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정치-군사 세력. 일명 8월의 신정부(The New government of August).
이제르론 요새를 근거지이자 전부로 일어난 극소 규모의 신세력. 정치적으로 민주공화주의의 유지와 계승을 기치로 내걸고, 인류사회를 통일한 거대한 신 은하제국에 대항해 농성한다.
그 기원은 회랑의 전투 후, 카이저 라인하르트와 회담을 위해 가다가 지구교의 테러에 의해 양 웬리 및 엘 파실 혁명정부의 중진들이 사망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상 지금까지 양 웬리의 명성에만 의지하여 유지되던 세력이 구심점을 잃고 와해될 위기에 놓이게 되자, 엘 파실 혁명군의 주요 멤버들, 즉 구 동맹군 '양 함대' 시절부터 양을 보좌해왔던 참모들과 지휘관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하게 된다. 모두들 민주주의의 수호와 계승에 관한 양의 이상을 깊이 새긴 '양의 후계자'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걸었음에도 의사결정은 구 '양 사단'의 군인 중추멤버들에 의한 밀실 정치에 따라 실시되고 있었으며, 정부 조직은 사실상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문민 민주주의 세력이라기보단 군정(軍政), 군벌 세력에 가깝다고 평가되고 있다.[1]
공화정부를 대표하는 주석직에 오른 프레데리카 그린힐도 양의 미망인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멤버들에게 등 떠밀린 경우고, 율리안 민츠는 겨우 중위 신분임에도 마찬가지로 양의 양자로서 후계자라는 상징성으로 등 떠밀려 실전부대의 사령관이 되었다. 신랄한 평가에 의하면 "고아와 과부로 이루어진 정부".
때문에 민주주의의 계승자들이 아니라 양 웬리 개인에게 충성한 '군벌 패밀리'들일 뿐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고, 그들의 행위 자체도 "이제 막 통일을 이루어 전란을 종식시키고, 정치체제는 어떻든 간에 비범한 카이저의 영도에 의해 아무튼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갈 인류사회에 하찮은 실력을 가지고 전쟁의 불씨를 계속 피워올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양 휘하 군인들의 밀실회의 등의 군정적 요소나 그 '가족'의 요직 논란은 최후의 근거지가 된 이제르론 요새의 인구가 채 백만이 되지 않으며 그나마 대부분은 군인이나 군인의 가족으로 이루어진 '군사국가'였다는 실상과, 또 전투를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2] 더군다나 양 웬리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과 협상을 통해 민주공화정이 살아남을 길이 생겼다고 안심했을 때 지구교의 습격으로 엘 파실 혁명정부의 중심이나 다름 없던 양 웬리가 사망하여 엄청난 파란을 불러왔기 때문에 빠른시간 내에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주력 800년, 신 제국력 2년의 8월 8일에 정식으로 이제르론 공화정부가 성립된다. 양 웬리의 강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으로 자유행성동맹 건국의 아버지인 알레 하이네센과 양 웬리의 초상을 나란히 걸어 놓았다는 언급이 있다. 양 본인이 이 광경을 보았으면 쓴 웃음을 지었으리라...
물론 윗동네처럼 집집마다 걸어 놓은 것은 아니고, 총회의장, 중앙위원회, 주석 집무실, 혁명군 사령부에만 걸어 놓고 나머지 장소에서는 전부 금지되었지만.
양 웬리의 아내와 양자가 각각 정-군의 요직에 앉은 것도 상징성 측면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품 외재적인 이유로 양대 주인공 중 한 명인 양이 죽어버린 상황에서 조연 혹은 듣보잡이 요직에 앉아 양 사단 멤버들을 부려대면 독자가 다 떨어져 나갈 우려가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농성 행위도 '세습 전제주의'의 위험성[3]을 대비하기 위한 힘의 배분,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한 것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이 있다. 프레데리카와 율리안도 세습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영토는 오로지 이제르론 요새에 국한될 뿐이며 인구는 엘 파실 정부 붕괴 후의 이탈자를 제외한 자진 잔류자들만으로서 구성되어 있었으며, 요새에 거주하고 있는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서 백만을 넘기지 못했다. 수백억에 달하는 로엔그람 왕조의 신 은하제국에 비하자면 해변 vs 모래알에 불과한 숫자였다.[4]
군사력 면에서는 요새 자체의 능력과, 회랑의 전투 이후 살아남은 약 1만여 척가량의 우주함정뿐이었다. 그나마도 인원이 부족해서 무인 제어하는 함정이 제법 있었다. 때문에 절대적으로 정면 대결을 피하고 요새 주포에 힘입어 '농성'하는 것이 전술의 거의 전부였다.
원래는 '이제르론 코뮌'이라는 명칭을 쓸 예정이었지만, "역사상 코뮌이라는 이름을 쓴 혁명정부는 결국 와해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재수없다"는 더스티 아텐보로 중장의 의견(…)에 따라 기각. 그 직후 카스퍼 린츠가 양 웬리는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시했다는 이유로 제안한 단순하게 요새의 이름을 따서 낸 이제르론 공화정부란 이름을 쓰게 된다.
주둔지가 자연적인 천체가 아니라 인공 우주요새라서 물자 보급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제르론 요새가 위치한 회랑 양편을 제국군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알레 하이네센처럼 어디 도망갈 수도 없고, 군인이 많은 구성원의 특성상 성비(性比)도 맞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더욱 불리했다. 굳이 싸우지 않더라도 제국군이 포위만 해도 점점 불리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결국 그와 결판을 내지 못한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양 웬리의 후계자이며, 전 우주를 정복하기로 결심했던 그에게 남겨진 최후의 적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이제르론 공화정부에 시바 성역 회전으로 정면 대결을 건다.[5]
철저하게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이 전투에서 율리안 민츠와 로젠리터 부대가 라인하르트 황제의 기함 브륀힐트에 돌입하였고, 그 투지와 실력을 높이 산 황제와 강화를 맺는 데 성공한다.
이제르론 공화정부는 이제르론 요새에서 퇴거하는 대신, 옛 자유행성동맹의 수도 행성 하이네센이 있는 바라트 성계를 얻어 민주주의의 불씨를 살려나가게 된다.
- ↑ 사실 프레데리카 그린힐이 정부수반이 된 과정은 쿠데타나 다름없다.
- ↑ OVA에서 율리안과 아텐보로가 대화할 때 "어쩔 수 없이 군사조직의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 ↑ 간단히 말해 당대 군주가 위대해서 '낙원'을 이룰 능력이 된다면 오히려 '힘을 몰아주는' 독재 전제정치가 도움이 되지만, 그 후대 군주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고 되려 폭군이 되어 다 말아먹는다면 전제 정치는 악행의 최악의 도구가 된다는 얘기.
- ↑ 때문에 되도록 제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호칭을 '공화국'이 아닌 '공화정부' 정도로 정했다는 가슴 아픈 후일담이 있다(…).
- ↑ 뉴 센추리호라는 낡은 난민선 구출로 촉발된 우발적인 충돌이 정면 대결로 확대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