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tro Antonio Locatelli
1695~1764
1 설명
바로크 시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당대의 바이올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밀라노 인근의 베르가모(Bergamo)에서 출생했으며, 불분명한 유년시절 이후 아르칸젤로 코렐리에게 사사받았고, 주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였다. 오늘날에는 클래식덕후들도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넘길 만큼 안습해진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파가니니 이전의 얼핏 빈곤해 보이는 바로크 바이올린 음악세계에 충격과 공포급의 비르투오조적인 연주 테크닉을 소유하고 있던 먼치킨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로카텔리 역시 많은 바로크 작곡가들처럼[1] 적잖은 작품들이 유실되었고 아직도 음악학자들이 잊혀진 악보들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다작 작곡가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그 역시도 6곡이나 12곡으로 구성된 협주곡집이나 소나타집을 많이 편찬했고, 연주회 이외에 작곡 활동에도 나름 많이 신경을 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카텔리는 비발디나 타르티니와 함께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기교파 작곡가로 손꼽히고 있는데, 실제로 그의 바이올린 연주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고 한다. 로카텔리는 비르투오조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신만을 위한 곡을 많이 썼으며, 실제로 음악학자들은 로카텔리의 바이올린 기교를 저 파가니니의 기교와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고. 이것만으로도 로카텔리의 음악세계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설명이 충분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로카텔리 음악의 최종보스급으로 손꼽히는 작품집이 있으니, 바로 이하에 소개할 협주곡집 《바이올린의 기법》(L'arte del Violino)이 되시겠다.
2 협주곡집 《바이올린의 기법》
12 Concertos for Solo Violin, Strings, and Basso Continuo, 《L'arte del Violino》, Op.3
▲ 바이올린 협주곡 Op.3 No.12, "화성(和聲)의 미궁"(Il Laberinto Armonico). 솔로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가학적인 저 극단적인 카프리치오 카덴차(Capriccio No.23,[2] No.24[3]) 속의 바이올린 음가를 정확히 쫓아갈 수 있겠는가? 바이올린 주자가 저 아르페지오를 어떻게 펼쳐 보이고 있는지 음표들이 그려지기는커녕 그냥 한꺼번에 뒤섞여 뭉친 화음으로 들린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이 골때리는 협주곡집은 요리보고 조리봐도 알수없는 특이한 형식으로 되어 있다. 협주곡집 Op.3 은 총 12곡의 협주곡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협주곡들의 내용적 구성은 다음과 같다.
- 1악장 : 빠름 - 현악 합주(Tutti) + 솔로(Solo) ▶ 2~4분 동안의 솔로 바이올린 카프리치오 카덴차 ▶ 현악 합주(Tutti)
- 2악장 : 느림 - 현악 합주(Tutti) + 솔로(Solo) ▶ 솔로 바이올린 카덴차[4] ▶ 현악 합주(Tutti)
- 3악장 : 빠름 - 현악 합주(Tutti) + 솔로(Solo) ▶ 2~4분 동안의 솔로 바이올린 카프리치오 카덴차 ▶ 현악 합주(Tutti)
즉, 이 협주곡집에 존재하는 바이올린 카프리치오는 1곡당 2개에다 총 12곡이니까 24개가 나온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가 가히 초절기교 수준으로 어렵다. 카프리치오가 아닌 일반 솔로 파트도 끔찍하게 어렵다. 실제로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바로크 시대 바이올린 곡들 중에서 가장 어려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5]
사실, 따지고 보면 내용상 별 특별하달 것도 없다. 곡의 해석이나 묘사를 하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무슨 전위적인 시도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다양한 화음들이 바로크 특유의 악풍을 따라 변화해가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 화음들이 대략 1~4옥타브 정도로 넓은 범위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최소 16분음표 이상[6]으로 밀집시킨 채, 자신의 왼손 손가락들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갈듯 말듯한 상황에서(…) 극도로 빠르게 연주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냥 테크니컬하게 어렵다. 피아노로 따지자면 아마 이 분과 비슷한 포지션? 그리고 솔로 바이올린이 혼자 겁나게 빠른 속도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안, 현악 합주를 맡은 동료 주자들은 야속하게도 최소한의 지속저음(통주저음) 반주도 끊어버린 채 모두가 솔로를 지켜보고 있다.(…)
그 중의 압권이 바로 마지막 No.12 "화성의 미궁" 으로, 위 영상에서 보듯이 솔로 바이올린을 작정하고 엿먹이려는 듯한 가혹한 기교를 요구하고 있다. No.23 카프리치오의 경우, 악보야 저렇게 희멀겋게 덩그러니 있지만, 그냥 저기서 작곡가가 던져준 음표들을 가지고 32분음표 이상으로 빽빽한 숲을 만들어서 연주하라는 얘기다.(…) 어째 제목이 "미궁" 인 곡들은 제정신인 곡이 없다 중간에 보면 오선지를 아예 저 멀리 돌파하는 음표들도 있다.(…) E현 다 끊어지겠다 이놈들아
무엇보다도 웃기는 사실은 바로 이 곡의 첨언. 로카텔리는 "화성의 미궁" 1악장 카프리치오 시작점에다 "facilus aditus, difficilis exitus" 라고 붙여 놓았다. 번역하면... 그렇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흠좀무(…) 찰지구나! 레알 바이올린 주자를 엿먹이려고 한 게 분명하다
- ↑ 오늘날 바로크 시대가 클래식 음악 위상에서 바흐 헨델 빼면 쩌리들로 취급되는 안습한 시대처럼 여겨지는 것도, 그 당시 난다 긴다 하던 괴물들이 한꺼번에 역사 속에서 잊혀져버렸기 때문인 것도 있다. 시대적 한계는 있었지만 당시 사람들도 환경이 허락하는 한 어떻게든 예술세계를 넓히기 위해 분투했고 탐구했으며 실험했는데, 오늘날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없던 셈 취급당하게 된 건 어찌 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 ↑ 02:25부터 시작
- ↑ 13:30부터 시작
- ↑ 이 부분은 카프리치오로 쳐주지는 않는다.
- ↑ "... the most difficult violin display passages of all Baroque literature." 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 ↑ 기본박자가 워낙에 빨라서 실제로는 32분음표 수준. 게다가 세계구급 굇수들은 4분음표를 여섯으로 쪼개는 기행을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