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르슈타인의 풀베기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우주력 801년, 신 제국력 3년 2월, 율리안 민츠가 지휘하는 이제르론 공화정부군과 바겐자일 대장이 지휘하는 제국군이 충돌하였고, 민츠의 교묘한 유인술에 휘말리는 바람에 제국군은 이제르론 요새 주포 토르 하머의 사정거리까지 끌려가 전술적으로 패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바그다쉬보리스 코네프가 이 승리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舊 자유행성동맹의 시민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각종 지하조직들이 준동하여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이에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원수를 파견하여 이 소요사태를 진정시켜둘 것을 지시하였다. 행성 하이네센에 도착한 오베르슈타인은 3월 21일 직속부대를 동원하여 위험분자로 분류한 사람들을 연행하였다. 여기에는 과거 동맹정부 요직에 관련된 사람, 군부에서 활동한 사람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대략 5,000여명의 사람들이 라그풀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이제르론 공화정부 관계자들에게 출두를 요구하였다.

한편 오베르슈타인과 동행한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나이트하르트 뮐러, 그리고 하이네센에 합류한 봐렌 상급대장은 이와 같은 조치를 불만을 품었고, 결국 세 사람이 직접 나서서 "이들을 인질로 이제르론 공화정부 사람들을 끌어들인 후에 세트로 처리하는 조치는 반대"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베르슈타인은 군사적 낭만주의에 빠진 이들의 발언을 비난하였고 그래도 쉽게 물러서지 않자 "너님들 군사적 실적이 그렇게 잘나서 양 웬리한테 허구헌날 깨졌음?"이란 발언으로 어그로를 끌었고, 여기에 휘말린 비텐펠트가 오베르슈타인의 멱살을 잡고 목을 조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비텐펠트 계급은 상급대장였기에 당연히 원수였던 오베르슈타인의 지휘를 받아야 했다. 한마디로 계급도 직위도 위인 상관을 상대로 죽일 기세로 목을 졸랐던 것이다.[1] 이에 비텐펠트는 일시적으로 연금되었고, 분노 게이지가 차오른 슈바르츠 란첸리터는 우연히 국방부 소속 헌병대와 마찰을 빚었다가 감정이 악화되어 시가전 직전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이제르론 공화정부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프레데리카 그린힐과 율리안 민츠 그 외 몇몇 인물들이 오베르슈타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이네센으로 출두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하필 그 시기 라그풀 교도소 폭동사건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고, 이대로 갔다가는 위험하다고 판단한 율리안 일행은 이제르론으로 귀환하였다.

한편 오베르슈타인과 비텐펠트의 충돌소식을 듣고 이를 중재하기 위해 출발했던 라인하르트는 이 소식을 듣고 "그딴 식으로 하려고 인질을 잡은거냐!?"라면서 격노하는 반응을 보였고, 하이네센에 도착하여 먼저 황제의 이름으로 이제르론 공화정부 사람들을 초청하여 회담을 가지려 하였다. 그리고 5월 20일자로 살아남은 사람들을 방면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2].

여담으로 방면소식을 들은 율리안은 오베르슈타인이 황제 라인하르트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가란 의심을 하였다.

원래 표현은 "オ一ベルシュタインの草刈り"으로, 직역하면 "(오베르슈타인의~) 풀베기"나 "잡초 뽑기", "잔디 깎기"지만 정확히 의역한다면 "~싹쓸이", "~융단폭격", "~초토화" 제초작업 등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한 출판사는 풀베기로, 다른 한 출판사는 싹쓸이로 번역했다는데 자세한 사항은 확인바람.
  1. 애니에서는 오베르슈타인의 의안에서 스파크가 나올 정도로 맹렬하게 달려든다.
  2. 작중에서는 라인하르트나 그 막하의 장군들이 오베르슈타인의 풀베기 계획에 대해 '옳지 못하다'는 이유로 불쾌하게 여기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 보여주지만, 사실 이런 책략의 경우 현실적으로 봐서도 그리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이 국면에서 신 은하제국측이 가장 신경써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 줌도 안되는 이제르론 공화정부군을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광대한 구 동맹령 전역에 통치력을 확보하고, 이 통치력에 대해 구 동맹 시민들의 묵인이나 암묵적 동의라도 얻어내는 일이다. 제국 입장에서 2선급 지휘관인 버겐자일이 패배하더라도 쌍벽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1선급 지휘관과 압도적인 병력을 가진 제국에게 이제르론에 고립된 공화정부군을 압살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신 제국의 1/3을 차지하는 동맹 시민들을 달래지 못하면 신 제국, 특히 그중에서도 구 동맹령의 유지 자체가 불투명한 것. 그런데 문제는, '기존의 명망가나 고위층 인사들을 잡아가두고 인질로 활용하거나 제거한다'는 오베르슈타인의 책략은 기본적으로 극단적인 억압책이고, 이것이 오히려 구 동맹 시민들의 반감을 자극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제르론 공화정부군의 승리에 환호하는 구 동맹 시민들의 불온한 움직임이 문제가 아니라. 오베르슈타인의 강경한 탄압에 분개한 구 동맹 시민들의 불온한 움직임이 새로 생겨날 판이다.(...) 결국 이는, 현실적 합리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무시무시한 책략을 아무렇지도 않게 실행하는 냉혈의 책략가 오베르슈타인' 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작가의 묘사라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