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

Laser Guided Bomb

1 개요

간단히 말하면 레이저로 유도되는 폭탄. 레이저 반사파를 쫓아가는 방식으로 유도하기에 상당한 정확도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월아이(Walleye)처럼 투하 후 지속적으로 화면을 보고 유도해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지금은 GPS를 이용한 추적이 가능한 JDAM이 등장해 세대 교체가 일어나는 중이나, JDAM같은 INS+GPS 유도 폭탄들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이동 표적에 대한 타격 능력이 없기 때문에 기갑 차량 같이 이동 가능한 목표물이나[1] GPS신호를 재밍하는 목표물일 경우 아직도 유효하다. 위의 그림에 나온 것 처럼 일반 폭탄(General Purpose Bomb)을 마개조하여 앞쪽에 레이저 추적 장치를 달고, 움직이는 핀(Fin)을 설치해 운동성을 더하는 경우가 보통이며, 덕분에 전체 모듈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유도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파워 플랜트가 장착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투하 시에는 충분히 여유 있는 고도와 속도를 주고 투하해야 한다. 예를 들면 10 nm(Nautical Mile, 해리) 나노미터가 아니다 밖의 목표물을 2000 feet 에서 투하한 LGB가 맞추리라는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AGM-123 Skipper 같이 작은 로켓 모터를 달아 AGM-65 같은 유도 미사일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기본이 500 파운드 이상 되는 폭탄들에 작은 추진체 달아놓은 거라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기대하면 곤란하긴 하지만, 저렴한 개조로 투발 플랫폼의 생존성과 폭탄의 명중율을 높여줄 수 있어서 지금도 여러 나라들이 롱샷이나 KGGB 등의 멍텅구리 폭탄에 추가할 유도 키트들을 개발하고 있다.

2 개발 및 활약사

최초 개발이 시작된 시기는 베트남전이 한창이었던 1964년이었다. 당시 페이브웨이(Paveway)시리즈로 불리는 무장이 1968년에 최초 등장하여 쓰이게 되는데,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리창 속으로 골인시키는 수준의 정확도는 지니지 못 했으나, 그 당시의 항공기들에 장착된 탄도학 컴퓨터에는 폭탄 명중 지점을 계산하는 기능이 없었으므로[2] 최고의 명중률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거기다 기존 폭탄을 개조해서 사용하면 되었기에 가성비 또한 발군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 쓰였던 공대지 유도 무기들이란 게 AGM-12 Bullpup 같은 덜떨어진 물건들[3]이었기에 더더욱 각광을 받았다.

실제로 72~3년경에[4] 벌어진 대 폭격 기간에는 무려 48%의 명중률을 보였다 한다. 반면에 일반 투하 폭탄의 경우 명중률이 대략 5%정도 밖에 안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 이 정확도가 사실 별 것 아니라 보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전폭기로 별다른 조준기 도움 없이 폭탄을 투하하려면 보통 급강하 폭격[5]을 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목표물에 근접하게 되는 것이고, 이런 목표물들은 주로 전략적인 중요성이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100이면 100 대공 화기가 깔려 있기에 더더욱 위험천만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LGB를 사용하면 대공 화기 사정거리를 벗어날 정도로 고공[6]에서 레이저 조사 후 톡, 떨구면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우왕굿.

3 문제점 및 한계

물론, 이것도 만능은 아니다. 만능이었으면 JDAM이 등장하지 않았겠지. 이상적인 조건[7] 하에서는 발군의 명중률을 보여주지만 어찌 세상일이 그렇기만 하랴.

첫 번째 문제는 명중하기까지 항공기든 지상의 특수부대든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목표물에 레이저를 쪼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레이저를 쪼이는 기체가 SAM이나 적기의 위협으로 유도를 중단하게 된다면 LGB는 그 자리에서 바보 폭탄(Dumb Bomb)으로 변해버려 자유 낙하를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명중할 리가 없다. 더군다나 레이저 조사 장비 또한 시야각에 범위 제한이 있다[8]. 만일 조사 중에 어쩔 수 없이 선회 기동을 하게 되면 레이저 신호가 중간에 끊기게 되고, 역시나 폭탄은 자유낙하. 물론, 매우 잠깐 끊어진 경우는 다시 레이저 신호를 물고 유도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다시 레이저 조사를 시작했을 때는 이미 폭탄의 고도가 너무 낮아져 버렸기에 늦은 경우가 많다.

또한, 레이저 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약간 골치아픈 경우가 생긴다. 걸프전 때 사용되었던 Paveway II 시리즈의 공통적인 문제점이기도 한데, 레이저를 조사하는 곳보다 약간 앞 쪽에 명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레이저 조사를 약간 뒤 쪽에 해주거나 일단 자유낙하 폭탄처럼 투하한 뒤 충돌 직전에 레이저를 조사해서 경로를 틀어주는 꼼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상적인 투하 조건은 보통 20,000 ~ 30,000 피트 근처인데, 이 고도는 레이더 추적 SAM이 가장 좋아하는 고도이다. 즉, 유도한답시고 직선, 혹은 단조로운 기동만 하다 SAM의 밥이 되기 매우 쉽다. 물론, 투척 폭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레이저를 목표물에 조사해두고 명중할 때 까지 유지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기체로부터 목표물까지 직선 시야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곧 목표물 근처의 SAM도 나를 조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9]

마지막으로, 레이저 자체가 연기, 안개, 구름 등에 가려서 제대로 유도를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바로 걸프전 때 이런 상황이 많이 벌어졌는데, 심지어 반사된 레이저 빛이 사막의 모래에 다시 반사되어 제대로 추적을 못 하는 경우가 왕왕 생겼다고한다. 게다가 이런 악천후 상황일 경우, 어쩔 수 없이 투하 고도를 낮추어야 하는데, 이는 AAA와 MANPADS 같은 방공망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위험해진다. 게다가 충돌 직전까지 유도를 해줘야 하므로 유도기가 급기동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더더욱 방공망이 좋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JDAM이 개발된 것이며, 실제로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력 발전소폭격할 때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무기는 Mk. 84 바보 폭탄이었다. 강력한 방공망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 여유있게 레이저 유도 따위를 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1. 요즘의 JDAM은 레이저 유도도 가능하다.
  2. 우리가 잘 아는 F-4 팬텀도 그런 거 없었다. 다만 1980년대 이후에 개량된 독일군의 ICE 팬텀이나 이스라엘의 Kurnass 2000, F-4EJ Kai의 경우에는 업그레이드로 추가.
  3. 특히 이 불펍은, 발사 후 조종석 화면도 아니고 캐노피 밖을 보고 조종해서 명중시켜야 했다. 초기형은 심지어 유선 조종! 어뢰냐!! 게다가 위력도 당연히 일반 폭탄을 개조해 사용하는 LGB에 비해 모자랐다.
  4. 라인배커 작전 항목 참조.
  5. Stuka 나 SBD처럼 수직 급강하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보통 -40 ~ -60도 피치를 주어 폭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트기로 수직 급강하 하다가는 G-LOC 때문에 위험하기 그지 없기 때문.
  6. 대략 10,000피트면 지금도 IR SAM과 AAA의 위협에서 안전하다고 본다.
  7. 예를 들어 맑은 날씨, 잘 작동하는 레이저 장비 등
  8. 보통 Gimble Limit이라 부른다.
  9. 반면에 신형 JDAM의 경우 산 너머 던지듯이 Loft 폭격을 해도 조건만 적절하다면 지정한 목표물로 잘 쫓아가 명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