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션과 신포니아

독일어 : Inventionen und Sinfonien
영어 : Inventions and Sinfonias 또는 Two and Three Part Inventions

... 이 책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2성부에서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시 3성부에서 바르고 힘차게 연주할 수 있는 명료한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좋은 창의에 이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것들을 교묘히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선은 가창풍의 연주법을 익히고 이와 곁들여 작곡에 관한 높은 식견을 가지고 연주한다.

 
가장 권위있는 쾨텐 궁정 악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의해 작곡됨. (1723)

▲ 인벤션 및 신포니아 전곡.

글렌 굴드의 신포니아 전곡 연주.

클라비코드로 연주한 인벤션. #

1 설명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건반 악기 연습곡 모음집. 처음엔 자기 아들들이나 제자들이 치게 하려고 작곡한 모양이다.

2성부의 인벤션 15곡과 3성부의 신포니아 15곡을 보통 묶어서 부르고 악보도 묶여서 나온다. 레코딩도 보통 묶어서 한다. 특징이라면 2성부든 3성부든 곡의 구조가 굉장히 명확해서 공부하기에도 좋다. 감상용으로서도 첨에는 귀에 안들어올 수 있어도 자꾸 들으면 들을수록 심미성이 느껴지는 소품곡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고전파 이후의 전형적인 오른손 멜로디 + 왼손 반주 스타일이 아니라, 대위법에 의해 서로 다른 두 멜로디가 내용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대화하듯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기 때문.

엄밀히 말하자면 피아노로 연주해서는 맛이 안 사는 곡이다. 클라비코드쳄발로가 낫다. 그래서 긴 음은 논레가토로 짧게 친다. 다만 그대로 연주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비슷한 피아노로 치기 위해 피아노 연주용으로 편곡된 에디션이 몇 종류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곡의 구조적 특성을 극히 부각시킨 판을 쓰는데 해외에서는 안 그런 모양.

초보자용 연습곡은 절대로 아니다. 단성부 곡을 어느 정도 친 후에 비로소 다성부 작품 중 쉬운 편인 인벤션으로 들어간다. 난이도 면에서는 당연히 2성부가 3성부보다 쉬운 편이다. 아케이드 슈팅게임에 비유하자면, 바이엘 / 하농이 1P 하는 것이라면, 혼자서 총 두개 들고 2P 하는 게 인벤션, 세군데에 걸어놓고 혼자서 3P 하는 게 신포니아다.

다성부 음악 중 인벤션 정도의 난이도는 바흐의 6곡의 소전주곡(BWV.933~938)이 있다. 듀엣(BWV.802~805)은 2성부라 만만해 보이지만 막상 연습해 보면 의외로 정신없는 편. 단성음악까지 포함하자면 텔레만의 36곡의 건반 환상곡(TWV.33:1~33:36)이나 스카를라티의 K.9 외 몇몇 작품들 정도를 거론해볼 수 있다. 관심이 있는 위키러들은 함께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담으로, 바흐의 것은 아니지만,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이 직접 두 곡의 인벤션을 작곡한 적이 있다. 듣기 [1]

2 구성

이하의 서술은 참고용이며, 반드시 이렇게 연주해야만 한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당장 위에 링크된 유튜브 동영상도 이와 많이 다르다.(…) 보통 유년시절에 가볍게 피아노를 배워 본 사람들은 인벤션의 몇 곡 정도만 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각 번호마다 장단조 조성이 어떠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2.1 인벤션 (2성부) BWV.772~786

  • No.1 : 다장조. A-B-C 3부 형식.
난해한 대위법의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초등학생 피아노 꿈나무들이 마주하는 첫 곡.(…) 16분쉼표 휴지로 시작하는 7개의 16분음표 리듬이 세 가지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시된다. 길게 끌어주어야 할 음이 있고 짧게 친 후 휴지해야 할 음이 있는데, 휴지해야 할 음을 길게 끄는 일이 없도록 하자. 약간 더 복잡하게 연주하는 버전도 있지만 흔하지는 않은 편.
  • No.2 : 다단조. 카논에 의한 A-B-C 3부 형식.
음표 수가 상당히 많은 편. 16분음표가 물밀듯이 몰려드는 가운데, 꾸밈음이 딸린 8분음표 동기가 흔들리면 안 된다.
  • No.3 : 라장조. 코다가 포함된 3부 형식.
26마디부터 등장하는 긴 트릴의 연속은 생략해도 무방하다. 오히려 담백하게 칠 거라면 생략하는 편이 더 좋다.
  • No.4 : 라단조. 코다가 포함된 3부 형식.
손을 넓게 벌리고, 2-3-4-2-3-4 및 3-4-5-3-4-5 의 핑거링을 편안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29마디부터 등장하는 긴 왼손 트릴 역시 가볍고 부드럽게 연주되어야 한다.
  • No.5 : 내림마장조. 3부 형식.
인벤션 No.15, 신포니아 No.3, 신포니아 No.8과 마찬가지로 바흐 특유의 동기인 ♬ ♪ ♪ 리듬을 보인다. 너무 딱딱하게 끊어 치는 해석이 꽤 흔하지만 그렇게 과장할 필요는 없고, 다른 바로크 음악들이 그렇듯이 깔끔하고 담백한 논-레가토로 연주해도 무방하다.
  • No.6 : 마장조. A-A-B-A-B-A 3부 형식.
마치 재즈의 싱커페이션(?)을 연상시키는 엇박자 동기로 시작한다. 엄밀히는 3부 형식이긴 해도, 러프하게 보면 도돌이표가 존재하는 |:A:||:BA:| 형태를 갖추고 있다. 반올림 기호들이 숱하게 쏟아지므로 이런 부분에 약한 연주자는 주의할 것. 이 곡은 체르니판과 부조니판의 해석이 상당히 다르다.
  • No.7 : 마단조.
15마디부터 등장하는 긴 왼손 트릴에 익숙해질 것.
  • No.8 : 바장조. 전형적인 카논.
알람 시계 소리로도 활용되기도 해서 일반인에게 상당히 친숙한 곡이다. 구성이 직관적이며 굳이 분석할 것도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난이도 자체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 보통 No.1을 뗀 초보 연습자들이 No.8로 넘어온다.
  • No.9 : 바단조. A-B 2부 형식.
지시된 Con spirito에 맞는 악상으로 연주하는 것이 좋다. 전반적으로 반내림 기호와 원음표들이 쏟아지므로 이런 부분에 약한 연주자는 주의할 것.
  • No.10 : 사장조. 코다가 포함된 A-B 2부 형식.
9/8박의 경쾌한 곡으로, 큰 어려움 없이 무난히 연주할 수 있는 곡이다.
  • No.11 : 사단조. A-B 2부 형식.
조성에 있어서 상당히 정교하면서도 괴랄한(…) 변화를 보여준다.
  • No.12 : 가장조.
지극히 하프시코드가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다른 곡들은 소박하고 수수하게 연주했어도 이 곡만큼은 우아하고 화려하게 연주하는 것이 어울린다. 지시된 모든 트릴 기호는 무시하지 말고 음표 지속시간 내내 야무지게 지켜줘야 하며, 물 흐르듯 하는 경쾌함이 녹아있어야 한다. 오른손과 왼손의 싱크로에 유의.
  • No.13 : 가단조. 3부 형식.
인벤션을 배우는 학생들이 단골로 배우는 곡으로, 어린이의 손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넓은 음역대와 난해한 대위법적 진행으로 인해 충격과 공포(…)의 인상을 받게 되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가볍고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르니판에서는 Allegro tranquillo로 빠르게 연주할 것을 지시하고 있으나, 너무 환상곡풍으로 연주해도 안 된다는 주석이 붙은 교재도 있다.
  • No.14 : 내림나장조.
32분음표(…)가 등장하지만 템포 자체가 빠르지는 않기에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 왼손 3-4-5-4-3 및 5-4-3-4-5 핑거링을 연습하기에 좋다. 각 음표들은 끊을 때 확실히 끊어서 휴지부를 지켜주자.
  • No.15 : 나단조.
인벤션 No.5, 신포니아 No.3, 신포니아 No.8과 마찬가지로 바흐 특유의 동기 ♬ ♪ ♪ 로 시작한다. 꾸밈음들을 명확하고 또렷하게 연주하며, 8분음표 사이의 쉼표들도 깔끔히 처리해주는 게 포인트.

2.2 신포니아 (3성부) BWV.787~801

  • No.1 : 다장조. A-B-C 3부 형식.
음표가 종종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당시의 두단식으로 된 건반 악기들에 맞춰서 작곡해서 그렇다. 현대의 피아노로는 뭐... 적당히 찰떡같이 해석해주자.(…)
  • No.2 : 다단조.
어째 인벤션 No.4를 연상시키는 동기가 존재한다. 조용하고 어둡게 칠 수도 있지만 경쾌하게 해석하는 것도 가능할 듯.
  • No.3 : 라장조. 푸가와 유사한 3부 형식.
바흐 특유의 동기 이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 ♬ ♪ ♪ 동기가 나타나고 있다.
  • No.4 : 라단조. 코다가 포함된 A-B 2부 형식의 푸가.
이 곡의 20마디에서 등장하는 반음계적 상승과 22마디의 반음계적 하강이 유명하다.
  • No.5 : 내림마장조. 뚜렷한 3부 형식.
굉장히 특이하다면 특이한데, 상당히 낭만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동기도 동기지만 변화와 발전, 전개가 거의 없이 처음 주어진 두 개의 동기만 가지고 다 해먹기 때문이다.(…)
  • No.6 : 마장조.
34마디의 페르마타는 해석이 분분하다. 페르마타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그딴 거 없었다는 식으로 자체 제작한 카덴차(…)를 만들어서 넘기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여러모로 난감한 부분.
  • No.7 : 마단조. 코다가 포함된 3부 형식.
Lento moderato에 맞게 연주하자. 코다에서 잠깐 숨을 돌리며 최초의 느낌을 다시 환기한다.
  • No.8 : 바장조.
♬ ♪ ♪ 동기 이후 명쾌하고 거칠 것 없는 악상이 이어진다. 하프시코드가 어울리는 편.
  • No.9 : 바단조. 코다가 포함된 3부 형식.
신포니아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호평받는 곡. 좋게 말하면 그 정교함이 음악적 극치를 달리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현학적이고 골치아프다. 난해한 반음계적 동기, 아리송한 8분음표 동기, 난감한 32분음표 동기가 이리저리 엮여서 기가 막힌 방식으로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음표 하나하나가 전부 의미가 있으며, 이것들을 모두 따져본 후 여러 번 연주하며 체득해야만 제대로 이해가 되는 곡으로, 그만큼 문외한들에게는 벡사시옹보다 나을 것이 딱히 없는(…) 느낌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만큼 평론가들은 극찬하는 명작.[2] 오르간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글렌 굴드의 연주)
  • No.10 : 사장조. A-B-C 3부 형식.
중성부를 깔끔하게 연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3성부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데, 양손에 반반씩 분절되어 연주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 No.11 : 사단조.
오르간이 어울리는 작품으로, 상당히 낭만적인 색채를 드러낸다. 57마디에서의 지속저음은 오르간으로 연주할 때에만 제대로 구현된다.
  • No.12 : 가장조.
일반적인 3성부 대위법과는 다소 이질적인 편. 처음 제시되는 동기 역시 바흐라기보다는 언뜻 텔레만처럼 들리기도 한다.
  • No.13 : 가단조.
세 가지의 동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겹쳐지고 포개지면서 흐름을 타고 있다.
  • No.14 : 내림나장조.
발랄하게 연주되어야 하는 곡으로, 기술적으로 상당한 난이도가 있다. 단 부조니판에서는 테크닉이 상대적으로 쉽다.
  • No.15 : 나단조.
32분음표 아르페지오가 쏟아지지만 원래 템포 자체가 빠르지는 않다. 왼손과 오른손의 싱크로에 주의.

3 기타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자주 나왔다. 22화에서 인벤션 No.4 라단조와, 인벤션 No.5 라단조가, 25화에서 신포니아 No.15 나단조가, 28화, 30화에서 인벤션 No.3 라장조가 나왔다.

가수 신화의 곡 "All Your Dream" 도입부 부분에 인벤션 No.4 라단조가 샘플링되었다.

2001년에 내한한 더 리얼 그룹은 여성 둘이서 인벤션 No.13 가단조를 목소리로(…) 완벽하게 연주했다.
  1. 참고로, 학생들이 작곡을 배우면서 인벤션과 신포니아를 중요하게 다루고 실습을 하기 때문에 자주 혼동하는 사실인데, 인벤션과 신포니아는 악곡 '형식'의 이름이 아니다! 단지 바흐가 2성부 곡들에는 인벤션, 3성부 곡들에는 신포니아라는 제목을 붙였을 뿐이다.
  2. 예컨대 세광 출판사의 교재에는 편집자의 다음과 같은 찬사가 실려 있다. "이 곡은... 가장 감동적인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 깊숙히 누구나가 갖고 있는 진지함, 아니 생명이란 이러한 깊이 위에서 있는 것이다. 바흐가 택한 전혀 다른 3개의 주제는 종교적 신앙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의 적나라한 영혼의 깊이 있는 절규(신음 소리라 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바흐가 가지는 공간의 위대함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