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경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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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The Yiddish Policemen’s Union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마이클 셰이본이 2007년에 출간한 대체역사+추리소설이며, 그는 이 작품으로 2007년에는 네뷸러상과 사이드와이즈상을, 2008년에는 로커스상과 휴고상을 수상했다.[1]

대한민국에서는 2009년에 2권으로 나뉘어 번역 출간되었다. 번역자는 김효설. 한국어판 책 표지 아래쪽에 보면 미국의 영화 감독인 코엔 형제가 이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는 광고 문구가 나와 있는데, 2012년에 겨우 시나리오 초안를 완성해서 마이클 셰이본한테도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전히 영화로 나올 기약이 없다.

2 설정

이 작품은 "만약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세웠던 '알래스카 유대인 정착촌 계획'이 미 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면?"이라는 대체역사적 가정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루스벨트 대통령은 2차대전 당시 나치에게 핍박받던 유대인들을 위해 알래스카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미 의회 상임위에까지 올라갔으나 결국 부결되었다.

결국 상당수의 유대인들이 알래스카로 이주했기 때문에 2차 대전 당시 나치에게 학살당한 유대인의 수는 2백만이며, 1948년에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세워지긴 했는데....아랍 국가들에게 멸망당했다. 소설 속 세계의 팔레스타인 땅은 아랍 독재자나 이슬람계 무장단체 등 갖가지 정치 세력들이 난립하는 그야말로 헬게이트이다.

중동에서 흘러 들어온 수백만 유대인들은 알래스카에 있는 싯카[2] 특별구에 정착한다. 이곳에서 유대인들은 방랑할 걱정도 하지 않게 되고, 경제성장도 척척 이룩하면서 마침내 1977년에 싯카 세계 박람회까지 개최한다. 존나좋군?[3] 그리고 유대인과 틀링깃 부족간의 조합으로 독특한 유대문화가 발생하고 유대-틀링깃 혼혈[4]도 나오게 된다.

그러나 60년 뒤인 2008년, 싯카 특별구는 미국 정부의 명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사실 미국 정부가 싯카 땅을 완전히 유대인들에게 넘겨준 건 아니었다. 대신에 60년 간 유대인들에게 특별구의 자치권을 빌려주어 갈 곳 없는 유대인들을 싯카 지역에 수용한 뒤, 임대 기한이 끝나는 2009년 1월 1일부로 특별구의 유대인들이 알래스카 주에 싯카 특별구의 주권을 반환하도록 법에 명시해놓았다. 이 때문에 싯카 특별구가 폐쇄되기 두 달 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속의 유대인들은 체념과 절망, 그리고 또 다시 전 세계를 떠돌아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5]

소설 속 세계에서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독일에 패했다(...).[6][7] 또한 1946년에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인가?
미국은 1960년대에 쿠바에서 베트남 전쟁급의 전쟁을 치렀다. 소설 속에 나오는 쿠바 전쟁 참전 용사들에 대해 '그들은 그 누구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걸 보면 그래도 핵전쟁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은 듯하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되지 않고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이혼한 후에 마릴린 먼로와 재혼했고(...), 영화감독 오슨 웰스는 숙명의 작품 《어둠의 심연》을 영화로 제작했다는 언급이 있다.

3 줄거리

싯카 특별구의 주권이 내년 1월 1일부로 알래스카 주에 반환되는 것을 두 달 앞둔 2008년의 어느 날, 싯카 시내에 위치한 자멘호프 호텔[8]의 한 객실에서 마약에 중독된 어느 젊은 유대인 하나가 죽은 채 발견된다. 피해자의 이름은 자칭 에마뉴얼 래스커. 마침 이 호텔에 숙박하고 있던 형사 마이어 랜즈먼은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단정짓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랜즈먼은 이 살인사건을 파헤치면서 마주하게 되는 엄청난 진실에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4 평가

이 작품은 미국에서 출간 직후 뉴욕 타임스나 USA투데이, 월 스트리트 저널 등 각종 언론과 반스앤노블과 같은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1,2위를 석권한 이래 장기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미국 내에서만 30만 부 이상 팔아치우며 미국 아마존닷컴 2007년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08년 말에는 뉴스위크와 이코노미스트에서 2007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으며, 2008년 에드거상[9] 최종 후보에 올랐고, 대체역사적 가정으로 주로 SF 및 판타지 소설에 수여하는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유대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문화적 친숙도가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마이클 셰이본은 유대계 미국인으로서 작중에 유대인들의 한(恨)의 정서(디아스포라)와 문화를 잘 녹아들게 하면서도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결말 부분에서 일어나는 폭탄 테러 사건에 대해 주인공들이 충격을 받지만 그리 기뻐하거나 희망을 갖지는 않는 것을 보면.. 그래서인지 일부 초강경 유대 근본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의 적'이라 불릴 정도.

한국인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유대인과 유대 문화에 대한 내용이 자주 나오며 이 때문에 번역자가 랍비에게 자문을 구하여 작업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마이어 랜즈먼이 무신론에 가까운 성향의 인물이라서인지 몰라도 작중에서 근본주의적인 종교인을 까는 내용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제목의 유래는 유대인 경찰인 듯하다.
  1.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은 가장 뛰어난 SF, 판타지 작품들에 수여되는 상으로, 이 중에서 휴고상과 네뷸러상은 SF 문학상의 양대산맥이라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사이드와이즈상은 대체역사소설을 대상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2. 이 도시는 알래스카가 러시아 제국의 영토였던 시절에 알래스카의 주도(州都)로써 기능했던 곳이다. 참고로 미국 알래스카 주의 주도는 주노다. 알래스카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인 앵커리지는 알래스카 주의 최대 도시다.
  3. 소설 속 묘사에 따르면 세계 박람회를 개최했던 이 시절이 싯카 특별구의 리즈시절이었던 듯하다.
  4. 소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베르코 셔미츠 형사도 유대인과 틀링깃 부족민의 혼혈이다.
  5. 싯카 유대인들의 이러한 심리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소설 속 대사로 "지금은 유대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절이다"가 나온다. 소설 속의 암울한 분위기와 대사의 뉘앙스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6.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마이어 랜즈먼 형사와 동료인 베르코 셔미츠 형사가 사건 수사를 위해 아인슈타인 체스 클럽에 들렀을 때 만난 러시아 출신의 불법이민자에 대해 설명하는 글에서, 그가 제3공화국 붕괴의 혼란을 틈타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로 밀입국했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대한민국이나 프랑스에서라면 몰라도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는 자국의 헌정 체제를 구분할 때 '제~공화국'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즉, 이 표현은 소련이 독일에게 패하여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졌고, 나치 패망 이후 러시아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7. 그런데 소련이 망하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러시아하고도 냉전이 이뤄진 건 당위성 면에서 어색하다. 나치와의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 곧바로 성장하게 된 건 말이 안 된다.
  8. 자멘호프는 에스페란토를 창시한 폴란드계 유대인 안과 의사이자 언어학자이다. 이 소설에서는 유대인과 관련된 고유명사들이 꽤 자주 등장한다.
  9.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