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장우중문시

1 개요

與隋將于仲文詩
여~! 수장 우중문씨!

고구려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보냈다고 전해지는 한편의 시....라기보다는 그냥 어그로라고 해야 알맞을 글로,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제목을 직역하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

2 소개

전황이 지지부진하자, 수양제의 수 지휘부는 우중문 장군을 지휘관으로 삼아 병사 30만 5천명을 뽑아서 수도를 치는 별동대를 편성하여 평양으로 곧장 내려보냈다. 을지문덕 장군은 이들의 동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항복 사신을 가장하고서 수나라 별동대 진영에 잠입, 우중문을 만났다. 그리고 자신을 잡아가두겠다고 위협하는 우중문에게 "대국의 장수가 어찌 항복을 타진하러 온 사신을 붙잡는다는 말이오? 대왕께 아뢰어 황제 폐하를 뵙게 하겠으니 나를 보내주시오."라는 말로 둘러대고는, 굶고 지친 수나라 군대의 상황을 샅샅이 살핀 후에 무사히 아군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제의 시를 보냈는데...

3 뜻 풀이

神策究天文(신 책 구 천 문)
귀신같은 책략은 하늘의 이치(천문)를 깨달았고
妙算窮地理(묘 산 궁 지 리)
신묘한 셈은 땅의 형편(지리)을 다하였도다
戰勝功旣高(전 승 공 기 고)
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知足願云止(지 족 원 운 지)
원컨대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사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울 때 다들 그냥 이렇게 지나간 다음, 사실 비꼬는 내용이라는 설명만 듣는다. 원래 병법을 논할 때는 기본적으로 인화, 지리, 천문[1] 순서로 논한다. 예를 들면 삼고초려제갈량유비에게 "조조는 천시를 잡았고, 손권은 지리를 잡았으니, 장군은 인덕을 잡아 서쪽을 취하십시오." 라고 조언했다.

이 시의 실제 뜻을 풀어보면...

신묘한 책략은 천문을 꿰뚫었고

→ 이 때가 겨울이었다. 다시 말해 "계절은 제대로 생각하고 쳐들어왔냐?" [2]

절묘한 계산은 지리를 통달했도다.

→ 우중문이 지나치게 진격해서 군량 보급도 망쳐 군사들의 사기도 왕창 떨어져 있었다. 다시 말해 "너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막 쳐들어왔지?"

싸움에 이겨 그 공이 이미 높으니

→ 이 시의 클라이맥스. 그동안 우중문은 고구려의 청야전술에 말려들어 전투다운 전투를 치른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그동안 한 번도 이긴 적 없었지? 게다가 이걸 이 전쟁의 없는 전공을 칭찬한 게 아니라, 우중문이 그동안 대장군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쌓아야 했던 전공을 칭찬한 걸로 해석한다면, [3] 우중문의 처지는 훨씬 더 안습해진다.

만족을 알고 그치기를 바라노라.

→ 즉, X되기 싫으면 꺼져라. 또 이 지족(知足)이라는 표현 때문에 이 글을 도교와 연결짓는 견해도 있다. 꽤나 인정받고 있는 듯.

철저하게 반어법으로 일관된 시다. 내용에서는 천문, 지리만 순서를 뒤집어서 언급할 뿐, 인화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즉, 넌 절대 못 이기니까 그만 나대고 꺼져라, 멍청아.라면서 우중문을 조롱하는 셈. 더 줄이면 꺼져로 압축된다.

4 이후

달리 뾰족한 수도 없었던 데다가 그걸 못 알아먹을 정도로 멍청한 우중문이 아니었기에 군대를 퇴각하는데, 그 직후에 살수 강에서 벌어진 고구려군의 공격으로 인해 총 병력의 90%가 사망 및 나포되었다.

전에 이미 수양제가 우중문에게 을지문덕을 생포하란 지시를 내려서 우중문이 그대로 따르려고 하는데, 상서우승 유사룡이 이를 만류하는 바람에 그냥 을지문덕을 풀어줬다. 우중문은 나중에 이를 후회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 당연히 유사룡은 패전 이후 사형당하고, 우중문은 패전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갇혔다가 이듬해에 화병으로 병보석된 뒤 자택에서 69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5 이모저모

한미 FTA(.....) 체결 협상 당시 이 한시가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 대표단에 전달된 적이 있었다. 아쉽게도 라임은 살리지 않았다 돌려까는 의미도 못 살려서 그냥 칭찬이 되어버렸다 기사1 기사2 이쪽에서 할 만큼 했으니 어느 정도 양보안을 내놓았으니 미국측 역시 공세의 수위를 조절해 달라는 의미로 전달된 것. 참신하고도 운치 있는 발상이라는 평가가 나왔으나, 외교 관례를 넘어선 '돈키호테'식 행동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미국 쪽에서는 '과분한 칭찬'이라며 웃고 넘긴 듯(…). 하긴 너희들이 동아시아 역사를 어디 알아야지...

번역본은 아래와 같다. (Yu Zhongwen은 우중문의 중국 발음)

To Sui General Yu Zhongwen

Heaven knows how marvelous you are in your strategy,
Earth knows how shrewd you are in your calculation.
Your name already knows no bounds in this war,
Time to know satisfaction in your toil.
  1. 쉽게 말하면 여론, 좋은 땅, 운명
  2. 당연한 소리지만 겨울엔 군사를 부리기가 몹시 힘들다. 특히 군대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더욱. 이동이나 전투가 매우 힘든 것은 당연하고, 혹여 전쟁을 오래 끌기라도 하면 말 그대로 지옥이다.
  3. 즉, 지금까지 이겨온 공이 이미 높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