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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麗棒子
한국 한자음 : 고려봉자
1 뜻
가오리가 아니다
줄여서 그냥 ‘방쯔’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한국인이나 조선족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이며, 한국인 외에 산둥 성 사람에게도 사용한다. 한국어의 '짱깨'와 비슷한 한국인에 대한 별명 혹은 비칭이다.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고려[1]몽둥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 방쯔라는 건 주로 행동에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사람들에게 자주 붙여지는 별명인데 중국에서는 산둥 성 사람들에게 산둥 방쯔(山東棒子)라는 별명을 사용한다.
'방쯔'는 중국에서 남성기(...)를 뜻하는 은어로도 쓰인다고 한다. 단, 중국이 넓은 관계로 지역에 따라서는 은어가 아닌경우도 있다.
그밖에 방쯔란 말이 저고리식의 한복을 지칭한다는 말도 있고 그 밖에 중국 북방 사투리로 '가난뱅이'를 지칭하는 '방쯔'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대개의 별명이 그렇듯이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의견만 분분할 뿐이다.
한국어로 친다면 강원도 감자바위와 비슷한 어감인데 약간 비하의 의미는 있지만 그냥 별명이기 때문에 흥분할 것 없다는 사람도 있고[2] 한국인을 경멸하는 비칭이라며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원래 별명이란게 좋은 의미를 가진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경상도 문둥이와 전라도 홍어, 강원도 감자바위도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한다.
사실 상당수의 중국인은 저 명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하적 표현이라는걸 잘 알기 때문. 하긴 어느 상식적인 한국인이 중국인 앞에 가서 '짱개'란 말을 쓰겠는가.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교양있는 자리에서 짱개나 쪽바리라는말을 절대로 입에담지 않는것과 마찬가지이다. 민족 비하욕은 부모욕과 함께 욕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상욕이므로 원래 해당 욕이 쓰이는 사회에서도 경멸받게 되어 있다.
2 유래
가설 중 하나는 만주국 건국을 전후로 해서 일본의 만주와 대륙 침략 앞잡이 구실[3]을 했던 몽둥이든 조선인들을 지칭하는 데서 나왔다는 것. 만보산 사건의 경우도 그렇듯이, 청나라 말기부터 해서 만주지역에서는 중국인들과 조선인들의 충돌이 잦았다. 만주 침략에 대한 밑준비로 일제는 언론이나 잡지등을 통해 조선측에 혐중국인 정서를 부풀리거나 사고를 조작하는 등 민족 갈등을 유발시킨 뒤, 충돌이 일어나면 '대일본제국 2등신민의 보호'를 명분으로 무력개입 했다. 야쿠자? 중국인 지주들은 땅을 뺏기고 쫒겨났다. 일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주를 먹을 셈이고 일제에게 땅을 잃고 수탈을 받는 조선인 측에서는 조선 땅보다도 만주로 가는 것 혹은 피해가는 쪽에 희망이 있었는데 청-중화민국의 영토인 만주에 땅을 얻으려면 청국인-중국인으로 민족을 바꾸는 것이 필요했지만 일제 강점 이후 조선인이 국적을 바꾸는 것은 금지되었기 때문에 만주국이 세워져야 만주의 농토를 얻을 수 있기도 했다. 이런 만주라는 땅을 두고 애매한 관계가 얽혀서 만주국 건국을 앞둔 북방에서는 중국인과 조선인 vs 일본으로 침략에 맞서는게 아니라 만주로 살 길을 찾는 조선인과 침략 목적으로 그 편을 든다는 명분을 백분 활용하는 일본 vs 중국으로 만주 땅을 노리는 구도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인은 일본의 앞잡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여기에서 앞잡이라는 의미의 고려봉자가 나온 것이라고. 일본은 중국과 조선이 공동으로 항일전선을 펴는 것을 가장 경계했기 때문에 만주에서 민족 이간질 차원의 여러 장치를 두었는데, 그 한가지로 주로 조선인에게 만주 지역에서의 중국인 감시 등을 맡겼다. 이 때 조선인이 반기 들 것을 경계해 일본인들과 같은 총검을 지급하지 않고 몽둥이만 지급했다는 물증이 있는데, 이것과 연관이 있어보이기도 한다. 그 외 몽둥이로 처맞아야 하는 고려인 이라든지 당나라가 고구려유민들을 끌고갈 때 당 군인들이 고구려 유민들을 때리던 몽둥이에서 유래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나치게 과거까지 가져가는 이야기라 신빙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위에서 서술한 내용은 모두 객관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인이 한국인을 가오리방쯔로 지칭한 것은 이미 조선시대부터이고 이것은 청과 조선의 기록 모두에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특히 일제를 배경으로 하는 주장은 성립할 수가 없다. 일제와 관련에서 유력한 설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요컨대 이 낱말은 이미 수백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12년 중국의 남경대학 학보에[4] 황푸지(黃普基)라는 이가 가오리방쯔의 방쯔는 한국 관아의 심부름꾼인 방자[5]에서 나온 단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원문. 번역문.
이 글에 의하면 고려봉자라는 단어의 최초 출현은 청나라 강희제다. 청나라 강희제때 왕일원(王一元)의 요좌견문록(遼左見聞錄)에 처음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 공사(貢使)의 종자(從者) 이외에, 오가면서 일을 하는 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빵즈(棒子)'라고 불렀다. 그 나라(조선)에서 부녀가 음행을 저지르면 관기로 만드는데, 관기가 자식을 낳으면 '방자'라고 했고, 일반 백성들이 멸시했다. 머리는 봉두난발이며 망건을 할 수 없었고, 만리를 걸어가도 말을 탈 수 없었으며, 풀을 깔고 땅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고, 구들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 나라안에서 천한 일을 하는 자들이다."
사절단에 포함된 노비인 방자가 하도 민폐를 끼치다보니 방자라는 단어를 멸칭으로 쓰게 되었고, 그게 조선인 전체의 멸칭으로 어의가 확장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문헌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3 방자 유래론에 대한 반론
- 방자에서 방쯔로 넘어가는 음운 변화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방자의 한국어 음은 bangja 인데 방쯔의 음은 bangzi다. 한국어에서 子는 ja로 발음되고 중국에서는 zi 로 발음된다. ja 발음이 zi 발음으로 변하는 데 관한 해명이 필요하다.
- 음운 변화에 대한 설명 대신 저 글에서는 장황하게 한국 노비의 처지와 행실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을 곤장으로 처벌하는 것 때문에 房子 혹은 幇子가 棒子로 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먼저 방쯔가 방자에서 나왔다는 결론을 내려두고 뒤에 이유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에 불과하다.
- 중국에서 가오리방쯔라는 단어가 나오기 이전 명나라 시대에 이미 방쯔가 욕설로 사용되고 있었다. 위의 주장이 사실이 될려면 반대로 가오리방쯔라는 단어가 먼저 사용되고 그 뒤에 방쯔가 욕설로 사용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시간 순서가 거꾸로 뒤집혀 있다.
- 윗 글의 저자는 방자를 한국 노비 계층에 대한 총칭으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방자는 관아에서 심부름하는 심부름꾼에 대한 칭호이지 천민 계층 전부에 대한 총칭이 절대 아니다. 조선의 중국 사행에 방자가 끼어 있었다고 해도 고위직 몇 명의 심부름꾼 몇에 불과했지 사행 인원 대부분이 방자라고 불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저자는 주로 노가재연행일기에서 인용하여 한국의 사신 행렬에 소속된 천민들이 저지른 여러가지 불량한 소행들을 말하면서 전부 방자가 저질렀다고 적고 있지만 정작 저들 중에 방자는 한 명도 없다.
어떤 어원을 설명하려면 발음에 대한 부분부터 들어가야 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인데도 불구하고 윗 글의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한 흔적조차 없다. 단지 앞글자의 발음이 같고과 뒷글자의 한자가 같다는 점을 가지고 논지를 펴고 있지만 당대 중국인 대중이 한국 대중이 사용하던 한자를 알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 윗 글의 저자는 송라역자 정잡노미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잡종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노가재연행일기 원본에 나온 이름은 정잡노미가 아니고 정잔노미(鄭自卩老味)이다. 卩는 이두나 구결에서 "ㄴ" 받침을 나타낸다. 잡종이란 뜻이 아니고 집안의 막내이거나 실제 덩치가 작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잘못 해석한 것일 수도 있고, 저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준 사람이 잘못 가르쳐줬을 수도 있지만 저자가 한국의 성씨나 천민 계급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윗 글의 저자인 황푸지(黃普基) 씨를 검색해보면 윗 글 빼고는 연행록에 대한 논문을 썼다는 사실만 나오는데 역사학 관련 졸업생이거나 연구자로 보인다. 윗 글도 아마 연행록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저자가 언어학에 관련된 지식이 부족하고 한국의 방자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서 위에 올렸듯이 여러가지로 헛점이 많다.
특히 방자를 한국의 천민계급 전체에 대한 총칭으로 오해하고 있는 점이 치명적이다. 저자는 사신행렬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전부 방자가 한 짓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방자로 불렸을 사람은 사실 한 명도 없다. 사실 숫자가 제한되는 사신 행렬에 개인 심부름꾼을 끼워넣기는 어려운 일이라서 600 명 가까운 사신 행렬 중에 진짜 방자라고 불렸을 사람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설사 있었다고 하더라고 1-2명 많아봤자 3-4명에 불과했을테니 솔직히 당시 요동 지역에 살던 중국인들이 방자라는 한국 단어를 알아들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윗 글이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뒤에 이를 보완하는 자료가 발견될 가능성은 약간 남아있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고 이런 주장도 있다는 정도로만 알아두는 게 좋을 듯 하다.
한자학에 대한 오랜 연구와 축적 때문에 중국의 언어학, 음운학은 그 폭이 넓고, 깊이도 깊다. 이들 중에 한국어가 가능하고 한국 역사에 정통한 이가 나오고 다른 자료들이 더 발견된다면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이 나와 줄 수 있다.
4 이모저모
- 棒글자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 명사는 방망이라는 뜻이고 형용사로는 멋지다 굉장하다는 의미가 된다. 예로 好棒이라고 하면 칭찬이다.
칭찬과 욕이 공존하는 棒!좋은 몽둥이!
- 추신수 선수의 2호 홈런 보도기사에서 타이완 언론이 추신수 선수 소개에 앞서 '가오리방쯔'란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참고로 타이완 언론의 이런 짓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마 이때 상대 투수가 대만 국보급 선수인 왕첸밍이라서 그런 듯.
- 중국 웹에서 한국을 비하할 때 방구어(棒國)라고 쓰기도 하는데 어감은 짱깨국과 비슷.
- 간단한 중국어 표현을 익힌 다음 실제 중국인을 만나서 자기 소개를 저걸로 하면 어쩔줄 몰라 한다.
마치 백인이 한국어로 "전 코쟁이 양놈입니다"라고 하는 격그보다는 후지타 사유리가 자기보고난 왕쪽발이라고 했던 거 보면 되겠다.유쾌하게 웃어 넘기는 중국인들도 있지만, 외국인이 자국민 비하어로 자신을 소개할때 부끄러워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5 모에화
파일:가오리방쯔 모에화.jpg
▲ 이에 지나가던 일본인의 모에화도 추가돼있다(...).[6]
▲ 타이완인으로 추정되는 모에화도 발견했다. 출처는 여기 고만해 미친놈들아
- ↑ 고려는 18세기가 넘도록 중국에서 한국을 지칭하는 단어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옛날에는 나라 이름이 바뀐다고 외국에서 부르는 이름이 바로바로 바뀌지는 않았는데, 일본이 당이 망하고도 한동안 중국을 가리켜 당이라고 한 것이나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선을 계림(신라의 다른 이름)이라고 부른 사례들, 그리고 조선이 망한 현대에도 다른 한자문화권에서 조선이 한국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현재 북한의 국명이 조선이라는 것도 있다.
- ↑ 실제 중국인에게 물어보면 방쯔(棒子)는 그렇게까지 나쁜 뜻은 아니라고 한다. 그냥 장난삼아 부르는 정도로 한국 사람 중에 반중감정 없는 사람도 때로 장난삼아 짱깨라고 하는것과 비슷한 수준. 물론, 그렇다고 비하적 의미가 없는 건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 모욕적인 어조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특히, 高麗棒子를 다 붙여서 사용할 때는 비하적 의미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
- ↑ 매국노와 같이 어디건 다 있는 문제이다. 참고로 조선인들은 2차대전 당시 태국이나 여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더 악랄하게 굴었다. 비슷한 경우로 오스만 제국 지배를 받을 당시 그리스인들이 오스만 제국 앞잡이로 불가리아나 다른 동유럽 오스만 제국 식민지에서 똑같이 악랄하게 굴었기에 이들은 오스만인보다 그리스인을 더 증오했고 결국 독립하고 나서 그리스와 대판 싸우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 ↑ 학회지가 아니고 대학의 학보다.
- ↑ 춘향전의 그 방자를 말한다
- ↑ 참고로 해당 엔젤하이로 링크는 짤렸고 그린 일본인의 홈페이지 역시 폭파된지 오래라 대신 구글에 남아있는 니코니코 동화 영상의 캡처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