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에스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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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ault Espace

1 개요

르노의 중형 미니밴. 사실상 유럽에 미니밴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모델로, 르노의 도전적인 정신이 담겨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에스파스라는 이름의 의미는 공간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이다.

2 역사

2.1 1세대 (1984~1991)

에스파스의 개발이 시작된 것은 1978년, 프랑스의 군소 업체인 마트라(Matra)의 회사 사장인 필립 게동(Philippe Guedon)이 자사의 디자이너 앙투안 볼라니에게, 크라이슬러의 유럽 지사에 있었던 생카(Simca)와 같이 개발한 마트라-생카 란쵸(Rancho)의 후속이 될 레져용 차량을 디자인해오라는 주문을 하면서 이루어졌다. 앙투안 볼라니와 Patrick Bertholon을 비롯한 마트라의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잡지에서 본 미국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이러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유럽 시장에 맞게 옮겨넣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진행해 1979년 6월에 첫 번째 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

이를 보고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던 마트라에서는, 당시 생카(탈보(Talbot)로 개명)의 모회사가 된 푸조-시트로엥 그룹을 위해 탈보 브랜드로 출시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 여러 디자인 제안과 주행 가능한 시험차들을 제작했다.[1]이를 본 푸조에서도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면 충분히 전환점이 될 수 있겠다"고 평가하면서 미니밴 계획 자체를 꽤 긍정적으로 보기는 했으나,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던 푸조가 보기로는 너무 과감하고 모험적인 시도였던 탓에 이를 거절하고 만다.

결국 1982년 10월에 필립 사장이 푸조와의 계약을 파기해버렸고, 대신 당시 공기업이었던 르노로 넘어가기로 했다. 푸조와는 달리, 당시 르노의 회장이었던 베르나드 아농(Bernard Hanon)은 푸조 측의 경영진들처럼 호의적인 평가를 하되, 크라이슬러에서 선보인 미니밴 원본을 본 경험이 있었던 그로서는 마트라의 미니밴 프로젝트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미니밴 프로젝트에 온 회사의 생사를 걸고 있었던 마트라에게 있어서 이 결정은 천만다행이었다. 이때부터 르노와 마트라의 인원들이 이 프로젝트를 양산에 알맞는 형태로 다듬기 시작했고, 르노가 가진 넓은 판매망과 대규모의 연구 시설이 제공되면서, 실내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와 같은 중요한 연구들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자유롭게 배치하거나 탈착할 수 있는 좌석 배치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해서 1984년 4월에 미니밴 프로젝트는 르노 에스파스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일 수 있었고, 7월부터 2000 GTS와 2000 TSE의 2개 트림이 1995cc 110마력 휘발유 엔진이 장착되는 형태로 판매가 처음 이루어졌다. 하지만 판매 첫 달동안은 판매가 아주 부진해, 한 달동안 겨우 9대 정도가 팔리는 수준에 불과했었다. 때문에 르노에서 마트라와의 계약을 끊을 생각을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으나, 기자들을 데려다가 차량 시승회를 열던 중, 점심시간에 비가 오기 시작하자 차량 내부에서 식사를 하도록 시키는 등의 노력과 더불어 고객들의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에스파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불어났다.

심플하게 흐르는 원박스형 차체와 굴곡 없는 평평한 면들이 마치 SF영화의 우주 군함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중형세단 수준의 차체 길이 속에 두 가족과 짐까지 실을 수 있는 광활한 실내공간은 당시 엄청난 파격이었고 지금까지 없던 패밀리카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사방으로 시원하게 뚫린 개방감 넘치는 창문과 용도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배치할 수 있는 시트배열도 이 차의 가치를 높였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뒤로 돌리고 2열시트를 테이블 삼아 차 안에서 회의를 할 수도 있었다. 필요에 따라 가족뿐 아니라 비즈니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의 사용법을 획기적으로 넓힌 셈이다. 에스파스 한 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실내에 이런 기능을 담기 위해 우주 군함 같은 원박스형 디자인을 사용한 것이다.

1세대 에스파스의 차체는 철판 뼈대에 수지제의 외판을 조립한 구조였다. 외부 패널의 상당수가 플라스틱이라는 뜻이다. 이를 통해 차체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거대한 차체와 평범한 엔진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재미난 주행성능을 갖출 수 있었다. 차를 되도록 평평한 면으로 디자인한 이유도 실내공간을 최대한 뽑아내면서, 동시에 수지로 만든 패널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안전성은 꽝이다 나중에 에스파스가 인기를 끌자, 같은 구성으로 제작되던 스포츠카탈보-마트라 무레나를 단종시켜 에스파스 생산에 집중하기로 결정이 났다. 영국 시장에서는 1985년 8월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1984년에는 르노와 제휴하던 미국의 AMC를 통해 에스파스를 미국에 판매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1985년에는 시카고 오토쇼에 에스파스를 전시하기도 했으나 마트라와 AMC가 비용 문제로 협상을 계속하던 것이 시간을 길게 끌다가, AMC가 크라이슬러로 인수되면서 완전히 무산되었다.

1989년식 에스파스 GTX에스파스 쿼드라 TXE

이후 1988년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해, 헤드램프와 그릴 디자인을 바꾸고 방향지시등도 호박색에서 흰색으로 바꾸었다. 또한 그해 1월에는 상시 사륜구동 버전인 "콰드라(Quadra)"를 추가했다. 에스파스의 상업적 성공에 따라, 유럽의 미니밴 시장도 성장해 일본미국 업체들도 여기에 참여했고, 유럽의 경쟁자들도 미니밴 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엔진 라인업도 꾸준히 갱신되어 2.1리터 4기통 터보디젤 엔진과 2.9리터 V6 휘발유 엔진이 추가되었다.

여담으로, 2004년에 방영된 탑기어 방송의 챌린지에서는 에스파스 2대와 토요타 에스티마, 토요타 타운에이스, 미쓰비시 샤리오, 닛산 세레나와 경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 에스파스 2대가 각각 1등과 2등을 차지했다. 또한 당시 파리 시장의 요청에 따라 마트라에서 런던의 블랙캡 택시 구성을 모방한 택시 버전을 수백대 가량 제작한 적이 있었으며, 단 2대 정도만 생존해있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차량이 되었다.

2.2 2세대 (1991~1997)

2세대 에스파스왠지 드리프트하는거 같지만 넘어가자

1991년, 해외 경쟁자들의 미니밴 시장 참여에 대비해 상품성을 강화한 2세대 모델이 출시되었다. 1세대가 워낙 인기도 좋고 완성도도 제법 있었기 때문에 플랫폼, 동력계통 등을 죄다 그대로 두고 디자인만 시대에 맞춰 바꾸면서 동 시대의 르노 차량들과 비슷해졌다. 그렇다고 르노에서도 단순히 스킨 체인지만 하는 건 아니라서 공장 시설도 새로 갱신했고, 기존의 부품들도 잘 활용해 인테리어도 개선되었으며 ABS와 에어백같은 안전 장비들도 주저하지 않아 이전보다 고급스러워졌다. 기존 부품만 이어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좌석 배열 설계와 차체 골격같은 성공적인 요소들도 이어졌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 2.2L, V6 2.9L 가솔린과 2.1L 디젤 등 1세대의 것을 계속 썼으며, 생산은 기존의 마트라 공장 외에도 중국 후베이 성(湖北省) 샤오난 구(孝南区) 샤오간(孝感) 시의 현지공장에서 1994년부터 1999년까지 Univers라는 이름으로 현지생산도 이루어졌다.

2.2.1 에스파스 F1

2세대를 기반으로 1995년에 내놓은 무시무시한 에스파스다. 당시 르노 F1팀에서 쓰이던 V10 3.5L RS4엔진을 그대로 갖다넣었다.[2]속이 이렇게 괴물인데 겉모습이 평범할 리가 없다. 디자인 또한 누가 봐도 단순한 미니밴이 아니다. 외장패널은 알루미늄카본 등으로 바꿔 무게를 더욱 줄였고, 차체를 두른 에어로파츠와 거대한 휠 등으로 웬만한 스포츠카 뺨 치는 존재감을 내뿜는다. 물론 실제로 판매된 모델은 아니고 르노에서 재미를 위해 내놓은 컨셉트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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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그란투리스모 2에도 나온적이 있다. 유튜브 영상

2.3 3세대 (1997~2002)

1997년에는 2세대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가져다 쓴 3세대 에스파스가 출시되었다. 엔진 라인업이 늘어나면서 직렬 4기통 2.0L, V6 3.0L 가솔린과 1.9L 및 2.2L 디젤엔진이 적용되었다. 각진 디자인의 전작에 비해 곡선이 많이 추가되었으며 휠 볼트 개수가 4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 또한 1998년에는 장축형인 그랜드 에스파스가 추가되었다. 3도어 MPV인 르노 아방타임(Avantime)은 3세대 에스파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마트라 공장에서 만들어진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2.4 4세대 (2002~2014)

페이즈 1페이즈 2

2002년 출시된 4세대 에스파스는 이전 세대와 달리 르노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당시 디자인이 상당히 파격적이었는데, 센터페시아에 덮개를 적용해 덮개를 닫으면 카오디오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덮개를 열면 카오디오가 드러난다. 계기판은 대시보드 중앙에 길쪽한 디지털 창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수납공간이 많은 실내와 나름대로 고급화까지 이루어져 출시 당시 인기가 많았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및 V6 3.0L 가솔린, 직렬 4기통 2.0L 터보, 1.9L 및 2.2L 디젤이 있었고 6단 수동 혹은 5단/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2006년에는 소폭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페이즈 2를 출시했다. 직렬 4기통 2.0L 및 V6 3.0L 디젤엔진이 추가되었다.

그랜드 에스파스 페이즈 3페이즈 4

2010년에는 마이너체인지 버전인 페이즈 3를 출시했다. 마이너체인지인 만큼 변화의 폭은 적지만 LED 라이트가 추가되었다.

2012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페이즈 4를 출시했다. 동 시대의 르노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하지만 우려먹기로 인한 르노의 행태에 에스파스는 구형의 인기를 뛰어 넘지 못했다라는 등 비판이 이어졌다.

2.5 5세대 (2014~현재)

2013년에 출품된 이니셜 파리 컨셉트의 양산형으로, 2014년 10월 파리 모터쇼에 양산형이 공개되었고 이후 2015년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기존의 미니밴이 아닌 중형 크로스오버 차량으로 개발되었다. 따라서 기존 에스파스가 지녔던 미니밴 형태에 SUV의 요소를 섞은 듯한 크로스오버 차량의 형태[3]를 띠고 있으며, 3세대와 4세대에 있던 그랜드 에스파스는 사라졌다. 르노의 CMF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엔진은 르노삼성 SM5 TCe와 닛산 쥬크에 들어가는 1,618cc 가솔린 터보 엔진과 1,598cc 디젤엔진 2종[4]이 탑재되며, 6단 혹은 7단 자동변속기가 달린다. 5세대부터는 좌핸들 사양으로만 개발되어 영국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우핸들 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탈리스만도 마찬가지로 우핸들 사양을 개발하지 않았다.

이 모델이 르노삼성 라인업으로 2017년쯤에 출시될 예정이라 한다.[5] 예상 모델명은 QM7 혹은 새로운 작명법이 탄생할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글에서 현재 플래그쉽 세단인 SM7을 대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1. 때문에 초기 시험차들 중에서는 중형 해치백인 생카/탈보 1307과 비슷한 그릴이 장착되기도 했다.
  2. 심지어 엔진의 크기와 구조 문제 때문에 차체 중앙에 엔진을 집어넣었다. 즉 미드십 구조이다.
  3. 4세대까지 이어오던 좌석 배치를 완전히 갈아엎어 평범한 7인승 구성이 되었으나, 2-3열 시트를 한번에 접는 "원터치 폴딩시트"나 넉넉한 실내, 내비게이션 겸 텔레매틱스 멀티미디어인 R-Link, 보스(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Eco', 'Comfort', Neutral', 'Sport', 'Perso' 등의 주행모드를 두고 차량 주행성능을 다방면에서 제어하는 Multi-Sense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
  4. 130마력짜리 논터보와 160마력짜리 트윈터보 엔진
  5. 원래 2016년에 출시하려 했으나 상반기에는 SM6, 하반기에는 QM6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출시가 연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