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차

1 개요

말그대로 식당+차이다. 즉, 조리설비 등을 갖춰놓고 식당으로 운영하는데 장소가 고정된 곳이 아닌, 이동하는 차량이라는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철도 동호인들한테는 KTX가 생기기 전 "나름" 전성기였던 시절에 성행하던 열차식당의 형태가 가장 익숙할 것이다.

물론 낡아서 못쓰게 된 차량을 특정 장소에 고정해놓고 식당설비를 차려서 나름 "식당차"랍시고 운영하는 곳도 군데군데 보이긴 한다. 예를 들자면 한강 등지에서 보이는 AM928같은 구형 버스를 이용한 식당이박사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그거이라든지, 아니면 외형만 기차처럼 꾸몄다거나 내장을 폐차 직전의 철도차량에서 빼온 좌석으로 꾸며놓고 식당차라고 우기는 데가 있다던지

2 철도차량의 식당차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차창 밖 풍경을 보며 식사를 즐기는 건 확실히 다른 데에선 맛볼 수 없는, 열차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그러나 열차를 그저 이동수단으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며 무엇보다도 이 식당차의 운영주체로서는 여간 골머리를 썩힐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서인지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시시콜콜한 낭만이 힘을 얻지 못하며 대개 먼나라 얘기처럼 들린다거나 어느 블로그 구석 등지에서 몇마디 정도로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식당차라는 특성에 따른 공간이나 설비 등의 제약 때문에, 일반 식당처럼 조리기구를 이것저것 쓰거나 다양하고 신선한(혹은 상하기 쉬운) 재료를 마련한다거나 조리법이 복잡한 요리를 한다거나 하는 점은 경우에 따라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아서, 일반 식당보다 조리절차나 설비 등을 간소화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손님들의 욕바가지 불평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나라 철도엔 식당차가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

또한 일반 식당과 같이 온갖 세금이란 세금은 다 내면서 거기에 식당차를 연결운행하면서 발생하는 추가운영비까지 부담해야 하며, 무엇보다 결정적인 주수요가 "승객"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적자폭이 커지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 음식값이 그 질에 비해 비싸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그나마 한나절~몇주동안 가는 해외의 대륙간 열차라든가 하는 것들은 긴 운행시간이 고스란히 영업시간이 되어 발생하는 수요가 필연적이라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달고 다니지만, 애시당초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인데다 KTX가 뚫려 전국 주요간선권이 2~3시간대로 팍 줄어버리면서 가뜩이나 적자에 수요부족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차에 마침 잘됐구나 싶어 결국 2008년을 끝으로 스낵카의 변종인 카페열차에게 자리를 넘기고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해랑같은 특별관광열차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 이 과정에서 많은 식당차량들을 카페열차로 개조해버렸으므로, 식당차로써 다시 영업하려면 차량을 새로 만들거나 다시 뜯어고쳐야 하는데 아마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다. 남북이 통일해서 대륙과 연결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2.1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열차식당의 역사

  • 일제강점기 : 철도로 중국러시아, 심지어 유럽까지 갈 수 있던 시대였고, 기차의 속도가 느려서 장거리 노선치고 없는 때가 없었다. 단 갑부거나 일본인인 경우만 이용이 사실상 가능한 비싼 1등석이나 특등석이 연결된 열차만 해당된다.
  • 70년대 : 식당차의 리즈시절. 단 철도승차권 자체의 가격도 높고, 식당차가 딸린 열차는 대개 1등석 이상의 물건인지라 당연히 식당차를 이용하려면 외국인 관광객이나 갑부가 아니면 사먹을 엄두가 안나는 물건이다.
  • 80년대~90년대 말
1991년의 식당차 모습[1]
새마을호에는 95~97% 운영했다. 예외는 주말에 운행하는 열차나 혹은 식당차는 연결해서 다니는데 그 시간대가 심야시간대이거나...인데 심야에도 식당차를 영업한 경우가 가끔 있었던 듯. 무궁화호에는 주로 식사시간대에 편성 운영했었다. 한때 통일호에도 식당차가 연결 운행되었으나 간선노선 개편에 따른 장거리 통일호의 감편으로 인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좀 특이사항으로 새마을호에는 80년대 후반에 출고된 객실 반, 식당 반으로 구성된 차량을 식당차로 굴리기도 했었다. 보통 동차형 새마을호는 그 반쪽 객실이 특실로 구성되는 것을 보면 특이한 셈. 수요가 적은 중앙선이나 장항선에서 주로 굴러다녔고, 마찬가지로 식당차 수요가 모호한 무궁화호에서도 이런 형식의 차량이 90년대까지 일부 굴러다녔다. 물론 90년 출고차량부터는 열차 1량 전체가 식당차인 것으로 통일되었다.
한화그룹 계열인 서울플라자호텔 외식사업부가 운영을 맡았었는데, 2000년 초반 쯤 식당차 공식홈페이지가 있었을 시절에 식당차 알바구한다고 공지를 때려박았던 걸로 봐서, 웨이터는 이미 그 전부터 아르바이트생으로 때웠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짜로 기차타고 돈도 벌고 그래봐야 비정규직
이 시절의 식당차가 어떻게 영업했냐면

1. 미리 손질해둔 재료나 반조리된 음식, 최소한의 조리기구들과 전용 식기, 음료수 등을 운영업체에서 차로 플랫폼까지 운송해 온다. 그걸 출발역에서 싣는다.
2. 메뉴는 전술한 것을 바탕으로 조리가 간편하고 빨리 내놓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편성했다. 그래서 전자레인지는 매우 중요한 설비였다. 물론 식당차엔 스테인리스로 된 전기레인지가 설비되어 있었으나 여러 문제 때문에 주요리를 직접 조리하는 용도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물론 2000년대 초에 식당차 운영방식의 다변화로 그 쓰임새가 느는 듯 했으나... 그래서 사전에 반 조리해놓은 주요리들을 전자레인지로 데워서 내놓는 메뉴가 많았기 때문이다.
월별로 한 번씩 바뀌는 특별메뉴가 있긴 했으나 그다지 볼품은 없고 가격은 가격대로 비싼 물건이라 원성이 들려오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90년대 초까지는 무려 안심스테이크가 최고가 메뉴로 마련되어있기도 했으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이 밖에도 음료수를 잔에 따라서 주지 않고 그냥 캔으로 주는 충공깽스러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주류 쪽 메뉴엔 최고급위스키랍시고 패스포트를 적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주문한 사례가 있는지는 추가바람.
다만 리즈시절 식당차의 명예(?)를 위해 한 줄 추가해놓자면... 80년대 공수부대스러운 파란색 식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레귤러 메인메뉴 중 최고가 제품인 함박스테이크(당시 가격 \11,000)는 모양새와 다르게 고기의 풍미나 부드럽게 씹히는 맛 등, 품질 하나는 매우 좋았다. 함박인데 충공깽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아무리 '함박'이라도 플라자호텔 양식당 메뉴니까(...)
3. 일반적인 식사는 자사의 로고가 박혀있는 푸른 색의 직사각형 플라스틱 그릇에(메인요리는 직사각형의 흰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기내식처럼 내놓았다. 주로 밥, 메인요리, 샐러드, 수프(혹은 국물), 후식과 같은 구성.
이외의 다른 구성으로 나오는 메뉴는 도시락이라고해서 일본식 "찬합"에 여러가지 담겨나왔던 8~9천원대 메뉴. 식당차를 가봤다면 반수 정도 이걸 먹고 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메뉴라든지, 카레라이스라고 이름붙이고 맛이 어땠냐면...휴우... 그저 가격이 제일 싼 메뉴라서 살아남았던 것 같은 메뉴와 함께 곰탕이라고 해서 오XX마냥 깡통에 포장된 인스턴트제 같은 한그릇 음식이 주를 이뤘다.
4. 다른 한쪽에선 객실에 판매할 도시락을 열심히 싸는 중. 이 도시락은 전술한 것보다 구성과 가격이 더 적은 것-출발역에서 파는 도시락과 비슷한 것. 참고로 출발역 판매 도시락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에서 판매하는 업체가 달랐다. 도시락 용기는 1회용 용기를 쓰기도 하고 푸른색의 플라스틱제로 된 다회용 도시락 용기에 담기도 한다. 참고로 무궁화호에서는 따로 역 중간마다 파는 것 외에도 식당차에서도 김밥을 차려놓고 판매하기도 했다.
5. 대충 이런 식으로 종착역 도착시각 30분~1시간 전까지 영업한다. 그리고 그 남은 시간에 남은 재료나 식기구 등을 종착역에 하치하기 위해 정리해둔다. 물론 이 경우는 식당차 영업에 사용할 물품을 대 줄 곳이 종착역에 있거나 차량의 기지 입고 관계로 인해 미리미리 정리해서 종착역에 하치해야 하는 부산행 열차와 모든 서울행 열차의 경우이고, 나머지 열차편은 애초에 출발역에서 물품을 좀 넉넉히 실어서 간다. 당연히 이 시간대엔 식사판매는 사실상 끝났고, 가끔 잉여처리로 위의 저가 도시락(그래봐야 6천원)을 파는 경우가 있다.
예외도 있는데, 이전에 있었던 강릉행 새마을호 같은 경우엔 직원 숙소(?)가 동해역에 있어서 동해역이 영업시간 기준이 되기도 했었다.

커피? 맥심이나 맥스웰 커피믹스 뜨거운 물에 타주고 1000원 받았다. 새우깡 한봉지 100원 하던 시절이다. 2016년 지금 물가로 따지면 1만원 수준의 호화 커피(?)였다. 서울 5성급 호텔 커피숍 수준의 가격이라 보면 적당한 듯.

  • 2000년~2003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명목상 식당차 10주년 기념이라고 하던디) 99년부터 해서 비싸다고 여러소리 들은 음식가격을 제법 낮추고 없던 메뉴도 새로이 추가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쓴 것 같긴 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며, 이 기세를 몰아 본격적으로 열차 안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해서 대접하는 "플라자 익스프레스"를 새마을호 몇편에 시범운영하기 시작한다.
이게 나름대로 달리는 레스토랑을 표방하며 새마을호 차내 잡지인 레일로드에서 먼저 선전식으로 소개되었고, 동아일보에서도 식도락 여행이랍시고 이에 관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문제는 정작 그 기사내용은 천안까지 오가면서 먹은게 고작 여느 식당차에서 다 파는 커피와 도시락...뭐야 이거? 어쨌든 "플라자 익스프레스"의 핵심인 직접조리와는 대략 10만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날로 먹는 기사내용이었다.
물론 기존 식당차와는 다르게 레스토랑 코스식으로 음식을 서빙한다던지, 스테이크 굽는 정도(미디엄이냐 웰던이냐)를 선택할 수 있다던지 하는 정도인데, 정작 식기는 싸구려티가 나는 플라스틱제...모양은 고기집에서 보던 그것... 어쨋거나 야심차게 밀고 나가...려는 듯 했으나, 기존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 큰 장벽이었는지 슬금슬금 사라지고 다시 원래 식당차 형태로 회귀... 어째 그 뒤로는 가격도 오르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식당차에서 판매하던 햄버거 스테이크라고 해서 메뉴 중 가장 식당차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음식이었으며 시중에서 파는 인스턴트스러운 가벼운 맛이 아니라서 나름 먹을만한 메뉴에 식중독균이 검출된게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본격 내리막 테크를 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반인은 관심도 없는 내리막은 따로 있었으니...
  • 2004년~2008년
오랜 적자를 못견뎠는지, 기어이 플라자호텔에서 손을 놓고 철수했는데, 그 뒤로 들어온 업체가 무려 도시락 위주의 외식업체인 충격과 공포의 런치벨이다. 이전에는 달리는 레스토랑이라 부를 수는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 격조있던, 아니, 그나마 "식사"라는 개념이 남아있던 열차식당이었는데 이 업체의 등장으로 사실상 나락으로 떨어져버렸다.
과연 도시락 전문업체라서 그런지 메뉴가 거의다 도시락으로 도배되었음은 물론이고, 그나마 한두가지 정도 평범한 식사가 있긴 했으나 점차 사라졌다. 덕분에 여러모로 기존 식당차엔 있었던 프라이드같은 느낌이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하필 일본의 모 TV에서 취재를 왔는데 전성기 시절이 아닌 이 광경을 취재해간 것이다. 정말 안습. 더불어 이 광경을 본 일본의 모 철도 동호인은 과거의 (한국철도)식당차가 훨씬 더 좋았다며, (도시락 위주로 파는 걸 보고는) 일본에서 안좋은 것만 배워왔다며 탄식하기도. 참고로 이 당시에 일본은 이미 카시오페아같은 침대특급 정도 빼고는 식당차가 진즉에 전멸해버렸다. 그나마 요 침대특급도 모가지가 간당간당하다 카더라.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가 2008년 카페열차 운영 계획과 맞물려 쓸쓸히 자취를 감췄다.
다만 인터넷에서 식당차를 검색해보면 오히려 이 시기의 식당차에 관한 사진과 글들이 많이 회자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반대로 전성기 시절 식당차 사진은 외국인이 관광와서 찍은 사진이나 철도 홍보용, 백과사전에 넣을 용도로 찍어놓은 표본 몇 장 외엔 찾기 어렵다.
  • 여담으로, 현재 카페열차에서 도시락을 납품하는 업체가 한화개발 외식사업부. 즉, 과거 식당차를 운영했던 플라자호텔 산하의 그 업체 맞다. 가격이나 맛, 구성 등이 그 시절 도시락과 많이 비슷하니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로 위안을 삼아보시도록. 허나 일반인한테는 여전히 만만찮은 도시락 가격
  1. 영상 시작부분부터 약 3분동안 새마을호의 식당차에 관련해서 상세하게 다루고있다. 일본어로 되어 있으나, 영상만 봐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하며, 우리나라 철도의 식당차 관련 영상 중 몇 안되는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