘스가 등판하였다. 경기장에 내리기 시작한 보슬비를 맞으면서 경기는 진행되었고 쉴링과 클레멘스는 7회까지 1:1로 팽팽하게 맞섰다. 그리고 8회초 양키스의 알폰소 소리아노의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한다. 그리고 소리아노는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Soriano in the deep left field, at the wall! Yankees on top 2-1!
(소리아노의 타구가 왼쪽 담장을, 넘어갑니다! 2-1 뉴욕 양키스! - Joe Buck, 소리아노의 솔로 홈런 시 중계)

그리고 쉴링은 데이빗 저스티스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결국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냈고 쉴링은 강판당한다. 경기는 양키스쪽으로 기울고 밥 브렌리 감독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심정으로 선발 투수들을 투입한다. 안 그래도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디백스의 희망이 꺼져 갔다. 뒤이어 나온 미겔 바티스타가 데릭 지터를 잡아낸 뒤 밥 브렌리 감독은 전날 선발 등판한 랜디 존슨을 올려버린다[21]. 브렌리의 강수는 적중했고 존슨은 남은 아웃 카운트를 모두 쉽게 처리하면서 내려갔다.[22][23]

그러나 9회말 올라오는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는 바로 포스트시즌 무블론[24]에 빛나는 역대 최강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였고 디백스는 꿈도 희망도 없어보였다. 8회말부터 올라온 리베라는 아슬아슬하게 이닝을 마무리지었지만 어쨌든 무실점으로 막았고, 도저히 디백스의 타선으로, 특히 하위 타순으로 시작되는 9회말에 1점을 뽑아내기란 버거워 보였다. 이대로 양키스의 우승으로 시리즈가 끝나는 것처럼 보였고 9회말이 시작되었다.

7차전 풀동영상 대망의 9회말은 2:26:22부터다.

9회말 선두 타자였던 마크 그레이스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고 그 다음 브렌리 감독은 대주자 데이빗 델루치를 기용했다. 브렌리 감독은 1점만 뽑자는 마인드로 데미안 밀러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번트는 리베라의 앞으로 향했고, 리베라가 2루에 제대로 던지기만 하면 아웃카운트만 하나 느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리베라가 송구 실책을 범하면서 주자가 모두 사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 무사 1,2루 상황. 브렌리는 다시 번트 작전 시도. 그러나 제이 벨의 번트 타구는 이번에도 리베라의 정면으로 갔고 리베라는 이번에는 실수없이 공을 바로 3루수인 스캇 브로셔스에게 제대로 송구 2루주자인 델루치를 말그대로 순식간에 아웃시켰다. 하지만 스캇 브로셔스는 공을 1루에 바로 던져서 더블 아웃시킬수도 있었지만 그냥 관뒀고 후에 이 플레이를 두고 양키스팬들한테 두고두고 까이게 된다. 이로써 두 번째 번트는 실패로 끝났고, 브렌리 감독은 밀러까지 미드레 커밍스로 바꾸면서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 토니 워맥은 2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우익선상 2루타를 쳐내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당시 중계했던 허구연의 말처럼 "믿기지가 않네요!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평소보다도 더욱 돌부처처럼 솔리드했던 리베라는 흔들렸고 크레이그 카운셀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그는 1사 만루의 위기에 놓였다. 그리고 타석에는 시즌 57홈런에 빛나는 루이스 곤잘레스가 들어섰다. 양키스는 내야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고자, 아니 홈에서 무조건 아웃을 잡는다는 심정으로 전진 수비를 시도했다. 당시 FOX 방송 해설자인 팀 맥카버는 리베라의 몸쪽공 한마디로 커터공은 루이스 곤잘레스같은 왼손 강타자상대로는 내야를 살짝 벗어나는 플라이 타구가 나올 확률이 높기때문에 이번 전진 수비작전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난후 리베라는 바로 커터를 던졌고 루이스 곤잘레스는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루이스 곤잘레스가 중전 안타 내야를 살짝 벗어나는 플라이 [25]를 뽑아내면서 팀의 첫 우승을 선물한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드라마의 주인공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였고 창단 4년만에 첫 우승을 누리는 감격을 맛본다.#[26]

Floater, CENTERFIELD!! THE DIAMONDBACKS ARE WORLD CHAMPIONS!!
(뜬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집니다! 다이아몬드백스가 월드 챔피언의 자리에 오릅니다! - Joe Buck, 끝내기 안타 시 중계 멘트)

MVP는 우승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존슨과 쉴링이 공동 수상했다. 다만 양키스가 우승했다면, 소리아노가 MVP가 되었을 것이다.

4 기타 이모저모

  • 눈앞에서 27번째 우승을 놓친 양키스가 우승을 달성한 것은 8년이나 지난 2009년이었다. 8년이나라니 어떤 팀은 100년이 넘도록 우승 못하는데 이 당시만 해도 양키스의 다음 우승에 이렇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리라고, 또 그 사이에 숙적 보스턴 레드삭스가 마침내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를 두번이나 제패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울러 리베라 불패의 신화가 끝난 대회로서도 유명하다. 이 대회 이전까지 마리아노 리베라의 평균 자책점은 무려 0! 0.00이 아니다!
  • 김병현은 7차전 종료 후 우승 세레머니 과정에서 한국인 기자들에게 7차전을 졌으면 아마 은퇴했을 것이라고 밝혀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진짜 은퇴야 안했겠지만, 7차전에서 애리조나가 졌으면 김병현의 마음 고생은 한층 더 심해졌을 것이다. 법규 성님 멘탈로 봐서는 정말로 은퇴했을 수도 있다.


  • 2011년 9월 11일에는, 디백스가 샌디에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서 전설의 원투펀치 존슨, 쉴링과 루이스 곤잘레스, 스티브 핀리, 밥 브렌리 감독 등 당시의 선수와 코칭스탭들BK는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오지 못했다(...), 7차전에서 트럼펫으로 국가를 연주했던 팬을 다시 초청하여 우승 1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2000년대 후반부터 입은 붉은빛 유니폼 대신 보라색 줄무늬 유니폼을 다시 꺼내 입기도 했다.
  • 9.11 테러가 일어난지 한 달이 넘은 상황에서 특히 뉴욕 양키스에겐 그 어느 때 보다 의미가 깊은 시리즈였다. 직접 피해를 당한 지역을 대표하는 팀으로서의 사명감, 올해도 우승을 이뤄 실의에 빠진 뉴욕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선사하자는 결의가 묻어나는 시리즈였다. 당시 뉴욕 시장이던 루디 줄리아니가 전 경기를 참석해 봤을 정도였으니 말다한 셈[27]. 비록 우승은 실패했어도 '우리는 절대 굴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몸소 보여준 시리즈였다.

large_gerrit-cole.jpg

  • 양키 스타디움에서 월드 시리즈가 진행됐을 때 한 어린이 팬이 응원문구를 들고 있는 사진이 찍혔는데, 이 사진의 소년이 메이저리그 우완투수인 게릿 콜이다. 양키스는 유망주 게릿 콜을 지명했지만 게릿 콜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함께 양키스를 물 먹이면서 UCLA 대학으로 진학해 양키스 팬들에게는 금지어 취급을 받는다.
  1. 신비한 매력과 분위기 - 양키스의 화려한 커리어 뒤에는 항상 브롱스의 기운이 있었다라는 것을 강조하는 대표 문구
  2. 이 시기는 노마 가르시아파라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지터와 함께 3대 유격수로 군림하던 시대였다.
  3. 당시 매리너스에는 스즈키 이치로, 브렛 분, 마이크 캐머런, 에드가 마르티네즈의 살인 타선이 구축되어 있었고, 더 락 프레디 가르시아-제이미 모이어 원투펀치의 힘을 앞세워 116승 46패라는 전설적인 정규시즌 성적을 거두었지만 ALCS에서 1,2차전이 홈에서 벌어졌다는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4차전에서 알폰소 소리아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면서 1:4로 무너졌다. 그리고 당시 매리너스의 상대투수는 바로 시애틀이 야심차게 영입한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
  4. 특히 2001년에는 어차피 페이롤 몇년 안에 터질거 우승이라도 하고 망하자라는 심정으로 신나게 질렀다.
  5. 김병현이 받은 계약금이 1990년대 후반에 220만 불이었다. 지금까지도 안 깨지는 최고 금액이다. 이것만 봐도 김병현이 얼마나 기대를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요즘도 드래프트 1라운더들이 100만 달러 조금 넘는 금액에 계약한다.
  6. 거기에 남들 다 몇 년씩 거치는심지어 그 약마 본즈도 2년 동안 있었다 마이너리그를 단 몇 달 만에 박살내고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
  7. 그 때문에 가을야구 진출이 좀 아슬아슬했다. 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가 90승, 지구 3위 다저스가 86승이었으니 여차했으면 가을야구도 못나가볼뻔
  8. 배트를 위로 한껏 치켜올린 채 온몸을 비튼 매우 희한한 자세로 타격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뜬금 선제포를 날린 것.
  9. "Mystique and Aura? 그거 나이트클럽 (정확히는 성인클럽)에서 춤추는 무희들 이름 아니요?"
  10. 이후 데릭 지터는 은퇴 시즌인 2014년 마지막 텍사스 레인저스 원정경기에서 부시와 만나 대화하던 사진을 부시에게 직접 선물받는다.
  11. 2016년 화성 히어로즈의 필드 코디네이터(감독) 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에 오는 김에 겸사겸사 김병현과 재회할지도?
  12. 제구 자체는 나쁘지가 않았다.
  13. 이 공이 이날 김병현이 던진 61번째(!) 공이었다. 이전의 동점 홈런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한계 투구수마저 아득히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망부석이었던 것.
  14. 김병현의 블론으로 인해 경기는 11월 1일 자정을 넘기게 되었고,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11월에 열린 월드시리즈로 남게 되었다. 그 순간 드라마틱한 끝내기 홈런을 쳐낸 덕택에 지터에게는 레지 잭슨의 애칭인 '미스터 옥토버'의 바리에이션인 '미스터 노벰버'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여기에다 오클랜드와의 ALDS 3차전에서 승리를 이근 명수비로 'The flip' 이라는 장면을 만든 건 덤.
  15. See Ya는 마이클 케이가 홈런을 중계할 때마다 넣는 찰진 추임새. See You가 원형이다. 직역하면 '보십쇼!' 이지만 See you가 미국에서 작별의 인사로 주로 쓰이는 것을 고려하면 안녕히 가십쇼! 정도의 뜻이 된다. 상황을 감안해 해석하면 좌측담장대충 넘어갑니다! 로 해석하면 된다. 케이는 평소에 이 추임새를 한번만 쓰는 편인걸 감안하면 그 때의 상황이 얼마나 극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16. 아까 언급했다시피 전날 61구(!)나 던진 투수를 하루의 휴식일도 없이 바로 투입한 거였다.
  17.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이틀 동안 김병현이 맞은 홈런 세 방이 좌측-중앙-우측으로 한 방씩 골고루 넘어갔다는 것. 4차전 티노 마르티네즈의 홈런은 중앙 담장을, 뒤이어 데릭 지터의 홈런은 우측 담장을, 그리고 5차전 스캇 브로셔스의 홈런은 좌측 담장을 넘겼다. 그리고 디백스 외야수들(스티브 핀리, 레지 샌더스, 대니 바티스타) 또한 타구가 날라갈 때마다 그냥 멀뚱이 감상한 게 아닌, 홈런볼을 잡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혼신의 수비를 했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애처로움을 느끼게 했다.
  18. 이때 토니 워맥, 마크 그레이스, 맷 윌리엄스, 로드 바라하스 등 디백스 내야진이 마운드로 달려가서 김병현을 한참 동안 위로했다.
  19. 비단 이 문제는 김병현 뿐만 아니라 박찬호가 활약했을 때도 비슷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훗날 양키스에는 박찬호가 입단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비록 부진하여 쫓겨났지만.
  20. Mystique과 Aura 따위는 뉴욕에서나 춤춰, 여긴 애리조나거든!
  21. 이때 김병현 또한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만에 하나 경기가 연장으로 넘어갔다면 등판했을지도 모를 일. 정상적이었으면 존슨 대신에 김병현이 올라왔어야 했겠지만 4,5차전의 쓰라린 경험 탓에...
  22. 당연히 이 경기 말고 다음 경기는 없기 때문에 선발이고 불펜이고 마구 쓸 수 있는 것이다. 게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는 무승부가 없다 보니...
  23. 다만 전날의 여파로 구속은 평소보다 많이 떨어져있었다. 그래도 원체 커맨드와 구위가 좋다보니...
  24. 셋업맨으로서 한번 동점을 허용한 적은 있지만 클로저로 정착하고서는 무블론이었다. 이후엔 2004 ALCS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25. 정상 수비였을 경우 인필드 플라이였다.
  26. 이전의 기록은 창단 5년만에 우승한 플로리다 말린스.
  27. 그렇기도 하고 줄리아니 시장은 모태 양키스 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