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귀환

셜록 홈즈 시리즈
장편주홍색 연구네 개의 서명바스커빌 가의 개공포의 계곡
단편집셜록 홈즈의 모험셜록 홈즈의 회상록셜록 홈즈의 귀환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셜록 홈즈의 사건집
등장인물셜록 홈즈존 왓슨
허드슨 부인레스트레이드 경감마이크로프트 홈즈메리 모스턴
제임스 모리어티아이린 애들러세바스찬 모런
기타미기록 사건

1 개요

The Return of Sherlock Holmes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 단편집 중 하나. 셜록 홈즈가 베이커가로 귀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단편인 <빈 집의 모험>을 시작으로 복귀 이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코난 도일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실린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가 죽었다고 쓴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그를 다시 다루는데 거부감이 덜해지고, 또 다른 작품들이 인기를 끌지 못하자(...) 결국 홈즈를 부활시키기로 한다. 독자들이 고대하던 셜록 홈즈의 부활인지라 잡지사에서 찍어내는 부수가 삽시간에 동이 나는 바람에 독자들이 출판사에 직접 가서 줄을 지어 책을 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코난 도일이 장기간 홈즈 시리즈를 놓고 있었던 탓에, 이 시리즈를 포함한 후기 작품들은 예전에 비해 질이나 박력 면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도일은 부인의 사망 때문에 강령술 등의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 영향을 받은 듯. 그래도 본 시리즈 중 <춤추는 사람 인형>이나 <여섯 점의 나폴레옹 상> 등은 괜찮은 평을 받는다.

첫 번째 단편인 <빈 집의 모험>에서 홈즈가 런던으로 돌아와 친우 존 왓슨과 함께 다시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친 뒤,[1] 두 번째 에피소드인 <노우드의 건축업자>부터는 아예 왓슨이 다시 베이커 가로 이사오는 것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2 수록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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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빈 집의 모험

홈즈가 죽은 후 혼자서 살고 있던 왓슨. 가끔 신문에 나는 살인 사건을 직접 추리해보기도 하지만 그에겐 역부족인 경우가 많았고, 이번의 로널드 아데어 도령 살인사건도 그러했다. 아데어는 뒤에서 권총을 맞은 채 문이 잠긴 방에서 발견되었는데, 방이 3층에 있었기 때문에 외부의 침입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밖에서 권총으로 쏘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이에 흥미가 동해 재미삼아 현장에 간 왓슨은 돌아오려던 중 늙은 서적수집가와 부딪치는데, 사무실로 돌아온 후 늙은이가 자신을 찾아오자 적잖이 놀란다. 그 늙은이와 책 수집에 대해 잡담을 하다가 잠깐 눈을 돌렸는데, 놀랍게도 그 사이에 늙은이가 변장을 풀고 본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안에서 나온 건 죽은 지 3년이나 지난 셜록 홈즈였고, 놀란 왓슨은 즉시 기절해버린다.

기절했다 깨어난 뒤 어안이 벙벙한 왓슨에게 홈즈는 자신이 살아난 방법에 대해 말해준다. 내막인 즉, 절벽에서 싸우기는 했지만 홈즈가 이기고 모리어티만 떨어졌다. 홈즈는 잔당들을 잡으려면 자신이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는 쪽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3년동안 사망 처리된 채로 유럽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해온 것이다.[2] 왓슨은 재회를 기뻐하지만 홈즈는 급한 일이 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라나설 것을 권하고, 그들은 그렇게 빈 집의 모험에 나서게 된다.

사홈즈가 빈 집의 모험에서 사냥하려던 사람은 바로 죽은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의 오른팔인 세바스찬 모런 대령. 그는 마지막 사건에서 모리어티가 홈즈에 의해 폭포로 떨어져 사망하자 두목의 뜻을 이루기 위해 홈즈를 공격했지만 놓쳐버린 것. 그리고 오늘 그 기회를 잡아서 하숙집의 창문가에 서 있는 홈즈(정확히는 홈즈의 흉상)를 죽이려 했다가 홈즈와 왓슨,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 붙잡힌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사실이 밝혀지는데, 바로 모런 대령이 이 에피소드의 앞부분에 언급된 아데어 도령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던 것. 모런은 맹인 기술자가 만든 특제 라이플(라이플인데 리볼버용 총알을 쏠 수 있다)을 사용하여 먼 발치에서 아데어 도령을 저격, 살해했다. 동기에 대해 홈즈는 둘 사이의 금전적인 문제[3]라고 추측했지만, 왓슨은 그 추측이 맞을 거라고 한다.

홈즈의 귀환을 알린 기념비적인 단편이긴 하지만 파고들어 보면 실수가 여전히(...)많다. 예를 들어 변장의 천재인 홈즈가 왜 왓슨의 반응을 염려하는가?이다. 앞서 홈즈는 이런저런 모습으로 변장하고 돌아다녔는데 왓슨은 이를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헌데 본 에피소드에서는 홈즈가 "왓슨이 알아보면 적들이 눈치를 챌까봐"라고 설명한다. 물론 일생 최대의 위기로 죽을 뻔한데다가 본인이 살아있는 걸 알고 보이기만 하면 죽이려고 덤벼들 적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신경이 웬만큼 굵은 사람도 노파심이 들어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려는 심리가 생기는건 당연하니, 왓슨에게 정체가 탄로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애초에 홈즈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친밀하고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 왔던 건 형과 왓슨 둘 뿐이고 변장을 혹시라도 알아 볼 지도 모를 사람 역시 그 둘 뿐일테니까.

하지만 이런 오류가 있다고 해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당시 가장 열렬한 환영을 받은 단편이기도 했다. 죽은 줄 알았던 셜록 홈즈가 살아 돌아와서 다시 대활약을 펼치기 시작했으니까. 그의 재등장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독자는 아무도 없었다. 코난 도일:다행이다

2.2 노우드의 건축업자

베이커가로 돌아온 그들. 홈즈가 "요샌 (모리어티의 죽음으로) 재미난(…) 사건이 없어서 탈이다"라고 투덜대는 순간[4], 존 헥터 맥펄레인이라는 청년이 하숙방으로 뛰쳐들어오더니만 자신이 노우드의 건축가 조너스 올데이커를 살해한 용의자가 되었다면서, 살려달라고 의뢰한다. 곧이어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뒤따라 들어와 맥펄레인을 체포하려고 하지만, 홈즈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수사에 참여한다.

그러나 홈즈는 오랜만에 큰 좌절을 맛보게 되는데, 평소의 방법대로 수사를 했으나 발견한 단서들은 맥펄레인의 무죄를 증명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결정적인 단서로 맥펄레인의 피묻은 지문[5]까지 발견된다. 이에 레스트레이드는 홈즈를 한껏 무시하고는 곧바로 보고서를 쓰고, 이에 홈즈는 거기서 큰 발견을 했는지 저택 3층으로 올라가서 바닥에 깔아놓은 짚에 불을 붙이고 "불이야!"라고 외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복도 끝이 벌컥 열리더니 살해당했다던 조너스 올데이커가 튀어나온다.

사건의 진상은 빚으로 곤란을 겪던 올데이커가 자신을 살해당한 것으로 위장해서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벌인 짓. 그 와중에 살인 혐의를 덮어씌울 대상으로 찾은 것이 맥펄레인이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처녀 시절에 올데이커와 약혼했다가 파혼한 사이였기에 앙심을 품고 복수할 목적으로 덮어 씌운 것이었다. 올데이커는 맥펄레인의 살인 혐의를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밀랍에 우연히 찍힌 지문에 자신의 피를 발라 벽에 찍어 뒀는데, 오히려 이게 사건을 뒤집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홈즈가 첫 번째로 조사할 때는 그 지문이 없었는데, 없던 지문이 발견되자 홈즈는 올데이커의 사망 자체에 의문을 품고 그가 어딘가 숨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집 전체를 조사, 3층 복도가 아래층 복도보다 짧다는 것을 발견하여 숨은 곳을 알아내어 불이 난 것처럼 위장, 올데이커를 제 발로 나오게 한 것.

여담이지만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홈즈의 실수가 있는데, 바로 바깥에서 불에 탄 유골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보지 못했나?라는 것이다. 올데이커가 뼈를 놓고 불태워서 자신의 시체가 홀랑 탄 것처럼 보이게 했고, 진상을 파헤친 홈즈는 소설 말미에 "왓슨, 자네가 나중에 글을 쓸 때는 토끼 뼈로 해놓게."라고 말한다. 여기서 이것이 진짜 사람의 뼈인지 동물의 뼈인지, 그와는 별개로 홈즈는 정말 이것을 몰랐는지가 문제시되었다. 대다수의 여론은 그 외에 달리 언급된 사람[6]이 없는데다 뼈가 숯이 되었고, 홈즈가 설마 몰랐겠냐는 의견이 더해져 그 뼈는 동물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그라나다판 셜록 홈즈에선 이 유골이 올데이커에게 살해당한 전직 선원인 부랑자의 시체인 것으로 나온다. 불에 탄 잿더미 중에서 홈즈가 거대한 백상어의 이빨을 찾아내는데 흔히 선원들이 새겨놓는 표식을 발견하여 불에 탄 유골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설명.

2.3 춤추는 사람 인형

The Adventure of the Dancing Men

파일:Attachment/dancingmen.png
Am here Abe Slaney(에이브 슬레이니가 여기 있다)

노퍽 주의 영주인 힐튼 큐빗이 의뢰한 사건. 그는 오기 전에 홈즈에게 아이의 낙서처럼 보이는 사람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보낸다. 그는 자신의 아내 엘시가 그 그림을 너무나도 무서워한다고 말하며, 그녀가 요즘 편지를 받고 두려워하며 불 속에 던져버리는 일이 자주 있다고 말한다. 낙서같은 그림은 집안 곳곳에 그려져 있으며, 각각 다른 길이와 모양으로 인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낙서라고 생각해서 지웠지만 계속 나타난다고 말하며 해독을 부탁한다.

홈즈는 정말 오랜 시간을 들인 끝에 그 암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한다. 암호 글자 하나하나가 알파벳과 1:1로 대응되기 때문에 힐튼 큐빗이 보내온 여러 가지의 암호문과 사건에 등장하는 관련된 단어, 알파벳의 일반적인 등장 빈도수를 재료로 하여 암호를 풀어나간다.

한편 힐튼은 해시계 위에서 새로운 그림을 발견했다며 보내고, 그것을 본 홈즈는 그 그림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곧바로 다음날 아침에 노퍽 주로 출발한다. 그러나 의뢰인인 힐튼 큐빗은 사망, 아내 엘시는 중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된다. 게다가 두 사람이 같은 방에서 발견됨과 동시에 리볼버가 두 사람의 중간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엘시가 남편을 쏘고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홈즈는 이제까지 풀었던 그림 암호와 총탄이 창틀에 명중한 것을 보고 제 3자의 정체를 추측하고, 이곳으로 즉시 오라는(come here at once) 그림 암호를 작성하여 범인을 사건 현장으로 유도하여 체포한다.

그는 힐튼의 저택 근처 농장 '엘리지'에 하숙하고 있는 '에이브러햄(에이브) 슬레이니'로, 시카고에서 가장 위험한 악당이었다. 아내 엘시는 미국 갱단 두목의 딸이였으며, 슬레이니는 그의 약혼자였다. 하지만 그를 싫어하고 힐튼과 사랑에 빠진 엘시는 영국으로 도피하고, 결국 그녀를 찾아낸 슬레이니는 갱단에서 이용하던 춤추는 사람 암호(힐튼이 말한 이상한 그림)으로 협박하고, 홈즈가 오기 전날 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말다툼하는 것을 힐튼에게 발각되게 된다. 힐튼과 슬레이니는 각각 총을 쏘지만 힐튼은 중상을 입어 사망, 슬레이니는 도망치고, 자괴감에 빠진 아내 엘시가 자살기도를 한 것이 사건의 진상.

꽤 평가가 좋은 단편 중 하나. 작 중 나오는 암호문이 비록 단순히 알파벳을 다른 형태로 치환한 것 뿐이고 깃발로 띄어쓰기를 표시해 암호 중에서는 풀기 쉬운 쪽이긴 하나[7] 그걸 그냥 '홈즈가 열심히 해석해서 풀었다'는 식으로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그 과정이 그럴듯해서 특히 평가가 좋다. 자세한 풀이 과정은 이 링크 참고.

얼핏 보면 모르지만, 베어링굴드[8]의 주석판에 의하면 그림이 똑같은데 의미하는 철자가 다른 것이 한 쌍 있다고 한다. 편집 때 잘못되어 생긴 오류라고. 그것이 뭔지는 직접 찾아보자.그런 거 없는 거 같은데? 아니 진짜로

이 작품에 등장한 춤추는 사람 암호는 실제 폰트로도 나와 있다(!)(참조)

2.4 자전거 타는 사람

바이올렛 스미스란 시골의 음악교사가 의뢰한 사건. 본래 홈즈는 협박사건을 해결하느라 거절하려고 했지만,[9] 의뢰인의 미모가 대단했는지 결국 들어주기로 한다.

사건 자체는 흔해빠진 스캔들 같았다. 음울하지만 신사같이 잘 대해주는 고용주 봅 캐루더스와 그의 불한당 친구이자 붉은 수염이 인상적인 잭 우들리가 그녀를 두고 투닥댄 게 자주 보인 것. 급기야 싸움이 벌어지고 나자 바이올렛은 캐루더스의 집에서 일하는 걸 그만뒀는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바이올렛을 검은 수염을 단 남자가 역시 자전거로 미행하는 것이다! 이에 홈즈가 협박사건에 몰두하느라 왓슨을 보내 조사를 시키자, 왓슨은 그 남자가 바이올렛이 과감하게 역주행했지만 더 빨리 도망가거나 잠시 수풀로 들어가서 넥타이를 고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다는 점과 찰링턴 홀이라는 근처의 저택을 윌리엄슨이란 전직 목사가 빌렸다는 것 등을 알아낸다. 허나 조사를 하고도 "온갖 쓸데없는 것만 알아가지고 왔다"라며 홈즈에게 포풍까임을 당한다(…). 왓슨 지못미 그래서 홈즈가 '조용한 하루'를 보내러 직접 조사를 하지만, 우들리와 싸우기만 하고 돌아온다.[10] 결국 바이올렛이 아예 그 지방을 떠나겠다고 통보를 하자 홈즈는 마음에 걸려서 왓슨과 그 지방으로 떠나는데….

검은 수염을 단 남자는 변장한 봅 캐루더스였다. 큰 반전은 없고, 바이올렛이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미행하는 척 하면서 우들리 일당이 나타나지 않게 감시를 한 것. 이에 우들리와 윌리엄슨은 런던으로 간다던 바이올렛을 납치하여 강제 결혼식을 올리지만, 우들리는 캐루더스에게 꼴 좋게 총을 맞고[11]윌리엄슨도 가볍게 홈즈에게 제압당한다. 사실 캐루더스와 우들리는 바이올렛의 늙은 삼촌과 아는 사이였는데, 그가 유언으로 바이올렛에게 재산을 남기자 처음에는 바이올렛과 어떻게든 결혼하고 유산을 차지하려 건너왔지만 바이올렛을 본 캐루더스가 진심으로 반해서 자신은 결혼을, 유산은 우들리가 가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도중에 우들리의 마음이 바뀌어서 강제 결혼+유산 독차지를 하려하고 캐루더스는 이를 막으려하게 된 것. 하지만 강제 결혼은 위법인데다가 주례를 선 윌리엄슨은 옛날에나 진짜 목사였다가 오래전에 목사 자격을 잃은 가짜 목사였고 결국 우들리와 윌리엄슨은 강제 결혼식을 올린 죄로 구속되고 캐루더스는 우들리를 쏘긴 했으나 정상참작을 받아 간단히 몇 달만 구류된다.

딱히 인상적인 장면이 없어서 크게 인기가 없는 단편. 홈즈가 해결한 게 별로 없어서 편집자도 거절했고, 코난 도일도 '차라리 앞의 3편(빈 집의 모험, 노우드의 건축업자, 춤추는 사람 인형)이 이것보다 낫네'라고 여겼다고 한다. 굳이 건진 부분이라면 홈즈의 싸움 실력 정도?(…)

2.5 프라이어리 학교

2.6 블랙 피터

'블랙 피터'라는 악명으로 유명한 전직 포경선 선장 피터 케리가 작살에 배가 뚫려 처박힌 시체로 발견된다. 피터라는 작자는 가족들도 허구한 날 구타하고, 말리던 신부까지 두들겨패서 경찰에 구속되었던 인물로, 이웃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도 천하의 개쌍놈이라고 치를 떨며 외면하여 지금은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기에 아무런 목격자도 없다. 경찰이 그의 유족을 찾아가 사건을 이야기하니 '죽어서 잘됐다'라고 치를 떨 정도. 사건을 수사하던 홈즈는 밤중에 피터의 집으로 찾아와 뭔가를 찾던 존 호프리 넬리건이라는 젊은 사내를 사로잡는다[12]. 젊은 사내인 그는 6년 전, 은행에 있던 모든 주식 자산을 들고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가 피터가 타던 배랑 연관이 있어 찾아왔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피터 케리 선장은 악독하고 지독한 성격이었는데, 그 때문에 자신의 아내와 딸을 마구 폭행하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피터 케리 선장에 대해서 치를 떨던 유족들은 그가 죽어서 해방되었으니 좋아했던 것이다. 그리고 6년 전 행방불명되었던 젊은 사내의 아버지는 유명한 은행가였으나 은행을 파산시켜버리는 바람에 콘월의 절반이나 되는 가정을 파탄시켜버렸다. 그는 어떻게든 주식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북유럽으로 가는 다른 배를 타고 가다가 조난당했었는데, 피터 케리 선장이 발견하고는 그를 자신이 지휘하는 배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는 어느 양철 상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피터 케리와 하루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식에 대한 정보를 말해버리고 만다. 그날 밤, 그 은행가는 홀로 나와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젖었는데 바로 피터가 단검으로 살해하고 시체도 바다에 버렸다. 그리고 피터 선장은 그 상자가 엄청난 양의 주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놀고 먹기 위해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선장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그 상자 안에 있는 주식 일부를 팔아먹고 자신의 가정을 괴롭히면서 편히 살아가고 있었다. 넬리건의 경우 주식 거래소에 자신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주식의 일부가 올라온 것을 발견하고 놀라 피터 캐리 선장을 찾아온 것인데, 만나기 전 선장은 이미 살해당했던 상태.

후반부에 피터 선장을 죽인 인물이 밝혀진다. 범인은 페트릭 케인스(Patrick Caines)라는 피터 선장의 배에 있었던 전직 선원으로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 쌈지에 이니셜이 세겨져 있었던 데다가[13] 위스키도 아닌 뱃사람이 즐겨 마시는 럼주가 꺼내져 있었고, 작살로 사람 몸체를 한번에 뚫을 수 없었던 홈즈의 추리로 인하여 '힘이 센 뱃사람'이라는 하나로 압축된 것이었다. 살인이 있던 그날, 바로 케인스는 잠이 오지 않아 바깥으로 나와 뱃머리 근처에 안 보이게 앉아 하늘이나 보고 있다가 살인을 목격했던 거였다. 피터 선장은 케인스에게 살해 현장을 목격당하였고, 게다가 그의 성격은 아주 악독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몫을 때달라는 선원을 술김에 단검으로 죽여버리려고 했다. 피터의 단검 던지기 솜씨는 무서울 정도라 빗나간 적이 없었으나 술이 많이 취해 운좋게 빗나간 거였기에 이대로 있다간 죽게 될 것이라고 케인스가 도리어 전시되어 있던 작살을 바로 꺼내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였고 그대로 작살에 꿰뚫려서 즉사해버렸다.

케인스는 자기 몫이라고 생각했던 상자를 차지하여 기뻐하였으나 그는 배만 타던 사람이었기 떄문에 주식이라는 것을 잘 몰랐고 그 상자에 있는 것들이 쓸모 없는 종이쪼가리 뿐이라고 생각하여 망연자실하다가 홈즈의 계략[14]으로 인해 결국 붙잡혀서 위의 자세한 이야기를 다 한다. 범인으로 의심받던 젋은 사내는 누명을 벗었으나 주거 침입이라는 가벼운 죄[15]는 피할 수 없을 것이고, 페트릭 케인스는 조만간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자기를 노리고 죽이려던 선장을 정당방위로 죽였다고 주장한다면 감형될 수도 있겠지만...

그 엄청난 주식의 가치를 노리고 범죄를 저질렀던 피터 케리 선장으로 인해서 여러 사람이 고통받았고 피터 케리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그 전에 피터 케리가 팔아먹은 주식 일부는 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홈즈는 말한다. 결과적으로 주식이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과 피터 케리 선장의 욕심적인 마음가짐으로 인해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만 것.

1980년대 셔얼록 호움즈라는 괴이한 이름으로 나온 미완성 전집에서는 이 단편을 무리하게 1권으로 만들다보니,상당부분 덧붙여졌었다. 맨 처음에 홈즈가 왓슨과 같이 푸줏간에 가서 작살가지고 매달아둔 돼지고기에 힘껏 던진다. 당연히 푸줏간 주인이 기겁하지만 돈을 주고 번갈아 던지는데 작살이 꽂아둔 두툼한 고길 통째로 뚫지못한다. 푸줏간 주인에게도 작살을 주며 작살로 고기를 뚫으면 돈을 더주겠다고 하지만 주인도 실패한다. 역시 보통 사내 솜씨론 어렵다고 가게를 나오는데 주인이 "홈즈씨, 고기는요? 고기 1마리를 통째로 사시곤 그냥 가시게요?"하자 홈즈는 작살 실험삼아 샀는데 필요없다고 나왔다. 그리고 피터의 칼솜씨에 대하여 유족이 회고한다든지 여러 부분이 추가됐다. 마지막에 사건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배가 고픈 둘에게 허드슨 부인이 푸줏간 주인이 그래도 고길 통째로 사셨으니 맛좋은 부위라도 드시라고 가져와서 지금 다 조리했다고 말하고 홈즈가 잘됐다며 저녁이나 즐기자고 미소지으며 끝났다...뭐야 재밌어보이잖아
실제 소설에서는 작살을 옆구리에 꿴 괴상망측한 차림의 홈즈가 베이커가 221B호로 들어오고 아침식사를 하던 왓슨이 그 꼴을 보고 기겁하며 시작된다. 그 이유인즉슨 사람이 작살 하나로 단번에 사람을 궤뚫을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도살장에 다녀왔기 때문. 그리고 홈즈는 웬만한 사람 힘으로는 단번에 작살로 사람을 관통하는 것이 힘들다고 결론을 내린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셜록 홈즈는 구부러진 쇠막대를 다시 되돌릴 정도로 힘이 센 편인데 그런 그조차 단번에 관통시키는 것은 힘들다는 것은 범인이 상당한 괴력의 소유자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밝혀졌다.

셜록 홈즈 게임인 셜록 홈즈: 죄와 벌의 첫번째 사건으로 이 사건이 약간 각색되어 등장한다.

80년대 소년중앙인지 소년경향인지 몰라도 어린이 만화잡지에서 간추려서 연재된 바 있는데, 당시 시대가 시대인지라 잔혹한 것도 아이들 잡지에 아무렇지 않게 나오던 시대[16]였기에 삽화에서 작살이 피터 선장 몸을 뚫고 벽에 박힌 그림이 꽤나 잔혹하게 묘사되기도 했다...눈을 부릅뜨고 피를 입으로 붉게 토하며 죽는 얼굴까지...

2.7 여섯 점의 나폴레옹 상

어느 날 베이커가로 찾아온 레스트레이드가 뭔가 고민이 있는지 한숨을 푹푹 쉰다. 뭔지 물어보는 홈즈와 왓슨에게 레스트레이드는 사건을 털어놓는데, 나폴레옹 석고 흉상만 보면 어디든지 들어가서 때려부수는 미치광이같은 범인이 등장하는 이상한 사건이다. 영국에서도 나폴레옹을 존경하는 사람이 꽤 많아서인지 이 흉상은 영국 곳곳에서 얼마든지 팔았고 값도 꽤 싸구려였다. 그럼에도 어느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었다. 피해자 가운데, 나폴레옹을 무척 존경하던 사람도 있어서 나폴레옹을 싫어하여 벌인 짓인지? 집에 몰래 들어간 다른 건 일절 안 건드리고 오로지 나폴레옹 흉상만 부수니 대체 무슨 일인지 아리송할만 했다.

흥미를 느낀 홈즈가 조사에 나서려는 순간 피에트로라는 이탈리아인이 살해된 채 발견되고, 그 옆에는 나폴레옹 상이 깨져 있었다. 홈즈는 범인을 직접 쫓으려는 레스트레이드와 달리, 사건들의 초점이 석고상 자체에 있다는 점[17]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제까지 파손된 나폴레옹 석고상이 모두 한 곳에서, 그것도 같은 시간에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홈즈는 범인이 남은 두 개의 석고상들 중 가까운 쪽에 있는 것을 먼저 해치우리라 예상하고, 현장으로 가서 범인을 검거한다.

범인은 베포라는 이탈리아인이며 조각상 기술자였다. 더불어 피에트로가 가진 소지품에 그의 사진이 나왔기에 이 사진을 가지고 석고상을 만들던 독일인 공장장에게 보여주면서 이름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미소지으며 잘 이야기하던 독일인 공장장은 베포의 사진을 보자 얼굴이 일그러졌는데 그의 이름과 간략한 소개를 하며 베포가 이 공장에서 일하던 이탈리아인인데 성격이 지랄같아서 여러 폭력사건을 일으켰고 결국 칼질까지 벌여 사람을 다치게 하는 통에 내쫓아버렸다고 한다. 다만 조각상 기술 실력만은 너무나도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베포의 친척이 공장에 일하는데 정반대로 성격도 좋고 성실하여 지금도 잘 일한다면서 불러드릴까요? 하지만 홈즈는 그 사람은 아무 연관이 없으니 놔두라며 공장에서 나왔었다.

어쨌든 범인이 베포라는 것과 그를 잡아 사건은 해결했지만 이것만으론 뭔가 해명이 되지 않은 가운데, 갑자기 뒷얘기를 나누던 홈즈 일행에게 방문객이 찾아와서는 홈즈의 요구에 따라 나폴레옹 석고상을 팔고[18]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방을 나가자 홈즈는 가차없이 그 나폴레옹 석고상을 때려부순다.

사실 석고상을 계속 파괴한 이유는 바로 보르지아흑진주였다. 사실은 피에트로의 여동생이 이탈리아 왕세자비의 하녀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빼돌린 흑진주를 피에트로가 갖고 있다가 베포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이 때 경찰에게 쫓기게 되자 자신의 직장인 석고상 제작소로 가서 막 건조되고 있던 석고상에 구멍을 내고 숨긴 것. 그러나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된 사이에 석고상들이 이미 다 판매되자 베포는 나름대로의 조사를 통하여 그 석고상들을 일일이 깨부숴서(석고에 달라붙었기 때문에 깨봐야 확인이 가능했다) 흑진주를 찾으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베포와 한패거리였던 피에트로가 베포를 의심하고 추적했다가 도리어 역관광당한 것. 그리고 진주는 홈즈가 가져갔다 이 진주는 이제 제 껍니다

왓슨과 레스트레이드의 칭찬에 홈즈가 기분이 좋아서 얼굴을 붉히는 진귀한(…) 장면이 나오는 단편이다. 물론 얼마 못 가서 다시 무뚝뚝한 인상으로 돌아갔지만.

2.8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

공갈의 제왕인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 그는 사교계의 유명인사들을 과거의 사소한 잘못젊은날의 과오[19]으로 착취하는 악당이었다. 홈즈는 이번에 피해자가 될 위기에 처한 여성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밀버턴과 만나 그 증거를 사들일 예산을 낮추기로 한다.[20] 그러나 약삭빠른 밀버턴은 문제의 편지를 자택에 놔두고 온 상태였고, 급기야 밀버턴에게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 이게 뭐냐. 그냥 달려들어? 그리고 난 지금 피해자니까 너네들을 쏴죽여도 정당방위"라고 모욕을 받는다. 게다가 홈즈가 "만약 당신이 끝내 폭로를 해버리면 정작 받기로 한 돈은 받지 못할텐데, 지금 내가 제시한 돈이라도 받으시지?"라고 협박하자 겁을 먹기는 커녕 "내가 손대고 있는 인사가 그녀 외에도 몇 명 더 있는데, 폭로를 해버리고 나면 겁을 먹은 그들이 돈을 더 제시할 테니 상관 없소."라며 한 수 더 뜬다.

이에 홈즈는 배관공으로 위장하고 그의 주변을 들쑤신다. 본인의 설명에 의하면 밀버턴의 하녀와 거짓 약혼[21]하여 밀버턴의 집에 대한 정보를 전부 꿰게 되었다고. 그리고 홈즈의 폭탄발언이 이어진다. "왓슨, 나는 그 집을 생각일세."

왓슨은 말리지만 홈즈의 설득-편지만 훔치고 나올거니까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22]-을 듣고 홈즈와의 실랑이 끝에 절도극에 동행하기로 한다.이 때 홈즈는 "좋아, 우리 둘은 오랫동안 이 방을 같이 써 왔는데 감방까지 같이 쓰면 퍽 재미있을 거야."라고 명언을 남기기도. 여담이지만 이 때 홈즈는 온갖 도둑질 세트를 보여주면서 "난 탐정이 아니면 이 쪽으로 큰 이름을 날렸을 것"이라고 인증.(…)[23]

홈즈와 왓슨은 큰 무리없이 밀버턴의 저택에 침입한다. 그런데 금고를 따는 동안 왓슨이 열려 있는 창문을 발견하거나 밀버턴이 자지 않고 방으로 돌아오는 등 뭔가 이상하게 꼬인다. 사실은 밀버턴은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이에 밀버턴은 여자 방문객의 요구대로 협박용 증거를 사들이려 하는 순간, 그 방문객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바로 밀버턴의 피해자들 중 한 사람이었던 것. 그녀는 차디찬 눈으로 권총을 겨누며 "내 인생을 말아먹은 것 말고도 네놈 때문에 내 남편까지 충격을 받고 그만 세상을 떠났다. 나와 죽은 내 남편의 복수다!" 라며 밀버턴이 뭐라 변명과 협박을 하기도 전에 밀버턴을 쏴 죽이고[24] 도망간다. 한편 뒤에 남은 홈즈는 왓슨과 함께 밀버턴이 협박용으로 수집한 편지(의뢰인의 것 포함)들을 전부 불태우고 그 방을 빠져나온다. 이 때 왓슨은 가장 빠른 추격자에게 잡힐 뻔 하지만 뿌리치고 무사히 도망친다. 다음 날 레스트레이드가 홈즈에게 밀버턴의 살인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홈즈는 "범인들 중에는 법이 닿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복수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며 고사한다. 그리고 홈즈는 기억 끝에 문제의 여자 방문객이 사실은 사망한 고관의 미망인[25]이었음을 깨닫지만 침묵을 지킨다.

홈즈의 추리가 빛난 적은 없지만 법의 한계에 경종을 울리는 듯한 단편. 실제로 본문 초반부에 피해자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니, 그들은 밀버턴을 잡아넣을 생각을 못 해. 기껏 징역 살게 해서 뭐 하겠나? 자기 신세를 망칠 게 뻔한데."라고 말한다. 물론 피해자들이 전부 사소하게나마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공갈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므로 밀버턴은 천하의 개쌍놈 확정. 또한 레스트레이드가 범인'들'[26]은 '오로지 증거를 소각할 목적으로 침입했으니 높으신 분들일 것이다'라고 말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언급한다.

이 작품도 그렇고, 후대에 들어서면서 홈즈 본인이 점점 법의 선을 넘고 있는 것 같은 모습도 보여준다. 당장 본 에피소드만 봐도 홈즈는 절도 및 살인 방조죄[27], 연애사기죄(…) 등등.

밀버턴의 실제 모델이 존재하는데 바로 찰스 오거스터스 하웰(Charles Augustus Howell, 1840~1890)이다. 미술상으로서 실제 영국 시인인 단테 로세티(Dante Gabriel Rosetti)더러 자기 아내와 함께 묻은 시를 파내라고 설득했을 정도.

셜록 시즌3의 메인 악역 도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상기에 나온 것처럼 홈즈를 말빨로 누르고, 법적으로는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어 불법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대라는 점에서 모리아티의 뒤를 이어 셜록에게 대적할 악당으로 낙점된 듯.

2.9 세 학생

홈즈가 왓슨과 함께 어느 시골의 대학에서 이런저런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 대학의 학감인 소움즈가 달려와서 누군가가 출제 예정이던 그리스 어 시험 문제[28] 를 미리 살펴봤는데 범인을 모르겠으니 도와달라고 한다. 홈즈는 과학실험이나 마음 푸근한 난장판(…)이 없어서 불쾌한 기색이지만 결국 들어준다. 하지만 학감의 설명을 듣자 천성을 버리지 못하고 도와준다.

용의자는 셋(멀리뛰기 선수 길크리스트, 인도인 라스, 개싸가지(…) 천재[29] 맥클러런)이나 되는데 증거는 긁힌 탁자와 이상한 흙 부스러기, 몽당연필의 껍질뿐이다. 게다가 같이 현장을 목격한 하인인 배니스터는 놀라서 의자에 앉아 기절까지 한 데다 홈즈가 질문할 때도 계속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게다가 범인을 밝히는 출처가 될 것 같았던 몽당연필도 재고가 남지 않은 바람에 조사가 막히나 싶었는데...

범인은 바로 멀리뛰기 선수이자 최장신이었던 길크리스트. 탁자에 긁힌 자국은 멀리뛰기 운동화였고 흙 부스러기는 그 스파이크에서 빠진 거였다. 또한 배니스터가 놀라서 의자에 주저앉은 이유는 바로 그 의자 위에 길크리스트의 장갑이 있었기 때문. 게다가 배니스터는 길크리스트의 아버지의 집사였다. 소움즈 학감이 나가자 숨어 있던 길크리스트에게 자수하라고 설득했던 것. 길크리스트도 홈즈 때문에 자수는 못했지만 미리 준비했던 편지(자퇴하고 딴 곳으로 간다는 내용)를 보여주며 정직을 지키는 것이 되면서 해피 엔딩.

홈즈가 은근히 소움즈 학감을 놀려먹는 대목이 있다. 초반부에 소움즈가 "창문이 작아서 거기로는 못 들어올 거다"라고 얘기하자 홈즈가 묘한 미소를 띠는데, 후반부에 "누구씨 말로는 건물 반대편에서 보는 눈이 있는데 누가 창문으로 들어오겠냐"라고 돌려서 깐다.

한국에서 최초로 번역, 소개된 홈즈 소설이다. ‘탐정 긔담 충복’이라는 제목으로 1918년 10월 19일부터 11월 16일까지 5회에 걸쳐 태서문예신보에 실렸으며 홈즈는 '듀뢰장', 왓슨은 '심희창' 등 등장인물의 이름이 바꿔졌다. 번역자가 누구인지는 불명.

2.10 금테 코안경

비오는 날 밤에 스탠리 홉킨스 경위가 찾아와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피해자는 어느 노교수의 조수이며 증거물은 안경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홈즈는 그 안경 하나만으로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결국 홈즈는 홉킨스와 함께 코람 교수의 저택으로 가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허나 의심스러워 보이는 교수는 하체가 불편한데다 막상 사건 발생 시각에는 계속 방에만 있었다고. 게다가 오히려 홈즈에게 "그 녀석(비서)은 자살한 것 같다"라고 정면으로 반대한다. 홈즈는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골몰하고, 교수의 하녀와 가정부를 상대로 이런저런 정보를 얻어낸다. 그리고 교수의 방으로 되돌아가서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범인은 홈즈가 교수와 얘기할 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정확히는 그 방의 한쪽 구석에 있는 비밀 공간에 숨어 있었다. 홈즈는 밖으로 나가는 복도와 교수 방으로 들어오는 복도의 디자인이 같다는 사실에 착안하고, 안경을 잃었으니 눈이 나쁜 상태에서 범인이 길을 잘못 들어 교수 방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그리고 교수의 방 안에서 앞에 가구가 하나도 없는 수상한 책장을 발견하고 담배를 피워대며 재를 그 책장 앞에 뿌려두었다. 그리고 하녀를 통해 교수의 식사량이 갑자기 늘었다는 것을 알아내고 담뱃재에 발자국이 생긴 것까지 발견, 범인이 교수 방 안에 숨어있음을 추리해 낸다.

사실 범인인 안나는 코람 교수(본명은 세르게이)와 함께 러시아에서 혁명가로 활동했었는데 코람 교수가 배반한 탓에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이 모조리 시베리아의 소금 광산굴라그으로 끌려가 일하게 되었다. 게다가 코람 교수는 안나가 썼던 일기를 가지고 그걸 들먹이며 안나를 조롱했고, 안나는 몇 번의 수사 뒤에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일기를 되찾으려 했지만 조수와 맞닥뜨려 몸싸움을 벌이다 우연히 조수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본인 말론 자기가 집어든 게 칼인지도 몰랐다고).

결국 안나는 사실을 밝힌 뒤에 자신의 동료들을 구할 서류가 담긴 꾸러미를 홈즈에게 전달하고, 독을 먹고 쓰러진다. 홈즈가 얼른 약병을 빼앗지만 은신처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독을 먹었기에 결국 그녀는 사망하고, 홈즈는 왓슨과 함께 자잘한 사실들을 이야기해준 뒤 러시아 대사관으로 가서 서류를 전달한다.

홈즈 말마따나 이야기는 보잘 것 없지만 내막이 더 흥미로운 사건이다. 굴라그 비스무리한 시베리아가 언급된다는 것만 봐도(…). 대체적으로 범인이 누구냐라기보단 그 트릭을 밝혀내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다만 이 작품의 트릭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저택의 구조가 상당히 괴상해야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의 저택의 약도를 보면 굉장히 괴상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11 실종된 스리쿼터백

2.12 애비 그레인지 저택

2.13 두 번째 얼룩

  1. 그레이엄 무어(Graham Moore)의 셜로키언에선 <빈 집의 모험>의 아이디어는 코난 도일이 탐문 수사에 도중 만난 여관집 주인이 지껄인(...) 플롯이라고 나온다.
  2. 일종의 갑툭튀한 설정으로 보고 억지스럽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억지는 아니다. 마지막 사건의 마무리(왓슨의 입을 빌려 설명된다)도 홈즈가 죽었다고 직접적으로 서술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풀 수 있는 것.
  3. 모런과 아데어는 카드게임에서 한 편이었는데, 모런이 속임수를 쓰는 걸 눈치챈 아데어가 빠지라고 했다. 하지만 모런은 사기도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결국 아데어를 살해했을 것이라는 얘기.
  4. "범죄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모리어티 경의 애석한 사망 이후 런던은 유난히 따분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을 듣고 질색을 하는 왓슨은 덤.
  5. 지문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 실제로 이 무렵에 영국 경찰에 처음으로 알려져 도입되었다.
  6. 올데이커의 가정부인 렉싱턴 부인이 있지만 홈즈가 "그 사람을 확보하는 게 좋을 겁니다."라고 해서 생존 내지 도피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7. 더 복잡한 암호는 띄어쓰기도 없거나 눈에 안 띄는 방식으로 넣고 단순히 글자를 치환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걸 일정한 규칙으로 뒤섞거나 미리 정한 숫자를 알아아 풀 수 있거나 하는 식이라 훨씬 풀기 어렵다.
  8. 진정한 셜로키언. 셜로키언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홈즈 시리즈의 주석판을 낸 적도 있다.
  9. 본 단편의 무대는 1895년, 뒤에 나오는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은 1899년이다. '대단히 복잡다단한'이란 수식어를 쓴 걸 보면 밀버턴 사건의 복선으로 보인다.
  10. 홈즈는 이마가 찢어지기까지 했지만, 우들리는 마차에 실려갔다고 한다;;; 그후 바이올렛이 보내온 편지에는 그렇잖아도 흉하게 생긴 우들리가 더 보기 흉해졌다고...
  11. 우들리:이미 늦었음. 이제 내 아내임 ㅋㅋㅋ / 캐루더스:즐! 미망인임 (빵) / 홈즈:어차피 저 목사가 짜가라 결혼 성립 안되는데 (...)
  12. 이전에 한 번 더 온 적이 있었는데 바보같이 자신의 이니셜이 박힌 수첩을 떨어뜨리고 도망친 탓이다.
  13. P.C.라고 새겨져 있었는데 이게 피터 캐리('Peter Carry)로 읽힐 수도 있어 경찰은 선장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홈즈는 선장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14. 자신을 북극해로 항해를 떠나는 바질 선장으로 변장하고 작살을 다룰 수 있는 선원을 구한다고 광고를 냈던 것이다. 이에 케인스는 제 발로 베이커가 221B호로 들어왔고 홈즈가 아침 식사를 핑계로 초대한 형사와 홈즈, 왓슨의 기습으로 체포된다.
  15. 선장 살해 후 집에 들어가기 위해 자물쇠를 따고 들어갔다.
  16. 토막살인, 식인 살인, 머리가죽 뜯어버리기..등등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당당하게 아이들 보는 잡지 부록에 세계의 괴담이라며 나오던 시대이다...
  17. 그냥 무작정 때려부순 게 아니라 주인의 가족들이 소리를 듣고 깨어날까봐 들고 나가서 부수거나 가로등이 있는 곳까지 가서 부쉈다.
  18. 10파운드(2016년 정도 한국 돈으로 130만원이 넘는다.)로 꽤 비싸게 샀다. 그 팔던 사람이 나 이거 살때 값이 얼마더라~~라고 값을 말하며 즉 홈즈씨는 수십배나 주고 사는 것이라고 고백하지만 홈즈는 "양심적이시군요, 하지만 내가 먼저 그 돈 내겠다고 했으니 약속대로 그돈 드리겠습니다."라고 계약서 쓰게하고 샀다. 뭐 홈즈는 10파운드 투자한 셈인데 이 흉상 안에 있던 진주를 주인이 1천파운드 상금을 걸었기에 홈즈는 100배 이득을 본 셈이다.
  19. 정확히는 애인을 두거나 결혼식을 앞둔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사귀거나 그의 명성에 흠집이 갈 만한 일이었다. 홈즈는 이런 제보를 하는 사람들을 "배은망덕하다"고 평가. 판단은 알아서.
  20. 700파운드 정도를 준비했지만 밀버턴이 요구한 건 그 10배. 홈즈가 왓슨에게 밀버턴이 700파운드를 주고 그런 정보를 산 적이 있는데 그 정보를 사서 엄청 더 받아먹어 그 피해자는 파산했다는 말을 했었다... 적어도 7000파운드 정도도 이 정도는 될 듯
  21. 왓슨이 일이 끝나면 여자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간단하게 "경쟁자가 있으니까 그냥 차버리지 뭐"라고 대답한다. 일편단심 왓슨 물론 경쟁자는 왓슨이 아니라(…) 하녀의 다른 애인을 뜻한다.
  22. 현대와는 당연히 다르다. 그 당시엔 결투라든가 신사도라든가 등등 예절이 강조되었기에 가능한 일. 물론 지금은 이유야 어쨌건 법의 심판을 받지만, 대신에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23. 과거 국내 번역판에서 이 부분을 "내가 탐정이 아니라 도둑 쪽으로 갔더라면 아르센 뤼팽같은 건 상대도 되지 않을걸?"이라고 편역했던 적도 있다. 덕분에 이 책자들을 어릴적에 보고 코난 도일이 홈즈를 엿먹이던 모리스 르블랑을 비꼬네? 라고 알던 이들도 있다. 자세한 건 헐록 숌즈 항목 참고할 것.
  24. 밀버턴의 유언이 가관인데 "내..내가 당하다니!"....
  25.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나오지는 않는다. 거리의 초상화 가게에 그녀의 그림이 있고, 홈즈와 왓슨이 그녀의 정체를 알고 순간 놀랐을 정도면 대단히 유명한 인물로 설정한 듯.
  26. 이 때 레스트레이드가 붙잡힐 뻔 했던 한 공범(왓슨)의 인상착의를 알려주자 홈즈가 장난스레 "왓슨과 비슷하네요"라고 말한다. 레스트레이드가 웃으며 넘어가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27. 왓슨은 여자 방문객이 밀버턴을 죽이려 했을 때 막으려고 숨어 있던 곳에서 나가려 했지만, 홈즈가 말렸다. 밀버턴은 죄의 심판을 받은데다 우리의 목표는 증거물을 없애는 데에 있다는 것. 단순히 범죄의 실행을 막지 않은 것만으로는 방조가 성립하지 않는다.
  28. 투키디데스의 그리스 어 원문 번역. 아마도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추정된다.
  29. 시험공부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서 학감이 문을 두드렸는데도 문을 열지 않고 "지옥에나 떨어져라"라고 일갈한다. 물론 학감인지는 몰랐겠지만 그럴거면 문에 써서 붙여 놓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