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密.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심리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1999년 일본에서 제작된 타키타 요지로 감독, 히로스에 료코, 고바야시 카오루 주연, 사이토 히로시 각본의 영화. 주제가는 다케우치 마리야의 '천사의 한숨'.
1 줄거리
스기타 가의 한 모녀가 버스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해 병원에 후송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딸과 함께 응급실에 실려온 어머니(스기타 나오코)는 죽음에 임박한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생존을 갈망했다. 생명이 경각에 달한 상태에서 마침 눈에 띈 것은 옆자리에 누운 채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딸 모나미의 육체였다.
생존에 대한 열망과 집념은 본의든 그렇지 않든 그녀의 영혼을 젊은 딸에게 빙의시키는 계기로 볼 수 있다. 결국 본체는 죽었지만 나오코 자체는 딸에게 빙의되어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남편인 헤이스케의 입장에서는 화를 내기도 그렇고 기뻐하기도 그런 참 애매한 입장이 된 것이다.
나오코는 자기를 위해 딸의 몸을 박탈했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곧 "열심히 공부해서 딸에게 몸 돌려줄 방법 알아보겠다"며 사태를 수습한다. 남편도 이에 동의하고 그 때까지 영화의 제목처럼[1] 스기타 부부는 모나미의 몸은 나오코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을 둘만의 비밀로 한다. 나오코는 밖에서는 모나미로 집안에서는 나오코로 이중 생활을 하며 젊은 모나미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산다.
모나미의 똑똑한 두뇌를 이용해 자신의 머리로는 들어가지 못했던 의과대학에까지 합격한 나오코는 자신의 새 인생에 나름대로 만족해한다.
나오코 입장에서는 딸의 몸을 먹은 업보와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친부모에게조차 자신이 모나미로 살아있음을 이야기 하지 못 할 만큼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스기타 나오코 자신의 정체성을 유일하게 이어주고 있는 존재인 헤이스케는 "언젠가 공부해서 딸 몸을 돌려준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계속 아내가 딸의 몸을 잠식중인 상황에 대한 당혹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딸의 학교 교사가 대쉬해오기도 하지만, 그는 호감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훨씬 크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이러다보니 육체 관계가 없는 부부가 되어버려, 부부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헤이스카와 모나미에게 빙의된 나오코는 성교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헤이스케의 입장에서 보면 아내가 차지한 딸의 몸은 정체성이야 어쨌든 자신의 딸이기 때문에 성적 접촉 대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는 당연히(?) 무산된다.[2]
이런 와중에 나오코가 다니게 된 대학 선배가 대쉬해오기도 하고, 점차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된다. 이에 당혹한 남편은 현장을 급습해서 둘을 갈라놓기 위해 "우리는 우주에서 왔다!"라는 명대사를 날린다.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 나오코는 어떤 굳은 다짐을 품기 시작하고, 그런 와중 기적적으로 모나미의 의식이 언뜻 언뜻 돌아온다. 한몸을 가지고 모나미와 나오코의 의식이 교대로 깨어나면서 한동안 다시 전처럼 행복한 가족관계가 복원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오코가 깨어있는 시간이 나날이 줄어들게 되고 나오코는 자신이 나오코로서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결국 나오코는 헤이스케와 연애시절 추억이 서려있는 등대에서 마지막 이별을 고하고 눈을 감는다. 다시는 나오코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듯 했다.
시간이 흘러 딸 모나미는 사고 당시 죽은 버스기사의 아들이자 라멘가게를 운영하는 청년과 결혼식을 올린다. 아버지는 성숙한 딸을 대견하게 바라본다.
이 아래부터는 진짜 중요한 반전이므로 알고 싶지 않으면 스킵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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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나오코는 계속 모나미에게 빙의중이었으며, 모나미의 인격은 모두 나오코가 연기했다는 충격의 반전.
나오코는 새 인생을 위해, 그리고 남편으로부터 가정을 덜어내고 관계를 지속하기 힘든 남편을 정리하고자 딸 모나미처럼 연기했던 것이다. 결국 딸 모나미는 어머니에게 몸을 뺏긴 후 한번도 의식을 되찾지 못 했고, 의과공부를 해서 딸의 의식을 되찾아주겠다는 약속 또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설령 처음엔 진심이었더라도 행복한 새 인생에 젖어들어 마음이 변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딸의 인격은 어머니의 생존을 위해 소멸당한 셈. 부부관계만 너무 부각되어 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딸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서는 불편해한 관객들이 많았다.
나오코를 이해하는 해석으로는, 나오코와 헤이스케는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고 대외적으로 모나미로서도 생활을 해나가야하기 때문에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죽이고 헤이스케와의 이별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헤이스케에게 계속 나오코로 남는다면 둘중 어느 쪽도 행복해 질 수가 없었기 때문. 따라서 자신의 인격만 사라지면 헤이스케도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고 모나미도 대외적으로는 모나미로서 살아갈 수 있게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저히 모나미인 척 연기를 한 것이다. 애초에 뇌의학 공부를 한들 빙의현상을 고친다거나 사라진 영혼을 다시 불러들일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남편 헤이스케는 "당신… 이제까지 쭉 당신이였어?"라는 표정을 지은 후 모든 것을 이해한 듯이 사위인 후미야에게 장인으로서 한대 때리게 해달라고 한 뒤 주먹으로 때려 쓰러뜨리고는 나오코에게 '축하해' 라는 말을 남긴다. 나오코 역시 헤이스케를 아련하게 쳐다보면서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이 결말에 대해서는 싫어하든 좋아하든 '충격적이었다'는 것에는 관객 모두 공감한다. 추리물인 원작대로라면 모순으로 얽히고 섥힌 실타래가 풀리는 일종의 해결 국면이며 나오코의 속임수가 까발려지는 장면이지만, 이 작품은 지나치게 서정성을 부각시켜 아예 장르가 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감동만을 느끼고 싶다면 하이라이트의 등대 씬까지만 보고 이게 진 엔딩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물론 최종 엔딩도 이후의 내용을 관객의 상상에 맡긴 열린 결말의 형식을 취해 묘한 여운을 느낄 수 있게 한다.
2 소설과 영화의 차이
원작 소설과 영화판의 이야기 전개는 비슷하지만 전개 방식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소설은 대체로 차갑고 건조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의 시점에서 전개 되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인 나오코의 심리 상태나 행동의 동기를 알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리하여 영화판과는 달리 소설판의 나오코는 추리물에 걸맞는 의뭉스런 캐릭터로 표현되어 있다.
영화판의 전개를 보면 같은 내용을 다루긴 해도 반전의 뒤통수 때리기를 심화하려는 듯 추리물적 분위기가 거세되어 있다. 그리고 중반까지의 내용은 나오코의 심리 상태나 부득이한 행동 등에 대한 경위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판 관객들은 원작 독자들과 달리 이 작품의 장르를 로맨스 드라마로 생각하다 막판에 뒤통수를 맞는다.
이러한 대비가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이 후반에 나오는 주요 인물인데, 소설판은 차가운 인상의 엔지니어지만 영화에서는 라멘 가게에 다니는 선량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런 반면, 영화 속에선 나오코가 자기 새 인생 살려고 남편을 버린 것처럼 보이기 쉽지만 소설에선 헤이스케가 준 결혼 반지를 비밀리에 녹여 새 결혼 반지로 만드는 행동을 보이기도 해서 영화판보다는 남편 헤이스케에 대한 남은 애정과 죄책감이 훨씬 잘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결론은 딸 몸으로라도 살아있는 아내 때문에 재혼 시기 놓치고 혼자 늙어가게 된 헤이스케 안습. 원작을 보면 생과부도 아니고 생홀아비의 불쌍한 면면을 볼 수 있다.
3 기타
竹內まりや(다케우치 마리야) - 天使のため息(천사의 한숨) |
-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천사의 한숨'이 흐르면서 스탭롤이 올라갈 때 관객 대다수는 "반전이 놀랍다"는 반응보다는 어이를 상실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등대 장면의 감동을 돌려줘~" 라는 반응도 있었고, 거기서 스탭롤이 올라가면 어쩌냐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처음부터 원작을 알고 있던 이들은 이런 주위 반응을 즐기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결말을 알고 보는 2주차 관람부터가 제대로 된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 영화 내용 중에는 '딸을 잃은 슬픔'이라는 부분이 거의 표현되지 않는데, 멀쩡한 딸의 몸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내용 속에서 부성애보다는 나오코가 적극적으로 '모나미로서' 살아가려는 것에 감정이입하여 보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리고 초반 이외에 모나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사실은 나오코 였다는 결말로 인해 모나미라는 고유의 인물은 사실 영화 전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딸의 인격은 그냥 공기 비중이며, 때문에 훈훈한 가족영화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 뤽 베송이 이 영화를 인상적으로 보고 리메이크 판권을 사갔다는 루머가 있다. 뤽 베송은 2001년에 와사비라는 영화에 히로스에 료코를 캐스팅하기도 했다. 2007년에 데이비드 듀코브니 주연의 The Secret이라는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다.
- 영화 전체에서 상당히 겨울 느낌이 나지만 촬영은 모두 여름에 이루어 졌다. 겨울 장면은 전부 CG + 세트 촬영이다. 촬영 기간도 짧은 편이었는데 기본적인 스케쥴이 주연 배우인 히로스에 료코의 여름 방학에 맞추어져 있었다. 촬영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있으면 안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히로스에 료코 항목 와세다 대학 사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