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양궁선수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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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6년 12월 8일, 대구광역시 중구청 소속 양궁 선수였던 주 씨(사건 당시 만 21세)가 유부녀였던 유 씨(당시 만 28세)와 내연 관계를 가진 후 유 씨와 짜고 유 씨의 남편(당시 만 34세)을 교살한 살인사건을 말한다. 본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만 15년이 지난 2011년 12월 8일에 만료되어 영구 미제 사건이 될 뻔했으나 범인들의 뻘짓으로 인해 극적으로 체포하여 해결될 수 있게 된 사건으로 유명하다.

2 사건 일지

대구 중구청 소속 양궁선수 주 씨는 달서구에서 거주하며 집 근처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7살 연상의 여주인 유 씨와 알게 되었다. 유 씨는 그 동네에서 미인으로도 유명했고 주 씨가 그 슈퍼를 자주 드나들며 처음엔 손님과 여주인 사이로 알고 지냈다가 끝내 눈이 맞아 내연 관계로 발전(?)하고 말았다. 그렇게 남편 몰래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였던 그들은 결국 꼬리가 밟히고 말았다. 그러나 유 씨는 남편보다 열세 살이나 어린 내연남에 완전히 꽂혀버렸고 주 씨 또한 유 씨와 헤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유 씨의 남편은 바람난 아내를 거의 매일 같이 구타하며 주 씨와 헤어질 것을 강요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큰 화를 부르고 말았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남편에게 잦은 구타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주 씨는 유 씨의 남편과 만나서 이 일에 대해 담판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담판 내용이 뻔뻔했던 게 "나는 유 씨랑 서로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우리 둘은 이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으니 당신이 유 씨랑 이혼하시지요."였다. 즉,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유 씨 남편더러 이혼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황당하고 뻔뻔한 제안에 유 씨의 남편은 이뭐병 취급하며 당연히 거부했고 그에 격분한 주 씨는 유 씨 남편과 엎치락뒤치락 싸우다가 그만 유 씨의 남편을 목 졸라 죽이고 말았다. 그 때가 1996년 12월 8일이었다.

이렇게 살인을 저지른 주 씨는 유 씨 남편의 시신을 대구 달성군 옥포면 구마고속도로의 배수로에다 유기하고 불을 질렀다. 고속도로는 많은 차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었지만 배수로는 잘 들여다보지 않았기에 어느 누구도 그곳에 사람의 시신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그렇게 6개월 동안이나 유 씨 남편의 시신은 그 배수로 안에 불에 탄 채로 버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그 문제의 배수로 옆에 있는 산을 등산하던 등산객이 우연히 배수로 안에 버려져 있는 유 씨 남편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되었다.

경찰들은 즉각 수사에 돌입했고 수사 결과 유 씨가 내연 관계에 있었고 그 내연 상대가 중구청 소속 양궁선수였던 주 씨라는 사실을 밝혀내 그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어디로 종적을 감췄는지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현상금을 내걸고 주 씨와 유 씨를 공개수배했지만 그래도 이 두 사람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땅으로 꺼졌는지 아니면 하늘로 솟았는지 모를 정도로. 결국 경찰들은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였던 만 15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고 그렇게 사건은 2011년 12월 8일 자로 영구 미제 사건이 되어 수사를 완전히 종결했다.

3 반전

이렇게 미제 사건으로 묻히는 듯했던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되고 4년이 지난 2015년 연말에 들어 갑자기 급반전되었다. 2015년 11월, 중국 상하이 공안국에 두 남녀가 자신들이 한국에서 밀항해 중국에 입국했다고 자수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두 남녀는 19년 째 행방이 묘연했던 이 사건의 주범 주 씨와 공범 유 씨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굳게 믿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일부러 상하이 공안국에 자신들이 밀항해 들어왔다고 자수했던 것이다. 밀항해 들어온 자는 무조건 강제추방되는 게 중국의 법이었기에 두 사람은 2016년 1월에 그렇게 룰루랄라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건 다름 아닌 19년 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경찰들이었고 그들은 그렇게 살인죄, 사체유기 및 훼손죄, 밀항죄를 적용받아 체포되었다. 분명히 사건이 일어났던 1996년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만 15년이었는데 이들은 19년 전에 살인을 저질렀으므로 이미 시효는 성립되었다. 어떻게 이들이 체포될 수 있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건 순전히 그 두 사람의 뻘짓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그 사람들이 간과한 것은 바로 그 문제의 공소시효였다. 형사소송법 제 253조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벌을 면피할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할 경우 공소시효는 정지한다고 적혀 있다. 즉, 해외에 체류한 기간은 그 공소시효 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에 15년 아니 150년이나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는 그대로 살아 있고 그들이 살아만 있다면 얼마든지 체포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 두 사람은 그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차라리 국내 어딘가에서 숨죽여 지냈거나 아예 중국에서 뼈를 묻어버렸다면 체포가 불가능했겠지만 그들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고 그 15년만 어떻게 버티면 처벌 안 받는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외국으로 도망가면 그 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사실을 무시했던 것이다. 그렇게 영구 미제가 될 뻔했던 이 사건은 범인들의 뻘짓으로 인해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한편, 범인 주 씨는 체포되었을 당시 너무도 당당하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 나를 처벌할 수 없다."고 경찰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가 중국에 체류하고 있었던 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정지되었기에 그의 계산법은 잘못된 계산법이었다. 그러자 주 씨와 유 씨는 갑자기 말을 바꾸어 중국에 밀항한 것은 맞는데 1997년에 밀항했던 게 아니라 2014년에 밀항했다고 우기며 어떻게든 처벌을 안 받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탐문 수사 결과 그 두 사람은 1997년 1월 이후로 국내에서의 행적이 전혀 없었고 특히 유 씨의 경우 1997년 이후로 장기 실종 상태가 되어 이미 법적으로는 사망한 상태였음이 밝혀졌고[1] 1997년 이후 이들이 국내에서 금융거래를 한 흔적이나 각종 세금을 납부한 기록, 전기,가스,상수도 등 공과금을 납부한 기록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증거들을 제시하자 마침내 그 두 남녀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주 씨가 대구에서 유 씨 남편을 살해한 이후 유 씨와 함께 경주시, 군산시, 인천광역시 등지를 돌며 은신했다고 한다. 이후 1998년 4월에 여권을 위조해 일본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일본에서 4년 정도 도피 생활을 한 후 2002년 6월에 국적 불명의 화물선을 타고 중국으로 은신처를 옮겼다. 그리하여 10년 정도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했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흘러 2012년이 되자 이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굳게 믿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먼저 중국에서 모았던 재산들을 한국에 몰래 반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쓸 위조 여권을 구하는 게 여의치 않아 약 3년 정도 귀국 시기를 지체했다. 그런 그들이 선택한 것은 대담하게도 강제 출국이었다. 그래서 2015년 11월에 상하이 공안국에 자신들이 밀항해서 중국에 들어왔다고 자수해 강제 출국되는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중국 공안들은 이들을 2개월 동안 구류하며 밀항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 2016년 1월, 주 씨와 유 씨를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이미 중국 공안에서 온 연락을 통해 밀항자의 신원과 또 재조사 결과 이들이 19년 전에 대구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고속도로 배수로에 시신을 유기한 사건의 범인이라는 걸 알아차린 한국 경찰들은 그들이 한국에 돌아올 때를 기다려 공항에서 그들을 체포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4 선고

범인 주 씨는 1심과 2심 모두 징역 22년, 내연녀 유 씨는 모두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사법당국은 이들이 범행 뒤 외국으로 도주하면 해당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범행 방법이 잔인하고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간 도피생활로 고초를 겪어 일부 죗값을 치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떳떳하게 법에 따라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신문 기사

5 에필로그

참으로 극적으로 해결된 미제 사건이라 한 때 국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다. 아직 한국에는 많은 미제 사건들이 있는데 그 사건의 범인들이 이들과 같이 해외에 장기간 동안 도피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서 영구 미제가 된 사건이라 해도 해결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사건이기도 하다. 물론 이건 범인이 알아서 뻘짓거리를 해준 행운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1. 일반 장기 실종의 경우 사건 당일로부터 만 5년이 경과하면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고 특수 실종(예를 들면 자연재해)의 경우는 만 1년이 지나면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종자가 사망이라고 처리되는 건 오직 민법에 한해서다. 형법에서는 그 사람의 시신이 발견되어야만 또 제대로 된 사망증명서가 있어야만 공식적으로 사망이라고 인정한다. 시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비록 그가 사망처리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사망자라고 인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