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 텐


좌측 하단이 브렌 텐. 참고로 우측은 S&W M610 Classic이라는 10mm AUTO 탄 사용하는 리볼버.
저 탄피는 누가 다 줍냐

작동방식쇼트 리코일, 브라우닝 하이파워 방식 링크리스 약실 잠김, 반자동, 더블액션 권총
무게표준형 1.077 kg, 포켓 모델 0.79 kg
길이표준형 223.3 mm, 컴팩트 모델 196.9 mm, 포켓 모델 175.3 mm
총신 길이표준형 127 mm (5 인치), 컴팩트 모델 101.6 mm (4 인치), 포켓 모델 95.3 mm (3.75 인치)
사용탄10mm Auto, .45 ACP, .22 Long Rifle
유효 사거리50m
장탄수표준형/컴팩트 모델10mm 11발, .45 ACP 10발, .22 LR 13발
포켓 모델10mm 8발. 애프터마켓 탄창으로 13, 14, 15, 17, 20발 탈착식 탄창이 존재

1 개발 역사

지금이야 군이든 경찰이든 대용량 더블액션/더블액션 온리 9mm 자동권총으로 대동단결이지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군경 조직에서는 리볼버자동권총을 함께 쓰고 있었다. 자동권총은 트리거가 가벼워 연사속도도 빠르고, 장탄수도 조금이라도 더 높고, 재장전도 매우 신속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강한 탄이라고 해봐야 .45 ACP가 한계였다. 리볼버는 대체로 총신이 길며 고정식인 만큼 명중률도 높고, 매그넘급 강력한 탄을 쓸 수 있지만, 장탄수가 6발 정도가 한계에다 연사속도도 느리고 재장전은 몹시 느렸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던 것이다.

둘의 장점을 가진 총을 만들자! 는 의도로 토마스 도너스와 마이클 딕슨은 1979년, .45 ACP.357 매그넘을 상회하는 강력한 탄을 사용하는 자동권총을 개발하자며 의기투합했다. 덤으로 슬슬 한물 갈 때 되지 않았나? 싶은 콜트 M1911보다 잘 팔려서 돈도 벌어주면 좋고.아시발꿈. 1911은 나온 지 100년이 넘었는데 인기가 사그러들질 않아

1980년, 두 사람은 이 분야의 가장 뛰어난 전문가에게 조언을 청하러 갔는데 그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현대 실전 권총 사격술의 아버지, 제프 쿠퍼였다. 제프 쿠퍼에게 달려간 도너스와 딕슨은 쿠퍼도 그런 총을 개발하려는 생각을 해봤다는 말을 듣고 도원결의 의기투합하여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 도너스와 딕슨은 공학적 기술과 제조, 마케팅을 맡고 쿠퍼는 개념적인 디자인과 기술적 조언을 했다. 이를 위하여 1981년 Dornaus & Dixon Enterprises Inc. 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사격 전문가인 제프 쿠퍼는 9x19mm 파라벨럼은 탄자는 가볍고 탄속은 높아서 저지력이 떨어진다고 봤고, .45 ACP는 탄자가 무겁고 탄속은 낮아서 펀치력은 좋지만 탄도나 사거리에서 단점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몇가지 와일드캣 탄자를 실험해보고 탄자 무게는 둘의 중간쯤으로 해서 센티미터(10mm, .40 구경) 탄자를, 탄속도 중간쯤으로 해서 이상적인 저지력과 곧은 탄도, 먼 사거리를 얻어내고자 했다. 쿠퍼의 기본안을 생산한 회사가 탄약 제조사인 Norma인데, 도너스와 딕슨은 노르마에서 가져온 탄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래서 1983년에 나온 결과물이 쿠퍼의 원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357 매그넘을 상회하는 자동권총용 림리스 탄인 10mm AUTO 탄이다.

위력으로 비교하자면 9mm 파라벨럼 << .40 S&W <<< .45 ACP <<<< .357 매그넘 << 10mm Auto <<<<< .44 매그넘 정도.

한편 총기의 제조는 저 유명한 CZ-75를 기본 모델로 삼았다. 조언을 한 제프 쿠퍼부터가 CZ-75는 9mm인 것을 제외하면 이상적인 권총이라고 평할 정도였으니 그들이 개발한 총이 CZ를 모델로 삼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CZ은 구조 면에서 베낄만한 메리트가 있는 좋은 총인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브렌 텐(Bren Ten)이었다.

총기의 생산은 1983년부터 시작됐지만 선행주문은 82년부터 받고 있었다. 권총의 대가 제프 쿠퍼가 참여하고, 자동권총이지만 존나 짱쎈 신형탄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니 흥미를 가진 총덕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생산이 시작되자마자 부랴부랴 싸서 보냈는데,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총 자체의 근본은 나쁘지 않았는데, 중소업체가 만들다보니 품질이 오락가락했다.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를 않아서 어떤 건 멀쩡한데 어떤 건 영 아닌 총이 나왔다.한마디로 뽑기...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브렌 텐이 좋은 총이라는 빠들과 쓰레기라는 까들의 대립이 있을 정도다. 더 큰 문제는, 기본으로 싸서 보낸 패키지에 탄창이 딱 하나밖에 안 들어있었고, (보통 총 사면 적어도 두 개 정도는 기본으로 넣어준다.) 일부는 탄창이 아예 없는 채로 배송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걸 얼른 해결을 했으면 좀 삐걱거리긴 했어도 어떻게 넘겼겠는데, 이탈리아의 하청 공장에서 만들어서 보내기로 한 탄창이 군수물자로 분류되는 바람에 수출 금지를 먹고 무려 2년간이나 미국으로 배송되지 못한 것이다! 기다리다 지쳐 분노한 고객들은 브렌 텐의 주문 예약을 취소했고, 1986년 도너스 & 딕슨 사는 도산한다. 83년에서 86년 사이에 생산된 총 수량은 1500정을 넘지 않는다.

마이너한 중소업체가 개발한 총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브렌 텐은 구하기 힘들고 비싼 신형탄을 쓰는 데다가 탄창 수급에 큰 차질이 있어서 쓰러지고 만 것이다. 저 문제를 해결했으면 자금 회전은 됐을 테니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할 수는 있을 테고, 운만 따라줬으면 브렌 텐의 미래는 의외로 밝았을 수도 있었다. 70~80년대에만 해도 경찰 쪽에서 방탄복이나 자동차 문을 통과할 수 있는 강력한 권총탄에 대한 수효가 의외로 있었고, 잘하면 FBI나 경찰 조직에서도 채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80년대 후반에 FBI가 10mm탄 권총인 S&W 1076을 사용한 것을 보면 말이다.

2 특징

사실 단순화시켜서 말하자면 브렌 텐은 크고 강하게 만든 10mm 오토탄 사용 CZ-75이다. CZ-75의 가장 큰 특징인 슬라이드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는 레일 형식을 그대로 갖고 있고, 프레임은 스테인리스강으로, 슬라이드는 강철에 블루잉 또는 크롬 처리를 해서 만들고, 당시 기준으로 팩토리 총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커스텀을 가미했다. 양손 모두 사용 가능하도록 좌우대칭형에, 안전장치는 CZ-75처럼 프레임에 달려있으며 더블액션 권총이기 때문에 제프 쿠퍼가 제창한 컨디션 원[1]/컨디션 투[2] 상태로 휴대가 가능하다.

이 총은 풀사이즈 표준형, 총신 길이를 단축한 컴팩트형, 전체적으로 사이즈를 줄인 컨씰드 캐리용 포켓형 세 버전이 있었다. 하지만 포켓모델은 사실 딱 2자루만 만들어져서 무시해도 될 정도.

흥미로운 특징으로, 프레임에 달린 수동 안전장치 외에도 슬라이드 후방 공이 위치 쪽에 푸쉬버튼식 안전장치가 별도 존재한다. 이걸 눌러주면 공이 자체가 잠기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겨서 해머가 때려도 발사가 되지 않는다. 이걸 독창적이라고 해야할지 수동 안전장치가 있는 이상 실용적으로 쓸모는 없는 기능.

기본적으로 10mm 오토탄 권총이지만, .45 ACP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컨버전 키트가 발매되었으며 풀사이즈 모델은 .22 LR탄 사용 컨버전 키트도 존재한다.

전금속제라서 조금 무겁다는 평이지만 M1911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10mm 오토 탄의 강력한 반동을 받아내려면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감안할 만하다. 일단 자동권총에서 .357 매그넘을 상회하는 강력한 탄을 쓴다는 메리트는 분명히 있다. 퀄리티 컨트롤이 잘 된 제품은 명중률도 괜찮다. 신뢰성 문제는 총기 별로 오락가락하는 게 좀 문제.

10mm 탄을 사용하는 CZ-75 클론이라는 개념은 브렌 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탄폴리오 사도 EAA 위트니스, 혹은 탄폴리오 컴뱃, 혹은 탄폴리오 T95라는 CZ-75를 베낀 권총을 만든다. 원판이 제법 좋은 총이라서 탄폴리오 권총도 가격도 싸고 성능도 딸리지 않는 유럽제 총으로 그럭저럭 인기가 있는데, 탄폴리오 T95는 9x19mm부터 9x21mm, .38 수퍼, .45 ACP, 10mm 오토까지 아주 다양한 모델을 한 자루의 권총에다 컨버전 키트로 바꿔끼울 수 있다.

3 브렌 텐의 부활 시도

브렌 텐은 (퀄리티 컨트롤이 된 제품이라는 전제 하에) 총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최초의 10mm 오토 사용 권총이라는 프리미엄도 있어서 묻어버리기엔 좀 아까운 면이 있다. 파산 법정에서 브렌 텐의 권리를 사들인 기업가 리처드 보이트는 페레그린 산업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도나스와 딕슨을 고용해서 브렌 텐을 개량하는 작업을 맡겨 페레그린 팰컨이라는 이름으로 브렌 텐을 부활시키려 한다. 약간 개량도 하고, 영 돼먹지 않았던 품질 수준도 안정시키고 겸사겸사... 그런데 이 회사도 90년대 초에 있었던 금융 사태로 융자금이 말라버리는 바람에 망했고, 이 회사에서 만들려하던 패레그린 팰컨은 프로토타입 약간 내놓고 조용히 묻혔다.

3.1 볼터 브렌 텐

2008년에 볼터 무기 시스템(VLTOR weapon systems)이라는 회사가 브렌 텐을 현대화시켜 부활시킨 브렌 텐의 개량 버전인 Fortis라는 권총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처음에는 그냥 브렌 텐의 구조와 디자인을 베낀 건가 싶었는데, 2009년 7월에 볼터는 자사가 브렌 텐의 브랜드 네임과 로고를 사들였다고 발표한다. 그래서 볼터는 포르티스와 브렌 텐이라는 이름을 함께 쓰고 있으며, 브렌 텐의 적법한 후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2010년 5월에 볼터 브렌 텐(Vltor Bren Te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무려 1100~1300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한정생산으로 1200정 가량 팔 것이라고 한다.

볼터 브렌 텐은 몇 가지 현대화된 개량과 신뢰성 향상 외에 주목할만한 점이 탄창인데. 브렌 텐이 쫄딱 망한 이유가 바로 탄창 수급 문제였다. 볼터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탄폴리오 T95/TZ-75 Force 권총의 10mm 버전의 탄창을 그대로 사용한다. 탄폴리오 사 총기의 탄창은 시장에서 구하기 쉬우니, 총이 생산되기 전부터 이미 충분한 수량의 탄창이 시장에 풀려있던 셈이다. 그런데 같은 CZ-75를 조상으로 하는 비슷한 모양의 탄폴리오 권총에 비하자면 두세 배 가량 비싼 가격인데 탄창까지 그걸 빌려다 쓴다니 미묘...애석하게도 탄폴리오 권총의 탄창을 사용하는 관계로, 구 버전 브렌 텐의 탄창은 볼터 브렌 텐에는 사용할 수 없다.

4 미디어에서의 브렌 텐

  • 미드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소니 크로켓이 브렌 텐의 애용자다. 파일럿 에피소드를 제외한 1, 2시즌 내내 애용했다.[3] 이 모델은 .45 ACP 공포탄을 사용하는 프롭건이었는데, 딱 2자루만 만들어졌다. 작품 속에서 조명이 낮은 상황에서도 총이 번쩍번쩍 잘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슬라이드까지 크롬 코팅을 했는데,[4] 드라마가 히트를 치다보니 브렌 텐 소유자들도 영향을 받아서 크롬 처리한 슬라이드가 훨씬 인기있고 애프터마켓 크롬 처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 이노우에 소라의 만화, "제로인"의 히로인 "나즈메 미쿠루"가 이것을 2정 사용한다. 외관은 어머니가 커스텀해준 것.
  • 영화 라스트 액션 히어로에서 악역인 '존 플랙티스'가 투 톤 버전을 사용한다.
  • 만화 건 스미스 캣츠의 원안격인 라이딩 빈에서 라리 빈센트가 애용하는 총이다. 단, 이것은 작가인 소노다 켄이치총덕이라 메인으로 쥐어준 것으로 라리 본인은 딱히 특정 총에 집착하는 성격은 아닌 듯. 그런데 건 스미스 캣츠에선 CZ-75 성애자로 만들어 버렸다
  1. 탄창 장전, 약실 채우고, 해머 코킹, 안전장치 건 상태. 싱글액션 자동권총의 전투 휴대 상태
  2. 탄창 장전, 약실 채우고, 해머는 낮춘 상태. 더블액션 자동권총의 전투 휴대 상태
  3. 이후에는 CZ75의 .45 ACP 버전인 CZ97을 사용.
  4. 브렌 텐 표준 모델은 슬라이드는 블루잉 처리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