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식민운동

東方植民運動
독일어 : Ostsiedlung

1 개요

중세에 신성 로마 제국독일어 사용자들이 당시 인구 희박지였던 동유럽으로 이주해가던 물결을 말한다. 그 영향권은 엘베강 동쪽, 즉 오늘날 동독지역을 비롯해 폴란드 서부, 멀리는 트란실바니아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까지 미쳤다.[1]

2 과정

신성 로마 제국 이전 프랑크 왕국 시기부터 엘베 강 근처에는 웬드 족이라는 명칭을 가진 슬라브 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 웬드 족은 국가와 같은 거대한 단위의 정치적 결성체를 만드는 데는 실패한 채로 부족 단위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는데 12세기 중반에 이르자 이들 사이에서도 기독교가 전파되기 시작하고 이를 이용하여 근방에 자리잡고 있던 포메른 공국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12세기 후반 '북방 십자군'이라는 이름으로 신성 로마 제국에서 이들을 정복하기 시작하고[2] 마침내 이들이 거주하던 지역은 브란덴부르크, 메클렌부르크, 포메른으로 나뉘어 신성 로마 제국에 최종적으로 편입되게 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북방 십자군의 또다른 갈래였던 튜튼기사단프로이센을 점령한데 이어 1237년에는 리보니아 검의 형제기사단과의 합병을 통하여 오늘날의 동프로이센 일대를 형성한다.

이렇게 동부 유럽을 점령한 게르만 족 지배자들은 자신의 영지에 적극적으로 독일인들을 이주시키기 시작한다. 이렇게 이주한 독일인들에게는 당연히 기존 원주민과 비교해서 몇가지 특권[3] 이 주어졌고, 결과적으로 기존 원주민이었던 슬라브계 종족들과 발트계 종족들은 빠르게 게르만족에게 동화되어간다. 14세기에 이르면 전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흑사병 덕분에 잠시 이주 현상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꾸준히 독일인들의 이주가 진행되었고 후일 예카테니라 대제 때의 일이기는 하지만 몇몇 독일인들은 오늘날의 폴란드 지역을 넘어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심지어는 우크라이나볼가 강 유역[4]으로까지 이주하기에 이른다. 이쪽에 대해서는 독일계 러시아인 항목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렇게 거의 400~500년 가까이 진행된 동방식민운동은 17~18세기 무렵 30년 전쟁을 비롯해 흉년, 전염병과 같은 각종 재해가 독일 본토를 덮치면서 이로 인해 독일 본토의 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이주해 올 사람이 없어서 막을 내리게 된다.[5] 그게 아니라 이제 동유럽 대신에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생겨서 그런거 아닌가

이 때 동유럽에 정착한 독일인 이주민은 1940년대 때까지 700년 넘게 중동부 유럽 각국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어느 천하의 개쌍놈이 이 동방식민운동에서 힌트를 얻어 19세기 이후 독일 민족주의자들의 기조를 더욱 더 밀고나가 초독일주의레벤스라움이라는 개념을 창설해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국 독일은 젖망하고 1945년 이후 오데르-나이세 선 동쪽에 거주하던 천만이 넘는 독일인 및 독일계들이 거의 추방되어 거의 천년 가까운 동방식민운동이 헛짓꺼리가 되어버린다. 그나마 독일인이 지금도 일부 극소수가 잔존해 있다.

3 여담

  • 독일과 폴란드 사이 역사 분쟁을 불러일으킨 사건이기도 하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독일에서는 '동방식민운동 덕분에 미개한 슬라브라고 쓰고 폴란드인이라 읽는다 놈들이 개화된 거임 ㅋㅋ'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고 폴란드인들이야 당연히 '뭔 개소리냐 게르만족 아니었어도 폴란드의 자체적인 문화가 꽃피고 있었다능 빼애액'이라고 반응(...)[7]
  • 이 시기 동유럽으로 이주해 간 독일인들은 정말 독일 전역에서 이주해왔는데[8], 한 가지 신기한 점은 거의 대부분이 일(一) 자 모양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주해갔다는 것. 즉 쉽게 말해서 작센과 같이 기존 독일 내 북부지역에 거주하던 사람은 동프로이센, 포메른, 메클렌부르크와 같은 개척지 내 북부지역으로 이주했고 반대로 바이에른, 슈바벤과 같이 기존 독일 내 남부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은 슐레지엔과 같은 개척지 내 남부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이 영향은 독일 동부 지역 방언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그런데 어차피 동부 지역 사투리가 2차 대전 때 연합군에 의하여 이 지역을 상실한 이후로 소멸 위기이다.
  1. 러시아 볼가강 유역에 이주한 건 한참 후인 예카테리나 2세 때.
  2. 웬드 족이 이미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을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냥 침략하고 싶었다고 말을 해
  3. 오늘날로 따지자면 '마을의 유지'와 같은 지위가 이주해온 독일인들에게 주어진 것은 기본이었고, 법도 기존의 게르만 법만을 주로 인정해주었다. 세금도 후하게 매겨줬던 것은 덤.
  4. 이렇게 너무 멀리 이주한 독일인들희 후손들은 수세기 뒤 스탈린에게 강제로 이주당하는 비극을 겪기도 한다.
  5. 이들 대신에 이후 동부로 이주해간 세력은 '게르만화'된 폴란드인과 리투아니아인이었고 '민족'이라는 관념이 희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근거로 몇몇 연구자들은 19~20세기까지도 동방식민운동이 사실상 지속됐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어쨌든 현대적 관점으로 따진 '게르만족(=독일인)'의 동방식민운동은 17~18세기 무렵까지.
  6. 다만 유념할 게 이들 지역에는 원래 슬라브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게르만인들이 이주해오면서 도시로 급성장하게 됐다는 거지, 아예 게르만 인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것이 아니다. 특히 드레스덴의 경우 이미 슬라브인들이 있을 때부터 꽤나 큰 도시였다. 그런데 인근에 게르만 족들의 거주지가 형성된 이후 슬라브인과 게르만 족의 거주지가 합쳐져 더 커진 경우.
  7. 요새는 2차대전이라는 원죄가 있는 독일이 한 걸음 양보해서 '이주한 독일인이 문화적 발전을 가져온 것도 있긴 하지만 이주전부터 슬라브인들의 자체적인 문화가 꽃피고 있었다.'라고 말하는게 보통이다.
  8. 심지어 오늘날의 네덜란드 지역에서 이주해 간 사람도 있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