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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hstein
독일의 피아노 제작자 칼 벡슈타인(Carl Bechstein)이 창립한 피아노 제조 회사와 거기서 만들고 있는 피아노 명칭. 1853년에 베를린에 제조 공장과 사무실을 마련해 창업했고, 3년 뒤인 1856년에 그랜드 피아노의 생산을 시작했다. 이듬해 독일의 유명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가 벡슈타인 그랜드 피아노로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를 연주한 뒤 명기로 호평하면서 이내 스타인웨이와 블뤼트너에 버금가는 독일 유수의 피아노 제조업체가 되었고, 소나타의 작곡자 리스트 자신도 뵈젠도르퍼와 함께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피아노로 평가해 공연과 작곡에 사용했다.
1881년에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피아노를 진상했고, 이후 영국의 귀족 등 높으신 분들의 주문이 잇따르자 첫 해외 지사를 설립했다. 1890년에는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사와 전시장을 설립했고, 1901년에는 런던에 자사의 이름을 딴 소공연장인 베히슈타인 홀[1]을 설립해 판촉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1차대전이 시작되자 중요한 해외 시장인 영국과 러시아가 적국이 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패전 후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피아노 제작 기술을 개량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업라이트 피아노 제조에 중점을 두어 간신히 경영난을 벗어날 수 있었다. 1930년에는 지멘스와 합작으로 전자 픽업을 장착한 첫 일렉트릭 피아노인 '네오-벡슈타인(Neo-Bechstein)' 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가 독일의 실세가 되면서 회사가 또다시 맛이 가기 시작했는데, 당장 최고 경영자였던 에트빈과 헬레네 벡슈타인 부부가 심각한 나치빠였다. 벡슈타인 부부는 히틀러에게 거액의 정치 자금과 고급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를 비롯한 사치스러운 선물을 제공했고, 공식 석상에서도 나치 찬양 발언을 하면서 회사의 대외 이미지는 막장이 되었다.
결국 그 업보였는지, 제2차 세계대전 후반이었던 1945년에 베를린의 본사와 공장이 연합군 공군의 폭격으로 대파되었고, 중요한 기술진들도 죽거나 부상을 입는 바람에 또 심한 타격을 입었다. 패전 후 회사는 연합군 군정의 엄한 통제를 받았고, 친나치 발언을 한 고위급 간부들은 재판에 회부되거나 비나치화(또는 탈나치화) 심사를 받아야 했다.
군정의 통제에서 벗어난 1948년에 다시 본격적으로 피아노 생산을 재개해 침체기를 벗어났지만, 냉전의 여파로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베를린이 동서로 분할되자 또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결국 1963년에 회사의 모든 주식을 미국의 볼드윈 피아노 컴퍼니에 팔아치우고 자회사가 되었고, 그러고도 왕년의 생산량과 판매량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1986년에 서독의 피아노 제작자이자 공연 흥행주인 칼 슐체가 볼드윈에서 경영권을 사들여 독일 업체로 복귀했고, 통일 후 베를린과 작센 지방에 공장을 재건하는 등 과감한 투자 전략을 도입했다.
1996년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주식 상장을 시작했고, 2003년에 대한민국의 삼익악기가 주식 대부분을 매입해 자사 브랜드로 두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에 벡슈타인의 재정 상태가 안정권에 들어서고 삼익도 미국 스타인웨이에 집중적인 투자를 결정하면서 다시 주식을 전량 매도했고, 현재 대부분의 주식은 독일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다.
지금도 여러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악기로 남아 있지만, 나치 시대의 흑역사 때문에 브랜드 가치에 큰 타격을 입었고 냉전 시대의 어정쩡한 위치와 안습했던 판매량 때문에 인지도 면에서 많이 발리는 편이다. 회사 측도 이미지 개선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지, 2006년에 러시아 출신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후원으로 벡슈타인 콩쿠르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상하이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분명히 독일 회사지만, 한국에서는 영어의 강한 영향력 때문인지 '벡스타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당장 삼익악기가 먹었을 때도 벡스타인이라고 홍보하는 바람에 아예 미국 회사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예 독일계 미국인이 설립한 스타인웨이를 제외하면 뵈젠도르퍼나 자일러 등의 독어권 악기 브랜드를 영어식으로 부르지 않는 만큼, 이 브랜드 명칭도 독일어 식으로 읽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