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시 경 시리즈

51jNG5KRJYL.jpg

Lord Darcy Series

'사자심왕' 리처드 1세가 샬뤼 포위전에서 화살을 맞았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1]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원래 전쟁을 좋아하던 그가 화살을 맞은 후 쾌유하자 개과천선하여 성군이 되었고, 그 결과 영국 왕가가 프랑스를 다스리게 되어[2] "영불제국(Anglo-French Empire)"이 성립되었다는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랜달 개릿의 대체역사소설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소설이 연재되던 동시간대의 1960년대~1970년대의 영불제국. 현재 제국은 "존 4세 폐하, 신의 은총에 의한 잉글랜드, 프랑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국왕, 로마인과 게르만인의 황제, 모크테수미드 씨족의 제1족장, 태양의 아들, 서반구의 뉴 잉글랜드뉴 프랑스의 군주이자 수호자, 신앙의 옹호자."가 다스리고 있다.[3] 과학 기술의 수준은 증기기관차와 가스등이 있는 정도, 그러니까 19세기 전반의 수준에서 정체되었지만 엄격하게 통제되는 가상의 "과학 마술"으로 인해 영불제국은 매우 안정된 나라를 이룩하고 있다. 국교는 가톨릭으로, 가톨릭 교도인 랜달 개릿의 성향이 강하게 발휘된 "가톨릭 SF"로 취급되기도 한다.

1199년부터 역사가 삐딱선을 타기 시작하는데, 1280년에는 영불제국 국왕이 신성 로마 제국 황제로 추대되고, 이후 독일스칸디나비아 반도 제후들의 형식적인 복종을 받게 되었다. 또한 영불제국 국왕은 제국 바깥으로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서 이탈리아를 다스리며, 서반구 개척에 따라 뉴 잉글랜드와 뉴 프랑스, 즉 남북아메리카 대륙를 다스리는 존재가 되었다. 저 칭호에서 보다시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전멸되지 않았다.[4] 20세기임에도 아직도 오스만 제국동로마 제국이 남아 있으며 아시아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다.

영불제국의 유일한 경쟁국이 있다면 바로 폴란드이다. 정확히는 '폴란드-리투아니아 동군 연합'이겠지만. 폴란드 제국은 여기서 러시아 일부[5], 헝가리를 포함한 동유럽 대부분을 집어삼킨 전제제국이다. 폴란드는 실제 역사에 등장하는 빌헬름 2세 치하의 독일 제국과 같은 유럽 넘버 2로써, 폴란드의 국왕 카시미르 9세[6]는 항상 영불제국을 무너트리려고 애쓰는 형편이다. 감이 왔겠지만 이 시리즈는 첩보물의 성향이 짙다.

주인공 다아시 은 존 4세의 동생인 리처드 노르망디 대공의 주임 수사관으로서 각종 범죄사건에서 활약한다. 지적인 면에서는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지고 있으며, 제국 내 모든 주요 성들의 설계도면을 외우고 있다는 언급도 있다. 거기에 다아시 가문의 당주이자[7], 제국 내 귀족 아가씨들의 우상이다. 직속상사 노르망디 대공 및 국왕의 신뢰 또한 두텁다. 실로 엄친아.

그의 주된 파트너는 아일랜드인 마술사 마스터 숀 오 로클란. 그는 다아시 경과 거의 항상 같이 출연하며 작중에서 CSI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아시 경은 젊은 시절 숀 오 로클란과 전쟁터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사연이 단편 <전쟁마술>에서 그려진다.

작중에서 묘사되는 과학 마술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과학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감지할 수 있는 "탤런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열심히 수련해야만 얻을 수 있는 기술 같은 것으로[8], 그래서 태생적으로 탤런트가 없어 마술을 믿지 않는 이들도 있다. 과학 마술을 이용한 수사는 현대의 과학수사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사실 작품을 읽어보면 과학을 마술의 용어로 설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친척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의 상사성지수를 확인한다는데... 어, 이거?

상당히 잘 짜여져 있는 수작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시공사에서 1권만, 행복한 책읽기 SF총서에서 각각 <셰르부르의 저주>, <마술사가 너무 많다>, <나폴리 특급 살인> 총 3권이 모두 번역되었다.

이 소설 시리즈에 수록된 작품의 배경 연도는 대체적으로 그 작품이 출간된 연도를 그대로 썼지만, 다아시 경의 젊은 시절을 다룬 단편 <전쟁 마술>[9]은 예외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단편이고, 예외는 <마술사가 너무 많다>(장편), <나폴리 특급 살인>(중편)뿐이다.[10] <나폴리 특급 살인>를 쓴 직후 작가는 중병으로 쓰러졌고, 이후 작품활동 없이 사망했다.

겁스 무한세계센트럼도 플랜태저넷 왕조의 영국, 프랑스 동군연합을 대체역사 분기로 한다. 차이가 있다면 저 세계는 헨리 1세의 아들이 요절하지 않고 살아남아 왕가를 계승한다는 설정이 배경 분기다. 게다가 저기는 합리주의를 강조하며 차원이동기술까지 개발되어 마술이나 마법사는 명함도 못 내민다. 25살까지 동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세상.
  1. 실제 역사에서는 그때 화살 맞고 사망했다.
  2. 리처드 1세가 조카 아서에게 나라를 물려주었기 때문에 '실지왕' 존 왕(John Lackland)도 없고, 로빈 후드도 없다. 야! 신난다~ 작중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존 왕의 계보는 끊어졌다. 또한 이 책에서 플랜태저넷 왕조는 매우 훌륭한 핏줄로 찬양되지만 존 왕은 불량한 핏줄이라서 후손이 끊어져서 다행이라는 서술자의 평도 나온다. 존이 왕으로 즉위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의 이름으로 존을 쓰는 걸 꺼리는 일도 없는지 존 4세까지 있다.
  3. 존 4세는 엄청난 개념인으로, 동로마 제국그리스라며 비꼬는 측근에게 "우리도 야만족이 로마 황제의 옥좌에 앉아 있는 건 피장파장."이라며 그야말로 황제만이 할 수 있는 위엄찬 말을 내뱉는다. 황제 폐하, 오오!
  4. 메히코 공작의 후계자라는 식으로 제국 최고급 권력자인 아메리카 원주민도 등장한다.
  5. 폴란드가 그 이상 진격하면 러시아의 소국들이 단결할까 봐 동진(東進)이 중지되었다.
  6. 카지미에시(Kazimierz) 3세와 4세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명군이었다. 물론 실제 역사에서는 9세는 없었고 4세까지만 있었다.
  7. 여기서 쓰인 경은 기사 작위(sir)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영지를 가진 귀족(lord)임을 의미한다.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서와 경을 구별하는 번역을 취하고 있다.
  8. 기술적으로는 강철의 연금술사연금술과도 비슷하다.
  9. 1권 <셰르부르의 저주>에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내용 중에 프래깅이 일어났다는 내용이 있다!
  10. 각각의 제목은 예상대로 요리사가 너무 많다오리엔트 특급살인의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