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귀

尙哀
(? ~ ?)

후백제의 장수이며, 관등은 '일길찬'이다.

기록에 전공을 남긴 정말 몇 안되는 후백제의 장수들 가운데 하나이다. 932년에 후백제왕 견훤의 명을 받아 해군을 이끌고 예성강을 타고 북상하여 고려의 수도 개경을 직접 공격하였다고 전한다.

이 때에 고려 수군을 급습하여 100여척을 불사르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때 고려군은 함대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기에 물길을 통해 개경을 위협하는 후백제의 수군을 두고 볼 수 밖에 없는 위태로운 처지였다.

상귀는 그런 고려군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저산도에 상륙하여 고려군이 기르던 군마 300여필을 약탈하였으며, 3일 동안 머무르며 염주, 백주, 정주에 정박해있던 고려 선박 1000여 척을 불태우는 공적을 올린다. 그러나 그 이후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 삶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거의 없다(...).

당시의 패배가 고려 수군에게는 꽤나 아픈 기억이었는지 삼국사기나 고려사에 모두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왕건이 장군으로 활약할 때에 우세한 해군력으로 나주를 공략하여 견훤을 엿먹였던 전적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꽤나 아이러니한 패배.

이후에도 견훤은 해전으로 왕건을 엿먹이는데 맛을 들였는지 상애로 하여금 수군을 이끌고 다시 고려를 공격하였다. 상애 역시 상귀처럼 수군을 이끌고 고려의 장수 만세가 이끄는 함대를 무찌르고는 저산도에 상륙하여 노략질을 하다가 유금필이 의병을 일으켜 항거하자 돌아가버렸다.

사극 태조 왕건에서는 후백제의 장수로서 주로 수군을 지휘하는 장수로 등장하지만 어째 애술, 신덕보단 약간 비중이 떨어지는 장수로 묘사된다. 신검의 쿠데타 시엔 능환, 신덕과 더불어 신검을 옹립하는데 앞장섰고, 독약을 먹고 자결한 최승우의 목을 벤 것도 상귀가 부하들에게 지시한 것. 우락부락한 인상과 더불어 성격도 꽤 과격한지 한 때 자신의 주군이었던 견훤을 노망난 늙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견훤이 금산사로부터 도망쳐 나주에서 배를 타고 고려로 가려고 할 때 수군을 이끌고 막아섰으나, 견훤이 갑자기 나타나서 "이놈들아, 나를 알아보겠느냐?"라며 호령하자 부하들이 당황하여 명령을 전혀 듣지 않는다. 활을 쏘라고 목이 쉬도록 외쳐대는데도 말을 안 듣는 부하들 때문에 당황하는 모습이 압권(...) 결국 눈앞에서 견훤을 놓치는 것은 물론 견훤을 호위하던 유금필이 닥돌하자 배가 부서지면서 수군도 피해를 입는다.

그러고는 일리천 전투에서 견훤이 선봉을 선 고려군에 맞섰지만 견훤이 항복을 권유하자 병사들이 무기를 버리고 줄줄이 항복하는 바람에 이를 막느라 안습하게도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했고, 병사들의 이탈을 막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가 배현경에 뒤이어 달려 온 유금필의 칼에 목숨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