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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黙の艦隊, Silent Service
카와구치 카이지 작, 일본에서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된 만화. 애니메이션화 되기도 했다. 흔치않게 잠수함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만화이다.
해상자위대 소속 잠수함 '야마나미'가 임무 도중 소련 잠수함과의 충돌사고로 침몰해 함장 가이에다를 비롯한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일본 국내는 들끓었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가이에다와 승무원 전원은 생존해 있었던 것. 이들은 일본과 미국이 비밀리에 함께 건조한 신형 핵잠수함 시배트(Seabat)급 잠수함의 승무원으로 발탁되어 비밀운항시험을 위해 사고를 위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다. 첫 운항에 나선 시배트가 돌연히 전열을 이탈해 숨어버린 것. 이윽고 나타난 가이에다는 자신들을 잠수함 국가 야마토라 칭하며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나간다. |
만화의 줄기는 핵탄두를 탑재한(것으로 여겨지는) 야마토를 가지고 가이에다와 승무원들이 미국, 소련 등 세계의 핵보유국을 상대로 저항하면서, 국제질서를 일부 핵보유국이 아닌 모든 주권국가의 힘으로 끌어나가자는 얘기... 일까?
우주전함 야마토와는 상대도 할 수 없는 극도의 논쟁거리.
이미 주역 잠수함의 이름부터가 야마토, 게다가 핵잠수함이다. 또한 이들이 미, 소 함대를 차례차례 쳐부수고, 끝내는 미 본토까지 쳐들어와 UN 본부에서 가이에다가 연설하는 장면은 이 만화를 매우 불편한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는 작가의 무정부주의, 혹은 허무주의를 상징한다고도 하지만, 이미 일본(자기들은 독립국이라지만)이 핵무장을 한 시점에서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겐 은근한 일제 군국주의의 부활로 비춰질 것이다. 게다가 작가의 핵심 주제는 모든 국가의 능동적인 국제질서 유지 참여이며, 그런 관점에서 자위대는 절름발이 군대이다. 작중 자위대의 활동도 현실적인 제약에 묶이거나 이런 제약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식으로 진행된다. 암살당한 가이에다를 대신해 침묵의 함대를 이끄는 이가 내내 가이에다를 추격하던 자위대 잠수함의 함장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침묵의 함대'란 제목도 자위대를 가리킨다는 해석이 있다.
일단 흔치않은 잠수함과 해군이 주역인 작품인만큼 관심이 있다면 전투장면은 재밌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과 고증이 병맛으로 치닫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딱 한 척 뿐인 잠수함이 미 해군 로스엔젤레스 급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 6척을 농락하고, 항공모함 전단(!) 둘을 개발살내고, 키로프급을 필두로 한 소련 태평양 함대도 작살내고, 종국에는 허드슨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내용을 보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미 시울프급 두대를 끝장낸 정도는 얘기거리도 안 된다.
소련의 알파급 잠수함이 통신 케이블을 꺼내서 다른 잠수함의 스크류를 감아 심해로 끌어들여 압궤시키는 장면이 유명하다. 나중에 침묵의 함대를 거의 그대로 배낀 <유령>에서도 똑같이 나온다.
또한 가이에다의 연설을 듣고 감명(...)을 받은 야마토를 추격하던 세계 각국의 핵잠수함들이 일제히 부상을 해서 같은 편이 되는 장면을 보면 대체 무슨 약을 했길래 이런 생각이 가능한건지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가출하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게다가 엔딩에서는 저격을 당한 가이에다의 후임으로 추격하던 후카마치를 리더로 삼아 부상한 함장들로 구성된 침묵의 함대가 세계평화군이 된다는 것인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이런 일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지는 건지...
그보다 먼저 스포츠조선에서 90년대 중순에 연재하던 <단군의 전쟁>이란 만화가 그야말로 침묵의 함대를 베낀 줄거리였다. 잠수함 국가 해모수를 가지고 일본과 미국 함대를 박살내는 줄거리는 할 말이 없다... 덤으로 장훈이란 만화가가 그린 제국의 함대라는 대본소 만화도 침묵의 함대를 베낀 바 있다.[1] 이게 그리도 매력적이었을까? 또한 박인권도 핵잠유령이란 대본소 만화로 줄거리 토대를 베껴 그린 바 있다...[2]줄거리가 매력적이기 보다는 이 만화가 한국에 출판될 일이 없을테니 신나게 베껴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실 그 후로도 상당 기간동안 정식발매는 되지 않았다.
단행본 32권의 장편만화이지만 여자는 단 한 컷 나온다. 그것도 엔딩에서. 군중 씬의 엑스트라까지 치면 몇 명 나오는 편이지만 그래도 그렇지...[3]
여담이지만 작중 등장하는 잠수함의 작화시 밀리터리 관련 자료집을 보고 그렸는데, 이게 후일 저작권이 있는 사진을 무단으로 모사한 것이 문제가 되어 출판사와 카와구치 측에서 상당한 금액의 배상금을 지불하였다.
주인공 카이에다 시로(海江田四郎)의 어린 시절을 그린 외전이 있다. 제목은 <유리의 풍파(瑠璃の波風)>(한국판 제목은 <바람의 아들>) 전4권이다. 내용은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린 시절부터 똘끼가 있었다. 그래, 저 정도는 되어야 잠수함 반란도 일으키지, 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준의 이야기다.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음. 원작에서도 야마토에 타결되면서 이런 계획을 준비했냐는 미군 장교의 말에 잠수함이란 존재를 알면서부터라고 대답한다. 사실 주인공 자체가 다른 세상에 살다온 것처럼 나온다. CIA 소속 초능력자가 그를 투시하면서 나타내는 묘사는 뭔 초월적인 존재 수준.
케로로 만화판 16권 129화, 애니메이션판 274화에서 패러디되었다.
국내에선 OVA판이 애니박스에서 우리말 더빙되어 방영된 바있다.
1 등장 함종
- 미국
- 소련
2 병맛 고증의 예
위에서 언급했듯 고증이 산으로 가는 작품인데, 이를테면
- 잠수함 낚시 - 통신 케이블을 상대함의 스크류에 감고는 압궤심도로 끌고간다는 것은 상당히 신선한 아이디어이긴 한데... 그런 짓을 실제로 했다가는 케이블 끊어먹기 딱 좋다.[4]
- 허드슨 강의 수심은 10m 미만이다. 로스엔젤레스급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의 흘수선은 9.7m... 뉴욕항까지는 어찌어찌 올 수 있다고 해도 허드슨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 미 해군 병기에 폭뢰가 있다. 미 해군이 폭뢰를 퇴역시킨지가 언제인데...
- 미드웨이급이 F-14를 운용하고 있다. 미드웨이에서는 F/A-18까지만 운용가능했다.
- 적 어뢰를 무력화시킨답시고 전속으로 정면충돌을 한다... 이 과정에서 50노트까지 가속하지 않나...[5] 게다가 정면충돌이니 서로 다가가는 상황에서 그 속도까지 가속한 것이다... 그럴 거리가 되나?[6] 게다가 실제로 충돌 후 어뢰의 신관이 무력화됐다... 게다가 본체가 아닌 세일에 맞았는데 조금 찌그러지고 말았다.
뭘로 만들어진 거냐?[7]
사실 한권만 읽어도 오류가 쏟아지는지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본작의 공식 해설집인 침묵의 함대 해체신서에서는 아예 '미 해군은 본작에 등장하는 것보다 강력하며, 이처럼 미 해군을 괴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못박아두고 있다(…).
3 주된 메세지
한국에서는 일제 군국주의하면 첫번째로 예를 드는 만화로 되어 있지만, 사실 메세지 자체는 군국주의와 거리가 있다. "독립하라"는 가이에다의 마지막 유언은 궁극적으로 국가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며, 현재의 강대국들의 패권주의로부터 벗어나서 좀 더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거하는 세계의 건설을 지향해야 한다는 자유의지주의적인 세계관을 표방하고 있다. 세계의 핵잠수함들이 한편이 되어버리는 전개는 굉장히 무리수가 있다. 작가라고 현실적으로 이게 억지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주제를 가장 명확히 표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끝나면 좋겠지만, 사실 만화의 초반부와 후반부의 주제의식이 좀 달라보이는 점이 있다. 우선 야마토는 별로 좋은 작명이 아니다. 2차대전의 거대전함과 같은 이름을 붙여서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무수한 오해를 낳게 된다. 처음부터 인류애를 주장하고 싶었다면 그에 걸맞는 이름이 나왔어야 했다.
침묵의 함대 초반부는 아무리 봐도 연재 당시의 베스트셀러인 이시하라 신타로의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과 비슷한 주제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 미국의 간섭으로 벗어나서 일본도 자기 목소리를 내며 살자라는 메세지말이다. 이 만화가 인기를 못 얻고 10권대에서 끝났다면 분명 이 주제로 귀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가 장기화되는 동안, 작가의 사상도 변화하고 세상도 변하면서[8] 주제는 '일본의 자주독립'에서 '세계애'로 변해갔다.
즉, 이 만화는 처음과 끝이 많이 다르다. 처음 몇 권만 읽은 사람이 "이 만화 군국주의 만화네"하고 덮더라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침묵의 함대>를 논하기는 미흡하다. 카와구치 카이지라는 작가는 한 마디로 평하기 어려운 배배꼬인 사상의 소유자이며, 침묵의 함대 초반과 후반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그 난해함은 한층 배가될 것이다. 이 부분은 독자의 주의를 요한다.- ↑ 약간 재미있으니까 소개하면, 야마토라는 잠수함 이름을 쓸 수 없었던지 '원 맨'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또한 등장하는 국가는 전부 '시리우스 연합'등의 가상국가명으로 바뀌었다.
- ↑ 이건 좀 경우가 다르다. 핵미사일 탑재 원잠 탈취한다는 소재는 같지만 그 주역은 전세계를 상대로 거하게 삥 뜯어보자는 북한이 조국이 앙심을 품은 러시아 강경파 핵잠수함 함장을 꼬드겨 원잠을 탈취하고 북한 잠수함들이 엄호하자 한국 해군 잠수함이 이를 막아서는 내용이다. 박인권답게 고등이 날라다니지만(...) 최소한 무단으로 베낀 수준은 아니다.
- ↑ 잠수함이 주역인 만화여서 그런 듯 하다. 잠수함 여승조원은 최근에서야 그것도 제한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했으니...
- ↑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로스엔젤레스 급 잠수함의 출력이 35,000 마력인데 그 에너지의 대부분이 추진축에 걸린다. 아니 애초에 촘촘하고 넓게 퍼지는데다 감기면 급격히 스크류 근처로 몰리는 그물 형태도 아니고 한가닥에 부표까지 걸린 통신용 케이블을 다른 잠수함에 건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 ↑ 물의 저항을 무시하더라도 25노트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4배가 필요하고 물의 저항과 캐비테이션으로 인한 효율감소 등을 고려하면...
- ↑ 50노트에 그 정도 가속력이면 그냥 그 속력으로 도망가는게 맞다.
- ↑ 실은 미국 영화 "붉은 10월"의 내용을 베낀 것이다. 즉, 잠수함은 자기 어뢰에 자가가 맞지 않기위해 발사후 일정거리 이상이 되어야 무장이 활성화되는데 그 전에 들이받아 센서를 작살내면 기폭이고 뭐고 없다는 마르코 라미우스 함장의 전술이었다. 이 역시 실제로는 신관은 안전장치가 걸려 있어도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기에 무모하기 짝이 없고 충돌 자체의 에너지를 생각하면 문제가 많은 내용인데 그나마 붉은 10월의 경우 이 안전장치는 실제로 있지만 침묵의 함대에서처럼 고속으로 부딪히면 신관이 작동 안한다는 것은 그냥 병맛설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역시 키치는 원본을 못따라간다. - ↑ 이 만화가 처음 시작할 때에는 전세계는 냉전에 일본은 버블경제였는데, 그 후 공산권 붕괴가 일어나고 일본의 경제는 침체하기 시작했다. 주제가 변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