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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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연이 최초로 실렸던 블랙우드지의 표지.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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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판 표지. 지옥의 묵시록의 포스터를 차용했다.
(출처: 을유문화사)

Heart Of Darkness[1]

1 소개

폴란드[2] 출신의 영국인 작가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1899년에 출판되었다. 영국의 템즈 강에서 출항을 기다리던 기선의 말로우라는 선원이 동료들에게 자신이 콩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 커츠라는 인물을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원시적 자연의 한가운데에 놓인 광기 어린 서구적 개척가의 모습과 그 정글 속 유럽이 길들이려는 원시적 토착민들의 모습이 서로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줌으로써, 제국주의백인우월주의의 야만성을 드러냈다.

1.1 작가 콘래드의 인생의 영향

작가 조지프 콘래드가 이 작품을 집필하는 데에는 그의 불행한 인생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러시아 제국 지배 하의 폴란드 출신으로, 열 살도 되기 전에 아버지 아폴로 코제뇹스키가 반러시아 활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러시아 경찰 당국에 체포되어 콘래드의 어머니와 함께 볼로그다로 유배보내지는 일을 겪었다. 그의 어머니는 유배 중에 죽었고, 아버지 또한 유배에서 돌아온 지 1년 만에 크라쿠프에서 사망했다. 이후로 그는 외삼촌의 후원을 받으며 살았다. 몸이 안 좋아서 개인 지도를 받으며 홀로 선원의 꿈을 키운 그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선원 생활을 시작했으나, 불행한 어린 시절과 허약한 체질 때문에 방탕한 생활을 일삼고, 심지어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 부유한 외삼촌 덕에 재정파탄 위기에선 벗어난 그였으나, 정치범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러시아군에 징집되는 것[3]을 피하기 위해 망명을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영어는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영국으로 망명, 식민지 교역선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영어는 영국인 선원들에게서 배웠고, 낭만주의 영국 시인들의 작품과 신문을 읽으며 그 수준을 높여 갔다.

그는 교역선 선원으로 전 세계를 들쑤시고 다녔는데, 1890년에 벨기에의 식민지였던 콩고 자유국의 콩고 강 상류 지역 무역을 독점한 '무명 벨기에회'[4]에 고용되어 콩고로 파견된다. 그곳에서 그는 기선으로 상류까지 도달했으나 선장이 병으로 앓아눕는 바람에 그가 회복될 때까지 대신 배를 몰았다. 목적지에서 돌아오면서 병든 교역상 클라인을 데리고 오지만 클라인은 도중에 죽었고, 콘래드 역시 풍토병에 걸려 앓아눕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내부에서 갈등까지 일어나자 그는 만기일을 6개월 남겨두고 선장 계약을 파기하고 유럽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1896년과 1899년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해서 두 소설을 쓰는데 그것이 '진보의 전초 기지'와 '어둠의 심연'이다.

1.2 특징

구체적인 언급이 거의 없고, 비유와 상징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 소설이다. 단적인 예로, 인물 중 프레슬레벤이란 인물은 계속 '교역상'으로만 지칭되며, 콩고라는 구체적인 지명 또한 언급되지 않고 '거대한 강을 따라 난 정글'[5] 또는 '지도의 노란색 부분'[6]으로 언급된다. 또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서 말로가 설명하는 방식 또한 상당히 수사적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콘래드는 '직접적인 언급은 환상과 암시를 제거하므로 문학에서 치명적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작품에 극도로 반영된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따르고 있다. 서술자와 동료들이 배때를 기다리며 말로우의 이야기를 듣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서 말로우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는 말로우가 나오는 콘래드의 다른 소설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성이다.

2 등장인물

2.1 찰스 말로우

캐릭터 모티브는 작가 자신. 작품의 주 화자로, 선원이다. 그는 어둠의 심연 말고도 로드 짐, 기회, 젊음 등의 콘래드의 다른 소설들에서도 주 화자로 등장한다.

그는 어렸을 적에 세계 각지, 특히 콩고 강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던 인물로, 연줄을 이용해 식민지 교역선 선장으로써 콩고 강을 거슬러 오르게 된다. 그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갈수록 적어지는 유럽 문명의 흔적과는 반대로, 갈수록 울창해지는 밀림과 그 속에서 울려퍼지는 원주민들의 원시적 소리에 자신의 내면의 태초의 야만적 본성이 전율하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의 강 상류를 향한 여정이 마치 과거 인류 태초의 시기를 향한 시간여행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2.2 커츠

캐릭터 모티브는 작가가 콩고에서 만났던 교역상 클라인, 그리고 벨기에의 군인 레온 롬[7]. 말로우가 콩고에서 본 모든 일들의 중심에 놓여 있는, 말 그대로 어둠의 심장이라 할 만한 인물이다. 직책은 강 상류에 위치한 내륙 교역소의 소장으로, 유럽 문명의 지식인으로써, 누구도 가길 꺼리는 야만의 심장인 콩고 강 상류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남들보다 배는 더 많은 양의 상아들을 보내오기 때문에 중하류의 다른 교역소 직원들에게는 전설같이 여겨진다. 말로우가 중간에 배를 고친다고 몇 달간 눌러앉아 있어야 했던 교역소의 소장이 커츠는 돌아가는 즉시 이사회의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또한 커츠의 교역소 주변의 원주민들은 그를 신으로 여기며, 그가 하류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때문에 원주민들은 말로우의 기선이 나타나자 기선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인 커츠를 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선을 공격하는 것도 불사했다.

그러나 커츠의 실상은 그저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수탈하고, 홧김에 사람을 죽이는 등[8] 내외적인 야만성에 완전히 물들어 버린 인물이다. 그의 독보적인 상아 생산량은 당연히 남들보다 더 열심히 원주민들을 수탈한 결과이고, 원주민들이 커츠를 신으로 모시는 것도 그가 인격자라서가 아니라, 그의 폭압적 행동과 총으로 대표되는 '무기' 앞에 공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9]. 결국 그는 백인우월주의의 우월감으로부터 비롯된 (원주민들에 대한)잔인한 성품과, 원시의 자연 속에서 느끼는 무한한 야만성이 뒤섞여 미쳐버린 괴물로써, 말로우와 만나는 시점에서는 정글 밖으로 나가는 것은 꿈조차도 꿀 수 없는 인물이 되어버렸다[10].

유언은 "무서워라! 무서워라!(The Horror! The Horror!)[11]"(...)

3 줄거리

어둠의 심연은 말로우가 동료들과 같이 물때를 기다리며 과거 로마 제국이 브리타니아 섬을 정복할 때의 로마군 사령관의 심정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이 생각을 자신이 콩고에서 겪었던 경험으로 이어가며 이를 동료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4 평가

최고의 영국 소설 중 하나.
제국주의의 야만성을 드러낸 역작이나, 그 또한 백인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진 못했던 작품.

이성과 과학으로 중무장한 모범적 문명인인 커츠가 어느 순간 밀림 속 야만에 매혹되고 동화되어 온갖 잔혹한 행동을 저지르면서 공포스러운 지배자로 군림하려는 것을 통하여, 학술연구나 계몽 따위로 치장된 당시 제국주의가 사실은 야만인들의 광기와 별반 다를 것도 없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가장 발달된 문물의 순례자'들이 콩고 강을 거슬러 오르며 내면의 야만성을 마주한다는 이 작품의 줄거리는 분명히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 비판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그 야만성이 흑인 원주민들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방식으로 비판함으로써, 흑인들이 미개하다는 전제를 이미 깔아 둔 탓에 이 작품 또한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제국주의적 시각을 완전히 벗지 못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합리적인 백인이 자발적으로 야만스러운 삶을 선택한다는 스토리는 백인우월주의가 당연시되던 당시 기준으로는 충격적인 소재였겠으나,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야만인이라는 전제를 깔아두고 백인이 흑인과 동등한 위치로 타락해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결국은 백인우월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시각이기도 하다. 백인과 흑인의 관계를 정상인과 좀비, 인간과 우주적 존재, 유부녀와 변태적인 외간 남자로 대체해보면 작가가 흑인을 대체 어떤 식으로 인지하고 있는 건지 대충 느껴질 것이다. 결국 백인우월주의적인 관점에서 백인우월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던 것.
이 때문에 나이지리아의 유명한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는 1975년의 강연에서 이 소설을 '아프리카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통하고 또한 모욕적이다'고 했으며 작가 콘래드도 '제노포비아의 좁은 시야를 가진 인물'이라고 칭했다.

6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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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콩(2005)에서 지미가 들고 있던 책이 잠시 나왔다.

6.1 2차 창작

  • 콩고

크리스티앙 페리생과 톰 티라보스코의 프랑스 그래픽노블. 조지프 콘래드가 실제로 콩고에서 보고 겪었던 이야기를 그래픽노블로 담았다.

  • 헤드헌터

티모시 핀들리의 소설. 릴라 켐프라는 정신분열적 강령술사가 우연히 어둠의 심연 92페이지에서 커츠를 불러내고, 그를 막기 위해 말로우를 찾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 어둠의 심연들[12]

폴 로렌스가 1666년의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각색한 소설. 해리 리이틀과 그의 친구 다비 다우링이 전염병이 창궐하여 광기에 휩싸인 쉬얌이란 마을에 들어가 겪는 이야기이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이 소설을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해서 각색한 영화. 베트남 정글 깊은 곳에서 토착민들과 휘하 부대를 이끌고 독자적인 왕국을 만든 커츠 대령을 암살하러 파견된 특수부대 대위의 이야기. 대표적인 반전주의 영화로 손꼽히며, 소름끼치는 전쟁의 광기를 보여준다.

야거 디벨로프먼트사의 TPS 게임. 일명 게임판 지옥의 묵시록, PTSD 시뮬레이터. 모래폭풍에 고립된 두바이에 시민들을 구출하러 들어갔다가 질서 유지를 위해 결국 선을 넘어버린 존 콘래드 대령의 33대대와, 그들을 찾아 두바이로 들어갔다가 역시 광기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워커 대위의 이야기이다. 기존의 전쟁 미화 게임들의 클리셰들을 끌어모아 완전히 비틀어버린 게임으로 유명하다.

어둠의 심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용병으로, 내전중인 아프리카의 한 나라로 파견되어 그곳의 미국인 무기상 자칼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어둠의 심연의 커츠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이다.
  1. 본 문서 제목명인 '어둠의 심연' 말고도 '어둠의 심장', '암흑의 핵심'으로도 번역된다.
  2.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 폴란드 땅이었던 서부 우크라이나.
  3. 정치범의 가족은 군에서 의무적으로 25년간 복무해야 했다.끄아악
  4. 콩고 전체를 사유지로 가지고 악질적으로 지배하던 벨기에 국대마레오폴드 2세의 회사이다.
  5. 건조한 식생의 아프리카에서 거대한 강을 낀 울창한 정글은 콩고밖에 없다.
  6. 벨기에령을 의미. 당시 콩고는 벨기에의 식민지의 거의 전부였다.
  7. 무명 벨기에회 소속으로, 콩고 자유국에서의 잔혹한 수탈에 앞장섰던 인물. 2016년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에서 크리스토프 발츠가 연기한 인물.
  8. 그를 보좌하는 촐삭대는 성격의 러시아인 청년조차 커츠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두려워하며 건들지 않을 정도다.
  9. 마치 고대 신화나 민간 신앙에서 자연재해를 관장하는 폭압적 신들 또는 괴물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10. 커츠의 부하 러시아인의 말에 따르면, 커츠더러 이제 내려가자고 몇 번을 권유했지만, 그는 귀국 준비를 하다가도 이내 포기했다고 한다.
  11. 이 대사는 특유의 강렬함 때문에 영미권의 창작물에서 자주 패러디되었다. 어느 어린이 만화망아지 삼인조라던가.
  12. 제목 잘못 쓴 게 아니다. 원제가 'Hearts of Darknes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