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김 간첩 조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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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김 살해 및 로비 혐의로 체포되는 윤태식. 사람처럼 생겼지만 인간쓰레기

살인범+국가기관 이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사기극.

현실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

1 사건 전개 과정

1987년 1월 을 벌기 위해 홍콩으로 나간 윤태식은 사업자금 문제로 아내 김옥분과 말다툼을 하다가 흥분해 김옥분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그러자 후일이 두려워진 윤태식은 싱가포르로 날아가 북한 대사관에 망명(월북)을 신청했다. 물론 북한 대사관은 이뭐병이란 반응을 보이며 윤태식을 쫓아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미국 대사관이었는데 당연히 여기서도 쫓겨났고 미국 대사관은 한국 대사관에 연락해 '야 이상한 놈 왔다 갔어'라며 귀띔을 해준다. 결국 윤태식은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으로 끌려왔는데 이 때 살인 혐의를 피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쓴다.[1]

그 시나리오는 "사실 아내는 수지 김이라는 북한의 간첩[2]으로, 빚쟁이들에게 잡혀 있다며 싱가포르로 자신을 불러내 북한 대사관으로 끌고 와 납치하려 했고[3] 자신은 탈출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도 이 말을 믿지 않았으나 당시는 한참 전두환 정권 타도로 시끄러웠던 1987년이라, 제5공화국 정권은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쏠리게 할 필요가 있었고 마침 이 3류 영화 시나리오 같은 내용을 보자 왠지 병신같지만 멋있어란 반응을 보이며 사건의 진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살인+자진 월북' 사건을 '납북' 사건으로 조작하였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세동의 지휘 아래 사건 조작이 전개되었다.

일단 윤태식은 안기부 해외 공작원들로부터 입국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철저히 교육받았으며, 실제 입국 할 때의 보도 자료를 보면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야 서울에 온 것 같습니다."라고 울먹이는 어조로 답하고, 심정을 묻자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너무 무서워가지고요 말을 못하겠어요."라는 말을 했다. 이 때 물론 홍콩에서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었으나[4] 한국 정부는 홍콩 경찰의 윤태식 송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

한편 윤태식이 자진 월북하려던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대공분실로 끌려가 안기부 직원들로부터 몽둥이 찜질을 당하며, 결국 모든 사건의 전모와 함께 북한으로 망명하려 했다는 것까지 실토한다. 이 때 안기부 요원들의 반응은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 이 사건을 다룬 제5공화국 드라마에서는 윤태식을 직접 패던 안기부 직원이 "이 새끼 이거 완전 개구만?"라고 비아냥거리는 장면으로 나온다. 원래대로라면 이 시점에서 윤태식을 감옥에 보내야 맞겠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출국만 막고 방치한다.

이 사건으로 김옥분은 억울하게 죽은 것도 모자라 미인계를 쓴 희대의 여간첩이라고 왜곡 선전 되었고안기부 지시대로 완전 소설을 써댔다. 그녀의 가족들도 '간첩의 가족'이라며 세상의 멸시를 당했으며 실제로 안기부에 연행되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서 '강도 높은 조사'란 말은 강제연행 및 고문, 각종 인권침해를 당했음을 뜻한다. 진짜 월북하려던 놈은 오히려 감싸주고 애먼 사람들을 간첩으로 모는 반공 정권의 아이러니 간첩의 가족이기 때문에 보안감찰이라는 명목으로 안기부의 감시가 일상화되었다. 직장에 연락하고, 학교에 연락하고 등등. 당연히 유가족은 직업을 가지기 어려웠고 결혼 생활도, 학교에 다니기도 힘들었다. 어머니는 화병으로 사망했고, 1남 5녀 중 차녀였던 김옥분의 형제자매 5명 중 언니는 연좌제로 해고당한 뒤 정신이상이 된 끝에 객사하여 변사체로 발견되었으며, 오빠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5], 여동생 3명은 이혼당했으며, 중학생이었던 조카 김 모씨도 간첩의 가족이라며 집단괴롭힘을 당해 자퇴하고 가출, 방황했다.[6]

2 사건 이후

2.1 윤태식의 활동

하지만 이후에 안기부 직원들과 친분을 맺었는지 윤태식을 감시만 했고 윤태식은 구속조치같은건 받지도 않은 채 밖에서 자유롭게 사기를 치며 돌아다녔을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과 벤처 열풍을 등에 업고 '패스21'이라는 벤처기업을 만들어 돈벌이를 하게 된다.[7] 심지어 주목받은 아이디어 사업가로 아침방송에도 나왔다. 그런 머리를 좀 좋은데 쓸 것이지

2.2 의혹 제기와 재조사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고, 아무리 봐도 내세울 게 없던 윤태식이 국정원에게 비호를 받으며 잘 나가는 것을 보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2000년 주간동아에서 이정훈 기자가 처음으로 이에 대한 의혹을 제시했다.[8] 또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이를 자세히 취재하여 방송했다.[9] 수지 김의 유족들은 간첩 누명 자체는 정권 차원에서 조작된 거니 당장 어찌할 수 없다고 쳐도, 최소한 윤태식의 살인혐의는 사전에 알고 있었으니 감옥에 보냈을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방송 등을 통해 윤태식이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유족들이 분노해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하면서 결국 모든 진실이 까발려지게 된다.

이 때 국정원과 윤태식, 그리고 정치권의 커넥션이 폭로되었다. 국정원은 윤태식을 철저하게 입단속시켰으며 1991년부터 윤태식의 출국을 금지하고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고, 윤태식도 이를 이용해 잘 먹고 잘 살았을 뿐 아니라 벤처열풍을 틈 타 패스21 주식을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들, 그리고 언론 각계 인사들에게 뿌려대며 로비를 하고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10] 벤처 3대 게이트에 번외로 들어가기도 하는 '윤태식 게이트'라는 헬게이트를 소환한다. 이 때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이후 공소시효 만료를 50일 남겨두고 간신히 윤태식을 구속한 검찰은 홍콩 경찰들에게서 받은[11] 수사자료를 토대로 윤태식이 살인범이자 사기꾼이며 여기에 국가 기관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을 밝혀낸다.[12] 그러나 이 사건에 관여한 공직자들은 공소시효가 매우 짧은 현행법 때문에 재판을 받지 않았고 분노한 유족들은 국가와 윤태식, 그리고 장세동을 비롯한 과거 국정원 고위관계자들에게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죄질이 너무 나쁜 데다 반성도 안 하고 있으니 중형을 받아 마땅하다며 윤태식에게 살인죄로 12년. 기타 비리로 징역 3년 6월 등 징역 15년 6월을 선고[13]했으며 국가가 유족들에게 42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했다.[14] 그리고 국가도 자신들을 낚은 장세동을 비롯한 안기부 간부들과 윤태식에게 구상권을 행사했고 결국 대법원은 장세동에게 9억, 윤태식에게 4억 5천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15] 물론 이 정도로 유족들이 그동안 받아온 모욕과 고통이 위로될 리는 없을 것이다.

2.3 재조사의 영향

국정원은 이 사건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지나면서 좀 나아졌나 싶었던 국정원에 대한 인식이 엄청나게 나빠졌을 뿐 아니라 해결해온 사건들도 조작 아니냐며 의심받는 등 궁지로 몰렸다.[16] 2003년 결국 국정원은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뒤였다.

또한 국가가 개입해서 부당하게 개인은 물론이고 그 주변인들의 인생까지 망쳐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가 고작 1~3년 정도밖에 안 되어 관련자 대부분을 형사기소하지 못해서, 국가가 저지른 반(反)인륜적 범죄에는 시효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하지만 판결 직후, 윤태식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에게 협박성 옥중편지를 보냈다. '너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원망을 담고 있었다고. 현재는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하며, 2017년에 출소할 예정이다. 세월도 참 빠르네 개쌍놈이 앞으로 고작 1년 뒤면 출소라니

3 매체에서

3.1 KBS 반공극장

1987년 방영된 KBS 반공극장 실화극장: 납십자성 편 마지막이 바로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당시 KBS 작가들이 대본을 안기부 정문 수위실에 놓고 가면, 일일이 대본을 고쳐서 돌려보냈다는데 레알 흠좀무. 이럴 바에야 그냥 안기부에서 직접 출장가서 대본을 만들지 왜 귀찮게 오라가라야!

윤태식 역은 중견 탤런트 민욱씨가 했다. 여기서는 수지 김을 교사한 사람이 싱가폴 북한 책임자 문오장. 참고로 사건이 시끌시끌해지자 한겨레21에서 민욱씨를 인터뷰했는데 아무래도 부끄러운지 윤태식 역할을 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17]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후 방송에서 몇 번 극화되었는데, 법정에서 재판이 이뤄진 사건들을 재연형식으로 다룬 MBC 교양프로 실화극장 죄와 벌에서 재판과정을 다룬 바 있다. 상기에 언급한 드라마나 이거나 '실화극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

3.2 제5공화국

앞서 말했다시피 제5공화국에서도 이 사건을 다루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 고종사촌인 박철언이 이 사건을 알고 있던 것으로 묘사되었으나 박철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고소하여 실제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재 케이블 채널에서 해당 사건을 다룬 <제5공화국> 36화가 방송될 때는 박철언과 노태우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에서 얼굴과 자막(이름, 직위)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대사도 묵음 및 자막으로 대체하고 있다.[18] 그러나 이미 최초 방영분이 인터넷에 널리 퍼졌다.

또한 윤태식이 안기부에서 조사와 구타세례를 받는 장면에서 X발지X이라는 욕설이 나온다! 북한 대사관에 왜 갔냐는 안기부 요원의 질문에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수지 김이 간첩이라서 그렇게 됐다고 말하자 계속 맞았고, 견디다 못해 "북한으로 가려 했다하면 날 가만 두지 않을거잖아요!"라고 외치자 안기부 요원이 "니가 말을 하든 안하든, 우린 너의 뼛속 깊은 곳까지 다 알고 있어 새X야!"라고 말한 뒤 문제의 욕설이 나온 것.[19] 방송에서 대놓고 욕설을 방영해도 괜찮은 건가

3.3 조국과 민족

레진코믹스 조국과 민족에서 곁다리로 다루어진다. 소송 문제 때문인지 '윤태수'로 개명되었다. 국가가 좆같이 보이더냐?

3.4 실화극장 죄와벌

35회에서 다루었으며 실제인물들의 이름이 개명 없이 그대로 나왔다.
  1. 윤태식은 첩보영화 광이었고 시나리오도 그 첩보영화들을 보고 만들어낸 것이었다. 또한 당시 윤태식은 서진통상의 홍콩본부장 자리에 있었다. 이 때문에 이런 쪽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2. '수지 김'이라는 가명을 쓰긴 했으나 이건 김옥분이 해외 이곳저곳을 왔다갔다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쓴 가명이다.
  3. 정확히는 오라고 해서 가봤더니 웬 여자가 나와서 와이프 만나고 싶으면 북한 가야 된다고 했단다.
  4. 사체를 침대 밑에 숨겼는데 당연히 부패되어 냄새가 났고 옆집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여 사체를 발견.
  5.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대형 트럭이 두 번이나 후진하면서 깔아뭉갰다고...윤태식을 형사고발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6. 여기서 짜증 나는 여담을 한 가지 밝히자면 지금도 여전히 그 당시 김모씨를 자퇴하게 만든 동급생 중에서 사과하는 것들 하나 없다고. 집단괴롭힘을 방치하고 자퇴를 종용한 교사들도 마찬가지라는데 연락해보면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맨 인 블랙이 다녀갔냐?
  7.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훗날 이 기업은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인 박연차가 인수한다.
  8. 이것으로 2001년 한국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 본상은 한국일보의 이용호 게이트 특종.
  9. 최초 방송은 2000년 2월이었지만 국정원의 방해에 윤태식 본인의 방송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겹치는 바람에 결국 상당수 장면을 자르고 윤태식의 이름도 문○○이라는 익명으로 처리했다. 이후 검찰의 재수사에 의해 윤태식이 구속된 후인 2001년 11월에 와서야 완전판을 방송할 수 있었다.
  10. 윤태식 게이트가 나왔을 때 일부 언론에서 이상할 정도로 물흐리기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소송방지바람.
  11. 이는 한국 사법사상 최초 국제공조 사례다.
  12. 이때 윤태식은 자신이 김옥분을 우발적으로 죽였다며 폭행치사를 주장했다. 왜냐면 폭행치사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였기 때문. 그러나 검찰은 그를 폭행치사가 아니라 살인으로 기소했기 때문에 윤태식의 주장을 무시했다.
  13. 죄질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낮아 유가족 및 네티즌들이 강하게 비판했다.
  14. 이 배상금 액수는 당시 정부가 배상한 손해배상 사건 중에서 유례가 드물 정도로 큰 금액이다.
  15. 장세동은 이 배상금을 내기 위해 8억원대 빌라를 팔아야 했는데, 현재까지도 아직 남은 구상금 6억여원을 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장세동 재산, 없나? 숨겼나?
  16. 특히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음모론은 수지김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직후 절정에 달했다. 그 정도로 국정원의 신뢰는 바닥을 기었던 것.
  17. 사실 실화극장에서 이 부분은 급조한 티가 난다. 작가 자신은 북한의 고급정보를 얻었다... 고 하는데 나중에 밝힌 바에 의하면 국정원에서 주는대로 받아 썼다고 한다. 오오, 고급정보 이 사건 때문인지 실화극장의 작가는 이후 사실상 방송계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
  18. 노태우와 박철언의 대화 장면에서는 박철언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여간첩 마타 하리를 예로 들면서 "여간첩 사건은 여론의 이목을 끌기에 좋은 소재이므로, 안기부가 어떻게든 이슈화하려 들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노태우는 겉으로는 "생사람 잡는 일인데, 이대로 해도 되겠나?"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본심은 안기부장인 장세동이 차기 대권 경쟁에서 전두환의 신임을 더 얻게 될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19. 정확한 대사는 "X발 다 안다면서 왜 말 시키고 지X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