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 었 | 유니코드 | C5C8 | 완성형 수록 여부 | O |
구성 | ㅇ+ㅓ+ㅆ | 두벌식–QWERTY | djT | 세벌식 최종–QWERTY | |
현행 로마자 표기 | eot |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 ŏt |
1 개요
한국어에서 용언(동사와 형용사)의 과거형을 나타내는 어미 중 하나. 용언 연결 어미 '어/아' + ㅆ이 합쳐진 꼴이다.
시제형 선어말 어미 중 하나로, -겠-(미래/추측), -는- 등과 같은 부류이다.
ㅆ 문서에 쓰여져 있는 대로 ㅆ 받침을 쓰게 된 것은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 때의 일로, 그 전까진 '엇'이라 쓰고 뒤에 모음(글자로는 ㅇ)이 올 경우 ㅅ을 이어서 적었고('하얏슬') 자음이 오면 그냥 '엇'이라고만 적었다. 지금도 소리는 그렇게 난다. ㅆ받침이라고 ㅅ받침과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니까.
2 역사
지금은 과거 시제어미의 대표 주자인 '었'이지만 한국어에서 '었'이 생겨난 것은 16세기 경으로 상당히 최근이다. 의외라면 월인천강지곡(1449)에서 '엇/앗'을 검색해보자. 그 기나긴 글에 '엇/앗'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현대 국어에서는 불과 한 문장을 써도 '었'이 없는 문장은 상상하기 힘든데 의아한 부분.
역사적으로 '었'은 완료를 나타내던 '어 있다' 꼴에서 온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 영향으로 '었'은 지금도 완료의 의미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와 무관한 비완료 과거를 나타내기 위해서 '었었'이 등장했다는 견해가 있다.
'었'이 생겨나기 이전까지 과거를 의미하던 어미는 주로 '더'였지만 '었'이 이를 밀어냈다. 이것이 관형절에는 조금 더디게 적용되어서 '-더-ㄴ'은 여전히 과거를 나타내고 있다.[1] 여담으로 이 시절의 현재 시제는 -ᄂᆞ(현재 '느'로 살아남음), 미래 시제는 -리였다(현재에도 '하리라' 등으로 남음).
3 여러 가지 형태
양성모음 뒤에 들어가는 '았', 여 불규칙 활용 '하다'의 '였', 그리고 ㅓ나 ㅏ가 생략된 ㅆ이 있다. 세 개를 개별적으로 적기엔 그다지 양이 많지 않고 활용법이 동일하니 '았'이나 '였'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여기에 모두 합쳐서 적는다. '되다'의 과거형에 등장하는 됐은 자주 틀리는 한국어 중 하나로 개별 문서가 만들어져있다.
동사 어간이 'ㅓ'이면 '었'을 쓰지 않고 어간 밑에 바로 ㅆ을 쓴다. 그런 동사로는 '서다(섰다)', '건너다(건넜다)', 가 있다.
'ㅡ다' 동사는 활용형으로 ㅓ가 되기 때문에(끄다-꺼, 뜨다-떠) 이 역시 ㅆ만 붙인다(껐다, 떴다). '푸다'는 우 불규칙 활용로 어간이 ㅓ도 ㅡ도 아니지만 활용할 때 ㅓ가 되기 때문에 '펐다' 식으로 쓴다. 퍼가요 이는 '았' 역시 마찬가지. '가다(갔다)', '바라다(바랐다)', '사다(샀다)' 등이 그렇다. '바라다'의 경우 사람에 따라서 '하다'처럼 ㅣ를 붙여서 '바래'라고 활용하여 '바랬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으나 표준어법은 아니다.
'~르다' 동사는 르 불규칙 활용으로 '푸르렀다'로 쓰이기도 하고, ㄹ이 받침으로 가서 '흘렀다'로 쓰이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어에서 정말 많이 쓰이는 동사 중 하나일 '하다'는 여 불규칙 활용으로 예외적으로 '하였다'로 '였'이 붙는다. 원래는 모음조화를 따라 '하야' 꼴로 '야 불규칙'(이렇게 말을 붙이진 않았지만) 이지만 1940~1950년대를 거치면서 '하여'가 되었고, 1960년대 즈음부터 '해'로 줄어들게 되었다. 뉴스 라이브러리 '하야' → '하여' → '해'로 사용 빈도가 변화하는 것은 어떤 법령에 의한 것은 아니다.
명사의 서술격 조사 이다 역시 과거형으로 '었'을 써서 '이었다'가 된다. 그런데 이 때 명사에 받침이 없으면 발음이 좀 짧아져서 '였다'가 된다. (ex: 바보였다) 아마 받침이 없으면 '명사의 끝 모음' + '이' + '었' 세 모음을 연달아서 말하는 것이 부담이어서 '였'으로 합쳐지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ㅣ다' 동사는 ㅓ와 붙으면서 ㅕ로 합쳐져서 '였다'가 된다. ex) 지다→졌다, 이기다→이겼다 등. 위의 서술격 조사 '이다'와는 달리 이 때는 '이다' 앞에 받침이 오더라도 '이었다'로 되지는 않는다. (ex. 먹이다→먹였다(O), 먹이었다(X), 반면 '먹(墨)이다'는 '먹이었다'로 변화)
주로 쓰이는 용언들의 형태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형용사인지 동사인지에 상관 없이 동일하게 접속하므로 형용사/동사 여부는 구분하지 않았다.
- 았: 같았다, 닿았다, 살았다
- 었: 접었다, 벗었다, 굽었다, 밀었다, 걸었다, 되었다(→됐다)
- 였(여 불규칙): 하였다(→했다)
- ㅆ(ㅓ 생략): 섰다, 건넜다, 떴다, 껐다
- ㅆ(ㅏ 생략): 갔다, 샀다, 바랐다, 만났다, 났다
- ㄹ렀(르 불규칙): 흘렀다, 눌렀다
- 르렀(르 불규칙): 이르렀다, 푸르렀다
3.1 엇?
ㅆ 받침 '었'은 이렇게 과거형의 주축이지만 같은 발음의 '엇'은 그다지 쓰이지 않는다. ㅆ이 키보드를 여러번 눌러야 하기 때문에 '었' 대신 '엇'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 표준어법에 맞게 쓰는 경우는 '엇갈리다', '엇각' 등 '서로 마주치지 못하다'라는 뜻의 의미일 경우에 한정된다. 잘 쓰이지는 않지만 '엇다'라는 형용사가 있기도 하다. '어떤 일을 하기에 좀 모자라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구한말에는 '어찌', '어떤', '어떻게'를 '엇지', '엇던', '엇더케'라고 쓰기도 했다. '어찌'의 '찌'가 '~할지'의 '지'와 유사하다고 본다면 나름대로 형태를 살린 표기이기는 하지만 그 유사성(어원의식)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으므로 현대에는 '어'라고 쓰고 뒷소리를 된소리로 쓴다.
'앗'의 경우 '빼앗다', '앗아가다' 등의 어간으로 가끔 쓰인다. '엿'은 단독으로 쓰이는 명사가 존재한다.
이 문서에서는 주로 과거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의성어로 쓰일 때에는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게 맞으므로 의성어로 쓰이는 '엇', '앗', '엿' 등은 꽤 자주 볼 수 있다.
그 외에 단독으로 왔을 때 발음이 같은 글자는 얻(얻다의 어간), 엊(엊그제), 엋, 엍, 엏 등이 있다. 뒤의 세 글자는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지 않는다. '엊'은 보통은 쓰이지 않으나 '엊그제' 에서 '어제'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ㅈ 받침을 쓴다. '엋'은 네이버에 찾아보면 가끔 瑒이라는 글자가 '엋'으로 깨진 게 검색되기도 한다(..).
4 쓰임
한국어의 대표적인 과거형 어미이다. 한국어를 타이핑할 때 시프트를 많이 눌러야 하는 이유 중 하나.
뒤에 명사를 수식하는 관형어로 쓰기 위해서는 던을 붙인다.(ex: 갔던 길) 기본형이 는을 붙이는 것과 차이가 나는 부분. (ex: 가는 길) 이 때의 '던'은 든과 헷갈리기 쉬운데 '선택해야 할 때는 든, 과거일 때는 던' 식으로 학교 문법 시간에 외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뭘 했든지간에' vs.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던지' 등. 던과 든의 구분 문서 참조.
이따금 관형어로 을을 쓰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을'은 '추측, 예정, 의지, 가능성 따위 확정된 현실이 아님을 나타내는 어미'로 풀이되어있는데 과거형 '었'과 합쳐지면서 묘하게 후회와 아련함이 드러나는 표현이 된다(..). (ex: 그 때 공부를 했더라면 성공했을 텐데... / 그 시절 난 학생이었을 거야.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
4.1 과거형 어미 ㄴ과의 비교
비슷하게 과거를 나타내는 어미로는 -ㄴ(받침 뒤에선 -은)이 있다. '한', '먹은' 등. 이 어미는 형용사에서는 과거형으로 기능하지 않고(ex: 예쁜) 동사에서만, 그것도 선어말 어미가 아닌 관형어 꼴로만 과거를 나타낸다(ex: 떠난 사람). 받침이 없을 때 종결형 -다와 같이 쓰이는 ㄴ은 현재형 어미 는이 줄어든 것으로 여기의 ㄴ과는 전혀 다르다. 는 참조. (ex: 내가 한다/먹는다)
일반적으로 같은 과거형이어도 '~었던'이 '~ㄴ'보다 더 과거이다. '던'이 미완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 '떠난 사람'이라고 하면 이제 떠나고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이지만, '떠났던 사람'은 과거에 오랫동안 떠났던 적은 있으나 지금은 여기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어 떠나게 된 시점은 '떠났던 사람'이 더 오래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는 '~ㄴ'은 비교적 영어의 현재 완료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한편 이 의미의 -ㄴ은 문장 끝에서는 쓸 수 없기 때문에 문장 끝에서는 '었' 꼴과 대응된다. (ex: 숙제한 사람? - 저 숙제했어요. - '숙제했던 사람?' 이라고 물어보는 것은 어색하다.)
비교적 더 과거인 '었던' / '었었(다)' 역시 그런 대응 관계가 성립하지만 후술하는 대로 한국어에서는 대과거를 그렇게 섬세하게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뚜렷하게 대응되지는 않는다. (ex: 한국에 갔다 왔던 사람? - 제가 거기 갔었어요. / 이 경우 '한국에 갔었던 사람?' 이라고 물어도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다.)
4.2 중복 활용 '-었었-'
이처럼 '었'은 과거형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에 '었'을 두 번 쓰는 용법도 있다. 주시경, 최현배, 허웅 등은 이 '-었었-'이 과거보다 더 과거인 대과거를 뜻한다고 보았다. 또한 완료형의 일종으로 과거에 시작된 일이 지금은 이어지지 않는다(과거완료의 단속상)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 '-었었-'이 영어의 번역체 문장에서 나왔다고 주장도 있다.# 이 링크에 따르면 '-었었-'이 한국어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유길준의 대한문전(大韓文典(1909), 40p.)이다. 해당 문장에서는 딱히 외래 어법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번역체 문장이든 아니든간에 한국어에 들어온 지 100년은 넘은 셈이다.
국립국어원 답변에 따르면 '었었' 꼴 역시 한국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다만 답변에 쓰여져 있는 대로 영어 시제만큼 철저하게 과거/대과거를 나누지는 않는다. 또한 한국어에서 활용하는 것도 두 번까지로, 세 번을 넘어가서 '었었었었...'과 같은 표현은 구어에서 농담처럼 쓰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쓰이는 문법은 아니다.
이 경우 앞의 ㅆ받침이 이어져서 뒤의 '었'은 /썯/으로 소리가 나게 된다.
이처럼 중복 활용을 할 경우에는 모음조화를 지키지 않는다. '닿다'는 과거형을 한 번 쓸 때는 '닿았다'라고 '았'을 쓰지만 중복해서 쓸 때는 '닿았았다'가 아니라 '닿았었다'가 된다. 이를 통해 '었었'의 용법은 모음조화가 지켜지지 않게 된 시점에 생긴 비교적 최근 문법임을 엿볼 수 있다.
5 다른 언어와 비교
영어에서는 과거형으로 주로 동사 원형 + ed를 사용하고, 형용사는 자체적으로 과거형은 없고 be동사의 과거형을 쓴다. '었었'과 같은 대과거를 지칭할 때는 과거 완료형 had + 과거분사(p.p.)를 사용한다.
일본어에서는 주로 た가 과거형의 역할을 맡는다. 어미의 하나로 보는 한국어 문법과는 달리 일본어 문법에서는 이 문법 요소를 과거형 조동사로 보기도 한다. 일본어 문어체에서는 た 이외에도 다른 과거형 조동사가 쓰였으나(き 등) 요즈음에는 쓰이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이 た 역시 '어 있다'에서 파생된 '었'처럼, 완료형 てあり에서 파생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2]
중국어에서는 문장 말미에 了(le)를 붙여서 과거형을 만든다. '었었'과 같은 대과거는 着(zhe)를 붙여 표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