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1 개요

소설전문

한컴타자연습을 해 본 사람이라면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만 듣고도 알 것이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라는 구절로 유명한 이효석단편소설로 1936년에 발표되었으며 원래 이효석이 발표한 제목은 '모밀꽃 필 무렵'이다. 교과서에도 실렸으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정도로 인지도 있는 작품이며 배경인 봉평(강원도 평창군)은 이 작품 덕에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사실이다

한국 문학사에 대단히 큰 한획을 그은 작품으로 이른바 소설에 주로 사용되는 서사 방식에서 상당량의 묘사를 사용하면서도 그 수준이 지극히 높은 수준이라 소설을 수필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얻는다. 바로 위의 구절만 봐도 알 수 있듯 아름답고 공감각적인 문체가 일품. 이야기 구성 면에서 꽤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허생원이 동이에 대해 마음을 열어갈수록 동이와 허생원의 물리적인 거리도 가까워진다.

교과서에도 자주 실렸고 한컴타자연습 때문에도 익숙하다. KBS 1TV의 구(舊) TV 문학관 시리즈와 2005년 이후의 HD 문학관 시리즈에서 드라마화하기도 했다. 1967년 이성구가 감독해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오래 전 작품이지만 소설을 좋아하면 구해서 볼 만하다. 젊은 시절의 이순재가 동이 역으로 나온다.

김동화윤승운을 비롯한 만화가들도 한국 단편소설 원작 만화로 자주 그린 바 있다.

2014년에는 연필로 명상하기에서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란 타이틀로 애니화도 되었다. # 2014년 8월 21일에 극장에서 개봉했으나 전국 40개도 안 되는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 수준이라 제대로 홍보되지도 않아 사흘간 관객 6,713명이 보았으니 그다지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여담이지만 메밀꽃은 냄새가 구리기로 유명하다. 환상이 박살나는 때가 다분하니 주의 요망(...). 메밀꽃은 밤에 봐야 더 아름답다.

유홍준 씨는 본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 작품과 이효석 작가에 대한 비평을 자세히 적어놓았다. 이효석 작가의 작품 중 문학적으로 가치있는 것은 메밀꽃 필 무렵 정도 밖에 없다고 한다. 이 작품의 결말에서 느껴지듯 후에 이효석 작가는 탐미주의로 빠져버렸다고…….

2 등장인물

  • 허생원
소설의 주인공. 왼손잡이이고 얼금뱅이다. 한 평생 장돌뱅이로 살았으나 변변한 재산도 여자도 없는 늙은이로 아직도 장돌뱅이로 떠돈다. 젊은 시절에는 돈을 조금 벌기도 했지만 노름으로 죄다 날리고 가족이라곤 늙은 나귀 한 마리뿐이라 이 나귀를 극진히 아낀다. 이 나귀도 노름으로 팔아치우려다가 그만두고 후일 노름빚 때문에 도망할 때 나귀를 데리고 가면서 너를 안 팔아 다행이라고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만난 젊은 장돌뱅이 동이와 동행하면서 서로 투닥투닥하는 사이지만 나중에 가면 자기가 젊었을 때 물레방앗간에서 있었던 하룻밤 썰 팔자에 있었나부지. 성처녀와의 이야기와 동이가 해 준 자기 어머니의 이야기가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둘 다 같은 왼손잡이라는 것[1]발가락이 닮았다을 보고 동이가 자기 아들이라고 확신하면서 동이의 어머니가 있다는 제천장으로 동이와 함께 간다.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이라는 것과 허생원과 성씨가 재회하리라고 암시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연명판 애니에서의 성우는 기영도.
  • 조선달
허생원의 친구로 나이가 지긋한 장돌뱅이. 허생원, 동이와 장을 함께 다니면서 그 사람들의 옆에 있어 준다. 연명판 애니에서의 성우는 이인성.
  • 동이
젊은 장돌뱅이. 아버지 얼굴을 모르고 태어나 계부와 마찰을 계기로 장돌뱅이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왼손잡이가 유전되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두 사람의 부자 관계를 암시하는 문학적 장치라 봐야 한다. I Am Your Father[2][3] 연명판 애니에서의 성우는 엄상현.
  1. 사실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이라는 복선이 깔려있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따졌을 때, 왼손잡이는 유전이 아니기에 이걸 근거로 들 수는 없다. 다만 워낙 글이 좋다보니 직접 읽으면 그런건 신경도 안쓰고 감상에 젖기 일쑤다.
  2. 여담으로 이런 식의 혈연을 암시하는 문학상 장치(동일한 신체적 특성)는 김동리역마에서도 나온다.
  3. 더 여담으로 '메밀꽃 필 무렵'은 그 장치로 인해 독자에게 행복한 결말을 기대케 하며 소설이 끝나지만 역마에선 그 장치로 인해 주인공이 자신의 비극적 숙명을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