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003 NLCS에서 넘어옴)
역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일람
2002 NLCS2003 NLCS2004 NLCS

1 개요

2003년 월드 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시카고 컵스플로리다 말린스가 벌인 플레이오프 경기.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말린스가 거머쥐었고, 컵스는 또 한 번 염소의 저주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3승 2패로 시리즈 승리까지 1승만을 남겼던 컵스가 6차전에서 3-0으로 리드중이었으나 8회초 수비과정에서 관중과 외야수 사이의 충돌로 파울볼을 놓친 이후 급속도로 흔들리면서 대역전패를 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티브 바트만이라는 이름의 이 관중은 이후로도 오래도록 컵스팬들의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1]

2 양 팀 상황

2.1 2003년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명장 더스티 베이커를 모셔오면서 대권도전에 박차를 가했다. 케리 우드, 마크 프라이어, 카를로스 잠브라노라는 세 명의 파이어볼러 영건들이 이끄는 선발진은 리그에서도 최강이었고, 케니 로프턴, 아라미스 라미레즈, 모이세스 알루새미 소사가 이끄는 타선 역시 훌륭했다. 결과적으로 88승을 거두면서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누린다.[2]

2.2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

이반 로드리게스를 오프시즌에 트레이드로 영입해오면서 수비를 두텁게 한 데 이어서, 유망주 미겔 카브레라돈트렐 윌리스를 마이너리그에서 승격시키고, 그리고 당시 명 마무리로 유명했던 우게스 울비나까지 영입하면서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1~3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A.J. 버넷, 조시 베켓, 그리고 마크 레드맨이 모두 이러저런 부상을 안고 시즌을 시작하면서 시즌 초반에는 4할 초반의 극히 부진한 승률을 보여준다. 결국 시즌 중반에 감독이 교체가 되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되어 91승 71패로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성공한다.[3]

3 진행

3.1 1차전

10월 7일, 리글리 필드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10회11회RHE
플로리다 말린스005001002019141
시카고 컵스400002002008111

1회말 컵스가 대거 넉 점을 내면서 쉽게 승리를 가져가는가 했지만, 3회초 말린스는 후안 엔카나시온, 미겔 카브레라, 이반 로드리게스의 집중타로 역전을 시키는데 성공한다. 이후로도 엎치락뒤치락 하던 경기는 9회초 동점상황에서 말린스가 두 점을 내면서 이대로 끝나나 했는데, 새미 소사가 9회말 2사에서 동점 투런을 날리면서 리글리 필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린다. 하지만 11회초 말린스가 다시 마이크 로웰의 재역전 솔로 홈런으로 앞서갔고, 9-8로 말린스가 첫 승을 가져간다.

3.2 2차전

10월 8일, 리글리 필드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플로리다 말린스000002010391
시카고 컵스23303100-12161

마크 프라이어가 호투를 펼치고, 새미 소사아라미스 라미레즈가 홈런을 날려버리린 컵스가 말린스의 투수진을 초토화시키면서 시리즈를 동률로 만든다.

3.3 3차전

10월 10일, 선 라이프 스타디움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10회11회RHE
시카고 컵스110000020015120
플로리다 말린스010000210004100

마크 레드맨케리 우드의 선발 대결에서 양팀은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1차전에 이어 다시 연장접전이 벌어졌고 11회초 덕 글랜빌이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쳐내면서 결승점을 뽑아낸 컵스가 3차전을 차지하고 시리즈 리드를 가져간다.

3.4 4차전

10월 11일, 선 라이프 스타디움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시카고 컵스402100100880
플로리다 말린스000020010361

한껏 기세가 오른 컵스는 말린스의 선발 투수 돈트렐 윌리스를 초장부터 박살내버린다. 아라미스 라미레즈는 1회초 만루홈런을 포함해 멀티홈런을 쳐내면서 승리의 일등공신. 컵스가 8-3으로 승리하면서 월드시리즈까지 딱 1승만을 남겨두고, 시카고 전역이 1945년 이후 60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대한 기대로 한껏 달아오른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이 승리 이후로 시카고 컵스는 무려 12년 동안 플레이오프 9연패에 시달려야만 했다는 것을....

3.5 5차전

10월 12일, 선 라이프 스타디움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시카고 컵스000000000020
플로리다 말린스00002011-480

벼랑끝에 몰린 말린스를 구한 것은 젊은 에이스 조시 베켓이었다. 단 2안타를 맞으면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마이크 로웰이반 로드리게스가 각각 홈런을 쳐내면서 승부를 시카고로 끌고갔다. 그렇지만 이 경기 패배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컵스는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6,7차전은 그들의 열성적인 팬들로 가득 메워질 리글리 필드에서 열릴 것이었으며, 그 경기에서 등판할 선발투수는 메이저리그 최강의 원투펀치 중 하나였던 마크 프라이어케리 우드였기 때문.

3.6 6차전

10월 14일, 리글리 필드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플로리다 말린스000000080890
시카고 컵스1000011003102

58년만의 월드 시리즈 진출에 대한 희망으로 온 시카고가 들썩거리는 가운데, 운명의 6차전이 시작됐다. 마크 프라이어가 호투를 거듭하는 가운데 7회말까지 컵스는 3-0으로 리드했고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불과 6개의 아웃카운트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프라이어는 첫 아웃카운트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았고, 후속 타자는 루이스 카스티요. 카스티요는 용규놀이 끈질기게 타구를 커트해내면서 프라이어를 괴롭혔으나, 8구째 친 공이 좌익선상 밖으로 날아갔고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가 이 공을 잡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잔뜩 흥분해있던 관중들 중 한 사람이었던 스티브 바트만이 이 공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고, 모이세스 알루는 이 공을 놓치고 만다!

알루는 미친듯이 그 관중에게 화를 냈고 마운드의 투수 프라이어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카스티요가 볼넷으로 출루한데 이어서, 폭투를 범하면서 카스티요는 3루까지 진루한다. 이반 로드리게스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는데 성공한 말린스. 하지만 프라이어는 미겔 카브레라에게 병살성 타구를 유도해내고 그렇게 이닝이 끝나는 듯 싶었는데... 그 해 리그 최고의 유격수 수비를 자랑하던 알렉스 곤잘레스가 실책을 범하면서 주자와 타자가 모두 살게 된다! 그리고 컵스는 멸망했다. 데릭 리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동점을 허용하자 뒤늦게 베이커 감독은 프라이어를 내리고 카일 판스워스를 등판시켰지만 판스워스 역시 제구가 흔들리면서 마이크 로웰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희생플라이로 역전 허용. 컵스 계투진의 볼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서 볼넷을 또다시 내주면서 만루를 만들었고,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싹슬이 적시타가 터져나오면서 경기는 완전히 말린스 쪽으로 넘어갔다. 결국 경기는 8-3, 말린스의 대역전극으로 끝났고 승부는 7차전으로 넘어가게 됐다.

때는 2003년, 시카고 컵스는 더스틴 베이커 감독의 지휘 아래 강속구 투수 케리 우드, 역대급 재능을 선보인 마크 프라이어, 약빨이었지만 당시 최고의 타자중 한명이었던 세미소사를 앞세워 NLCS 까지 진출에 성공했고 상대팀은 신생팀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1997년 창단)였기에 월드 시리즈 진출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Honeycam%2B2016-10-23%2B13-03-40.gif

Honeycam%2B2016-10-23%2B13-07-12.gif

주위에서는 FUCK, FUCK, KILL 이런 단어들이 들려오고 온갖 카메라들이 들이 닥치고 7차전 패배이후에는 살해위협도 받는등 그야말로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

참고로 바트만이 앉은 자리는 바트만의 자리(The Bartman seat)라고 불리며 리글리 필드의 명당으로 자리잡았다. 이 사건이 터진후 바트만에게 수많은 조롱이 담긴 선물들과 협박 전화뿐 아니라, 슈퍼볼 광고제의도 갔었지만 이를 모두 거절하고 현재는 시카고에서 재무 설계사로써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3.7 7차전

10월 15일, 리글리 필드
1회2회3회4회5회6회7회8회9회RHE
플로리다 말린스3000312009120
시카고 컵스003200100660

컵스의 마지막 희망은 2003시즌 후반기에서 단 한번도 리글리 필드에서 패해본 적이 없던 케리 우드였다. 워낙 드라마틱하게 진 6차전 탓에 우드는 1회초 석점을 내주면서 흔들리는 듯이 보였지만 안정을 찾았고, 2회말 곧바로 동점을 이룬데 이어 3회말에는 모이에스 알루가 투런 홈런을 치면서 경기는 역전됐다. 하지만 또다시 우드와 컵스 계투진이 제구에 난조를 보이면서 경기는 역전됐고 결국 말린스가 9-6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면서 컵스팬들은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고, 컵스는 이로부터 다시 13년을 기다려서야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4 과연 바트만이 원흉이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마녀사냥이다.


대역전극에 극도로 분노한 컵스 팬덤은 희생양을 찾아나섰고, 그것이 바로 6차전에서 파울플라이를 방해한 스티브 바트만이었다. 이미 6차전 당시 경기장에서부터 바트먼에게 온갖 쌍욕과 오물을 투척하던 컵스팬들은 7차전 이후에는 급기야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가족들까지도 살해협박을 받는 통에 전화번호까지 바꿔야 했으며 심지어 일리노이 주와 플로리다 주의 주지사들이 힘을 합쳐서 바트만을 보호해주어야만 하는 판국이었다.[4]

하지만 위의 영상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굳이 바트만이 아니었더라도 그 주변의 무수한 컵스 팬들이 파울볼을 잡기 위해 손을 뻗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결정적으로 팬들의 방해가 아니었더라도 이미 공의 궤도는 알루의 글러브보다 멀리 떨어져있었다. 즉 잡을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5]. 근본적으로 이 날, 컵스의 대역전패는 바트만의 탓이 아니라, 지친 마크 프라이어를 8회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인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판단착오와,과도한 오버엑션으로 오히려 자기팀 투수를 흔든 알루,구원등판해서 신나게 볼질을 해대면서 장작만 쌓아놓은 계투진, 이닝을 끝낼수 있었던 쉬운 병살성 타구를 어처구니 없이 놓쳐버린 유격수 알렉스 곤잘레스까지 컵스 선수단 자체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986년 월드 시리즈에서 버크너에 대한 보스턴 팬덤의 증오와 더불어서, 광적인 팬심이 얼마나 애꿎은 사람 하나를 죽일 놈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

하지만 바트만이 동정을 받든 어쩌든 이 사건은 컵스 팬들에게는 전무후무한 트라우마로 자리잡았다. 이후 리글리 필드에서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는 관중석 근처로 잡힐듯 말듯한 파울 플라이가 날아들면 바트만을 기억하는 컶빠들이 알아서 자제하는 기이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1. 실제로는 바트만이 방해하지 않았더라도 이 타구를 못잡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정설로 자리잡았다. 덧붙여 굳이 바트만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다른 관중들도 다들 파울볼을 잡으려고 팔을 쭉 뻗은 상태였다. 말 그대로 분노한 팬심이 개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자행한 마녀사냥.
  2. 여담으로 1989년에는 동/서부 양대지구 체제여서 동부지구 소속이었고, 1994년 동/중/서부 지구로의 개편 이후로는 최초의 지구 우승.
  3. 지구 1위는 바비 콕스가 이끄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무려 100승이 넘는 괴물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디비전에서 컵스에게 광탈
  4. 일리노이 주지사는 원한다면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적용시켜주겠다고 했고, 플로리다 주지사 젭 부시도 바트만의 보호처를 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5. 게다가 이후 나왔던 모이세스 알루의 리액션 역시 문제였던 게 너무 감정적이었다. 그저 아쉬운 표정만 짓고 '아, 아깝다 잡을 수 있었는데,'란 제스쳐만 보였어도 그만이었던 것을 마치 바트맨이 고의적으로 포구를 방해했다는듯 불같이 화를 내니 이에 편승해 팬들은 팬들대로 바트맨을 욕했고 선수들 역시 멘붕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