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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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1 역사

문화권에 따라 다르지만 예로부터 꽤 많이 먹는 고기였다. 애초에 원시인들이 말을 사냥한 것부터가 고기를 먹기 위함이지 올라타거나 일을 시키기 위한 게 아니었으니까. 오늘날에도 수많은 말사냥의 유적이 남아 있는데, 절벽에서 무더기로 떨어뜨려 죽인 흔적이 많다.

주로 유목민들이 말고기를 식용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도 꽤 먹은 편이다. 유럽에서는 빈민들이 먹는 고기로 인식되었다고 하지만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가 말 식용으로 유명하고, 한국에서도 꽤 먹었다. 폭군으로 많이 알려진 연산군정력에 좋다 하여 백마음경을 회로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중앙에 바치는 진상품 중 하나가 말린 말고기였다. 쉽게 말해 말고기 육포. 오늘날 일본에서도 말고기 육회(馬刺し:'바사시') 등의 말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제주도에서도 맛볼 수 있는데, 중국 및 국내 관광객의 수요가 많다고 한다.

말은 군수물자등으로 취급돼서 그렇게 많이 먹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선 시대까지도 소는 농업용, 말은 군수 물자로 중요했기 때문에 민간에서 함부로 잡아 먹지 못하게 했다. 단, 늙어서 노쇠한 폐마나 잡아먹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거기다 군수물자인 말을 먹는다는 것은 유목민처럼 말이 남아도는 경우가 아니거나 말이라도 먹지 않고서는 굶어 죽게 생길 정도로 막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먹는 것이 맛있게 느껴질리 없다는 것도 한 몫한다. 여담이지만 나폴레옹의 군대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후퇴할 때의 비참한 상황을 묘사할 때, 말을 잡고 화약으로 간을 해서 먹었다는 말이 있다. 데워먹다 불이야!하는 일도 있었을 듯 실제로는 쇠고기보다 부드럽고, 지방질이 적으며 고소하다. 80년대 초에 서울 홍릉(청량리) 부근의 유명 갈비집[1]에서 경마장에나 노역용으로 쓰던 말고기를 갖다가 쇠갈비로 속여 팔다 걸린 일이 있었는데, 맛이 다른 것을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당시는 수입 쇠고기가 거의 팔리지 않던 시절이며 그 갈비집들은 고기 맛 좋기로 소문난 데였다.

주로 몽골이나 일본쪽에서 자주 잡아먹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가 말고기로 유명하다. 육회, 불고기, 철판구이, 찜, 조림 등 쇠고기로 만드는 모든 요리가 말고기로 가능하다. 제주도에는 주로 제주마와 제주산마로 구분을 하고 있으며 제주마는 몽골계 말(원래 제주마는 남방계통의 말이였으나 몽골 점령기 때 북방계 말들이 제주도로 대거 들어오면서 북방계 말에 흡수되었음)로 Cold Blood 계통의 말이며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하여 근내 지방을 축적 마블링이 되어 옛부터 즐겨 먹었다. 제주산마는 제주마와 Hot Blood계통의 더러브렛등과 교배시킨 말들로 더운지방의 말들은 근내에 지방을 축적하지 않아 마블링이 잘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유통되고 있는 말고기는 대부분 제주산마이다. 말고기가 발달된 일본의 경우 마블링이 잘되고 1톤이상 비육이 가능한 Cold Blood계통의 말들을 캐나다에서 수입 3~6개월 가량 후기 비육하여 마블링 정도가 우수한 마육을 생산하고 있으며 구마모토 지역이 말고기로 유명하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으로는 익히지 말고 그냥 생으로 먹는 것이다. 말의 지방은 융점이 소고기에 비하여 휠씬 낮기 때문에, 입안에서도 충분히 녹아내려서 육회의 재료로는 최고다.[2] 싱싱한 말고기 육회, 육사시미는 소고기로 만든 육사시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구워먹을 경우 블루레어 혹은 레어로 살짝만 구워 먹는 것이 좋다. 전술했듯이 지방이 적고, 낮는 점에서 녹기 때문에 오래 구우면 바싹 익은 살코기만 남아 맛이 없다. 곰탕도 해 먹는데, 골질이 소나 돼지보다 훨씬 단단해서 며칠을 끓여야 한다. 그래서인지 곰탕보다는 아예 엑기스로 만들어 먹는 편이 곰탕보다는 흔하다. 그래봐야 말고기 자체가 마이너 of 마이너 노루고기만 할까? 이 엑기스가 어르신들 무릎관절에 좋다는 속설이 있는데 플라시보 효과인지,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나 마셔본 사람들은 대부분 무릎이 한결 가벼워지고 통증이 줄었다고 좋아한다.

다만 국내에는 고기용 비육마의 사육량이 적어 연간 1,500두 가량 도축하고 있으며 고기가 귀하기 때문에 요리를 파는 곳은 제주도가 대부분으로, 제주도 외 육지에서는 전국적으로도 파는 곳이 손꼽을 정도로 적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말고기 요리 값은 한우 정도로 비싸다. 제주도내 중산간 목장들이 죄다 개간되거나 골프장으로 바뀐 데에는 이유가 다 있다. 소든 말이든 돈이 안된다. 말고기 대중화를 위해 여럿이 노력하고 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제주도에서 맛보는 별미 취급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제주산마의 경제성이 낮은 이유는 제주마와 제주산마의 비육시 중량이 300~400Kg으로 작고 한우와 같이 일정한 마블링 유지가 어려워 소비자들이 지속적으 소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말고기의 확산과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과 같이 1톤이상 비육이 가능하고 일정한 수준의 마블링이 가능한 축종의 도입과 확산이 필요하다.

-- 말고기는 빛깔이 붉어 그 색깔이 벚꽃과 비슷하다고 하여 일본에서는 さくら(벚꽃)にく(고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말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 햄이나 가공육 제품에 섞기도 한다.

2 낮은 대중성

사실 말고기는 식용으로는 좋은 고기이다. 늙은 말의 고기도 송아지 고기만큼 부드럽고, 약간 단맛도 난다. 하지만 말고기가 광범위하게 식용으로 쓰이지 않은 것은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크다.

일단 말은 식용으로 대중화하기에는 너무 비싼 가축이다.번식력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처럼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는것도 아니거니와 사육에 비용이 많이 들고, 결정적으로 다른 중요한 용도가 많아서 잡아먹는 기회비용이 크다. 군용, 애완용, 경주용, 촬영용[3] 등등. 때문에 야생마를 사냥해서 먹을 게 아니라면, 말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다른 가축을 먹는 데 비해 꽤 비싸게 먹히는 일이다. 가격도 좀 비싼 편. 인천의 모처에선 1인분에 2만5천원이다. 근데 구울 때 냄새는 왠지 비에 젖은 개냄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빈민이 먹는" 싸구려 고기로 말고기가 간주된 것은 기타 용도로 쓰이다가 늙거나 다쳐서 방출되는 폐마나 도난당해 바로 도살처분되는 말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4] 자동차내연기관의 발달로 말 사육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자 말고기의 공급도 곧바로 감소했고, 싸구려 고기의 대명사였던 말고기는 곧바로 고가품이 되었다.

만약에 품질좋은 말고기가 충분히 공급된다면 말고기는 얼마든지 다른 고기를 대체하고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실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시 배급체제 하에서 말고기는 배급체제에 포함되지 않는 품목이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거래와 비교적 싼 값 덕분에 상당한 양이 유통되었으나, 종전 후 다시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정상유통되며 시장에서 털려나갔다. 이후 70년대 미국에서 말고기를 싸게 유통시키려는 시도가 있었고 초기에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축산업계 및 말 애호가들의 로비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요즘 미국도 말고기 수요가 꽤 늘었다. 도살장이라는 책을 보면 미국에서 매해 도축되는 말도 수십만 필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축산업계의 경계 및 말을 애완동물로 여기는 애호가들의 반발[5],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 자체가 소와 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가축이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물론 셋 중 어느 요소가 더 큰 장애인지는 문화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단 대한민국에서 말고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육류로서 당당히 법적인 관리대상에 포함된다. 축산물위생관리법과 그 시행규칙에서 말고기의 도축 및 검사와 관련한 자세한 규정이 있으니 참고. 개고기가 법적 관리대상이 아닌 것과는 묘하게 대비된다.

다만 말이 식용으로서 대중화가 된다고 해도 절대 말고기가 되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경주마로서 승승장구하다 은퇴한 말이다. 이런 말은 종마로 이름을 날리며 종자 보존이라는 이유로 절대 도축하지 않으며 은퇴한 이후라도 농장에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낸다. 그 말이 암컷일 경우에는 꾸준히 새끼를 낳아 경주마로 육성하기도한다. 이러니 최고급 경주마는 도축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호부견자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마주로서는 충공깽...[6] 비슷한 예로 소싸움용으로 키워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은퇴한 소도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고.

3 유럽 말고기 파동

2012년 영국의 대형 마트들에서 판매중인 비프버거의 패티에서 말의 DNA가 검출되어 전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테스코의 비프버거는 아예 말고기 함량이 30%에 달해서 호스버거(...)로 이름을 바꾸어야 할 지경. 수상까지 나서서 식품생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등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한술 더떠서 2013년 1월의 보도에는 영국 버거킹 패티에도 말고기가 쓰였다고 하고, 2월에는 테스코가 판매하는 냉동 볼로네즈스파게티의 고기 중 말고기가 60%[7], 스웨덴 식품회사의 제품에서도 대량의 말고기가 검출되었다.

이런 사태가 터지게 된 배경은 엉뚱하게도 루마니아의 교통정책이라고 한다. 루마니아 정부는 2012년에 말을 교통수단으로 쓸 수 없게 하는 법을 제정했는데, 이로 인해 쓸모 없게 된 대량의 말이 고기로 탈바꿈하면서 말고기 가격이 폭락하였다. 이 고기들이 쇠고기로 둔갑하여 서유럽으로 팔려나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문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섞인 고기가 말고기라는 문제인 것도 있지만 식품에 다른 재료를 섞으면 안된다는 것을 어겼기 때문. 롯데리아 새우버거는?

한편 이런 파동 속에 도리어 프랑스는 국내 말고기 수요가 15% 증가했다고 한다. 역시 말고기의 종주국 답다

4 기타

구로다 가쓰히로는 말고기 예찬하는 글을 쓰면서 개고기 먹는 한국인이 말고기 먹는 일본인을 우습게 본다는 글을 썼다가 일본인이 죄다 말고기 환장하거나 한국인이 죄다 개고기 환장한게 아니라는 어느 지식인의 비아냥적인 글로 비난당한 바 있다.

영국 요리 개그나 쌍팔년도 개그 중에 말고기를 이용한 개그가 있다. 고기가 맛이 이상해 주방장에게 따졌더니 닭고기(또는 토끼고기)와 말고기를 1:1로 섞었다고 했다. 그런데 닭고기 맛이 왜 이리 안나냐고 따지자 닭 한마리와 말 한마리로 1:1이었다고...

춘추시대 오패 중 하나인 진(秦)나라 목공이 아끼던 말을 굶주리는 사람들이 훔쳐 간 일이 있었다. 마부가 뒤쫓아가보니 어느 곳에 모여 말을 잡아먹고 있기에 궁으로 돌아가 진목공에게 군사를 풀어 그들을 잡아 벌하자고 아뢰었다. 진목공은 이미 죽은 말 때문에 백성을 해할 순 없다며 신하를 보내어 이르기를 "말고기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몸이 상한다 하기에 술을 내리노라"고 하였다. 그래서 술을 한가득 하사했고 이에 들사람들이 감읍했다. 중요한 전쟁 물자인 말을 고기로 소비시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조금 엿보인다. 헌데 나중에 진나라가 전쟁 도중, 위기에 빠져 목공이 하마터면 사로잡힐 뻔할 때 이 백성들이 몸바쳐가며 싸워서 목공은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목공은 이 가운데 살아남은 이들이나 전사한 이들 유족에게도 후한 보상을 하며 보답했다고 한다.
  1. 현대코아와 세종대왕 기념관 사이의 사거리에서 아직 영업중이다. 다만 간판을 빼면 약간 리모델링.
  2. 돼지고기 지방도 녹는점이 체온 이하지만, 기생충 염려가 있고 맛이 날로 먹기엔 적당치 않다.
  3. 특히 사극에서 나오는 말들
  4. 이 당시엔 말고기가 개사료로 쓰이기까지 했다. 여러 문학 작품에서 '다리 부러진 군마를 개밥으로 만들듯'이라는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토사구팽과 비슷한 의미.
  5. 그런데 또 다른 애완동물인 개가 먹는 개밥에는 말고기가 들어간다. 사람이 말을 먹으면 안 되지만 개가 먹는 건 괜찮은 걸까?
  6. 근데 은근 격세유전이 흔해서 골때린다 카더라.
  7. 원칙적으로는 아일랜드산 쇠고기 100%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