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럿워크

한국어	잡년행진
영어	Slut Walk

1 개요

집회, 시위 문화의 한 종류. 페미니즘과 연관있는 운동이다. 2011년 4월 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되었으며 미국, 프랑스, 인도 공화국, 싱가포르,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덴마크, 뉴질랜드, 멕시코, 핀란드, 아일랜드 공화국, 대한민국, 루마니아 등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2011년 1월 24일. 캐나다 토론토의 마이클 생귀네티라는 경찰관이 요크대학의 안전교육 강연에서 "여성들이 성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창녀(slut)처럼 옷을 헤프게 입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되었다. 이 발언이 부적절하며 성차별적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찾아낸 저항의 방식이 바로 슬럿워크. 이들은 노출 수위가 높은 옷을 입고, 여성에겐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을 권리가 있으며, 어떠한 종류의 성폭력도 옹호되거나 인정될 수 없음을 주장하며 행진을 벌였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는 할 수도 있었던 말이며 이를 가지고 '데모'를 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는 주장과, 성폭력의 일차적인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행위로 돌리는 언사는 확실히 부적절하며 성폭력적일 뿐이라는 논지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면 "인종차별지역에 대한 여행금지권고와 같은 층위의 발언일 뿐" vs "조신하지 않은 여성은 희롱당해도 어쩔 수 없으며, 남성들은 언제라도 가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성폭력적 발언"이라는 이들의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후자를 주장하는 이들이 벌인 반(半) 나체 시위이다.

2 상세

특정 복식이 성폭력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지는 명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계획적인 성폭력도 많으므로 피해자의 복식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행위이다. 이 논리를 조금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서양에 존재하는 누드 비치는 성범죄의 온상이 되어야 하고 신체를 꽁꽁 싸매고 다니는 이슬람권에서는 성범죄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요컨대 성폭력은 충동 그 자체보다 자신의 욕구와 상대방의 성적 결정권 중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벌어지는 것이라는 주장.

성폭력의 '책임'이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기에, 이러한 주장이 상식인 사회에서는 야한(노출도가 높은) 복식이나 여성이 밤중에 돌아다니는 행위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의 책임을 묻는 근거들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분명 인간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생활 양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모든 종류의 폭력의 책임은 일차적으로는 그 직접적인 가해자에게 돌려져야 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구타유발자'라는 단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구타란 엄연히 잘못된 행위이며 죄로써 처벌받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구타를 유발한 자가 책임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 바로 '구타유발자'라는 단어이며, 이 역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겨 가해자를 옹호하려는 비뚤어진 사상에서 비롯된 개념에 해당한다. 다만 구타유발자라는 단어 자체는 그런 자들을 옹호하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런 시각을 경계하려고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

결국, 간단하게 말해 지나가는 여성이 야하고 매혹적이라는 것이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결코 될 수 없으며, 서로 합의되지 않은 행위를 강제하는 것은 무조건 폭력이다. 슬럿워크는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 여성에 대한 남성의 구조적인 폭력을 폭로하고 저항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인 색채를 드러낸다.

'슬럿워크'라는 실천 자체에 대한 시각은 무척 다양한데, 여성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의견에서부터 여성의 권리를 당당하게 선언한 도발적 문제제기라는 긍정적 시각까지를 아우른다. 노출도가 높은 복식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나, 남성들의 경우 참여의 방식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들을 받아들여 최근의 슬럿워크에서는 '누구나 입고싶은 옷을 입고 자유롭게'를 모토로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들의 등장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국에서는 잡년행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2011년 7월 16일 늦은 4시 광화문 원표공원에서 실제로 행진이 벌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참여한 이들은 많지 않았으며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여기에 참여한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보는 시선조차도 불쾌하게 여기고 성희롱으로 판단하므로, 슬럿워크를 하는 것이 보이면 가까이 가지 말고 눈길도 돌리지 말고 멀찍히 돌아서 피하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저런 요인들로 잠시 흥하는가 싶었던 슬럿워크는 결국 2011년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월가 점령 시위에 자리를 내주었다.

우선 일회성 발언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슈가 장기화 되지 못했다. 또 여름과는 달리 겨울에는 기후 조건상 이 같은 방법의 시위가 근본적으로 어려워졌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진보 세력에 속한 사람들도 이같은 옷차림을 결코 좋게 보지 않는다. 나는 꼼수다의 비키니 응원 논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진보진영의 여성 노출에 대한 담론은 대체로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남성의 요구에 맞추는 것인가'에 더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