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행위

Verwaltungsakt[1]

1 개념

행정행위란 행정청이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법집행으로서 행하는 외부에 대하여 직접, 구체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권력적 단독행위인 공법행위를 말한다. 행정법을 공부하면 거의 모든 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행정법 총론에서는 행정소송과 함께 최고의 분량을 자랑한다.

1.1 행정청의 행위

여기서의 행정청은 행정주체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하는 행정기관인데, 강학(학문)상의 논의와 달리 실정법상으로는 실질적 기능적 의미를 충족하면 행정청으로 본다. 그래서 행정권한을 위임, 위탁받은 공공단체의 기관이나 사인은 물론, 국회사무총장이나 법원행정처장과 같이 행정부가 아니어도 행정청에 해당한다.

1.2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법집행행위

일반적, 추상적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입법(법규명령)과 다른 행정행위의 특징이다. 법규명령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구체화하는 행정작용을 매개로 하여 현실화된다.

1.3 외부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효과

직접적으로 법적 효과의 발생을 의도하지 않는 사실행위와 달리, 행정행위는 법적 효과의 발생, 변경, 소멸을 의도하는 법적 행위이다. 그리고 그 법적 효과가 행정조직 내부가 아닌 외부에 대한 것이라는 점 역시 행정행위의 특징이다.

1.4 권력적 단독행위

행정행위는 공법행위 중에서도 어느 일방이 우월한 위치에서 발동한 단독행위만을 의미한다. 양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필요 없으므로 공법상 계약이나 합동행위와 구분된다.

1.5 공법행위

행정행위는 공법행위이므로 물자조달 등의 행정청의 사법행위와 구별된다.

2 역사

행정행위란 말을 처음 사용한 프랑스에서는 사실행위와 대비되는 광의의 개념으로서 행정행위를 사용하였으나, 19세기 중엽 이 개념이 독일에 도입되면서 지금과 같이 다른 행정작용과 구별되는 상기의 정의를 충족하는 행위로서의 행정행위 개념이 성립되었다. 행정행위는 그것이 행정소송, 특히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3 행정행위와 처분과의 관계

"처분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

-행정소송법 2조 1항

Verwaltungsakt ist jede Verfügung, Entscheidung oder andere hoheitliche Maßnahme, die eine Behörde zur Regelung eines Einzelfalls auf dem Gebiet des öffentlichen Rechts trifft und die auf unmittelbare Rechtswirkung nach außen gerichtet ist.

(행정행위라 함은 행정청이 공법의 영역에서 개별사안의 규율을 위하여 행하고 외부로의 직접적인 법효과를 지향하는 모든 처분, 결정 또는 그 밖의 고권적 조치를 말한다.)
-독일 행정절차법(VwVfG) 제35조 전문

행정행위는 강학상 논의되는 개념이다.[2] 현재 대한민국의 법률(행정소송법 등)과 법원에서는 행정행위대신 '처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행정소송법에서는 항고소송의 대상을 처분과 재결로 하면서, 처분을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행위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외에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행정행위와 처분이 동일한지에 대해 학설대립이 존재한다.

3.1 이원론: 쟁송법적 개념설

취소소송의 목적은 권익구제이므로 처분을 실체법상 행정행위 개념과 일치시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현행 법상 다양한 행위형식에 대응되는 소송유형이 인정되지 않는데, 일원론과 같이 처분을 행정행위에 한정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축소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처분개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2 일원론: 실체법적 개념설

일원론에서는 취소소송을 행정행위의 공정력을 깨기 위한 전심절차로 보기 때문에, 취소소송의 대상을 공정력을 가지는 행정행위에 한정한다. 행정행위가 아닌 다른 행위형식에 대해서는 취소소송 외의 별개의 소송을 청구하면 되는데, 비권력적 행정작용은 공법상 당사자소송이나 국가배상소송을 통해 처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3.3 판례의 입장

판례는 기본적으로 실체법적 개념설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분성을 인정하는 판례가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점차 처분개념을 확대해나가면서 쟁송법적 개념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등을 골자로 한 2012년 법무부 행정소송법 개정안에는 기타 행정상 급부이행정구소송을 당사자소송으로 명문화하여 사실행위에 대한 별도의 권리구제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어,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실체법적 개념설이 공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입법예고 후 수년이 지나도록 법무부가 다른 부처의 반발을 이유로 발의조차 하지 않고 있어 언제 통과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4 행정행위의 종류

4.1 법률에 대한 기속여부에 따라: 기속행위와 재량행위

4.1.1 개념

  • 기속행위

행정작용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요건에 따른 행위의 내용을 일의적, 확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단순히 기계적으로 법규를 집행하는 데 그치는 행정행위

  • 재량행위

법규 해석상 행정청에게 행위 여부나 행위 내용의 선택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어서, 여러 행위 중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인정되는 행정행위
기속재량행위와 구분하기 위해 자유재량행위라고도 한다.

  • 기속재량행위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중간적인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부정설)이나, 판례는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중간영역으로서 기속재량행위를 인정하고 있다(긍정설). 판례에 따르면 기속재량행위는 요건을 충족하면 원칙적으로 법적 효과를 부여해야 하는 기속행위지만, 예외적으로 중대한 공익에 배치되는 경우 거부할 수 있는 행위라고 한다.

4.1.2 구별의 실익

  • 재판통제의 범위

기속행위는 법원의 전면적인 심사를 받으나, 재량행위는 재량의 일탈, 남용이 있어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지에 대해서만 법원의 심사를 받는다. 자세한 것은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참조할 것

종래에는 재량행위에 대해서만 부관이 가능하다고 보았으나, 현재는 기속행위에도 명문의 규정이 있을 경우 부관이 가능하다고 본다.

종래에는 재량행위에는 공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현재는 하자 없는 재량행사를 요구할 권리가 인정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특정한 행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속행위와 재량행위가 구분된다. 역시 자세한 것은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참조할 것.

  • 입증책임

부담적 처분의 경우, 기속행위는 행정청이 적법성을 인정해야 하나 재량행위는 원고가 재량일탈, 남용사유에 대해 입증책임이 있다.

4.1.3 구별기준

  • 요건재량설

근거법규의 요건이 공백규정, 종국목적인 경우 재량행위, 일의적, 확정적인 경우 기속행위로 구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합목적성의 고려가 배제된다는 한계가 있다.

  • 효과재량설

처분 등이 침익적 행위이면 기속행위, 수익적 행위이면 재량행위로 구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규에서 수익적 행위도 기속으로 규정하거나, 침익적 행위도 개인의 이익보호를 위하여 재량행위로 보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가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다.

  • 종합설

1차적으로 법문언을 고려 후, 보충적으로 법규의 취지와 목적, 당해 행위의 행정행위의 성질과 기본권과의 관련성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 판례의 입장

판례는 '당해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체재-행식과 그 문언, 당해 행위가 속하는 행정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당해 행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한다'고 하여 기본적으로 종합설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1.4 구체적 구분

  • 법규정의 표현방식

가능규정(~할 수 있다)이면 재량행위, 행정주체에게 기속적인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해야 한다)면 기속행위

  • 기본권과의 관련성

원래 당사자에게 허용되어 있던 기본권을 회복시키는 경우 기속행위(Ex-강학상 허가), 새로운 권리를 설정해주는 경우 재량행위(Ex-강학상 특허)로 해석

cf) 기속재량행위의 개념 - 학설은 기속재량행위의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판례는 일부 판결에서 예외적으로 기속재량행위의 법리를 인정하고있음(대판 1998. 9. 25. 98두7503 - 주유소등록처분을 기속행위로 보면서도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함.)

4.2 행정행위의 내용에 따라: 법률행위적 행정행위와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

주의할 것은, 행정 실제(實際)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행정법을 공부할 때 해당 행정행위를 가리키는 용어가 다른 경우가 꽤 많다. 가령 '버스노선 인가'의 경우 행정 실제에서는 '인가'란 용어를 사용하지만, 행정법을 공부할 때에는 '인가'가 아닌 '특허'에 해당된다. 행정 실제에서의 해당 행정행위가 행정법을 공부할 때 어떤 행정행위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할 때 '강학상 OO'이란 말을 쓴다(예: '버스노선 인가행위는 강학상 특허이다.').

4.2.1 법률행위적 행정행위

명령적 행정행위와 형성적 행정행위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이미 있는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제한을 해제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새로운 권리를 설정, 변경, 소멸하는 행위이다. 명령적 행정행위로는 하명, 허가, 면제가 속하며, 형성적 행정행위로는 특허, 인가, 대리가 속한다.

4.2.2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는 확인, 공증, 통지, 수리가 속한다.

5 행정행위의 성립 및 효력발생

5.1 성립요건

행정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정당한 권한을 가진 행정청에 의하여 올바른 절차와 형식에 의하여 발하여지고 그 내용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주체

정당한 권한을 가진 행정청에 의하여 권한의 범위 내에서 정상적인 의사작용에 의하여 발하여야 한다.

  • 절차

일정한 절차가 요구되는 경우 그에 관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 형식

처분 시 문서로 하되 전사문서로 하는 경우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이유제시 의무가 부과된다.

  • 내용
    • 행정행위의 법률 적합성[3] 준수
    • 행정법의 일반원칙[4]에 합치
    • 내용적 명확성
    • 사실 및 법적 실현가능성

5.2 효력발생요건

내부적으로 성립된 행정행위는 외부적으로 상대방에게 통지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 원칙적으로 송달을 통하여 상대방이 알 수있는 상태에 도달하여 효력을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6 행정행위의 효력

행정행위는 다음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6.1 공정력

6.1.1 의의

행정행위의 성립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가 아닌 한, 권한 있는 행정기관에 의하여 취소되기까지 유효한 것으로 통용되는 힘.

6.2 구속력

6.2.1 의의

행정행위에 의하여 내려진 규율이 의도된 법적 효과를 발생하는 것

6.3 존속력(확정력)

6.3.1 의의

일단 발하여진 행정행위를 존속시키기 위하여 인정되는 효력. 형식적 존속력인 불가쟁력과 실질적 존속력으로 구분되는데, 후자의 경우, 불가변력으로 이해하는 견해와 내용적 구속력으로 이해하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6.4 집행력

6.4.1 의의

행정행위에 의하여 부과된 행정상의 의무를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행정청이 스스로의 강제력을 발동하여 그 의무를 실현시키는 힘.

7 행정행위의 (하자)

위의 '행정행위의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행정행위를 '흠(하자) 있는 행정행위' 또는 '위법한 행정행위'라고 하며, 행정쟁송의 대상이 된다.

7.1 부존재

공무원이 아님이 명백한 사인의 행위(가령 삼성 이건희 회장이 조세부과처분, 건축허가 등을 내린 경우), 행정권의 발동이 아닌 단순 권유·알선 등의 행위 등 처음부터 행정행위로서 존재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7.2 무효

외형적으로는 행정행위로 발하여지긴 했으나, 중대하고 명백한 성립요건의 결여로 인해 그 효력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7.3 취소

몇몇 성립요건의 결여에도 불구하고[5] 일단 유효한 행정행위(유효할 뿐 '적법'은 아님에 유의)로 성립하였으나, 이후 위법성을 확인하여 행정청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쟁송을 통해 그 효력을 거둘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1. 학습서에서는 줄여서 V.A.라는 표기를 많이 사용한다.
  2. 독일의 경우에는 아예 실정법상의 개념으로 되어 있다.
  3. 법률유보의 원칙, 법률우위의 원칙
  4.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5. 무효사유인 '중대·명백'과 달리, '중대하지만 명백하지 않거나', '중대하지 않지만 명백하거나', '중대하지도 않고 명백하지도 않은' 흠일 때에는 취소사유가 된다(중대명백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