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회충

회충의 일종.[1] 영어로는 아니사키스(Anisakis). 보통 민물 생선에만 기생충이 있다는 선입견과 달리 바닷고기 회로 인해 감염되는 기생충이다. 한국인들이 회로 즐겨 먹는 광어, 우럭, 오징어, 고등어, 갈치 등 여러 종의 바닷고기에서 두루 발견된다! 고래에만 있는게 아니다

이름 그대로 고래돌고래와 같은 해양포유류를 종숙주로 하는 기생충으로, 고래나 돌고래의 대변에 섞인 알을 갑각류들과 또 갑각류를 먹은 생선들 안에서 유충이 성장하다가 유충이 기생한 생물을 잡아먹은 고래의 장 안에서 성충이 되기 때문에 정상 생활사에서 인간이 낄 자리가 없는 듯 보이고, 실제로 유충이 인간의 몸 속에 들어간다 해도 대부분 죽어 버리고 살아남은 일부도 정상적으로 성충으로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감염된 물고기를 생식하면서 위장관 속에서 살아남은 회충들이 발악하면서 위장벽이나 장벽을 뚫고 파고들고 온갖 난리를 피우면서 문제가 생긴다. 보통 회를 먹고 3시간 정도 후부터 회충이 생살을 뚫고 내장벽에 파고들면서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착각될 수 있는 격한 복통과 구토 증상이 일어난다. 고래회충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체질의 경우 크론병과 비슷한 출혈설사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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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회충증인 줄 모르고 복통의 원인을 착각한 채 버티면? 뭐 고래회충은 인간 몸 속에서 1주일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버리니까 1주일만 버티면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그냥 아프면 제발 병원 가자.재수 없으면 내장에 진짜 구멍이 나서 복막염이 생긴다던가, 회충이 큰 혈관을 뚫어버려 많은 양의 출혈이 발생한다던가, 몸의 면역체계가 고래회충에 과민반응하여 장폐색을 일으킨다던가...잘못하면 훅 갈 수 있는 심각한 후유증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참지 말고 병원 가자. 고래 회충에 감염되면 소위 명치라고 부르는 상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하지만 이런 통증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들도 있기 때문에 감별을 위해서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보통은 상복부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의 일종인 위내시경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일한 그리고 가장 효과적은 치료법은 내시경을 이용해서 고래회충을 제거하는 것이다. 항기생충제는 잘 듣지 않는다. 따라서 회 먹고 상복부가 아프다고 구충제를 먹는 바보짓은 하지말자.

보통 고래회충의 유충은 살아있는 물고기의 장간막, 즉 뱃살내장의 사이에 모여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물고기를 즉석에서 잡아서 내장을 잘 제거한 후 칼과 도마를 깨끗이 씻고 살을 회친 활어회에는 고래회충이 있을 확률이 적다. 그러나 내장제거 후 칼과 도마를 갈거나 씻지 않은 채 그대로 회를 썰면 칼과 도마에 묻었던 회충이 그대로 회 위에 내팽겨쳐진다. 아니면 물고기가 죽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면 고래회충이 장간막을 떠나서 근육 사이에 박히기 때문에 선도에 의심이 가거나 물고기가 죽고 나서 시간이 지난 후 뜬 회에도 회충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꼭 먹고 싶다면 밝은 불빛 아래서 눈에 불을 켜고 벌레가 있나 없나 확인하고 먹자. 사실 유충의 길이가 2cm 정도라서 눈에 보인다. 회가 먹기 싫어질지도 모르는 혐짤[2]의외로 귀엽다 꼭 먹고 싶다면 젓가락으로 걷어내고 먹으면 되겠지만 더러운 기분은 어떻게 할 것이며, 유충과 색, 투명도가 아주 비슷한 오징어회라면 어떨까?

만일 회를 먹은 이후 본인이나 지인의 배가 아픈 경우 즉시 병원에 가서 회를 먹었다고 말하자. 고래회충증의 치료는 먹는 약 그런 거 없고 얄짤없이 내시경. 내시경으로 보면 위장벽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하얗고 반투명한 실 같은 벌레가 있으며 그게 보이면 즉시 집게로 조심스럽게 집어내 준다. 흔치 않은 경우지만 유충이 소장으로 깊게 넘어가 박혀 있어서 위내시경으로 뽑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경우라면? 수술해야지(...).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5~8월에 특히 조심해야 하지만 사실 여름 아니어도 조심해야한다. 바닷가에 살거나 물고기를 생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위키니트들은 생고등어나 생꽁치를 한 마리 사서 배를 따 보자. 내장 표면에 회충들이 동글동글 말려서 제집마냥 누워 있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청어 뱃속의 고래회충 유충들. 혐짤주의 꺼내서 따뜻하게 해주면미쳤냐?! 살아나서 움직이기도 하며 그럴 경우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한동안 생선은 쳐다보기도 싫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익히면(50도 이상) 죽으니까 남은 고등어는 구워 먹으면 맛있다. 역시 인류의 구원자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죽기 때문에 냉동생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 FDA는 날로 먹을 생선과 조개류는 -35°C 이하에서 15시간 동안, 혹은 -20°C 이하에서 7일간 냉동시켜서 유충을 죽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탕을 끓이기 위해서 조리할 때 생선 몸을 뚫고 나오는 비범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혐짤이다. 작은 오징어의 경우 다리가 여러개 더 있는 어? 오징어 다리가 보너스로 붙어있넹! ㅋㅋ 비범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 기생충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탕이나 조림, 구이 등의 음식에서 죽은 고래회충을 봐도[3] 그 실같은 외관 때문에 내장이려니 하고 먹는 경우도 많다. 알고 나서는 생선에 학을 뗀다.(...) 물론 고열에 약하니 가열하면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드문 경우이긴 해도 기생충의 효소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발작이 온 사례가 있기 때문. 안전을 생각한다면 먹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1. 사람회충과 속은 다르지만 같은 선충류이기에 회충이라고 부른다.
  2. 짤의 기생충은 아니사키스가 아니라 물개회충(Pseudoterranova)이다.
  3. 가게에서 파는 생선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은근히 흔하게 발견된다. 물론 이걸 회에서 봤다면 먹을 생각은 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