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social psychology
社會心理學

사회심리학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상황, 즉 사회적 상황 하에서 개인이 보이는 심적 과정을 연구한다. 국내에서는 사회(社會)라는 단어가 갖는 거시적 특성 때문인지 집단, 공동체, 시사이슈, 대중, 공중 같은 복잡성이 큰 주제만을 주로 떠올리지만, 서구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이 있어서인지 사회적 상황이라고 하면 일단 배우자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같은 것부터 생각하고 들어간다. 즉, 우리나라에서 상상하는 "social" 은 사실 서구의 "public" 에 더 가깝다.[1] 사회심리학이 그런 걸 다루지 않는 건 결코 아니나, 대인관계 심리학이라고 이해되는 주제 역시 사회심리학의 핵심적 영역이다.

이 분야는 사실 성격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을 함께 연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학술지를 공유하기도 한다.[2] 이를테면 사회심리학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로 꼽히는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3] 및 《한국심리학회지 : 사회 및 성격》 은 이름만 봐도 두 분야가 공유하는 학술지임을 알 수 있다.

역사는 대략 100여 년 정도 되었지만, 여타 심리학 분야에서의 발견이 사회심리학의 기초를 놓기도 했음을 감안한다면 그 역사는 더 길어진다. 최초의 교재는 1908년의 McDougall의 저서가 꼽히며, 최초의 사회심리학만의 독점적 연구주제는 N.Triplett의 "사회적 촉진". 거진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초기 사회심리 연구에 예일 대학교스탠퍼드 대학교의 공헌은 무시할 수 없다.

복수의 인간 사이에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때문에, 사람들 속에서 가지는 '자기' 에 대한 관념에서부터 시작하여 집단 내의 의사결정 및 상호작용, 편견 및 고정관념과 같은 고전적인 문제는 물론, '사랑' 과 같은 인간관계나, 동안과 같은 특정 외모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군중심리집단사고 내지는 동조와 복종, 집단역학, 문화권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사고의 차이 등까지 커버하는 등, 연구하는 범위 자체는 매우 넓다. 사실상 이 모든 것이 전부 사회심리학으로 불릴 수 있다!

다른 심리학 분야들이 한 개인의 내면에서 나타나는 심적 과정을 연구한다면, 사회심리학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나타나는 상호작용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심적 과정을 연구하며, 그 복잡성도 더욱 크다. 사회심리학이 주로 다루는 분야는 사회적 자기(social self), 공격성(aggression), 이타성(altruism), 차별(discrimination), 집단역학(group dynamics), 사회적 인지(social cognition),[4] 대인관계(interpersonal relationship) 및 친밀한 관계(close relationship), 인상형성(impression formation), 집합적 의사결정(collective decision making),[5] 동조와 복종(conformity and obedience), 그리고 사회적 현상의 문화적 차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의사결정과 관련된 분야는 인지심리학과도 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트버스키(Tversky)와 카너먼(Kahneman)이 연구해 노벨상까지 받은 바 있는 '틀 효과(Frame effect)'. 이러한 연구 분야는 인지심리학과 함께 경제학 등에 적용되어 행동경제학 내지는 실험경제학과 같은 새로운 연구분야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런 분야를 공부하려면 게임 이론의 조망이 필수적이다.

최근에 와서는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 아래의 인간의 마음을 생물학적 수준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사회신경과학(Social neuroscience)이라는 분야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형태의 상호작용과 변수들이 개입되는 사회적 상황이 과연 제한된 실험 상황 내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는가, 실험 상황 아래서의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자연적인 상호작용 아래서의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얼마나 합치할 것인가, 매우 다양한 상호작용을 함축하는 사회 상황 아래 인간의 마음을 생물학적으로 환원시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한가(환원 문제)에 대한 문제 등이 상당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어디가 안 그렇겠냐마는, 사회심리학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다.[6][7] 일반적으로 교과서에 소개되는 재미진(…) 사회심리학 실험과 이론들은 오늘날까지 붙잡고 있는 연구실이 거의 없다.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던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키티 제노비스 살인사건, Robber's Cave 연구, 애쉬의 선분 실험 같은 것들은 사실 이미 20세기 중반에 다 해먹을 만큼 해먹은(…) 연구거리들이다.[8] 따라서 이런 것들을 연구해 보겠다고 사회심리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소 시대에 뒤처진 생각일 수 있으며, 그보다는 최신의 흐름을 탐지하는 몇몇 저널들을 꾸준히 구독하면서 감을 잡는 게 낫다.

해외 원서들은 많이 있지만 시그마프레스, 박학사, 학지사에서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국내에 번역된 책은 많지 않다. 그래도 개론서를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마이어스가 지난 2014년에 사회심리학 원론서를 집필했고 국내에도 2015년 1월에 번역되었으니 그나마 다행. #

그리고 흑역사이긴 하지만 가히 심리학계의 황우석(…)이라 불릴 만한 어마어마한 연구부정행위가 저질러진 분야이기도 하다. 디데리크 슈타펠(D.Stapel)이라는 사회심리학자가 쓴 논문들[9] 중 무려 55개(!)의 것이 모두 주작인 걸로 밝혀졌고, 피인용수가 많게는 100~170회, 총 인용수는 2,000회(!!)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 모든 연구가 죄다 물거품이 되었던 것. 이 일로 인해 이 분야는 엄청난 상처를 입고 일시 주저앉았을 정도였다.

특이하게도 숙명여자대학교심리학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학교로 알려졌지만, 유독 이 사회심리학과 하나만큼은 개설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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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나마 유럽쪽 연구자들이 "소셜" 하다는 것에 대해 국내와 유사하게 거시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있다. 근데 심리학계에서 유럽은 원체 비주류라서...
  2. 단, 두 분야가 항상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두 분야 간에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도 실제로 꽤 있다. 대표적으로 소위 "trait vs. state 논쟁" 이 있는데, 어떤 특정 개념에 대하여 그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격특질" 인지, 환경맥락에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상태" 인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성격심리학은 전자를, 사회심리학은 후자를 주장하는 편. 또한 찰스 카버(C.S.Carver) 같은 저명한 성격심리학자들의 연구성과는 사회심리학에서도 즐겨 활용되지만, 정작 이들은 사회심리학적 이슈가 나오면 (자신의 이론을 응용한 것인데도) 최대한 말을 아끼는 편이다.
  3. 2011년에 초능력 논문 게재 사건으로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4. 2010년대 중반까지 그래도 연구거리가 꽤 남아있는 주제다. 물론 그 중에서도 편견 및 고정관념 같은 건 이미 80~90년대에 웬만큼 해놓았다.
  5. 군중심리집단사고 관련한 고전적 연구들이 유명하다.
  6. 마치 사회이슈라는 파도에서 사회심리학자들이 서핑을 한다고 봐도 될 듯. 이와 관련된 논문도 있다. Steiner, 1974.
  7. 그 외에도 지역적, 민족적, 역사적 특성이 연구방향과 펀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컨대 전쟁과 같은 거시적 집단갈등 현상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대학교에서 열심히 연구중이며, 집단 간 협상과 합의의 메커니즘은 숙의민주주의의 고장 네덜란드가 강하다. 인종 간 관계 연구는 맥크론(I.D.MacCrone)을 위시하여 남아공에서 긴 전통을 갖고 있다.
  8. 그나마 그것도 대전 전후 서구 지식인들 사이에 인간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팽배해 있던 시절이라 유독 그런 연구들이 호응을 얻고 인기를 끌었다. 50~60년대 사회심리학 연구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부분이 인간의 한계와 결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9. 이 사람의 전문(?)분야는 사회비교(social comparison)라는 사회심리학 개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