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참모

1 개요

Generalstab. 근대적인 육군 참모 조직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프로이센 육군의 참모를 이르는 독일어 단어이다. 단어의 유래는 General + Stab. 영어로는 General staff로 옮겨진다.

2 근대 참모 조직의 태동과 프로이센

18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전문화된 참모 조직이라는 개념은 생소한 것이었다. 군 조직 내에 일정 정도의 전문화된 참모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프로이센이었지만, 이런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쪽은 프랑스 혁명 시기 즈음의 프랑스에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은 이후 프랑스군 전체에 자리잡지는 못했고, 나폴레옹 시기에 이르러서도 일종의 황제 직할 참모 정도의 위치에 머물렀다는 한계를 가진다.

근대적인 참모 조직을 군 전체 조직에 적용되는, 완성에 가까운 단계로 끌어낸 것은 프로이센군에서였다. 프로이센군은 프리드리히 대왕 시절, 대왕이 직접 군대를 지휘하면서 이를 보좌하기 위한 참모 조직이 발전해 있었다. 그러나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로이센군이 프랑스군에게 무너지자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 등이 앞장서서 프로이센군의 편제 개편을 지휘하면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그리고 오늘날 세계 각국의 군대에서 채용하고 있는 근대적 참모 조직의 원형을 창안해 내었다. 물론 이러한 개혁은 철저하게 무로부터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전통을 전 군에 걸친, 그리고 보다 유연한 것으로 정착시킨 주체가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807년 프랑스와 강화를 맺은 프로이센은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했고, 샤른호르스트는 군제개혁위원회(Militaer-Reorganisationskommission)의 위원장 자리에 올라 프로이센군의 편제 개편 및 강화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샤른호르스트 최고의 보좌관은 그나이제나우였다. 샤른호르스트가 특히 중점을 둔 것은 국민개병제의 도입을 통한 징병제의 확보와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정규 참모 조직, 특히 신분을 가리지 않는 전문적 인재의 육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신분층이 주도하는 군사적 조직은 특유의 경직성과 배타성으로 인해 그 잠재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면이 있었으며, 이는 귀족 중심의 경직된 기존 프로이센의 참모 조직이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참패를 당한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1810년 개교한 군에 고급 인재를 공급하기 위한 전쟁대학(Kriegsakademie, Kriegs + Akademie)은 샤른호르스트 개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위협으로 느낀 프랑스의 압력으로 개혁이 진행되던 당시의 총리 슈타인이 경질되면서 잠시 개혁이 중단되기도 하였으나, 러시아 원정에서 나폴레옹이 참패를 겪으면서 군문을 떠났던 개혁파 장교들은 다시 군에 복귀하여 개혁을 주도했다. 1813년 샤른호르스트가 전사하였지만, 그나이제나우가 샤른호르스트의 뒤를 이어 참모총장의 자리에 오르면서 개혁은 프로이센군 조직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었다.

3 장군참모의 육성

전쟁대학이 개교한 이래 프로이센군은 전쟁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면 장성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조직으로 변모했다. 전쟁대학은 군 조직에 최고의 엘리트를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 전쟁대학을 현재의 사관학교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단 전쟁대학은 군에 입대해 경력을 어느 정도 쌓은 장교에게 입학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경력을 쌓은 장교들 중에서도 유능을 인정받는, 말 그대로 엘리트 장교 후보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체 장교단 중 약 1000명만이 입학 후보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1000명의 입학 후보생 중 많아야 약 200명 정도만이 입학이 가능했다.[1]

하지만 이러한 입학 난이도는 졸업에 비하면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저 중 70%에 이르는 인원이 일단 중도의 3년에 이르는 교육과 시험을 따라가지 못해 교육과정에서 탈락하게 된다. 그리고 남은 30% 중 반은 최종 졸업 시험에서 탈락. 이 졸업시험에 합격하는 후보생만이 장군참모 견장을 달고 나올 수 있었다. 결국 입학 후보생 1000명 중 장군참모가 되는 인원은 그 3% 미만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3% 미만 인원은 졸업 이후부터 독일군 최고의 엘리트로 대우받으며 승승장구의 길을 달렸다. 나머지 인원은? 기껏해야 대령, 정말 기가 막힌 운이 붙으면 소장 정도가 승진 상한선이라고 보면 정확하다.[2]

그리고 이런 엄격한 교육을 통해 배출된 엘리트 장교들은 대부분 밥값을 톡톡히 해 냈다. 에리히 폰 만슈타인하인츠 구데리안이 전쟁대학 동기생인 건 잘 알려진 사실. 장군참모 제도는 최고 수준의 인재를 받아들여 엄격한 엘리트 교육을 통해 우수한 장교들을 독일군에 꾸준히 공급했고, 독일군의 우수한 작전적 능력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4 장군참모 출신이 아닌 경우

장군참모는 폐쇄적인 엘리트 육성 방식이 아니었다. 전쟁에서 무훈을 세우고 실력을 인정 받은 장교라면, 장군참모 제도는 출신에 관계 없이 적극 등용하여 참모 교육을 받도록 하였다. 평민 출신 장교들에게도 장군참모는 대표적인 출세 루트였고 실제로 라팔로 조약 이후 남은 4천명의 정예 장교 중엔 평민 출신 장군참모 장교가 많았다.

이러한 장군참모 출신들은 엄격한 교육을 통해 배출된 엘리트이자 미래의 장성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제복에 장군참모 출신임을 상징하는 표식을 허락받고 서명에도 이름 옆에 장군참모임을 따로 표기할 만큼 이들의 존재는 실력 뿐 아니라 외양상으로 두드러졌다.

사실 비장군참모 출신 장교가 장군으로 진급하는 게 워낙 힘들어서 장군참모 출신 장성 VS 그렇지 않은 장성의 대립구도 자체가 거의 없긴 한데, 1944년의 서부전선 지휘체계를 흔들어 놓았던 에르빈 롬멜 원수와 그 외 독일군 장성들 사이의 긴장 관계는 그 예외였다. 전쟁대학에 진학하지 않고[3] 원수봉을 거머쥔 롬멜은 아프리카 전역 종결 이후 서부전선 방어에 투입된 시점에서 다수의 고위 장군들과 신경전을 벌이는데, 이들은 대부분이 장군참모 출신의 엘리트 장성들이다. 물론 롬멜이 지옥같은 동부전선을 경험이 전혀 없고[4] 대규모 집단군을 지휘한 경험이 부족한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또 한 사람의 비장군참모 출신의 원수가 있다. 바로 페르디난트 쇠르너. 롬멜도 쇠르너도 장군참모 출신이 아니면서 보병학교에서 교관을 맡았던 경력이있다.

5 번역 문제

과거 밀덕들끼리 채승병의 2차대전사 블로그 페리스코프 등지에서 Generalstab의 해석을 놓고 토론을 한 바 있다. 현재는 페리스코프가 폐쇄되어서 정확하게 문서로는 보이지 않지만 2015년 9월 기준 인터넷 검색을 통해(류세승 장군 장군참모 번역) Periskop over Military History 사이트에서그런데 왜 '장군참모'라는 번역이 등장한 것일까? 당시 페리스코프 등지에서 아주 명확하게 정한건 아니었지만 '참모총장', '참모본부', '장군참모'로 번역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총참모부'와 '총참모장'은 공산권 군대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보았다.

다만 이것을 논의했었던 세대와 현재 밀덕판에서 활동하는 세대는 명확히 갈리는 데다가 이들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없다시피하거나 차라리 없는 게 나았을 나쁜 연결고리였기 때문에 2010년대에 들어 밀덕판이 과거와 단절하고 다시 재편되는 과정에서 세대 간의 감정적인 부분을 더해 다시 한번 논의가 지펴져 올라오게 되었다.

5.1 장군참모

독일어 Generalstab의 번역에 있어서만큼은 장군참모라는 번역이 정확하다. 독일어의 General에는 일반적인이라는 뜻이 없는 것이다. 현재 독일어에서의 General은 오직 장군/우두머리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며, 일반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참모를 의미하려 했다면 Allgemeinstab 정도가 될 것이다.[5] 민간에서의 게네랄이 붙었을 때의 예시로는 Generalsekretär는 각 기관장으로,UN 사무총장을 UN Generalsekretär으로, 노동계에서는 Generalstreik를 총파업이라 칭하고 있다. 만약 일반참모 측 주장을 채택한다면 총파업도 일반적인 파업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일반참모는 이 단어를 번역하는 데 있어서 오역이며, 독일군의 그것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장군참모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한 번역이다. 일반참모 측의 주장대로 Generalstab이 일반참모가 되어버리면 전쟁대학 출신이 아닌 참모들은 일반적인 참모가 아니란 말인가?
또한 Generalstab은 참모주제에 일반적인 야전 지휘관들을 능가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사령부의 위관급 장군참모가 야전의 영관급 장교들을 능가하는 작전 권한을 갖는다. 이게 어떤 일반참모가 저런권한을 가질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아무리 정말 장군이 아니고 장군진급은 잘되지만 이들로만 장군을 100% 구성하는 것이 아닌데도 장군참모라는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다. 총참모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게 이들은 총참모부에서 일하는 장교가 아니며 빡센 교육을 통과해서 엘리트 장교대접은 받을지라도 참모들의 우두머리인 것도 아니지 않는가? 독일에서 유학하고 온 육사장교들이 괜히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2004년에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에서 '독일군 장군참모 제도'라는 책을 발행했다.또한 독일해군에는 실제, 육, 공군의 Generalstabsoffizier에 상응하는 Admiralstabsoffizier, 즉 제독참모장교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일반참모가 옳다라고 주장하는 측은 여러 참모 중에 뭐가 일반적인 일반참모라고 말하는 것인가? 특정 제대의 군수참모? 정보참모? 인사참모? 작전참모?어떤 것이 일반참모인가? 또 어느제대 어느참모를 가리키는가? 문화, 역사, 사상적으로 한국과 상이한 외국의 언어를 한국어로 딱 떨어지게 나누어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가?

5.2 일반참모

일반참모 측 주장: General이 독일어에는 "일반적인"의 뜻이 없고, 장군이란 뜻밖에 없으니, 장군참모가 맞다는데, 이 단어를 만든 프리드리히 대왕독일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를 일상언어로 쓰던 사람이고, 당연히 프랑스어의 général '일반적인', 또는 '전반적인'이라는 뜻을 차용해 이 계급명을 만든것이다. 그리고 Général이 장군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 것도 사실 단일 병과로 편성된 (그 당시의) 연대 이하 제대와 달리 병과에 관계없이 군 '전체'를 지휘한다는 의미에서 형용사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요컨대 독일어가 차용한 프랑스어 계급명사 general이라는 명사 자체가 '일반적인' 또는 '전체의'라는 형용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독일어 'Generalstab'을 번역할때는 기존처럼 '일반참모'가 정확한 번역이다.

5.3 총참모

총참모: 밀리터리 프레임처럼 독일어 원서를 번역하는 측에서는 Generalstab을 총참모라고 번역하고 있다. Generalstab을 일반참모라고 번역하는 것은 'Colonel General(상장)'을 대령 일반이라고 번역하는 것만큼 오역. 왜냐하면 독일군의 Generalstab은 일반적인 야전 지휘관들을 능가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사령부의 위관급 장군참모가 야전의 영관급 장교들을 능가하는 작전 권한을 갖게 된다. 즉 상위, 총지휘 등 '지휘관급(General)'에 준하는 개념이 포함되어야지 이를일반적인'으로 번역하는 것은 Generalstab이 다른 직책과 차별화되는 특수성을 상실한 직역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장군참모가 Generalstab 특유의 총괄하여 지휘한다는' 개념, 즉 다른 야전 장교들보다 우월적인 위치에 있다는 특유의 직급 의미를 더욱 잘 살린 번역이다. '일반'이라는 단어는 평이하다는 의미가 강해서 이러한 상위적 개념이나 뉘앙스를 표현할 수 없다는 주장.
하지만 총참모라고 번역하면 대한민국에서 흔히 쓰는 용례로는 공산권의 총참모장 등 군 전체의 지휘중추를 가리키는 용례로 더 많이 쓰이고 알려져 있어, 지휘중추보다 하위 단계의 사령부 참모에게 쓰이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다.

5.4 번역하지 말고 원어로 쓰자는 의견

최근에는 아예 번역하기도 애매하다고게네랄슈탑이라는 Generalstab을 한국어로 불러지는 대로 쓰는 것을 미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이 역시 장군참모를 써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 군 유학을 갔다 온 사람의 의견이다.
  1. 전쟁대학 입학 정원은 해마다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대(大) 몰트케의 시대에는 약 120명,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약 160명 정도였다고 한다.
  2. 독일군에는 2차대전 시기까지 준장 직위가 없었다.
  3. 롬멜은 전쟁대학 입학 자체는 추천받은 장교였다. 하지만 본인이 입학을 거부한 경우. 이는 1차대전 당시 훈장 박탈 건으로 엘리트 장군 참모들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4. 롬멜의 상관인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는 롬멜을 광대 원수라고 깠고, 귄터 폰 클루게는 '사단장 깜밖에 안되는 인간이 집단군 사령관이라니!' 라고 평했으며, 제대로 된 장군 교육을 받지 못한 요제프 디트리히까지도 전후의 심문 과정에서 롬멜이 전쟁에 대해서 뭘 알긴 하나? 그 녀석은 사진이나 열심히 찍히고, 난 아프리카의 왕이라고 소리친 거 말고 더 있나?라는 식으로 평했을 정도다.
  5. allgemein이 일반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단어이며, 독일어는 단어를 그대로 이어붙여 합성명사로 쓰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