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온

1 검은 갈기의 백마를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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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인터넷에는 '백두산에 살며 갈기만 검은색백마'인 환상종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환상종도 아니고 순우리말도 아니다.

우리말이며 '加里溫'이라는 한자를 쓰기는 하지만 이는 음차 표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알려진 것처럼 '순'우리말은 아닌데[1] 몽골어 발음 <qali'un>에서 유래된 외래어이기 때문이다. 의미는 역시 동일하게 '갈기만 검은색인 백마'. 즉, 말을 중요하게 여기다보니 그만큼 말을 구분하는 명칭도 세분화되어 있는 몽골어를 우리나라에 들여와 한자로 음차하여 쓴 것이다. 다만 유입시기 자체가 이미 오래전이기 때문에 현시점에는 우리말이라 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고유어로 나와있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고유어는 원래 한자어이었거나 몽골어, 중국어 따위의 차용어에서 변한 단어라도 현재는 고유어처럼 생각되는 단어는 고유어로 등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보배성냥[2].

"검은 갈기에 누런 말을 고라(高羅)[3]라고 하고, 해류(海騮)를 가리온(加里溫)이라고 한다."

(黑鬃黃馬曰高羅 海騮曰加里溫)
-출처: '경도잡지(京都雜志)'[4] 제1권 '풍속(風俗)' 중에서 '마려(馬驢)'의 일부분-

 

"백마(白馬)는 흰 빛, 토골마(兎鶻馬)는 흰 데에 붉은 털이 있는 말, 청마(靑馬)는 총이말, 분청(粉靑)은 뽀얀 총이말, 사청(沙靑)은 백흑색이 섞인 총이말, 철청(鐵靑)은 철청 총이말, 회청(灰靑)은 잿빛에 흰 총이말, 낙피마(貉皮馬)는 추마말, 홍마(紅馬)는 절다말, 율색마(栗色馬)는 굴헝말, 은종마(銀鬃馬)는 갈기와 꼬리가 흰 절다굴헝말, 홍사마(紅紗馬)는 부루말, 흑마(黑馬)는 가라말, 조류(棗騮)는 오류말, 황마(黃馬)는 황색, 즉 공골말, 흑종(黑鬃)은 황색 갈기와 꼬리가 검은 고라말, 해류(海騮)는 가리온말, 은태(銀駘)는 흰 데에 누른 빛이 있는 말, 표화(豹花)는 도화잠불말, 점자마(點子馬)는 잡색 반점이 있는 말, 화마(花馬)는 얼룩말, 옥안(玉眼)은 골이 눈말, 옥면(玉面)은 낯이 흰 말, 소취소안(燒嘴燒眼)은 눈ㆍ코가 붉은 말, 선검(線瞼)은 설간자말, 옥정(玉頂)은 소태성말, 은제(銀蹄)는 네 발이 흰 말, 고제(孤蹄)는 후빌족 말이다."

-출처: 이규경(李圭景)[5], '경전잡설(經傳雜說)'[6] 중에서-

문헌에 따르면, 이 말의 고향인 몽골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로, 환상종이 아니라 일반적인 말 중에서 몸이 희고 갈기가 검은 녀석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위의 문헌 중 <경도잡지>는 그저 세시풍습을 기록한 책으로 <산해경>처럼 환상종 관련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책이 아니다. '가리온=백두산에 사는 환상종'이라는 인식도 막상 해태기린에 비하면 널리 알려진 편이 아니며, 판타지 문학에 관심 있거나 동명의 힙합 그룹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른다.

말의 종류를 분간하는 용어에 불과하던 이 단어가 '환상종'으로 둔갑하게 된 정확한 시기는 불확실하나, '백마'의 영험하고 순결한 이미지[7]와 마치 영어단어처럼 보이는 '가리온'이라는 말의 신선함, 그리고 1980년대 등의 다른 동물들을 괴물로 오인하는 해프닝으로 잠깐 대두됐다가, 90년대에 들어 중화권 일부언론에서 다시 보도되며 관광붐까지 일게 됐지만 막상 별다른 특징이 없던[8] 백두산 천지 괴물의 막연한 이미지가 합쳐져 '성스러운 백두산 백마'이라는 막연한 이미지[9]가 탄생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동명의 힙합 그룹 '가리온'의 이름 유래가 알려지면서 '가리온=한반도 고유의 환상종'이라는 인식이 결정적으로 퍼지게 된 듯하다.

다만 천지괴물과 달리 보도된 바도 없고, 보도될 정도의 특별한 특징을 지니지 못했으며, 뭣보다 백두산이라는 장소 자체가 접근이 어려운 장소인고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지 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전혀 풍문의 내용이 업데이트되고 있지 못하다. '가리온=환상종'이라는 공식을 아는 사람들에게 가리온의 뜻을 물어보면 백이면 백 '백두산에 산다는 검은 갈기를 가진 백마'라는 한줄 외엔 대답하지 않는다. 애초에 환상종이 아니니 풍문의 내용이 업데이트될 리가 없다. 뿔이라도 달아놓든가 하다못해 인면이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성스러운 취급(?)에 비하면 그냥 괴물인 장산 범보다 소문이 발전하지 않는다. 즉, 환상종이라 할 법한 요소가 현저히 부족하니 어디가서 괜히 말을 꺼냈다가, '백두산에 산다'는 것 외엔 '갈기만 검은색인 백마'가 현실에 존재하는 마종의 하나일 뿐인 특징을 설명해 보려다가 곤란해질 수 있다.

승마를 하거나 말을 키우는 등 말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리온'을 물어보면, 백두산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몽골에서 유래된 말종류를 일컫는 이름들(가라, 가리온, 고라 등)을 주루룩 나열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

결론적으로, 가리온은 그냥 몽골어에서 유래된 말생김 구분명칭 중 하나이다. KBS도 알고 BBC도 안다. 다만 칠흑 같이 어두운 갈기에 정확하게 대비되는 순백의 하얀 몸뚱이를 지닌 경우는 드물다.

2 개별 문서가 있는 가리온

3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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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인굽쇼?

윤제문 분.
도성 안의 유일한 백정으로 수도에 있는 유일한 정육점이니 매출이(…) 시신 검안에도 재능이 있어 세종의 책 '무원록'[10]을 편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법의학자 오오. 집현전 학사 살인사건이 이야기의 주축인 만큼 자주 등장하며 백정답지 않게 수더분하고 성질이 조곤조곤한 인물.

그러나 사실은..... 링크에 스포일러가 함유되어 있으니 주의하여 해당 항목을 참조.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동명의 힙합 듀오 가리온의 노래 중에 '뿌리깊은 나무'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이 수록된 가리온 1집이 원작 소설보다 2년 먼저 나왔다. 기막힌 우연.
  1. 주의할 점은, '순우리말'은 '우리말' 중에서도 고유어를 칭하는 하위 카테고리이니 우리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순우리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2. 보배는 중국어 寶貝에서, 성냥은 石硫黃에서 유래하였다
  3. 몽골어 발음은 <qula>.
  4. 정조 때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세시풍습을 기록한 책.
  5. 1788~?. 조선 후기의 실학자.
  6.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라는 백과사전류의 책 중 17권.
  7. 유니콘은 힘과 순결의 상징이다.
  8. 처음에는 '개머리'나 '돼지머리' 혹은 '소머리' 같은 식으로, '불가사리' 같은 전통 환상종에 근접한 외형묘사가 증언되고 보도됐다. 그런데 그러던 것이 도중에 갑작스럽게 '네시'와 같은 수장룡 타입의 괴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9. 성스러운 백두산의 말 이미지가 고구려 신화에도 등장한 바는 있다. 한원에 '고려기에 이르길, 나라 북쪽에 마다산(馬多山)이 있는데 고려 안에서 가장 크다. …… 고려 선조 주몽이 부여에서 여기에 이르렀는데, 처음에는 말이 없었으나 이 산을 지나면서 홀연히 한 무리의 말이 굴 안에서 나왔으니 생김이 작고 튼튼하며 잘 달렸으므로 마다산이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마다산은 개마대산을 달리 차음한 것으로 지금의 백두산으로 보는 것이 정설.
  10. 조선 전기부터 이용된 검시 메뉴얼. 중국에서 먼저 만들어져 조선으로 도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