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代貴族
영국에 존재하는 귀족으로, 말 그대로 본인 당대에만 작위 또는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일대귀족은 크게 혈통에 의한 것과 법령에 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1 혈통에 의한 일대귀족
세습 가능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식들 모두에게 귀족 작위를 내릴 수도 있었던 대륙계 작위제도[1]와 달리 영국의 작위제도에서는 선대의 작위를 물려받는 자는 장자[2]로 한정된다.
이렇게 작위 세습이 예정(Heir apparent)된 아들을 제외한 공작,후작 및 백작의 아들은 Lord, 남작과 자작의 아들은 Lord 대신 Honorable 이라는 경칭을 사용한다. [3]
2 법령에 의한 일대귀족
영국에서 일반적으로 일대귀족이라고 하면 법령에 의한 일대귀족을 말하며, 보통은 종신귀족(終身貴族)이라는 번역어가 쓰인다. 일대귀족 수작의 근거가 되는 법령은 1876년의 대법원법과 1958년의 종신귀족법이다.
2.1 법관귀족
1876년의 대법원법은 상원 의장이 대법원장을 맡고 법관은 상원 의원인 종신귀족이 총리의 제청에 의해 취임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의 제정 목적은 두 가지로, 첫째는 상원 의원들이 대법원을 구성함으로써 대법원을 상원이 통제하는 데 있다. 때문에 이 제도 하에서 영국 대법원의 판결은 상원의 의사를 강하게 반영하게 된다. 또 하나는 세습귀족과 고위성직자만이 등원할 수 있던, 즉 신분을 통해서만 입성할 수 있던 상원에 전문 법조인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대법원법에 따라 대법관은 상원 의원인 종신귀족이 맡게 되는데, 형태상으로는 '종신귀족이 대법관이 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법관 취임자가 자동으로 종신귀족이 되며 상원 의석을 얻는 셈이다. 영국 대법원의 법관은 취임과 동시에 남작 작위를 받으며, 대법관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작위는 유지하되 본인의 사망과 함께 소멸된다. 단 2005년의 헌법개혁법이 2009년 10월에 발효되어 대법원과 상원이 분리되면서 더 이상 법관귀족을 임명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법관귀족을 봉작한 것은 2009년 6월 29일이다.
현재 유지되는 법관귀족은 23명이다.
2.2 종신귀족
현재 영국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대귀족인 종신귀족은 1958년의 법령에 기초한다. 수작자들은 보통 수상 역임자나 장관, 하원 의장 및 각 정당의 당수나 주요 당직에 재직했던 은퇴 공직자 및 하원 의원들이다. 종신귀족 역시 법관귀족과 마찬가지로 총리의 제청에 의해 임명되는데, 2000년 이후로는 상원 임명 위원회 역시 종신귀족 봉작을 제청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종신귀족들 역시 남작으로 임명되며, 상원 의원이 된다. 보통 여성을 신규로 봉작하지 않는 세습귀족과는 달리 여성도 수작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작위가 없는 자만이 임명되는 것이 아니라 귀족 부인들도 임명된 바 있다.[4]. 한국에도 잘 알려진 여성 종신귀족이라면 마거릿 대처 되시겠다. 세계 어느 누구에게도 뿌릴 수 있는 기사 작위와는 달리 종신귀족은 영국, 아일랜드 공화국 및 영연방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세금을 내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까닭에 중국계 영국인 종신귀족도 있다.[5]
종신귀족법 발효 이후 2011년까지 작위를 받은 종신귀족의 수는 총 1,227명에 달한다.
2.3 로망과 현실
종신귀족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기사 작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명예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귀족이라는 단어가 귀족제 없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불러오는 로망과는 달리, 영국의 종신귀족은 철저한 정치적 산물이다.
위의 법관귀족과 종신귀족에 대한 서술에서 뻔질나게 상원이 언급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법령에 의한 일대귀족은 영국 정치제도, 그 중에서도 상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민의 선출로 구성되지 않고 세습귀족들이 종신으로 임명되는 영국 상원은 대체적으로 보수당의 아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상원 의원들의 출신을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귀족들과 최고위직 성직자로 구성된 상원이 노동당을 지지할 이유 자체가 적지 않은가? 때문에 노동당이 집권할 때면 상원에 노동당 의석을 늘리기 위해 자파 정치인들을 새로 귀족-세습귀족-으로 봉작하는 일이 벌어지고, 보수당이 정권을 탈환하면 다시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귀족들을 봉작하는 일이 반복된다. 당연히 레어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라 귀족사회의 눈치가 보여 점점 상원 장악을 위해 귀족을 늘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꼼수가 바로 종신귀족이다. 당사자는 남작으로 봉해 상원 의원으로 임명하되 세습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전체 귀족가문의 수를 늘지 않게 하면서도 상원의 구성을 바꿀 수 있다. 때문에 구 법제도 하에서의 대법관 임명과 58년 체제 하에서의 종신귀족 임명은 공을 세운 사람에 대한 포상이라기보다는 그냥 상원 의원을 임명하는 정치적 행위나 마찬가지다. 물론 긍정적으로 보자면 본래대로라면 귀족만이 입성할 수 있는 상원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호를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작위를 받아 상원에 입성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정치인이라는 점을 보면 그냥 상원장악의 방편임을 알 수 있다. 당장 2010년 오랜만에 노동당을 물리치고 집권한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만 해도 집권 이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117명(!!)이나 종신귀족에 봉작해 연 평균치의 다섯배에 달하는 스코어를 올렸다.
즉, 영국에서 현재 양산되고 있는 종신귀족 남작들은 어린이용 동화책에 나올 법한 신분상승 판타지가 아니라 히로가네 켄시의 만화 '정치9단'에 어울리는 이야기다. 물론 종신귀족법 발효 후에도 드물게 판타지의 귀족인 세습귀족도 봉작되고 있지만 그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1965년 이후로는 비 왕족 계통에서는 세 개 가문만 만들어졌다. 모두 대처 정권 시대 만들어졌는데, 그 중 두 가문은 1대로 대가 끊기고(...) 가장 마지막인 1984년에 생긴 백작 가문(해롤드 맥밀런 前 수상)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귀족은 아니지만 준남작가도 1965년 이후로는 하나만 만들어졌다. 1990년에 대처 前수상의 남편 데니스가 받은 것).
2011년 6월 외신 뉴스에 올랐던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종신귀족 제청 역시 퍼거슨을 영국 상원 의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시인 셈. 하지만 직능대표 성격이 강한 하원과 귀족원의 성격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상원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퍼거슨 '남작'이 되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일단 이 건을 제청한 이들부터가 맨체스터를 지역구로 둔 하원의원들이고... 먼저 퍼거슨이 맨체스터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다음 종신귀족을 노리는 게 훨씬 가능성이 있겠다. 그런데 맨시티 팬들이 전략적 투표행위를 하면 어떻게 하지? 실제로 그 이후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