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의 새벽

조지 A. 로메로의 시체 3부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시체들의 새벽시체들의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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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ever think that people die.

They just go to department stores.
나는 결코 사람들이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백화점에 갈 뿐이다.
- 앤디 워홀

Dawn of the Dead.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1978년 작 좀비 영화.

1 개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속편인데 제목이 그냥 시체들의 새벽이 된 것은 전작 각본가인 존 루소와 감독 로메로간의 갈등으로 저작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Living Dead"라는 타이틀에 대한 권리는 존 루소가 가져갔기 때문이다.[1]

제작자 중 하나가 바로 다리오 아르젠토[2] 이며 그는 고블린[3]과 같이 영화음악도 같이 맡았고 로메로 감독과 공동 편집까지 했다. 유럽 판권을 그가 가졌는데 유럽 개봉제목은 좀비.

원본인 '미국판'과 다리오 아르젠토가 재편집하고 고블린의 음악을 깐 '유럽판'이 따로 존재한다. 두 판본이 상당히 다르고 서로에게 없는 장면이 많아서 사실상 같은 이야기로 2종의 영화가 존재하는 셈이다. 또 나중에 나온 감독판도 포함하면 3개나 된다. 팬들이 이 것들을 모두 합쳐서 재편집한 '퓨전판'이 있다는데 이건 210분이나 한다.

2 줄거리

전편에 이어 미국은 사람 고기를 먹는 좀비 천지가 되었다. 필라델피아 SWAT 팀원인 피터(켄 포리)와 로저(스콧 H. 레이니저)는 좀비 사냥 와중에 벌어지는 인종차별 및 광기어린 현장[4]에 질려한다. 중남미인 거주 슬럼가에서 들이닥친 SWAT 대원들은 그냥 마구잡이로 평범한 사람들(총에 맞고 죽어가던 사람이 "우린..좀비 때문에 무장한 건데.."라 말하고 죽는다)까지 쏴죽이고 광기에 빠져 그야말로 학살에 재미를 들인 동료를 쏴죽여버린 피터와 로저는 무단으로 탈영하여 방송국 직원인 프랜신(여)과 조종사이자 남편인 스티븐 내외가 탄 헬리콥터를 같이 타고 도시에서 탈출한다.

무작정 북쪽을 향해 날아가던 그들이 본 하늘 밑 세상은 좀비로 가득하지만, 아직도 사람은 많이 남아있음에도 좀비를 그냥 맥주나 마시며 스포츠 삼아 죽이고 내기를 하거나 좋아라 웃어대는 등등 사람들도 이미 맛탱이가 가고 있었다. 이 넷은 더더욱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계속 다니다가 꽤 외진 곳에 위치한 쇼핑센터에 착륙한다. 원래는 잠시만 머물 생각이었지만 쇼핑센터의 풍요로운 상품들에 훌떡 넘어간 그들은 안에 있던 좀비들을 몰아내고 그 안에 안주하게 된다.

이 와중에 로저가 그만 좀비에게 물려버리고 결국 피터가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준다.[5]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백화점에서 부족함없이 지내던 이들 셋.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여기로 좀비가 쳐들어 온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은 바로 무대가 되는 백화점이다[6]. 이를 통해 로메로는 고전적인 재난소설의 대리 충족 판타지 하나를 근사하게 살려내는데, 그것은 바로 공짜 쇼핑. 야! 신난다~ 좀비들도 이전의 자본주의의 소비자로서 부를 향유하던 기억의 흔적이라도 남은 것인지 조건반사적으로 쇼핑센터로 몰린다. 미묘하게 비참한데 이는 후에 이 영화를 모티브로 삼은 XBOX360 발매작 데드 라이징에서도 재현되었고, 원작과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스쿨 오브 더 데드에서도 주인공 일행이 쇼핑 센터에 도착하면서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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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 천국을 붕괴시키는 건 좀비들이 아니라, 주인공들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살아있는 사람들인 폭주족들이다. 이들이 쇼핑센터를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인간들의 전쟁으로 변한다. 공짜로 얻은 자신들의 부를 지키려는 주인공들과 이를 약탈하려는 외부인들의 싸움으로 말이다. 결국 이 전쟁은 혼란속에 밀려들어온 좀비들의 디너 타임이 되고 스티븐 역시 좀비들에게 뜯어먹힌 뒤 똑같은 좀비가 되고 만다. 살아남은 프랜산과 피터는 헬기를 타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난다.

3 평가 및 흥행

기본적으로 좀비 영화지만, 이 영화는 미국 자본주의의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삼고 있다. 쇼핑센터에 몰려드는 좀비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 외에도 계급문제, 인종문제, 매스미디어에 대한 비판까지 조지 로메로 감독은 70년대 말 미국에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사회 문제들을 비판한다. 덕분에 헐리웃 깐깐한 여러 영화 평론가(주로 좀비 영화를 싸구려로 마구 찍어내는 볼 것도 없다고 까던)들에게 꽤 칭찬을 듣었다. 평범한 좀비 영화를 넘어 이 영화가 명작이란 말을 듣는 데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영화잡지, 사이트들에서 호러영화 걸작 10을 꼽으면 할로윈이나 엑소시스트, 괴물(더 씽),사이코와 같이 이게 반드시 자주 들어가며 로저 이버트라든지 미국 유명영화 평론가들에게도 명작으로 호평을 받았었다.

물론 좀비 영화로도 훌륭해서, 후반 좀비들이 대거 쳐들어와 폭주족들을 가지고 장기자랑을 하는 장면을 보면 신명난다. 이런 여러 점으로 흥행도 대박이라서 겨우 65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미국에선 개봉 첫 주만에 68개밖에 안되는 극장에서 90만 달러를 벌었고 전세계적으로 5500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거뒀다.

폭주족 하나로 나와서 좀비들에게 아그작 나는 배우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 특수효과를 맡은 톰 사비니[7]. 그가 나중에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리메이크판 감독도 하게 된다.

장기가 튀어나오는 분야라든지 여럿 특수효과는 저예산치곤 꽤 잘 된 편이긴 하지만,좀비들이 그냥 녹색같은 피부빛을 하고 나오는 정도라서 다소 좀비 분장은 지금 보면 허접하다.

당사자인 톰 사비니도 그걸 신경썼는데, 감독인 로메로가 좀비 분장이야 그 정도면 된다고 하여 결국 그리 만들었다고. 그리고 극장상영때 톰 사비니나 로메로나 둘 다 후회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건 제작비 문제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점도 있었다. 이거 나오고 다음해인 1979년 이탈리아에서 나온 좀비 2란 아류작 영화에 구더기가 가득하고 얼굴이 확 썩은 분위기를 팍팍 안겨주는 리얼한 좀비들이 나오는데, 이걸 본 사비니가 말했단다.저게 바로 좀비다!

이 시체들의 새벽이 대박을 거두면서 다음 편부터 제작비도 늘어났기에 이후 좀비 시리즈에서 좀비들 분장은 장난아니게 썩는 리얼한 분장으로 확 달라진다.

그런데 이 아류작인 좀비 2를 두고 말이 많았다. 위에 나온대로 이 영화 시체들의 새벽 이탈리아 제목이 바로 좀비 1이었는데 좀비 2의 감독인 루치오 풀치는 시체들의 새벽(좀비1)이 인기를 끌자 재빠르게 좀비 2라는 제목으로 시체들의 새벽의 속편인양 만들어서 다리오 아르젠토가 분노했기 때문이다. 즉 이탈리아에선 좀비 2가 시체들의 새벽 2같은 영화로 알려진 셈이다. 그런 영화가 분장이나 특수효과에서 되려 시체들의 새벽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으니...

이 좀비 2는 극과 극의 평을 가지고 있다. 흥행은 성공했지만 유치한 줄거리에 배우들의 엉성한 연기에 상어와 좀비의 수중대결은 코미디. 작품 전체적으로 시체들의 새벽이 보여준 작품성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그 분장 하나는 생생한 좀비 분장을 잘 살렸으며 파비오 프리찌가 맡은 음악도 상당하여 이 메인음악이 울리면서 썩은 시체들이 천천히 무덤가에서 일어나는 장면은 좀비 영화의 명장면으로 많이 언급된다. 참고로 서부영화물에 액션물, 에로물 다양하게 만들던 루치오 풀치는 이 영화 좀비 2의 대박으로 호러 전문 감독으로 활약하게 된다. 더 자세한 건 좀비(영화) 항목을 참고.

전체적으로 보면 전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완전히 180도 회전시킨듯한 느낌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어두컴컴한 밤을 배경으로 흑백으로 처리한 반면, 시체들의 새벽의 배경은 대부분이 낮이거나 환한 조명이 켜진 쇼핑센터 안이며, 색조도 대놓고 화려하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비관적이고 암울한 전개를 보여줬다면 시체들의 새벽은 명랑한 블랙 코미디이고 결말도 비교적 낙천적이다. 시체 시리즈 중엔 가장 영화적 완성도가 높고 상업적, 비평적으로도 성공했다. 이탈리아 록 그룹 고블린이 맡은 음악의 퀄리티도 높아 이 영화 이후 무차별 양산된 이탈리아산 아류 스파게티좀비물에서 마르고 닳도록 재탕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90년대 중반 '이블 헌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다.블루썬더를 20분넘게 가위질을 마구하고 내놓은 영흥미디어에서 출시했는데 이것도 가위질을 엄청 해대서 80분 분량밖에 안된다. 약 45분 이상을 들어낸 것(우습게도 국내 비디오 표지는 이블 데드 2 포스터에 나온 해골을 무단 도용했다. 더 웃긴 건 비디오 표지에 상영시간이 118분이라고 뻥을 친 것.). DVD로도 발매되었으나 내용이 제각각으로 악명높다.[8]

2004년에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는데, 국내에 들어와서 새벽의 저주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1. 이후 존 루소는 바탈리언 시리즈를 만들면서 저때 가져온 살아있는~을 그쪽 제목에 붙인다.
  2. 이 영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는데, 다리오 아르젠토는 원래부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조지 로메로가 속편인 시체들의 새벽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시나리오 작업을 로마에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주선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영화의 투자나 제작에까지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영화음악을 고블린이 담당한 것만 보아도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3. 프로그레시브 록밴드로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 대부분의 음악을 맡았다.
  4. 좀비를 그 식구들이 그냥 가둔 게 나온다.심지어 좀비가 된 식구에게 다른 사람고기를 내주는 사람도 나오는데 들이닥친 SWAT팀에게 총쏘면서 저항하다가 사살되기도 한다. 당연히 좀비들은 사살된다.
  5. 시체들의 밤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적 시점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이번 작에서는 흑인인 피터와 백인인 로저가 매우 사이가 좋다. 특히 로저가 죽음을 예감하고 자기가 아끼던 총을 피터에게 선물하면서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과 피터가 좀비 로저를 쏘고 매장한 뒤(피터는 로저의 유언대로 가능한 빨리 그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로저가 좀비로 변할때까지 잠도 안 자고 계속 바로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 그가 좋아하던 술을 무덤에 부어주면서 주르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6. 실제 이 쇼핑센터는 감독 조지 로메로 고향인 피츠버그 근교의 먼로빌이란 지역에 있는 먼로빌몰이다. 영화 촬영이 있었던 곳이라 영화의 장면 캡처 사진이 걸려있기도 하고 좀비축제가 열리기도 하며, 캡콤의 '데드 라이징'의 몰 역시 이곳이 모델이다. 현재도 영화 촬영지였다는 점때문에 유적지급 대우를 받고있기도 하다.
  7. 이 사람은 자기가 장기자랑 특수효과를 맡은 영화에선 거의 매번 등장해서 요단강 건너는 배역을 즐겨한다. 그것도 아주 끔살되는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선 섹스머신 흡혈귀가 되어 조지 클루니에게 덤비다가 온 몸이 다 터져버리며, 매니악에선 살인마 총질(총질하는 살인마 그 부분 배역(살인마 역은 다른 배우)만 맡았다!)에 헤드샷당하는 피해자;;
  8. 맨 처음 등장한 무판권물은 유럽공개판이지만 정식판권물은 미국공개판이라 편집이나 음악 등에서 상당히 차이가 난다. 나중에 감독이 디렉터스 컷판을 만들었으나 이건 국내발매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