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세력.
자유행성동맹의 재야인사 프란체시쿠 롬스키를 중심으로 엘 파실 성계에서 일어난, 멸망 직전의 타락한 동맹정부에 종속하지 않으며 민주정치만 계승하여 새 역사를 써 나가겠다는 기치를 내건 신흥 정치세력이다. 다만 자유행성동맹 말기의 꼬라지에 분노해서 롬스키를 중심으로 엘 파실의 주요인사들이 독립을 선언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고 이렇다할 힘도 영향력도 없었다.
하지만 헬무트 렌넨캄프가 폭주하여 양 웬리가 하마터면 죽을 뻔 했고, 동맹에서 이 사건 뒷처리를 어설프게 하는 바람에 렌넨캄프가 자살하는 일로 이어졌다. 이에 은하제국에서는 동맹에 응징을 선언하고 선전포고를 날리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신변을 위해 하이네센을 탈출한 양 웬리는 결국 물자와 자금이 바닥나 어느 세력에 붙을 것인지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합류한 곳이 엘 파실이었다.
양 웬리의 합류는 엘 파실의 영향력을 신장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일단 혈기 넘치는 재야인사들이 그냥 들고 일어난 것뿐이어서, 군사력이라고 할 만한 역량이 전혀 없었는데 동맹 최고의 명장 양 웬리가 합류함으로써 충분한 군사적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여기에 제국에게 흡수당할 것이 명백한 자유행성동맹을 대신하여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투사를 자처할 수 있는 명분까지 얻게 된 셈이다. 이에 꽤나 자신감을 얻었는지 롬스키가 자유행성동맹 정통정부란 이름을 붙이려 들었다(…). 하지만 안좋은 선례가 하나 있었기 때문에 결국 무산되고 그냥 평범한 엘 파실 혁명정부로 이름이 정해졌다. 그리고 양 웬리가 지휘하는 엘 파실 혁명군이 창설됐다. 이름만 엘 파실 혁명군이지 실상은 양 웬리 함대의 리네이밍 버전이다(…).
이상가였던 롬스키를 제외하면 나머지들은 어떻게 떡고물이나 좀 얻어먹어볼까 하던 무리들인 모양이었다. 개중에는 양 웬리를 제국에 팔아넘기자는 제의를 한 인물도 있었다. 물론 롬스키가 일갈하는 바람에 없었던 일이 됐지만 훗날 록웰 등이 벌인 짓을 생각하면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양 웬리의 구상대로 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하자 보다 방어에 용이함을 이유로 이제르론으로 전원 옮겨왔다. 그러다 치열하던 이제르론 공방전 도중 작전이 여러 번 실패하고 지병까지 도진 황제가 양과의 회담을 요청하자 롬스키를 비롯한 중진 여러 명이 따라나섰다가, 지구교 신도들에 의해 양 웬리와 함께 살해당한다. 결국 이때 양과 롬스키를 잃은 혁명정부의 나머지 멤버들은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투로 엘 파실 정부의 해체를 선언하고 뿔뿔히 떠나고 만다.
엘 파실 정부는 그렇게 채 1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마감했지만, 민주주의만큼은 지켜내겠다는 양 웬리의 의지를 오히려 무력집단이었던 혁명군의 멤버들이 이어받아 곧 이제르론 공화정부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양 웬리 덕분에 나팔을 불 수 있었던 세력이다. 양 웬리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치기어린 몽상가들의 아무 힘없는 혁명정부에 불과했고, 양이 합류한 이후로는 양 웬리가 데려온 직속부하들로 구성된 엘 파실 혁명군과 그들의 역량, 이제르론 요새에 무력수단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양 웬리가 야심가였다면 이름만 빌려주는 허수아비 역만 하다가 쓸려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 지도자로서 전면에 나서기 싫어했던 양 웬리에게는 여러모로 좋은 동맹 상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