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소개
neurosurgery
흉부외과 뺨치는 지옥
주로 뇌, 척수, 뇌신경과 척수신경, 말초신경 등 신경계에 생기는 다양한 질환들에 대해 수술적 치료를 하는 분야. 주로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수술을 하는 게 대부분이며, 최근에는 내시경, 방사선, 혈관 내 수술, 통증 치료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분야들로 확장되고 있다.
신경외과의 특징 중 하나로는 무서울 정도로 길고 긴 수술 시간이다. 시간이 5시간 넘는건 기본이요, 뇌기저부 수술이나 그외 복잡한 구조에서의 수술 같은 경우엔 수술 시간이 최대 하루를 넘길 정도라, 수술팀 전체가 수술을 교대로 수행하기도 한다고.
게다가 혈관이나 신경은 매우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술장 분위기도 매우 긴장된 편이다. 애초에 신경외과에서 응급이나 난이도가 높은 수술은 대부분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수술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긴장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인력은 모자라는 편이다. 수술이 많은 병원의 경우 수술팀이 모조리 수술방 들어가 버리면 바깥의 병동환자를 1-2명의 저년차들이 모두 담당하면서 뺑뺑이 도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신경외과 전공의의 수가 적기 때문인데 과거에는 이것이 학회의 산아제한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사실은 신경외과 수련이 가능한 수준의 병원이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특히 뇌신경계의 심각한 손상은 수술만으로 회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수술전후에 상당히 다양한 과들이 개입하게 되는데 소위 3차 병원이라고 불리는 대학병원이나 상급 종합병원이 아니면 이렇게 다양한 과가 구비되어 있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 따라서 신경외과의 경우 3차 병원 이외에는 레지던트 TO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는 뇌와 심장이다. 심장이 뛰더라도 뇌가 죽은 경우 그 사람은 사망한 것으로 판정되며, 심장이 안 뛰면 뇌가 버틸 수가 없다. 또, 뇌와 말초신경을 연결해주는 척수가 손상되면 하반신 마비 혹은 전신마비 등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장기가 어디 있겠냐만, 이런 중요한 장기들을 다루는 이들 과는 가장 전문성이 요구되는 진료분과이다.
2 파트별 구분 및 전문의 이후 진로
신경외과는 크게 뇌종양외과, 뇌혈관외과의 '뇌' 파트와 척추신경외과의 '척추'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각 파트간 상황이 매우 차이가 난다.
2.1 뇌 파트의 경우
응급환자가 밀려온다! 이들 응급환자의 경우 보통 뇌동맥류나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뇌출혈 같은 뇌졸중 등의 질환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장기 특성상 정밀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수술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잠잘 시간이 거의 남아나지 않는데, 장기 특성상 비슷한 정도의 손상이라고 해도 다른 장기의 손상에 비해 예후가 훨씬 나쁜지라 중환자실 호출도 잦아서 안 그래도 부족한 수면시간이 더 부족해진다. 그래서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나간 사람들의 몫은 이제 누가 해야 한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안 그래도 빡센데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빡세진다. 악순환의 반복.
게다가 뇌 파트의 경우 로컬에서 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학병원이나 대규모 종합병원이 아닌 곳에서는 전공을 살리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전공의의 대부분은 이 곳 대신 척추 파트를 희망하며, 이 쪽 지원자가 거의 없어 파트 구분을 폐지하고 그냥 뇌 수술하고 척추 수술을 다 돌리는 대학병원도 상당히 많아졌다고 한다.
2.2 척추 파트의 경우
봉직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다. 다른 과 의사가 손대는 것이 불가능한데다가 학회 차원의 인원 조절도 잘 이루어지고 있어 고용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개업을 할 경우 정형외과 전문의와 함께 척추 클리닉을 여는 것이 일반적. 다만 이 쪽도 미세 수술인지라 수술 시간이 굉장히 길다. 한마디로 노동강도와 벌이의 등가교환.
뇌 파트가 응급환자로 붐비는 것에 비해, 응급환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뇌 파트와 달리 긴박한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레지던트의 대부분이 희망하는 파트이기도 하다. 뇌 파트보다 편한데다가 전공 살리기도 좋으니까. 다만 뇌 파트에서 언급했듯 이제는 파트 구분이 사라지고 있어서 양 쪽을 다 돌아야 한다.
신경외과는 과거엔 척추수술/치료 전문으로 고수익을 올리며 잘 나가던 과였다. 봉직 시장에서도 척추수술을 할 줄 아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전문의 중에서도 제일 높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척추전문병원에서 양심에 따라 진료를 했지만 일부 과잉진료하는 병원이 있다는 이유로[1] 심평원에서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하는 수술을 일괄적으로 대거 삭감해버렸다. 정말로 수술의 적응증이라서 수술을 하더라도 신경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하면 삭감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은 과거에 신경외과에서 불필요한 수술을 남발했던 것과 관계되어 있다. 지금은 병원에서 수술하라고 해도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정말로 수술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편이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의사가 수술해야 된다고 겁주면 바로 그 병원에서 수술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안 까면 다른 놈이 깐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어쨌든 과잉진료로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지급거부를 하면 될 것을[2] 신경외과에서 하는 많은 척추수술에 대해서 지나친 삭감을 하기 때문에,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자기들을 사기꾼으로 간주한다고 느끼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사기를 치던 일부 의사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일을 편하게만 처리하려고 대부분의 양심적인 의사와 환자에게 엿을 먹이는 일이라고 심평원을 비판한다.
설령 삭감을 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완전히 똑같은 내용의 수술을 해도 정형외과 전문의가 하는 수술 수가의 30%밖에 신경외과 전문의는 받지 못한다. 말 그대로 심평원에 '찍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수술에 주력하기도 한다. 삭감될 일이 없고 과잉진료를 해도 문제가 생기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보급으로 인해 환자의 진료비 부담도 적어져서 고가 비급여 수술을 하기도 쉬워졌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수술을 하면 500만~700만원이면 충분한 것을 첨단 인공 디스크 삽입술이라면서 2,000만원을 받는 식이다. 신경외과 전문의들도 “의사마다 수술 기준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쓰임새가 특정 상태에 국한돼 있고, 장기적으로 효과가 불분명한 수술이 남발되고 있다”며 혀를 찬다. [1]
2.3 신경외과 의원(...)의 경우
여기서 의원이라 함은 입원 병상도 제공되지 않고 비싼 의료기기도 들여놓지 못한 그냥 동네병원 규모를 말한다. 신경외과라는 분야가 그 자체로 잘못 건드리면 환자나 의사나 다같이 X되는 분야인데, 동네병원 규모에서는 그런 거사를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장비가 정밀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경외과 의원들은 웬만해서는 "물리치료 병원"이다.
이마저도 최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통증클리닉 개업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심평원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포진하여 그들의 권리를 탄탄히 지키고 있어서, 신경차단술의 경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만 독점적으로 높은 수가를 받는다. 물리치료 분야가 원래 개업의원에서는 전공불문으로 뛰어들고 있는 분야이다. 거기다가 마취통증의학과가 뜨면서 점점 개원가에서의 설 자리도 위협받는 상황.
그나마 신경과에서도 볼 수 있는 어지럼증, 치매, 기억장애 등을 보며 신경과와도 경합해야 하고 이래저래 개원해서는 수련과정 동안 열심히 배운 신경외과 특유의 독점적 술기를 발휘할 기회는 거의 없다.
2.4 요양병원 봉직의의 경우
개원도 어렵고, 뇌 수술은 개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며 자리도 없고, 척추수술은 심평원에 찍혔고 해서 신규 전문의들은 요양병원 봉직의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신경외과 전문의를 포함한 8개 진료과 전문의를 의사인력의 50%이상으로 채우면 입원료를 20% 가산해 주는 제도 덕분에 요양병원에서는 신경외과전문의에 대한 수요가 있다. 노동강도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봉급이 적고, 수도권 요양병원 봉급은 지방에 비해 더더욱 적다는 단점이 있다.
3 분야
- 뇌종양외과 분야 : 뇌종양에 대한 진단, 치료를 담당한다. 뇌종양에 동반되는 간질발작의 조절과 말기환자들의 돌봄등 뇌종양 환자들에 대한 치료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치료는 미세 수술을 하거나 감마나이프와 같은 방사선 수술을 주로 하지만 최근에는 뇌종양에 매우 효과적인 경구 항암제의 등장으로 약물로써 항암 치료를 전문으로 다루는 신경외과 의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 방사선 수술 분야 : MRI와 같은 영상 장비의 도움을 받아 방사선을 뇌의 부위에 집중시켜 병변을 치료하는 분야. 전통적인 방사선 치료에 비해 주변 뇌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뇌혈관 외과 분야 :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담당한다. 원인 질환의 종류가 매우 많으며 각 질환과 환자의 특성에 맞추어 약물 치료, 혈관 내 수술, 미세 수술을 적용한다. 특히, 혈관 내 수술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분야로서 뇌동맥류, 뇌동정맥 기형 등의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혈관 내 수술은 영상의학과에서 시작되었으나 이를 전문으로 하는 신경외과 의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 소아신경외과 분야 : 신생아, 소아 및 청소년에 발생하는 다양한 신경계 질환을 다룬다. 신생아와 어린 소아에서는 두개안면 기형, 요천추부 지방종과 같은 선천성 질환이 많으며, 뇌수두 증과 같이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질환도 많다. 뇌종양, 간질 등 여러 질환에서 소아와 성인 간에 질병의 진단과 치료방법에 많은 차이가 있어 소아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신경외과 의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
- 척추신경외과 분야 : 요통을 비롯한 척추 부위에 관련된 통증에 대한 진료를 담당하는 분야. 추간판 탈출증에서 척수의 종양까지 거의 모든 척추 질환을 다룬다. 수술적 치료에 중심을 두지만, 약물 치료, 재활 치료, 통증 치료를 병행하거나 협진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형외과와 중복되는 면이 있으나 전통적으로 신경외과에서는 척추 질환에 대해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수술과 내시경 수술을 발전시켜 왔다. 최근에는 과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면서 ‘척추외과’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 간질 분야 : 간질의 약물 치료는 소아과나 신경과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으나, 두부외상이나 다른 질환과 관련해서 간질약 (항경련제)을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많은 환자들이 신경외과에서 처방을 받고 있다. 특히,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간질의 경우, 수술이 간질의 치료나 발작의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에도 신경외과에서 치료를 받는다.
- 이상운동 질환 분야 : 파킨슨병이나 심한 수전증이 있는 경우, 뇌 심부에 전기적 자극을 주거나 신경을 파괴시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뇌심부 자극술이라는, 전기자극 장비를 뇌에 삽입하는 수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각 병원의 사정에 따라 다르나 많은 병원에서 신경과와 협진을 통하여 진료하고 있다.
- 신경계외상 분야 : 두부와 척추의 외상은 가장 흔한 신경외과 질환으로서 응급실과 외래에서 신경외과 전문의가 만나는 환자들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교통사고, 낙상 등의 다양한 사고로 머리와 척추 부위에 손상을 입거나 두통, 어지러움, 신경마비, 통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신경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 통증 질환 분야 : 만성 통증의 완화와 조절을 담당하며 특히 외상 후 통증, 수술 후 통증, 척추 관련 통증 환자를 많이 진료한다. 약물 치료, 시술, 재활 치료 등을 종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전기자극 장치를 수술로 신경에 삽입하여 통증을 조절하기도 한다.
- 두통과 어지러움 : 두통과 어지러움은 흔한 증상이나 많은 신경계 환자들의 초기 증상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많은 환자들이 여기를 찾는다.
4 수련의 환경
당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신경외과 기능질환(functional)팀은 4명(의국장, 3년차, 2년차, 1년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의국은 10여평 규모로, 책상 5개와 2층 침대 2개가 있다. 침대 위에는 잠옷 대용으로 사용하고 벗어 던진 녹색 수술복이 놓여 있다.
7:00-7:30 : 의국장이 1년차에게 담당 환자 리스트를 인계하고 7시 반까지 환자를 둘러보고 오라고 지시했다.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이 무엇이며 몸 상태는 어떤지 등 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매우 빠른 걸음으로 다녀야 했고 달리는 것에 가까웠다.
7:30-8:00 : 중환자실에서 4명 모두 모여서 간이 회의를 했다. 환자 상황을 체크하고 하루 일정을 논의하는 등 환자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8:10-? : 판독실에서 브리핑이 열렸다. 의국장은 수술 준비를 위해 수술실에 가느라 참석하지 않았다. 3년차와 2년차가 주치의인 교수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맡았다. 1년차는 CT 촬영 필름, MRI 판독 사진, 기록 차트 등을 판독실로 운반했다.
? : 판독이 끝난 후 교수의 회진 수행이 있었다.
오전~16:00 : 1년차는 환자를 돌보고 처방전을 내리고, CT촬영을 부탁하는 등의 잡무를 맡았다.
- 처방전 : 한 팀이 4명이기는 하지만 50여명의 모든 환자의 처방전을 1년차 레지던트가 쓴다. 2~3년차는 환자 회진 수술 참여 등으로 바쁘고 4년차는 수술에 전념하기 때문이다.
- CT 촬영 독려 : 세브란스병원에는 15개의 CT 촬영방이 있다. 하지만 환자가 많다 보니 제 시간에 CT 촬영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푸시(push)라는 관행이 생겨났다. 촬영방을 일일이 다니면서 '신경외과 환자를 먼저 해달라, OO시까지 촬영을 마치지 않으면 지장이 생긴다' 같은 독려를 하는 것이 푸시이다. 오전 중에 1년차가 해야 할 일 중 중요한 것이 이 CT 촬영 독려이다.
- 호출 응답 : 모든 호출은 1년차에게 몰린다. 일의 성격을 파악한 후 1년차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면 자신이 처리한다. 자신이 할 수 없거나 중요한 일이라면 고참 레지던트에게 도움을 청한다. 가만히 앉아서 대기하는 중에 호출에 응답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돌보고 처방전을 내리고 CT 촬영을 부탁하는 중간중간에 호출을 받는다. 거의 1시간에 10~15회씩 받는다.
- 예를 들어 응급실에서 호출이 온다. 환자는 전날 밤 퇴근하려고 옷을 갈아 입으려다 신체 일부분에 마비가 온 70대 남자이다. CT 필름을 살펴보니 뇌출혈이다. 1년차가 "평소 이런 증상이 온 적이 있느냐, 구토는 있었느냐, 다른 질환은 없느냐" 등의 질문을 한다. 가족들은 '여러 사람이 똑같은 질문을 몇 차례씩 한다'라면서 짜증을 낸다. 1년차는 '뇌출혈로 들어온 환자인데 신경과에서 환자를 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입원실을 빨리 알아봐달라고 요구하기에 빠른 처리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 혹은 중환자실에서 호출이 온다. 오후에 수술을 받은 환자가 회복실에 누워 있다가 CT를 찍지 않은 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1년차는 환자를 빨리 중환자실에서 끌어내 CT실에 보내 촬영를 하게 했다. 1년차는 뇌 부위에 큰 수술을 받은 뒤에는 예상치 못한 출혈 등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CT를 찍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 보고 : 1년차는 12시 즈음에 신경외과 응급실에 있는 의사 당직실로 갔다. 3년차에게 뇌출혈 환자의 차트와 CT 필름을 들고 가서 환자의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 휴식 : 1년차는 12시 즈음에 처음으로 10분간 쉬었다. 오전 7시부터 5시간 만에 쉬는 것이다. 점심식사는 시간이 모자라서 먹지 않았으며, 평소에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했다. 담배를 한 대 피면서 처음으로 동행하는 기자에게 말을 붙였다.
- 시청각 사진실 : 1년차는 오후 3시경 시청각 사진실에서 파킨슨병 환자를 만났다. 팔 운동, 걷기, 글씨 쓰기, 환자복 단추를 풀고 채우기 등을 모두 동영상으로 찍어서 기록했다.
- 수술 : 1년차는 신경외과 수술방에 들어가지 못한다.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1년차가 한 일은 대부분 잡무에 가까웠다.
16:00~18:00 회진을 돌았다.
18:00~20:40 1년차는 오늘따라 응급실 당직이다. 오후 6시에 응급실에서 2명의 신경외과 환자가 대기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차트와 CT촬영 결과를 보니 6세의 남자아이는 뇌수종, 다른 60대 여자 환자는 뇌경색 환자였다. 자기 환자는 아니지만 심전도 검사 등 간단한 검사 등을 마쳤다.
20:40 ~ 21:00 : CT 촬영실에 기능질환팀 4명이 모두 모여서 쉬었다. 의국장은 수술을 다 마치고 자신이 수술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CT방에 들렀다. 기자가 '1년차가 힘들어 보이더라'라고 하자, 의국장은 '오늘이 가장 stable한 날이다'라고 응대했다.
21:00 ~ 21:45 : 4명은 회진을 했다. 수술받은 환자들에게 수술 후 주의사항을 환기시키고 간호사들에게는 올바른 간호요령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21:45 ~ 자정 근처 : 회진이 끝나고 의국으로 돌아와서 자정이 가까울 때까지 마무리 회의를 했다. 수술을 받거나 입원한 환자 50여명에 대한 종합 정리를 하고, 내일 할 일에 대해 팀원들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갈굼도 잊지 않았다.
자정 : 저녁 식사를 했다. 8시쯤에 배달된 듯한 음식은 김치찌개와 국수이다. 김치찌개는 식어있고 국수는 퉁퉁 불어있다. 저녁은 매일 먹는다고 한다.
새벽 : 1년차는 오늘 응급실 당직이다. 뇌를 비롯한 신경계통에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순간적으로 위급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병실에 있는 환자들을 돌보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다. 성공리에 수술을 마친 환자라도 환부에 염증이 생기지는 않는지를 세심히 살피고 하루에도 3~4차례 소독을 해줘야 한다. 그 와중에 다음날 오전의 주치의 브리핑도 준비해야 한다. 필름을 판독하고 차트를 분석해 환자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환자기록을 정리하고 브리핑에 대비하느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
다음날 6시 30분 : 의국장이 와서 환자들 차트와 CT필름을 보면서 설명을 해보라 한다. 1년차는 설명을 했지만, 의국장은 짜증을 내면서 설명을 중단시킨다.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라는 ‘설교’가 10여 분간 이어졌다.
기자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지? / 후회할 시간조차 없다.
- 집에는 가는지? /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러서 일주일치 옷을 가져온다.
참고로 이 때 신문기사에서 갈굼당한 1년차 신경외과 전공의는 2012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로 임용되었다.
4.1 갈수록 암울해져 가는 수련현실
상기한 이야기를 보면 글만 읽어도 신경외과의 업무강도에 몸서리가 쳐질 것이다. 2010년 즈음만 해도 신경외과는 정원을 다 채운 채로 시작하고, 고생은 하지만 전망은 좋은과였다. 정원을 넘겨 나름대로 경쟁을 통해 굳센 심기(?)와 성실성을 인정받은 전공의들만 근무하던 시절에도 수련 포기자가 속출하던 과가 신경외과였다.
그런데 저것도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정원을 다 채우던 시절의 이야기인 것이다. 2016년 R1 모집부터 신경외과는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2] 앞으로 미달이 계속된다면 레지던트 선발시 경쟁이 없어 신경외과 수련에 적합하지 않은 의사를 받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일을 할 사람 수가 적으면 업무강도도 가중된다. 전망도 나빠졌으며 업무강도도 높아진 상황에서 수련포기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저년차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고년차들의 고생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일 문제는 레지던트 4년차인데, '보드시험' 이라고 불리는 전문의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4년차 10월에는 업무를 최소화하고 공부방에 들어가 전문의 시험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저년차의 인원미달과 수련포기가 계속된다면 4년차 말이 되어서도 업무 공백을 메꾸러 다니느라 전문의시험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전문의를 취득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것이다.(보드시험도 재수를 할 수는 있지만)
5 여담
보통은 Neurosurgery 를 줄여서 NS라고 부른다.
의사들이 각 과를 부르는 약칭은 병원이나 학교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정신과의 경우 옛 이름인 "신경 정신과(Neuro-Psychiatry)"의 약자인 NP로 부르는 경우도 있고 psy싸이라고 발음한다 ㅋ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신경과의 경우 Neurology의 앞자만 따서 Neuro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신경내과라는 의미로 NM(Neuro-med)라고 부르기도 한다. 흉부외과의 경우도 Chest surgery와 Thoracic Surgery라는 똑같은 의미의 명칭을 병용하기 땜시 CS라고 부르기도 TS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신경외과는 거의 대부분이 NS라고 부르는 편. 다른 과 전공의들은 이를 Night Surgery라고 해석한다.
야간에 응급이 많은데다가 거의 집에도 가지 못 하고 엄청난 수의 입원 환자를 돌봐야 하는 신경외과 저년차 전공의들의 경우 윗년차들이 수술방에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오더가 적은 낮시간에는 온갖 장소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만큼 로딩이 살인적이기 때문.
그래서 빡센 수련 생활을 겪은 의사들도 신경외과라고 하면 "고생 디립다 했군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련 환경 개선 가능성도 요원한 편이다. 최근에는 PA제도가 확충되면서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 제도 자체가 워낙에 논란 중이기도 해서.....
실제 전문의를 딴 이후 다이내믹하고 진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인 뇌외과 분야보다는 척추 외과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경우도 수련 기간에 데어서(!)인 경우도 많다. 현실적인 전망도 전망이지만... 이런 경험들을 끔찍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워낙에 빡세게 구르다보니 세월의 흐름에 따른 미화도 덜 한 편인듯.... 지인에 의하면 가끔 1년차로 돌아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악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