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소설 은하영웅전설의 등장 세력.
립슈타트 내전으로 멸망한 문벌대귀족 중 페잔으로 망명하거나 제국 본토에 숨어있던 잔당들이 은하제국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를 납치하여[1] 페잔을 경유하여 자유행성동맹령으로 망명, 동맹 정부의 협조하에 수립한 망명 정부이다.
은하제국 본토의 모든 영향력을 상실한 뒤에 수립되어 함선 하나 병사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았고 자체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조차 해결이 안되어 페잔과 동맹의 원조를 받는 실질적인 힘은 전혀 없고 이름만 그럴싸한 정부였고 정부 존속조차 몇년 안가 자유행성동맹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은하제국에게 사실상 항복하자 정부 구성원들 대다수가 도주하였고[2] 책임자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이 자택에서 자살하고 군무상서 메르카츠 원수가 양 웬리 함대로 복귀하여 정부는 해산, 별다른 역할도 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퇴장하고 말았다.
2 배경
프리드리히 4세의 사망으로 인해 촉발된 은하제국의 내전은 에르빈 요제프 2세를 지지하는 황제파와 여기에 반발한 반황제파 립슈타트 동맹로 갈라졌다. 내전은 몇 년에 걸친 격렬한 전투 끝에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을 위시한 황제파의 승리로 종결되었다. 립슈타트 동맹의 맹주와 부맹주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은 각각 사망하였고 동맹에 참여했던 대귀족 상당수가 사망 또는 항복하였다. 이들의 재산은 모조리 압류되어 제국 국고로 환수되었다. 이에 능력이 없었던 귀족들은 빠르게 몰락하였고 몇몇 귀족들은 페잔 자치령이나 이제까지 그들이 반란군이라 부르면서 멸시하던 동맹으로의 망명을 택하기도 했다. 개중에는 문벌대귀족 세력을 재건하고자 하는 귀족들도 있었으나 이미 제국 본토의 영향력을 모두 상실하고 전 재산을 압류당하여 겨우 목숨만 건사한 귀족들이 대다수라 어떤 활동도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문벌대귀족 잔당들에 존재에 이용가치를 부여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페잔 자치령의 란데스헤르(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였다. 루빈스키는 동맹이 막장 테크를 타버린 현 시점에서 굳이 제국과 동맹의 균형을 조정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에 차라리 라인하르트를 도와 제국이 동맹을 정복하여 은하를 통일하게 만들고, 이후 수립된 신 은하제국을 잡아먹는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동안 페잔이 보여준 행보는 곧 지구교의 우주정복 계획에 따른 활동이기도 했다. 따라서 루빈스크가 구상한 새로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구교 간부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되는 문제였고, 지구교 총대주교와 논의를 거쳐 수정된 계획을 최종 승인받았다. 하지만 이는 지구교를 위한 것처럼 연막을 친 것에 불과했다. 실제 루빈스키는 지구교가 아닌 자신을 위한 계획을 꿈꾸고 있었다.
어쨌든 루빈스키는 망명귀족들을 이용하여 황제를 탈출납치하고, 이들이 망명정권을 세우도록 유도하여 제국에 어그로를 끌게 할 계획이었다.
3 물밑 작업
페잔 란데스헤르의 신임 보좌관으로 임명된 루퍼트 케셀링크는 전임 페잔 주재 은하제국 고등판무관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을 찾아갔다. 렘샤이트 백작은 페잔에 주재하는 은하제국 고등판무관으로써 본토의 재산이 압류당했어도 페잔에 이미 재산 일부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나름 영향력을 가진 몇 안되는 귀족 중 하나였다. 페잔의 경제 전문가들에게 재산 관리를 일임하여 먹고 사는대는 지장이 없었으나 사실상 골덴바움 왕조와 문벌대귀족 세력이 멸망하여 고등판무관직에서 쫒겨나 페잔에 망명해 있는 상황이라 정신적인 아픔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케셀링크는 실의에 빠져있는 렘샤이트 백작의 향수를 부추기면서 슬며시 망명 정부를 수립할 생각이 있으면 페잔이 지원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렘샤이트 백작은 페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의문을 밝혔고, 케셀링크는 라인하르트의 개혁으로 인해 페잔도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차라리 구 체제와의 협력이 이득이란 이야기를 하자 크게 기뻐하며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렘샤이트 백작과 케셀링크는 다른 망명귀족들을 회유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많은 귀족들이 망명 정부 수립 계획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적당히 간부급 인선이 끝난 페잔은 곧 두 번째 계획을 추진했다. 미리 포섭해 둔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과 레오폴트 슈마허를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 탈출이라 쓰고 유괴라 읽는 작전에 투입했다. 게다가 미리 라인하르트와 교섭을 통해 암묵적인 동의를 얻어낸 상태였기에 이 계획도 대성공을 거뒀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알리 없는 렘샤이트 백작은 처음 제의를 들었을 때부터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곧 대신 오딘이 굽어살핀다면서 크게 기뻐하며 축배를 들었다.
황제가 페잔에 도착하자 망명 정부 일행은 지체없이 동맹으로의 망명을 추진했다. 동맹 국가원수인 최고평의회 의장 욥 트뤼니히트도 잠정적으로 지구교에 협력하는 처지였고,[3] 동맹이 페잔에게 경제적으로 잡혀있는 건수가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협상 도중 입헌군주제를 위시한 민주주의 개념의 도입을 놓고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망명 정부쪽에서 이 조건을 수용했기에 곧 협상이 마무리 될 수 있었다.
4 망명 정부 선포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8월 20일, 최고평의회장 욥 트뤼니히트는 특별담화를 통해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의 망명 사실을 전우주에 공표했다. 그리고 망명 정부 수상을 자처한 렘샤이트 백작이 나서서 은하제국 정통정부를 소개하고, 내각의 인사를 공개했다.
- 제국재상 -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
- 군무상서 -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상급대장
- 내무상서 - 라트불프 남작
- 재무상서 - 세틀러 자작
- 사법상서 - 헬더 자작
- 궁내상서 - 호징거 남작
- 내각서기관장 - 카르나프 남작
대부분의 인재들은 미리 참여 의사를 밝힌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양 웬리의 고문자격으로 있던 메르카츠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정통정부에서 멋대로 군무상서에 임명하여 억지로 끌려들어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 웬리의 참모 몇몇은 메르카츠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고, 이에 메르카츠의 부관인 베른하르트 슈나이더가 "메르카츠 제독님도 지금에서야 알았고 저들이 멋대로 결정한 일"이라 해명했다. 양 역시도 "내가 렘샤이트였어도 당연히 메르카츠 제독을 등용했을 것"이라고 같이 옹호해줬다. 또한 발터 폰 쇤코프도 "일단 저질러놓으면 수락해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란 말과 함께 양의 의견에 맞장구를 쳐주었기에 큰 마찰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메르카츠는 정통정부의 무의미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황제페하를 멋대로 유괴하여 망명정부 따위를 세운다고 한들 한번 사라진 골덴바움 왕조가 다시 일어설 수도 없다. 그러나 이미 동맹정부와 교섭을 끝낸 정통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메르카츠 제독은 결국 제의를 빙자한 강요를 수락하여 군무상서 직위를 받고 동시에 제국원수 칭호도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짓 때문에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양 웬리 함대에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 상황에 탄식했다. 슈나이더도 정통정부에서 중령 계급으로 승격됐으며, 황제 납치계획에 참여한 알프레드 폰 란즈베르크 백작은 중장 계급, 레오폴트 슈마허는 준장 계급을 받고 군무성에 배치되어 메르카츠를 보좌하도록 했다.
4.1 현실은 시궁창
일단 정부랍시고 망명귀족들로 각료진을 구성하기는 했으나, 다스릴 백성도 없는 정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황제는 나이가 어리고 성격도 꼬여있는데 멋대로 유괴해서 모셔놓고, 각료진도 렘샤이트 백작과 메르카츠 원수를 제외하고서는 능력있는 인재도 없었다. 병력도 없고[4] 영토도 없으니 말 그대로 유명무실한 망명 정부.[5]
게다가 망명 정부는 자신들이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제국 내부의 혼란이나 동조세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미 은하제국의 민심은 완전히 문벌대귀족 집단으로부터 떠나 있는 상황이었으며, 립슈타트 동맹의 궤멸 이후 이어진 라인하르트의 대숙청으로 제국 내부에서 기존의 문벌대귀족 계급은 재력과 권력을 상실하여 와해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라인하르트는 이미 군부와 관료, 그리고 소수 남아 있던 온건파 귀족층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권력은 이미 굳건했다. 이들이 망명 정부를 결성하건 말건 은하제국 내부에서는 어떤 정치적 영향도 없었다. 여기에 에르빈 요제프 2세가 폐위되고, 카타리네 켓헨 폰 페크니츠가 새 황제로 옹립되면서 망명 정부 측은 황제를 쥐고 있다는 마지막 정치적 이점까지 빼앗기게 된다.
또한 그들이 옹립한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의 존재 역시 골치거리였다. 어린 황제는 오로지 자신의 1차원적 욕구에만 충실한 개초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린 아이란 점에서 동정표를 먹고 들어가고 있었지만 본모습이 밝혀질 경우 맞을 역풍을 걱정해야될 지경이었다. 이에 망명 정부의 귀족들은 어린 황제의 모습을 철저하게 감췄고, 간혹 동맹의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대외적으로 모습을 공개해야 될 일이 있으면 잠들어있는 소년 황제의 모습만 보여줬다.[6]
덤으로 자유행성동맹 내부는 극심한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갔다. 동맹이 일단 민주주의 사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견 분열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린 황제라는 점이 동맹시민들의 동정심을 사서 지지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에 "당장 어제까지 제국에 대항하여 피땀 흘렸는데, 이젠 황제를 보호해야한다고?"라고 아우성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5 망했어요
슬럼프에 빠져서 그저 하루하루 월급만 축내면서 똥만 만들어내고 있던 양 웬리는 갑작스런 사태 변화에 크게 당황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사고가 정리되자 라인하르트가 명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황제의 납치를 방조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더불어 동맹의 정치가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이러한 단체를 후원해버린 점에 대해서 탄식하는 반응을 보였다. 누가봐도 라인하르트는 이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양의 예측대로 라인하르트는 마치 망명 정부의 발표를 기다렸던 것처럼 "제국의 반역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동맹은 곧 제국의 적"이라는 논리를 동맹 침공의 명분으로 삼게 된다. 동맹 정부는 일단 망명 정부를 받아들였으나 향후 정책 방향은 수립되어 있지 않았고, 망명 정부를 제국과의 협상카드로 써서 뭔가 좀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정도였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전쟁이었다. 하지만 동맹은 이제르론 요새를 확보하고 있었고, 이제르론에는 불패의 명장 양 웬리와 그의 함대가 버티고 있었으니 전선이 좀 소란스러울 뿐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한 것과는 달리 라인하르트는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을 수립하여 이제르론에 병력을 꼴아박는 것처럼 페이크를 썼다가(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페잔을 전격적으로 점령하면서 동맹과 망명 정부 각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망명 정부는 실질적인 힘이나 권력은 없었어도 망명귀족이나 그 자제들을 끌어들여 나름대로 뭔가 해보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사태 변화로 라인하르트의 손에 목이 달아날 위기에 처한 셈이었다.
렘샤이트 백작의 주도 하에 망명 정부의 미래에 대한 각료회의가 열렸지만 각료들은 하나둘씩 내빼기 시작하였고, 그 와중에 술에 취한 호징거 남작이 다른 사람들을 조롱하면서 "네놈들 모두 어린 황제를 팔아넘길 생각만 하는 위선자들"이란 독설을 퍼부었다. 결국 초기의 중심인물 중 태반을 차지하는 라트불프, 세틀러, 헬더, 호징거, 칼 나프는 모두 도주하고 렘샤이트 백작과 메르카츠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를 기점으로 사실상 은하제국 정통정부는 와해되었고 간판만 내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메르카츠는 나중에 은하제국 정통정부의 군인이라고 할 수 있는 5명의 사람들과 함께 양 웬리 함대에 합류하여 버밀리온 성역 회전에 참여한다. 그리고 렘샤이트 백작은 "장군도 나를 버리고 떠나는 거냐?"면서 찌질거렸다. 메르카츠는 렘샤이트 백작을 다독이면서 이 전투에 참여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사실상 멘탈붕괴에 자포자기 상태였던 백작은 희망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결국 동맹이 제국에 항복하면서 소리소문 없이 해체되었다. 렘샤이트 백작은 자살했고, 란즈베르크 백작과 슈마허는 에르빈 요제프 2세를 데리고 잠적하였다. 하지만 에르빈 요제프 2세가 중간에 도주해버려서 그 충격으로 란즈베르크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자 슈마허는 그를 떠나게 되었다. 그 이외에 나머지 쩌리 귀족들은 어떻게 됐는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6 뒷 이야기
여담으로 발터 폰 쇤코프는 정통정부의 탄생에 대해서 황제란 존재가 굳이 의미없는 라인하르트와 황제란 존재가 절실한 문벌대귀족 잔당들의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결과라 평했다.
더불어 훗날 엘 파실 혁명정부의 수장인 프란체시쿠 롬스키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자유행성동맹 정통정부란 이름을 붙이려고 했는데, 양이 이뭐병이라 말하려던 것을 더스티 아텐보로가 "은하제국 정통정부라는 훌륭한 시망 케이스가 있습니다만..."이란 말로 완곡히 반대의견을 내놓았고 롬스키 역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무산되었다.- ↑ 문벌대귀족 입장에서는 반역자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손에서 어린 황제페하를 구출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황제 본인의 미래든 자신들의 미래든 사이좋게 파멸했지만.
- ↑ 제국의 동맹 침공이 가시화되자 군무상서 메르카츠 원수와 제국재상 요펜 폰 렘샤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장관들은 미리 살 길을 찾아서 도망쳤다.
- ↑ 결과적으로는 트뤼니히트가 지구교를 일방적으로 이용하다가 내버렸지만 이때는 트뤼니히트의 목적과 지구교의 음모가 맞아떨어졌기에 협상은 빠르게 진척되었다.
- ↑ 진지를 빨자면 다섯 명의 병사가 있긴 했다. 메르카츠가 '여기는 자유의 나라이니 자유롭게 하게'라는 말로 사실상 해산시켜버리긴 했지만.
- ↑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패배한 문벌대귀족 측의 망명자를 모으고 동맹정부로부터 함선을 공여받아 군대를 만들려는 시도는 했으나, 망명정부 자체가 오래가지 못해서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 ↑ 하다하다 안되면 아무리 황제라고는 하지만 몇 살 되지도 않은 어린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하여 일부러 잠재웠다!
이게 무슨 지거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