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펠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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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희곡 <파우스트>에서 등장하는 악마이자 최종보스. 낭만주의적 악마의 대표격.

보통 쓰는 '메피스토'는 이 '메피스토펠레스'를 줄인 말이다. 뜻은 '증오하는 자'.

당시 인간들 사이에 퍼져 있던 모든 지식을 깨우치고 허무해하는 파우스트에게 귀엽고도 카와이한 검은 삽살개의 모습으로 접근해 그와 계약을 맺는다.[1] 계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에게 모든 종류의 쾌락을 제공하며, 파우스트가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2]라고 하는 순간 그의 영혼을 빼앗는 것. 서론 부분에서 언급되지만 이는 과의 내기로서, '순간이여 멈추어라'라는 말은 진리에 대한 끝없이 계속될 탐구를 포기하고 현재의 쾌락을 선택하는 타락을 의미한다. 물론 파우스트를 타락시키면 메피스토의 승리였다.

이후 파우스트를 회춘도 시켜주고, 악마와 마녀의 파티인 발푸르기스의 밤이거 말고에도 초대하며, 심지어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미인인 헬레네와 결혼도 시켜준다. 결국 파우스트는 지상 낙원을 목표로 한 영지를 건설하면서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라는 대사를 하고, 메피스토는 계약에 따라 그의 영혼을 가져가려고 하지만...

파우스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순수한 여인 그레트헨에 의해 파우스트의 죄 역시 용서받은 덕에 천사들이 그의 영혼을 구출하러 온다. 메피스토는 천사들에 대항해 끝까지 발악하나 천사들의 미모에 취해 발정하는 바람에(...) 그 사이에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긴다. 이후 불평을 토로하면서도 얌전히 귀환. 악마도 남자는 남자니깐(...)

사실 신이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한 것은 그레트헨 때문이기도 하지만, 메피스토텔레스와의 계약 내용이 실제로는 만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파우스트는 그의 목표가 이루어지면 그 때야말로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즉 파우스트의 말은 여전히 미래을 추구하는 것이며 현재의 쾌락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가 어떤 의미로건 정해진 말을 했으므로 계약의 내용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신 쪽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

사실 메피스토는 무서운 악마라기보단 우스운 조연에 가깝다. 나름대로 정겨운 캐릭터. 후대의 작품들에서 묘하게 고위급 악마로 나오는 경우(예:샤먼킹,디아블로 시리즈)가 있는데, 인간 하나 타락시키려고 상관인 아스모데우스에게까지 가는 걸로 봐서는 의외로 위상이 낮다는 주장이 있다.

사실 메피스토의 정체는 '사탄'이며 이는 파우스트에게 젊음의 묘약을 만들어주는 마녀를 통해 밝혀진다. 또한 파우스트의 전반적인 구조는 구약의 욥기를 따르고 있는데 욥기에서도 신과 내기하며 인간을 타락시키는 존재는 사탄이었다. 때문에 메피스토를 저급한 악마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 설도 확실하게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어차피 마녀한테 있어서 악마라는 것 하나만으로 넘사벽이란 것만은 분명한데다가, 작중에서 이 녀석에 대한 평가는 의심의 여지 없는 사기꾼이므로 진짜 사탄의 이름을 도용했을 뿐인 하급 악마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작중 파우스트가 단지 인간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요새 만화나 드라마를 통한 배틀물 같은 것과는 작품의 성질 자체가 다르기도 할 뿐더러 파우스트 개인이 상징하는 것도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1. 이 때 자기가 실수로 들어온 것처럼 가장하여 들어올 때는 자유지만 나갈 때는 제한을 받는다는 대사를 친다.
  2. 표현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서구권에선 '시간'과 '순간'이 같은 단어로 표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