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나그네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썼다. 본명은 이형근. 1974년생으로 추정.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라면 나그네를 모르는 이가 없다'라는 도발적인 홍보문구를 사용했으나 정작 삼국지 팬들의 반응은 "누구?".
2 비판점
-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
- 이런 류의 책에서 작가의 주관을 100%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일정한 기준을 갖고 있다면 그래도 또다른 해석으로 볼 여지는 남는데, 이 책은 저자가 좋아하는 인물은 정사고 연의고 뒤섞어 놓은 후 좋은 면만 가져와 과찬을 하지만, 싫어하는 인물은 역시 정사고 연의고 나쁜 이야기만 모아와서 폄하를 한다는 아주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 밖에도 기본적으로 연의와 정사의 구분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
- 예를 들어서 서황은 정사에선 사인이 없이 죽었다지만, 연의에서는 맹달에게 죽었는데 나그네가 서황까라서 죽었을때 겨우 맹달따위에게 죽었다고 깐다. 어떤 인물을 논하느냐에 따라서 폄하한 인물도 끌어 올리고, 찬양한 인물도 끌어 내릴때는 가차없이 끌어 내린다.
- 누가 결국 '당신의 평은 연의기준이냐 정사기준이냐' 따지니까 내놓는 대답이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고정관념 타파가 기준입니다. 제 글은 연의기준이다 정사기준이다 그런 것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고 저러한 예가 있으며 우리가 일관적으로 고정적으로 생각한 그런 사람만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드리는 것입니다. 옳고 그름은 독자의 기준이고, 제가 하는 것은 보편타당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고 질의를 드리는 것이지요.
- 정사와 연의를 구분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인용하는 시점에서 연구자가 갖출 태도가 아니다. 연의 역시 많은 자료를 통해 만들어진 창작물이니만큼 정사 연구의 중요한 참고자료이기는 하지만, 정사와 연의의 기록을 합당한 기준도 없이 골라잡기 하는 건 당연히 잘못된 일. 흡사 조선시대 연구하면서 2000년대 만들어진 사극을 가지고 실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유비는 천하를 속인 사기꾼이라고 대차게 까며[1], 조조도 부정적인 시선이지만 유비보다는 조금 쳐준다. 정사에서나 연의에서나 훌륭한 인물인 제갈량은 까도 너무 깐다. 그리고 밑에 항목에서 다루듯 여포의 출신마저도 바꾸어버렸다.
- 연의에서 유비의 구원요청을 단지 자신의 아이가 병이 났다는 이유로 원군 요청을 거절한 것이 자신의 처자까지 팽개치며 독하게 대업을 이루려는 조조나 유비보다 더 인의롭다는 이유로 소시민적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공손찬은 이민족에게까지 인망이 높던 유우를 사소한 구실로 죽였던 인물인데, 이를 소시민적이라고 추켜세우는 점은 할 말이 없게 만든다. 거기다가 공손찬의 폭정+사람 자주 죽이기+이민족은 무조건 조지기 등으로 인해 그의 통치 지역에서 이민족 침략+반란이 자주 일어났다는 점도 생각 안한다.
결정적으로, 공손찬과 원소가 중소규모의 군주라는 망언은, 삼국지를 제대로 읽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헛소리다.
- 노숙이나 비의같은 A- 급 무장들은 또 별 이유없이 과찬한다. 근데 노숙을 단순히 A- 급으로 단정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의문. 기존의 편견에 대해, 과찬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숙에 대한 평가는 분명 다르게 볼 여지는 있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껏 해야지, 별 근거 없이 칭찬을 해서 오히려 정말 그런가? 라는 의문만 준다.
- 출처없는 독자연구
- 가끔 뻔히 아는 사실을 숨겨진 사실인것마냥 묘사할 때도 있다. 조조와 원소가 어렸을때 가까운 사이라는 건 이문열 삼국지에도 실렸을 정도로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인데, 나그네는 마치 이게 삼국지 연구의 중대한 전환을 가져온 발굴인 것마냥 묘사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조조가 원소에게 컴플렉스가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성공함' 중상시 조등의 손자라 60대 할아버지들이나 얻을 자리를 20대에 얻은 조조가 외모면 몰라도 무슨 신분에 컴플렉스가 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저자가 고려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별개로 두고, 원소와 조조의 집안으로 치면 이야기가 많이 복잡해진다.
일단 원소 우위로 보면 원소의 가문은 사세삼공의 명문이고 반면 조조의 경우 조부 조등은 평판은 좋았으나 환관이고 부친은 말할 것도 없는 막장관료였으니 둘 모두가 소속되어 있던 청류파 내부에서는 평가가 낮게 된다. 하지만 원소는 적장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점에서 마이너스를 가지는데, 이 모든 부분에서 마이너스가 없는 원술은 또 여기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 삼고초려의 경우, 제갈량이 유비를 피하려다 지쳐서 낮잠을 잤는데, 그 때 유비가 들이닥쳐서 할 수 없이 유비를 주군으로 모셨다는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이말년씨리즈의 명 에피소드인 <제갈공명전>이 이 가설을 개그로 써먹었다. 그런데 이런걸 너무 진지하게 주장한다는 게 문제.
전체적으로, 근거를 대가면서 결론을 낸다기보단 자기가 생각한 미리 생각한 결론에 따라 글 내용을 맞춰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굳이 좋은 부분을 짚어보려한다면, 잘 조명되지 않는 등장인물, 예를 들면 유비 사후 촉의 장수나 문관, 오의 중견급 인물을 소개하려 노력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도 다 자기 독자연구라는 문제는 남지만.
3 기타
삼국지를 보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블로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런 글을 돈 받고 팔았다는 것이다. 상업의 자유는 있지만 상도덕은 별로 지키지 않은 셈. 게다가 비판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나그네 본인의 독선적인 태도 또한 문제가 되었다. 저자는 아직도 이글루스와 네이버에 올리고 있다.
예를 들면 이 책에서도 주장했던 여포 이민족설을 가지고 "여포는 이민족 맞다" 라는 식으로. 심지어는 전위가 죽게되는 원인인 추씨가 장수의 형수이고, 장수가 추씨를 조조에게 소개한 것은 형사취수로 자기 부인 삼으려고 했다가 소개한 것이 틀어진 것이라는 썰을 푼 적도 있다. 당연하지만 추씨는 장수와는 숙질지간인 장제의 부인이니 장수에게는 숙모뻘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런 썰을 풀었으니, 글을 쓸 때 삼국지연의라도 제대로 읽고 쓴건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이런 비판이 제기 되었을 때, 자기가 예전에 본 삼국지에서 그렇게 나온 것을 기억해서 썼다고 하는데,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은 그렇다고 치고 진짜로 그런 판본이 존재하면 추가바람. 애초에 레퍼런스를 대지 못하고 기억에 의존해서 서술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아웃이긴 하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킬 때 발매되어 묻어가는 식으로 많은 판매부수를 올린 탓에, 여기에 나온 잘못된 논거를 아직도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삼국지를 전문으로 연구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오덕후인지라 지식은 얕다.
- 이 책이 나올 당시에는 삼국지 팬덤이 접하는 저작이나 사료도 적었던 탓에 제법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때의 팬이 남아 있는 것.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나)정사가 번역 출간되고, 팬덤 내부에서도 원저작과 삼국시대에 대한 원사료를 독해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져 전반적으로 수준이 올라간 현 시점에서 나그네의 글은 그냥 근거 없는 뻘글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책에서 시작된 문제점이 아직도 또 다른 의미로 재생산, 유통되고 있다는 건데, 삼국전투기의 작가 최훈이 참고했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본인이 말한 적도 있다.
이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책 속 인물을 이해하는 시각에도 여러 의미가 있구나 정도로 볼 수는 있겠다. 이 쪽 관련해서 양인 전투에서 창천항로의 하후돈이 화웅을 벤 장면을 언급한 것도 있고.
자타가 공인하는 곽가빠로도 유명하다. 곽가를 제갈량이나 순욱보다도 높게 평가하는데, 덕분에 애꿎은 곽가까지 욕먹고 있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삼국지는 정비석 삼국지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 다음에는 <삼국지 죽이기>라는 비슷한 책도 썼으나 별 반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글루스 블로그도 현재 문을 닫았으며 다음의 모 카페에서도 게시글을 올리는 듯 했으나 요즘은 안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의 모 카페는...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저자인 나그네는 현재 사회탐구 영역을 가르치는 학원강사로 전업했다. 엉뚱한 사관을 주입시키면 안될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