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1 원전

Gott ist tot.

신은 죽었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명언이자 두고두고 써먹히는 떡밥. 다만 니체의 말로 유명해졌을 뿐 Gott ist tot라는 명제를 니체가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이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그의 저서인 《즐거운 학문》에서다. 이 저서에서 상당히 간지나는 말로 쓰이는데, 대낮에 등불을 들고 신을 찾는다고 외치는 미치광이를 무신론자들이 비웃자 미치광이가 소리친다.

신이 어디있냐고? 좋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너와 내가! 우리는 모두 신을 죽인 살인자다!

니체의 저서 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은 죽었다'란 문장의 수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뜻에 굳이 진정성을 부여하자면 《즐거운 학문》에서의 뜻을 분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종교는 노예의 도덕이고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신은 죽었다', '나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선언을 들은 신(들)은 '웃다가 죽었다', 신은 '그냥 죽었다' 등.

신은 죽었다는 표현을 주요하게 언급하는 니체 이전의 사상가로는 헤겔이 있다. 헤겔은 시대정신이 가리키는 정명제로 '신은 죽었다'를 제시하는데, 그 까닭은 칸트의 비판철학이 신을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함으로써, 그리고 근대에 대두된 유명론이 신을 단지 이름 뿐인 것으로 규정해 버림으로써 로고스로서의 신을 죽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신은 죽었다가 되살아난다는 말을 덧붙이는데, 그에 따르면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것이 신의 본질이며, 그리고 인간 속에서 인간이 신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신이고, 마침내 차이를 극복하고 절대적 단계에 이른 정신은 소생의 과정을 거쳐 부활한 신인 것이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과는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인간이 신과 같아질 수 있다는 계몽주의적 면모는 유사하다 하겠다.

이후로도 신은 죽었다는 명제가 다른 철학자들의 저작들에서 발견되고는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니체의 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경우 이 명제는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전체를 관통하는 본질주의, 즉 절대적 관념에 대한 부정이 되며 헤겔적이라기보다는 니체적이다.

2 의미

간단하게 말하자면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니힐리즘적 말이다. 우선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니체가 정의한 '확신자'와 '초인(Übermensch)'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니체가 정의한 '확신자'는 궁극적인 최후의 진리를 잡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궁극적 진리를 알았다고 생각함으로써 더이상 변화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려 한다. 또 자신이 진리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말미암아, 다른 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 막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니체는 이들이 이러한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그들이 진정으로 참된 것을 알고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고, 그러기에 인간의 '확신'이 '의심'보다 위험스럽고 독단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그에 비해 '초인'은 어떤 주의(ism)에 안착하지 않고 항상 움직이며 나아가는 자이고 몰락하는 자이며, 그렇게 몰락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상승하는 자이다. 이들은 자기가 잡은 논리의 제한성을 알고 있기에 끊임없이 이행하는 자이고, 그러기에 모든 주의에서 벗어나 있다. 참언으로 초인, 위버멘슈(Übermensch, 영어로는 Over + man)는 무지막지한 능력을 가진 '슈퍼맨'이 아니라, 이 진실되고 변화하는 세계에서[1] 자신의 모든 것을 극복하여 한계를 뛰어넘은 가장 완벽한 '극복인간'이다.[2] 힘에의 의지 또한 이 모든 것을 극복하는 순수한 '힘으로서의 의지' 그 자체이지만, 과거 오역으로 인하여 권력으로 번역하는 오류를 범하였다.[3]

니체는 궁극적 진리가 없는 세계란 어떤 것에도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는 극복의 과정에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이러한 운명을 자기 것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비유하자면 신의 사망 이후 '초인'으로 사는 것을 인간의 숙명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은 보편적인 절대 불변의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전 포고이며, '초인'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3 해석


강신주 박사의 해설 인트로 음악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니체의 사상은 초인(超人)에 의한 힘에의 의지의 추구이며, 초인이란 범속한 일반인이 아니라 위험을 겁내지 않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기의 힘을 발휘, 구사하는 뛰어난 사람을 뜻한다.

19세기를 비롯한 이전의 유럽은 기독교 정신이 지배하는 세계였으며, 인간이 신에 귀의하여 신의 의지(이성적 진리의 세계)에 따라서 삶을 영위하는 도덕적 세계였는데, 이것은 니체가 말하는 초인의 권력의지와는 대립된 가치 체계이다.

니체는 세기의 반항아처럼 기독교의 도덕적 세계관에 반항하면서 그와는 대립되는 새로운 윤리, 즉 천상(天上)의 이라는 타율에서 벗어나, 고독하지만 자기 자신의 존엄성을 기초로, 자기가 스스로 지상적(地上的) 선악의 기준을 세우려는 초인의 윤리를 부르짖은 것이며, 새로운 윤리에 의해 기왕의 형이상학적 개념 구도를 타파, 초월하는 새로운 신(새로운 가치 창조자)이 되고자 하는 것이 니체의 목적이다.

만약 신들이 존재한다면 어찌 우리는 우리가 신이 아니라는 것을 견딜 수 있겠느냐! 그런고로 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4]

그리하여 기독교적인 낡은 신은 이미 죽고 새로운 초인적 가치의 신이 강보에 싸인 채 요람에 누워있다고 외친 것이며, '신이 죽었다'란 바로 이것을 말한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말한 이유는 기독교로 대표되는 유럽의 형이상학적 가치체계의 종말을 선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초월적 존재에게 의지하는 것은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며, 기독교적 사고방식은 암암리에 우리의 현실과 삶을 경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의 미신적 사고체계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매우 극단적인 표현으로 주장한 것.

당연히 위에 나온 해석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과장 좀 보태면 니체에 대한 해석은 철학 하는 사람들 숫자만큼 존재한다는 우스개도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5] 괜히 내 해석이 맞고 상대 해석이 틀리다는 식의 뻘짓은 하지 말 것.

4 각종 매체에서

인용되는 빈도는 카를 마르크스의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와 쌍벽을 이룬다. 대개 이 문장을 이용하여 종교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때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유명한 철학자의 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혀 상관 없는 문맥에 저 말 하나 인용해놓고 자신의 모든 근거 없는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몇몇 개념없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게 현실이다.
이 말에 관련된 전통적인 낙서 패턴이 하나 있으며, 벽에다 다음 세 줄을 쓰면 된다.


넌 이미 죽어있다
러시아에서는 죽음이 신이 됩니다! 으음... 하데스?
신은 죽었어 이젠 없어!
세 줄의 글씨체가 비슷한 것을 보면 동일인물임을 알 수 있다 삼위일체
뒤의 두 문장은 소소하게 차이가 있는 다양한 파생형들이 있다.

주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이 틀 아래의 내용은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직, 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내용 누설을 원치 않으시면 이하 내용을 읽지 않도록 주의하거나 문서를 닫아주세요.


이 낙서는 만화 광수생각에도 등장한 전력이 있다.
다만 여기선 변형되어서 낙서를 지우면서 '걸리면 죽는다'로 바뀌었다. 사실은 '독일에서 수입'된 농담이라고.

MD5 배틀로 '니체'와 '신'을 싸우게 하면 신이 이긴다. 이 상황 역시 '너는 죽었다 - 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God'과 'Friedrich Wilhelm Nietzsche'가 싸우면 'Friedrich Wilhelm Nietzsche'가 이긴다근데 풀네임으로 붙이려면 '신'도 독일어 'Gott'로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프리드리히 니체'와 '신'으로 하면 신이 진다. 아, 니체<청소 아줌마<신 순서로 강하다.

신버전(아스트랄 투닥투닥)으로 넣으면 니체가 신을 이긴다. 그리고 'Gott'이 'Friedrich Wilhelm Nietzsche'를 이긴다. 응?

신만이 아는 세계 86화에도 이 명언이 나온다.

블리치 단행본 48권의 부제이다.

본격 시유 튕기는 노래에서는 시유가 '신은 죽었다 살아있으면 내가 죽인다'고 노래한다.

[[극장판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신편] 반역의 이야기]]에서 클라라 돌즈들이 독일어로 이 말을 외친다.

카니발 판타즘에서는 세이버 얼터가 "손님이 신이라고? 신은 죽었다!!!!"라는 대사를 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다룬 일상 4컷 만화 니체 선생에서도, 불교를 공부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은 신"이라고 진상을 부리는 취객에게 "신은 죽었다." 며 손놈의 얼굴에 바코드를 찍는다.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신이 자신의 종족을 완전에 이르게 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신의 화염에 최후를 맞는다. 그것이 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한다. 자신이 돌보던 종족이 마침내 기쁨에 찬 목소리로 '신은 죽었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과거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패륜 살인 사건 중에는 아들이 재수하게 되자 대졸 고학력의 어머니가 이 말을 인용해 거실에다 크게 '내 아들은 죽었다'라고 써서 붙여놓기도 했다. 친척들이 너무 심하지 않냐고 하자 '오기를 돋궈주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이 때 아들의 가슴 속에서 어머니도 죽었는데 그로부터 2개월 뒤 비극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에 개봉한(한국 2015년 개봉)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God's Not Dead)"에서는 "신은 죽었다"를 모티브로, 학생들에게 신의 죽음을 강요하는 교수를 상대로 주인공이 신은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이 명제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찰보다는 기독교적인 믿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후속작으로 신은 죽지 않았다 2도 나올 예정인데, 무신론 수업을 강요하는 학교 선생에 대해서 한 교사가 투쟁하는 내용을 법정 드라마로 다루고 있다. 역시 기독교적 믿음이 주제이다.

인디게임 제작 팀 hc에서 만든 비주얼 노벨five colors volunteers에서는 토끼가 미쳐버리자 갑자기 신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주변인물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토끼는 화를 내고 결국 주변에서 억지로 인정하게 되는데 이때 토끼가 신은 죽었어!라고 말한다.(...)

배너 사가의 스토리는 신이 죽으면서 시작된다.
  1. 니체는 천국과 지옥, 이데아를 변화하지 않는 거짓 세계라고 두고 두고 말했다.
  2. 원광대학교 철학과의 김정현 교수는 Ubermensch를 '초인'이 아니라 '극복인'으로 번역한다.
  3. 이 '위버멘슈'는 아돌프 히틀러도 그 개념을 오해하여 오용, 악용했다. 그런데 그 근본 원인은 천하의 개쌍년인 니체의 여동생이었다. 니체를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일생동안 속였다. 위버멘쉬를 권력의지의 개념으로 자리잡게 한 것도 그녀의 만행.
  4. 윌 듀런트의 《철학 이야기》, 최혁순 역에서 인용.
  5. 심지어 철학자로 간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