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 선생

식객의 등장인물. 오봉주의 아버지이자 운암정 전 주인이었던 오성길 숙수의 친구이다. '자운'의 뜻은 '스스로 운수를 둔다'는 것을 뜻한다. 선생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턱이 약해 광대뼈가 불거져 나왔으며 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다. 옆에서 보면 왠지 말 같은 얼굴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데, 특유의 향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도 잘 못 먹는 홍어를 좋아한다.

요리에 뛰어난 식견을 가졌는데, 젊었을 시절 봉주의 아버지인 오 숙수 옆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어느 재벌회장 가의 집들이에서 오마 참치 요리가 나와 운암정 측의 요리들이 외면받았는데, 이 때 기지를 발휘하여 버려진 참치의 에서 살을 더 발라내 즉석 참치육회를 만들어 내었다. 이 때 오마 참치 요리로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고자 했던 회장은 데꿀멍...했다기보다는 자운 선생이 만든 참치 육회를 맛보고는 지도 좋아서 "운암정이 이렇게 대미를 장식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라고 잘 먹는다. 운암정에게 모욕을 주려고 했다기보다는 그냥 자기 과시욕이었는 듯. 각설하고 이를 감명깊게 지켜본 운암정 소속의 한 요리사는 미래에 대비하라는 자운의 조언에 따라 참치를 통해 성공을 거뒀다.[1]

정확한 출신이나 경력은 불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극진히 모시는 유명인. [2]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언을 들었던 요리사는 수백만원을 넘는 오마 참치를 선뜻 내주고, 홍어 식당 순라길에서도 자운 선생을 대접하기 위해 사장이 직접 흑산 홍어를 준비했다. 애당초 성찬과 관련된 인물들은 죄다 트집잡아서 내쫓았다는 오봉주도 성찬과 친한 자운 선생은 예의바르게 모시고 식사 대접, 식재료를 구해다 주는 것에도 딱히 불평하지 않는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노숙 생활 중이며, 그쪽 세계에서는 왕초.[3] 나름의 통솔력이 있는지 같이 노숙중인 노숙자들에게서 형님이라 불리고 있다.[4] 성찬과 오봉주, 이 외에 여러 의뢰인(?)들을 통해서 이것저것 지원받고 있다. 이들한테서 받은 돈은 모두 노숙자들과 함께 식사하는데 쓴다. 물론 자신은 고량주를 콤보로 쓴다. 가끔 오봉주가 자신을 찾아오면 오봉주에게 밥을 사라고 하고 동생들도 같이 데리고 간다. 가끔은 노숙자들한테 음식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우나 이용권과 기차표[5] 등을 줄 때에도 있다.

"음식은 즐기는 것이지 싸우는 게 아니다."어째 섬나라의 요리배틀만화를 까는 것 같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어서 걸핏하면 음식 대결을 하려는 봉주를 조금 못마땅하게 보고 있기도 하다. 성찬과 봉주가 웃어른으로, 실력있는 요리인으로서도 공경하는 인물인만큼 둘의 대결에는 심사위원으로 불려오는 일이 잦다. 생태탕 승부에서는 둘의 생태탕을 섞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자기가 음식을 얻어먹기 위해 자주 봉주와 성찬의 대결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6] 게다가 음식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진짜로 승부욕 때문에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인지 누군가에게 이용된다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 일례로, 3권에서 조 여사랑 같이 찜질 즐기다 성찬, 진수에게 들킨 부분에서 오봉주가 성찬을 이기기 위해 자신을 이용해 물갈나무 숯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분노하여 그것도 절친의 불가마를 맨손(!!!)으로 부수고 손해 비용 780만원을 모두 운암정으로 청구하라고 했다.[7]그래놓고 봉주에게 숯가마를 부숴서 숯이 오지도 않는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아 대회 며칠을 앞두고 봉주가 헐레벌떡 뛰어다니게 만들었다. 뒤끝쩐다 정작작 좋은 숯 구했더니 불길에 정신팔려서 진 성찬 안습

보광레스토랑 멤버인 조 여사를 사모하고 있다. 3권 아롱사태 편에서 처음 만나 의견차로 티격태격하더니, 외로운 사람끼리 마음이 맞았는지 다음 편인 숯불구이 편에서 조 여사를 숯가마로 불러 같이 찜질을 즐기다 숯을 구하러 온 성찬과 진수에게 들키기도 했다.[8]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다 천렵 편에서 연인 관계가 들통난다. 13권 만두 편에서는 조 여사가 다른 사람에게서 대쉬를 받아 갈등하기도 했으나 꽃다발을 들고 조 여사 집에 찾아갔고, 나올 때는 조 여사의 입술자국이 남아있었다. 한 번은 짜장면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었는데, 스낵 짜장면이 맛있다는 조 여사와 갈등하여 연락을 끊을 뻔하기도 하였다.[9]

이후 보광아파트의 재개발로 조 여사가 미국으로 가자 집에 적어놓은 선생의 낙서는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조 여사. 자식따라 미국 가지 마시오. 말도 안 통하고 음식에 칼질하는 인간들 틈에서 나만 한 인간 만나겠소? 미국행 포기하면 결혼하겠소. 나 미치겠소. 고목에 불 붙였오!

본명은 김치달. 메밀묵 편에서 첫사랑과 재회했을때 드러났다.[10]

드라마에서도 원작처럼 지하도에서 노숙한다. 또한 후반부에 찌질대던 봉주에게 질타섞인 말을 날리며 그를 제정신차리게 해 성찬과 함께 마츠모토 준이치를 이기게 한다.

이렇게 작중 내에서 중요한 역을 맡고 있지만, 정작 작중에서 자운 선생이 그 뛰어난 요리에 대한 식견과 실력[11]을 가졌으면서도 말년에 지하철에서 노숙자로 살아가는 이유나 젊은 시절 도대체 무슨 일을 했었는지 등은 제대로 묘사된 적이 없다. 왠지는 몰라도 작중 인물들도 그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듯 하다(...). 그나마 젊은 시절 러브 스토리는 대충이라도 다뤄졌지만....

그나마 26권에서 머리와 수염이 검을 정도로 젊었을 때 (그것 빼고는 똑같다.) 모습이 나오는데, 그때도 지금이랑 다를 게 없다. 한복을 입고 다니면서 음식에 대한 식견에 풍부한데 더불어 임기응변 기술이 뛰어나다.

작가 오너캐 비스무리해서 부각은 안 되지만, 은근히 민폐 캐릭터이다. 대표적으로 돈 내고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 신조. 철컹철컹 허구한 날 자기랑 관계도 없는 남의 잔칫집에 들어가서 배부르게 먹고 사라지는 것은 일상이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우산으로 패서 내쫓고 열불 뻗친다고 절친의 수백만원 짜리 숯가마도 파괴하면서 오봉주에게 넘기거나, 청주 만들다가 쉬어버려 술을 만들던 독을 남에게 주기로 한다면서 파괴하려고 했다.[12] 성찬과 봉주가 대결하자 꾸짖으며 지팡이로 때리는데 정작 그 직후 자기가 의견 차로 싸우기도 하고, 자기를 찾아온 사람에게 돈이나 밥을 항상 어떤 식으로든 뜯어낸다. 전화 빌려 쓰는건 애교이고,[13] 현금으로 한다면 최소 10만원 단위로. 그야말로 민폐 중의 민폐로, 현실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작중 등장인물들도 요리에 대한 식견과 실력 때문에 존중해주고 있지만 이런 행동들은 절대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만 나이가 많은데다 요리계에서 떠받들어지는 만큼 뭐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렇지...

여담으로 17권의 마산 아귀찜 편에서 자운 선생과 매우 닮았지만 수염과 머리가 검고 마산 사투리를 쓰는 노인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냥 맥거핀. 26권 회상씬에서도 자운 선생과 똑같이 생긴 노인[14]도 등장했으나 역시 딱 1컷만 등장한 맥거핀. 설마 부자관계는 아니겠지?

  1. 때문에 자운 선생을 매우 극진히 모시는데, 진수성찬집들이 편에서 자운이 비싼 참치회를 가지러 왔다고 했을 때 자운 선생을 모르는 직원이 "이 영감이 노망났나. 참치캔이나 사 가시지?" 라고 코웃음쳤으나, 이 요리사는 자운에게 참치회를 두말않고 제공해주었다. 솔직히 낯모르는 영감이 와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오마 참치를 내놓란다고 그냥 주는 놈이 이상한 거다.
  2. 별 볼일 없는 노숙자 신분임에도 5권에서 군 차원에서 열린 무형문화제 추천후보 선정 술 빚기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운 선생을 모르고 무시하던 유명한 술 연구가는 그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자 데꿀멍해 몇십만원에 달하는 점심값을 전부 부담하기도...(원래 20만원을 줬는데 자운 선생이 대회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부 중국요리를 쏴서 32만원이 나오자 차액을 이 연구가에게 부담하게 했다. 근데 심사위원이니 아무 말도 못하고 계산한것)
  3. 한과 편에서는 그 쪽의 사람들이 전부 자운의 힘으로 술을 먹거나 밥을 먹었다고 한다.
  4. 3권에서 오봉주는 조폭을 연상하기까지.
  5. 한과 편에서 한과 기술자에게 하룻동안 일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둘다 준 것.
  6. 고등어 편에서는 굶주리는 노숙자들을 먹이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구경온 사람들에게도 한 마리씩 먹게 해 주었다.
  7. 덧붙여서 이 청구서가 날아오니까 봉주가 지하도로 자운선생을 찾아와서 선생님! 숯을 무슨 금으로 만듭니까?! 780만원이라니요!?라고 당황했다.
  8. 한 음료수에 두 개의 빨대를 놓고 먹는 장면이 포인트.
  9. 나중에 중국인 3대가 인천에 연 짜장면 집을 찾아간 뒤에 조 여사 曰 : 나 이제 스낵 짜장면은 안 먹어.
  10. 묵을 먹고 체했는데, 이를 알고 있던 '묵이래요' 여사장이 메밀달인 물을 들고 오며 말하였다. 근데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반응이…….(무엇보다 여사장 얼굴이…….) 자운 선생은 첫사랑 달숙 씨를 보고 '저 할망구가 저따우 몸매에 저따우로 생겼었나?' 하고 경악하고, 달숙 사장은 '나이 처먹고 왜 저리 꾀죄죄해? 그동안 돈도 못 벌었구만.' 이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속으로 디스하고……. 차라리 그냥 그리움으로 간직할 것을 괜히 만났다는 식으로 종결된다. 깊이 생각하면 옛 추억의 파괴로 오히려 가슴이 아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장면.
  11. 사실 작중에서 직접 요리를 한 적은 거의 없지만 관련 묘사를 보면 요리 또한 솜씨가 있는듯 하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힘들이는 일을 잘 하지 못해 초반에 나오던 술빚는 일을 망치기도 했다. 워낙 힘을 많이 들이는 일이라서 대충 했다고 실패한 걸 알자 분노하던 걸 보면 자존심도 쎈 듯.
  12. 다만 독은 받기로 한 김일목 양조사가 직접 독 뚜껑을 얻어맏으며(!) 부수는 걸 막았다.
  13. 물론 발신은 성찬 아니면 오봉주. 이것 때문에 여학생에게 빌리다가 원조교제로 잡힐 뻔한 적도 있다.
  14. 단, 코가 짧고 앞니가 튀어나와 있었다. 당시 자운 선생은 아직 중년으로 추정되는 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