范睢(? ~ 기원전 255년)
전국시대 진나라의 재상. 범저(范雎)라고도 하는데 '수'자와 '저'자가 비슷하게 생겨서 기록마다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사기에는 '범수'로 적혀 있다.[1] 한비자에서는 '范且'라고 표기되어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흔치 않은, 생전에 수많은 공을 세우고 제때 은퇴하여 천수를 누린 재상.
본래는 위나라 사람으로 능력이 출중했지만 가난한 탓에 위나라 중대부인 수가를 섬기게 되었다. 그러던 중 수가가 제나라에 갈 사신이 되자 사신의 수행원으로 제나라에 갔다가 제에서 금품과 더불어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어째서인지 이를 거절했지만, 이미 상관인 수가에게는 제대로 찍힌 몸이 되었고, 상관이 이를 위의 재상 위제에게 고발하자 반역자 취급을 받아 태형을 당해 개발살난 뒤 변소에 버려져 관리들의 육변기소변받이가 되었다. 이때 친구 정안평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 진으로 도망치게 된다.
이후 왕계의 식객이 되나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하급관리로 일하고 있었는데, 위염이 자신의 봉토를 늘리기 위해 제나라를 치자는 제안을 소양왕에게 하자 이를 비판하는 상소를 올리는 것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소양왕에게 등용되기 시작한다.[2] 이 당시 진왕은 꼭두각시같은 신세로 권력은 황후와 그 오라비 양후 위염, 또 진왕의 동생 경양군 등 몇몇 신하들이 거머쥐고서는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하루하루 속이 타 들어가던 진왕은 외척을 비판하며 부국강병의 계획을 모색하는 범수를 중용하게 되니 이 진왕이 바로 진나라의 전성기를 구가한 소양왕이었다.
이후 외척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점점 그의 지위는 높아져 재상이 되었다.그를 살려준 정안평을 장군으로 임명하였고, 자신을 왕에게 추천해 준 왕계를 하동 태수로 임명했다. 은원관계가 확실한걸로 유명한데, 밥 한그릇 대접해 준사람에게도 그 은혜를 반드시 갚고 눈 한번 째려본 흘긴 사람에게도 그 원한을 반드시 갚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삼국지의 법정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의 기본적인 처세술은 먼 나라와 수교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이었고, 그의 충고에 따라 소양왕은 위나라를 공격하여 영토를 빼앗고, 한나라에 대해서 압박을 가했다.
권력을 장악한 범수는 응(應)이라는 땅에 봉해져서 응후(應侯)로 불리게 되었다. 진이 계속해서 위를 압박하자 위에선 사신을 진에 파견하는데, 하필 그 사신이 예전 범수의 상관인 수가였다. 그가 진나라에 있다고 알아챈 범수는 초라한 모습을 하고 그 앞에 나타났는데, 그가 죽은줄 알았던 수가는 범수가 살아 있었던 것에 놀라, 범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3] 범수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어 일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범수의 초라함을 불쌍히 여긴 수가는 두터운 명주 솜옷을 범수에게 주어 "진나라 재상을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범수는 주인이 재상을 알고있어 대면시킬 수 있다고 해, 스스로 마부를 자청해 자신의 저택으로 들어왔다. 먼저 들어간 범수가 나오지 않아서 수가가 문지기에게 물어보니, "그분이 우리의 재상이십니다." 라고의 대답이 되돌아 왔다.
놀란 수가는 몹시 당황하며 범수의 앞에서 과거의 일을 사과했다. 범수는 초라한 행색을 하고 찾아온 그에게 두터운 명주 솜옷를 준 마음씨를 보아 살려준다고 하며 연회에서 수가에게 "위나라 왕에게 전하여라. 즉시 위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대량(위의 수도)성을 허물고 대량 사람들을 몰살시키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수행원에겐 산해진미를 대접하면서 수가에게는 짚과 콩을 접시에 담아주며 짐승처럼 먹게 시켜 원한을 풀었다. 놀란 위제는 조나라의 평원군에게 도망쳤다.
소양왕은 범수가 원망하고 있는 위제가 평원군의 식객으로 있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이 원한을 풀어 주고 싶었다. 그를 위해 평원군을 진나라에 초청한 후, "위제를 죽여 주지 않으면 함곡관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소"라고 위협했지만, 평원군은 거절하였다. 그러자 소양왕은 조나라 효성왕에게 위제를 내놓지 않음 평원군을 함곡관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군사를 보내 조나라를 칠것이라고 위협을 가했다. 결국 효성왕이 군사를 내어 평원군의 저택을 포위하자, 위제는 조나라 재상 우경(虞卿)과 함께 도망가고, 위나라의 신릉군에게 도움을 요구했다. 신릉군은 진나라를 무서워하여 위제를 받아 들이는 것을 주저했지만 식객의 설득을 듣고는 다시 생각하여, 국경까지 맞이하러 나왔다. 그러나 위제는 신릉군이 자신을 만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고 화를 내며 자결하였다. 효성왕은 위제의 목을 진나라에 보내고, 평원군은 해방되었다.
범수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명장이면서 정치적으로는 범수가 물먹인 양후 위염의 사람에 속하는 백기(白起)를 견제하였는데, 중상 모략해 백기를 죽여버리기도 했다.[4] 그런데 그 후임이었던 은인 정안평이 삽질끝에 조에 항복하게 되고, 하동 태수로 있던 왕계도 배신을 때리면서 당연히 연좌제로 인해 범수의 정치적 영향력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5]
이때 채택이라는 사람이 범수를 찾아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고, 다른 비참한 말로를 가졌던 권력자들과는 달리, 범수는 물러날 때를 알았기에 적절한 때에 물러나 응후의 지위를 누리며 부유한 말년을 보냈다.
삼국지 시리즈에 고대무장으로 나올 법한데 삼국지 12까지 단 한 번도 안 나왔다.- ↑ 비슷한 사례로는 제민왕의 모사였던 소수가 있는데 이 쪽도 다르게 소저라고 기록된 것도 있다. 또한 먼 훗날 촉한의 승상 비의가 삼국지연의에서는 '비위'로 잘못 표기된 것 역시 글자가 비슷해서 발생한 혼동 때문이다. 아무래도 옛날 사람들도 헷갈렸던 모양.
- ↑ 왕의 주목을 받기 위해 지나가는 왕의 행차때 대놓고 큰소리로 "뭐?! 왕이라구? 그런건 이나라에 없어! 있는건 태후랑 태후 오래비들 뿐이라고!"라고 외척을 비판하여 주목을 끈 뒤 독대해서 '가문을 키우는데 도가 튼 사람은 나라를 망칩니다.(!!!) 나라를 키우는데 도가 튼 사람은 다른 나라를 망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요즘도 별로 틀린것 같지는 않다해 주목을 받아 왕의 직속이 되었다라는 설도 있다. - ↑ 이때까지 범수는 장록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기에, 진나라 밖에서는 아무도 예전의 범수가 진의 승상 응후인줄 모르고 있었다.
- ↑ 일설에 의하면 범수는 나름 백기와 화해할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백기를 장평대전의 총사령관으로 보낸 것도 그 일환이라고. 그런데 백기는 눈치없게도 범수를 여전히 좋지 않게 보았다. 문제는 당시 범수는 왕의 의중 그 자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으므로 그에게 개긴다는 것은 곧 왕에게 개기는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결국은 왕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 ↑ 소양왕은 정안평의 사건으로 범수의 마음이 상할까 많은 재물을 하사하여 위로하고,신하들에게 이후 정안평의 일로 논의하는 자는 나에게 개기는걸로 간주하겠다며 범수에게 죄를 묻지 않았으나,이후 왕계가 배신을 때리자 은근히 범수를 비판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