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게임 제안

1 개요

A Modest Video Game Proposal

미국의 대표적인 반(反)게임주의자인 변호사 잭 톰슨이 2005년 10월 ESA(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의 대표인 더글러스 로벤슈타인 보낸 서신과 그 서신에서 시작된 창작 게임 대회(?).

2 상세

일단 잭 톰슨이 보낸 서신의 내용은 요약하면

만약 2006년에 이런 게임을 만들고 배포하거나 팔아치울 수 있다면 -잭 톰슨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주제로 하며,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비디오 게임 개발자들을 죽인다는 내용-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의 전 회장 폴 이벨러의 이름으로 지정한 단체에 $10,000를 기부하겠다.

라는 내용이다.

톰슨은 비디오 게임이 더이상 안 만들어지려면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들을 죽이는 살인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사람을 죽이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 라고 생각하고 이런 글을 쓴 건데, 사실 이전에도 게임 속에서 게임 개발자를 죽이는 경우는 일종의 팬서비스로써 아주 흔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울티마 시리즈의 전통인 로드 브리티쉬 죽이기, 2의 최종보스 죄악의 상징(Icon of Sin)의 머리구멍 속에 존 로메로의 머리가 걸려있다거나, 마이트 앤 매직 6 의 'NWC 던전'에서 개발자들의 이름을 가진 NPC들을 죽일 수 있고, 매드니스컴뱃 프로젝트 '넥서스'에서도 Krinkels(매드니스컴뱃 시리즈의 제작자),The Swain(프로젝트 넥서스의 게임 프로그래머)등의 제작자 이름을 가진 적이 나오는 등. 즉, 잭 톰슨은 자신이 비난하려는 대상에 대해 최소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일방적인 비난만 일삼는, 최소한의 대화적 자세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꽉꽉 틀어막힌 인간이라는것을 고스란히 입증한 셈이다.

일단 이 '겸손한 게임 제안'이라는 이름은 조너선 스위프트가 18세기에 쓴 '겸손한 제안: 아일랜드 빈민의 아이들이 부모와 국가의 부담이 되는 것을 막고, 국가와 사회에 유익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하는 제안'(A Modest Proposal: For Preventing the Children of Poor People in Ireland from Being a Burden to Their Parents or Country, and for Making Them Beneficial to the Publick)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3 시나리오의 내용

잭 톰슨이 쓴 게임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도 알기 힘든. 그럼 재일한국인 무국적? 주인공인 중년 남성 오사키 김(Osaki Kim)은 어느 날 아들이 14세의 게임 중독 소년에게 야구방망이로 맞아죽는 죽는? 사고를 겪는다. 그러나 범인인 소년은 그저 징역형만 선고받았을 뿐...이 에 복수하기 위해 오사키 김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뉴욕으로 나가 게임중독 소년이 하던 게임을 제작한 테이크 디스(Take This[1])의 CEO폴라 이벨[2]과 그의 가족들을 다 죽인 뒤 Take This의 변호사도 죽이고, 아케이드 체인인 게임워크스(GameWerks)에 쳐들어가 오락기를 다 때려부수고 2006년 E3쇼에 가서 비디오 게임 업계 경영진들을 다 때려 죽인다.

그리고는 또 게임을 판매하는 베스트 바이, 서킷 시티, 타깃 코퍼레이션, 월마트 본사를 습격하여 직원들과 관리자들을 모두 죽인 뒤 외친다.

"(게임을 판매하기 앞서)아이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라!!"

...이런 내용이다. 일부러 과격한 시나리오를 쓰느라 나름대로 노력한 듯 하지만 코웃음만 나오는 유치한 수준의 시나리오다.

4 수상작

Imok.png
수상작은 I'm O.K - A Murder Simulator 라는 게임이다. 제목인 O.K는 괜찮다(OK)라는 뜻 밖에 오사키 김(Osaki Kim)의 이니셜이라는 중의적인 뜻도 있다. 그리고 부제목인 A Murder Simulator는 톰슨이 평소 게임을 부르는 나름대로의 '멸칭'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
[1]
[2] 배포 사이트

이름부터가 잭 톰슨에서 유래한 '톰슨소프트' 라는 아마추어 게임 그룹에서 3명의 알코올중독자와 1명의 외국인 교환학생이 제작했다고 주장하는 이 게임은 2006년 1월에 만들어져 완전 무료로 배포됐다. 톰슨이 쓴 '겸손한 게임 제안'을 기초로 하여 중년 남성이 약간 이름을 바꾼(하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게임 개발자들을 죽이는 스토리로 제작되었으며 톰슨의 주문대로 과격하게 만들어졌다. 막 피가 튀고 신체파손이 빈번히 일어난다.

아쿠아리아, Spelunky로 유명한 데릭 유(Derek Yu)가 그래픽을 담당했으며 타이틀 화면은 FC판 록맨 2의 패러디, 인터페이스는 메탈슬러그 시리즈와 비슷하다.

내용은 그야말로 잭 톰슨이 작성한 내용을 100% 담고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도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그 막나가기로 유명한 폴아웃 시리즈조차 2편에서는 죽일 순 있어도 대량의 페널티를 주고 폴아웃3 이후로는 죽일 수 조차 없는걸 보면 어느정도 막나가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톰슨 본인도 찬조출연(?)했다. 물론 이름을 살짝 바꿨지만 생긴건 100% 잭 톰슨.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개발자들도 죽게되는 극강의 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게임 자체는 다소 고전게임적인 느낌이 들지만 제법 괜찮은 그래픽과 조작감, 타격감, 난이도를 고루 갖추고 있는 수작이다. 그리고 작중 내내 깨알같은 패러디가 산재해있어서,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플레이하는 내내 빵빵 터지게 만든다. 가령 중간중간 나오는 무기상점(캡콤던전 앤 드래곤의 상점을 패러디했다.)이나, 역시 왜곡된 게임 판매점의 이름들(베스트 바이 - 비스트 바이(Beast Buy) 등등), 그리고 인트로 동영상도 패러디(역전재판 시리즈 패러디가 들어있다!)의 연속.

5 결과

인터넷에서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정작 잭 톰슨 본인은 진짜로 이런 게임이 만들어지자 "그건 그냥 농담이었다"라고 발뺌하면서 $10,000를 기부하지 않는 소인배적 추태를 부렸다.

그러자 게임 관련 웹코믹 사이트인 페니 아케이드에서 ESA를 통해 잭 톰슨의 이름을 빌려 $10,000[3] 수표를 난치병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면서 잭 톰슨을 놀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참고로 이 $10,000 수표에는 "For Jack Thompson, Because Jack Thompson Won't"(잭 톰슨을 위해, 왜냐면 잭은 (기부를) 하지 않을테니까)라고 씀으로써 확인사살까지 했다.

데릭 유는 본인의 블로그에서 톰슨이 $10,000를 기부하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한편 톰슨은 스스로를 놀린 페니 아케이드에 보복하려고 경찰에 연락을 하거나, 페니 아케이드 관리자를 고소하거나, 심지어 미국 부통령에게까지 연락을 하는 등 찌질의 극에 닿는 짓거리들을 해댔으나, 오히려 그 과정에서 잭 톰슨 본인이 옛날에 저지른 여러 위법행위들이 적발되어 변호사 자격까지 취소당하고 역관광. 현재 그는 그냥 사회 운동가 행세나 하는 중이다.[4] 그리고 여전히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희대의 병신 취급이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듣보잡 취급이다.
  1. '이거나 먹어라'라는 뜻. 패러디 겸 게임을 증오하는 의미를 담은 나름대로 그럴싸한 작명이다...
  2. 태이크 투의 전 CEO 폴 이벨러의 패러디.
  3. $10,000의 출처는 사이트에서 'I hate Jack Thompson'(나는 잭 톰슨이 싫어요!) 티셔츠를 판매해 얻은 수익(...)이라고 한다.
  4. 물론 행세라는 말에서 알수 있듯이 사회 운동가들도 절대로 곱게 안보는 블랙리스트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