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달 딘 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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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 국립공원의 레드 게이트에 유품이 든 더플백과 함께 놓인 랜달 딘 클라크의 유해.

1 개요

Randall Dean Clark

폴아웃: 뉴 베가스 DLC Honest Hearts의 등장인물.
뉴 베가스 시점에서는 이미 고인이 되어서 모습을 확인할 방도가 없다. 물론 레드 게이트에서 그의 소총과 함께 유골은 확인 가능. 슬픔 부족이 '동굴속의 아버지'라며 숭배하는 존재이다.

2 상세

그의 행적이 정리된 영상. [1]

본래 핵전쟁 전의 미군 병사였으며, 소속은 캐나다 국경수비대.[2] 휴가나온 랜달은 시온 국립공원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는데, 아내는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했지만 랜달은 기어이 여행을 떠났다. 랜달이 도시를 떠난 직후 핵전쟁이 벌어졌고, 여행을 떠난 랜달을 제외하고 솔트레이크에 있던 일가족 모두 몰살당했다. 이로 인해 랜달은 가족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게 된다.

그 후 랜달은 운 좋게 자이언 국립공원에 있던 한 동굴에서 미국 지리학 조사단이 남긴 장비들과 식량들을 발견하였고, 그곳에서 핵전쟁 시기를 버텨내게 된다. 핵전쟁 뒤 5년 이후쯤부터는 자연환경이 되살아난지라 수렵, 채집으로 살아간 것으로 보이나, 그 이전의 5년 동안은 지리학 조사단이 남긴 보존식품만을 먹고 산 것으로 보인다. 야오과이는 자이언 국립공원의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그 후 약 10년이 지나 자이언 국립공원에 도착한 멕시코 피난민들을 발견했고, 자기 모습은 숨긴채 그들을 몰래 돕는다. 이후 자신들의 볼트를 포기하고 도망쳐 나온 볼트 22주민들과 조우하게 된다. 그런데 이놈들 오버시어부머 코스프레라도 하려고 한 것인지 자이언 국립공원의 피난민들을 향해 총질을 하기 시작한 데다가 식인을 일삼기까지 해서, 랜달은 단신으로 10달동안 온갖 함정을 파고 볼트 22 주민들을 죽였다. [3]

기록에 따르면 랜달이 의지할만한 사람이라고는 전쟁전의 자신의 가족[4]과 유일하게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포자 감염을 피한 볼트 22 여성인 실비, 그리고 실비와의 사이에서 가진 사산된 그의 아들 마이클뿐이었지만 출산할때 마이클이 거꾸로 나왔고 제왕절개까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새 부인과 자식도 한번에 잃어버리고 좌절하며 살다 자살기도까지 했던[5] 랜달은 어느날 '학교'라는 곳을 빠져나와 정착한 아이들에게 몰래 이런저런 지식을 가르쳐주었고 이들이 커서 슬픔 부족이 된다. 이 때 지식들을 전달해주면서 늘 그랬듯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전달해주려 했는데 이 그룹엔 앞선 멕시코인들과는 달리 성인이라곤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해야 했던 관계로 대신 '아버지'라는 가명으로만 일러줬는데, 이 부족민들은 후에 랜달을 '동굴속의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다. 그나마도 후에 다니엘을 만나게 되면서 몰몬교와 짬뽕이 되는 바람에 평범한 전직 미군이 신급 인물이 되어버렸다.아니 잠깐만, 저게 평범해?![6]

그 후 레드게이트(동굴이 아니라 언덕이다)에서 2124년 1월 폐암(추정)으로 사망한다. 사실 질병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본디 2053년생이니 2124년엔 이미 70대로 상당한 고령이였다. 게임상에서도 그가 죽은 레드 게이트에 가보면 나무 뒤에 랜달의 유해가 숨겨져 있다. 시온 국립공원의 동굴들을 옮겨다니며 생활한걸로 보이며, 슬픔 부족은 랜달이 있었던 동굴을 성소로 칭송해서 들어가지 않는다. 사연인즉, 이 아이들이 자라서 동굴 속의 아버지를 찾으려고 정찰꾼들을 이곳저곳에 보내고, 아버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동굴을 발견했으나,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간 정찰꾼들은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 이 때문에 슬픔 부족은 "아, 동굴 속의 아버지는 우리가 그분을 찾는 걸 싫어하시는구나."라고 지레짐작하고 그 동굴들을 금역으로 지정한다.[7] 그 와중에 전쟁전의 물건들까지 덤으로. 죽은 말 부족은 슬픔 부족의 이런 미신을 따라하고 있는데, 죽은 말 부족은 '동굴속의 아버지'에 대해 잘 아는게 아니고 그냥 슬픔 부족이 하는걸 따라하는 것일뿐이다.

사실 정찰병들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랜달이 생전에 자신의 거주지들에 남긴 각종 트랩들에 걸려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랜달이 살았던 동굴 5곳에 가보면 트랩이 빽빽하게 설치되어 있다. 곰덫이나 와이어를 건드리면 바로 발사되는 샷건이나 덤불 아래 가려놓은 지뢰, 수류탄 더미 함정 등은 기본이고 폭발물 근처에 위치한 지뢰, 테디 베어 뒤에 숨겨진 지뢰, 인계철선을 건드리면 샷건이 발사되는데 그 샷건이 조준하고 있는 게 폭발물 등등 빡빡하게 설치된 트랩도 많다. 거기다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있는 문에 터미널로 연결되어 해킹해야 열리는 문 등... 무기라든가 하는 현대 문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서 세워진 부족이였으니 이런 트랩에 대해 자세히 알리는 없었고 그냥 아버지의 천벌 정도로만 받아들일밖에 없었다. 이 아이들을 시에라 마드레 카지노에 데려가면 진짜 천벌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동심파괴
물론 배달부는 Light Step 퍽만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의 함정은 다 무시하고 다니니 이 함정들은 별 의미가 없지만 수류탄 더미 함정만큼은 주의해야 한다. 수류탄 더미만큼은 Light Stap 퍽의 영향을 안 받으므로 다른 함정 다 해체해놓고 잘못해서 건드렸다가는 한번에 즉사한다.

대신 그 반대급부로 랜달이 거주하였던 동굴에서는 야생동물이나 적이 나오지 않는다. 볼트22 거주민 혹은 포자 운반체들이 돌파를 시도한 동굴이 몇개 있긴 한데 그나마도 안까지 깊숙히 들어가진 못했다. 따라서 랜달이 거주하던 구역 자체는 함정을 제외한다면 절대적으로 안전한 편.

랜달의 거주지에서 다수의 아이템들과 유니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우선 랜달의 사체 옆에 있는 더플백에서 생존전문가의 소총을 얻을 수 있으며, 슬픔 부족의 본진에 있는 Stone Bones Cave란 동굴에서는 데저트 레인저 컴뱃 아머를 얻을수 있다. 마찬가지로 Fallen Rock Cave 내에서 순응 강제자라는 유니크 레이저 피스톨을 얻을 수 있다. 생존 비결은 유니크 떡칠

Honest Hearts 메인퀘스트보다 더 흥미롭다는 평도 나올 정도이며, 꽤나 감동적이다는 평이 많다. 사이코패스에 막장적인 마인드의 인간들이 넘쳐나는 폴아웃 세계관에서 몇 안되는 선인인데다가 랜달이 생존자들을 도왔다는 대목으로 봤을때도 군인시절때도 무턱대고 사람을 쏴죽이는 막장군인은 아니라는걸 추측할 수 있다. 게다가 상당히 전투력이 높은데. 혼자의 힘으로 핵전쟁이 일어난 순간부터 50년간 가까이 살아남았으며, 100명 가까이 되는 볼트 22 생존자들을 상대로 함정과 습격을 병행하여 상당수를 살해하였고, 그럼에도 다친건 허벅지의 관통상이 전부이고 그나마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거기에 그가 남긴 기록을 통해 대전쟁 직후의 세계상이 어떠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어서 그가 남긴 기록들을 감상하는 것 또한 잔재미를 선사한다.

밑의 기록들을 보면 알겠지만 핵전쟁 이후 죽을 때까지 '생존자 증후군'에 시달리며 괴로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빅호너들이 가정을 이루고 무리짓는 것을 보고 욕설을 하거나, 볼트에서 갈라져 나온 아이들이(슬픔 부족의 시초) '교장' 이라 칭해지는 이로부터 학대받은 것을 엿듣고 강한 분노를 느낀다는 점이나, 유서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기록에서 살아남은 기간동안 잃어버린 가족들을 생각하는 것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래의 기록들을 보면 알겠지만 가족을 잃은 사건 때문에 냉소적이고 꼬여있지만 그래도 착한 마음씨는 잃지 않고 평생을 살았으며 단지 슬픔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생존전문가의 가방을 찾는 도전과제가 있다. 6개를 찾으면 되는데, 시신 옆의 가방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섯 개는 단말기가 있는 동굴안에서 다 찾을 수 있지만, 마지막 하나만은 죽은 말 부족의 캠프에서 조슈아를 처음 만나는 '천사의 동굴' 뒷문으로 나가야 찾을 수 있다.

2.1 랜달 딘 클라크의 기록

Fallen Rock Cave 의 터미널

-2077년-

10월 28일
</br>닷새나 걸었는데도 잠이 안 온다. 밖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하다. 하늘이 뭔가 낯설어 보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토커빌 근처에 뒤집어진 방위군 트럭이 있었는데 거기로 돌아가 볼까? 뭐 물집 잡힌 거 없어지고 난 뒤에 생각하는 게 낫겠지.
</br>USGS (미국 지리학 조사단) 조사팀이 이 동굴에서 뭔가 연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폭탄이 떨어지니 장비고 뭐고 다 내버려두고 떠나버린 것 같다. 그 친구들에게도 돌아가야 할 가족이 있었겠지.

10월 29일
</br>샤르,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정말 수천 번은 되뇌었을 거야. 이렇게 써 두기라도 하면 너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 닿을까.
</br>네가 옳았어.
</br>그때 난 스패니쉬 포크 북쪽에 있었어. 프로보 베이 따라 77번 도로 타고 도시를 나오는 쪽으로 달리고 있었지. 한 시간이면 집에 닿는 거리였어. 갑자기 엔진이 꺼지더니 내 트럭이 서 버렸어. 반대편 차선에 있던 크라이슬러도 마찬가지였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곧바로 알아차렸지. 1분도 안 돼서 첫 번째 핵이 솔트레이크 시티를 강타했어. 그때 난 남쪽을 보고 있었지. 운도 좋지! 등 뒤에서 꼭 온 세상이 다 불타 버리는 것처럼 섬광이 번쩍이더라고. 크라이슬러에 타고 있던 노인 부부는 눈이 안 보인다고 비명을 지르더군.
</br>샤르, 네가 죽는 걸 보지 못한 덕에 내 눈이 멀쩡할 수 있었어. 다음 7분 동안 섬광이 열두 번 더 번쩍였고 그 때마다 18초 뒤에 땅이 울렸어. 공격이 멈추고 30분쯤 지난 다음에야 네가 있던 쪽을 봤어. 너와 알렉스를 삼킨 거대한 불구덩이를 말이야. 더 이상 날 속이려 들지 않았지.
</br>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내 배낭과 라이플을 챙겼지. 노인 부부는 그때까지도 그 자리에 있었어. 차 밖으로 불러내서 서로를 꼭 껴안게 했어. 도와줄 사람을 불러오겠다고, 다 괜찮을 거라고 했지. 그리고 머리를 관통하도록 한 발을 쐈어. 확실하게 즉사하도록. 그리고 닷새 걸려서 시온 국립공원까지 걸어왔어.
</br>네가 말했었지. 자연으로 도피하는 건 그만두라고, 남자는 가족을 돌봐야 한다고 말이야. 네가 옳았어. 네가 옳았어. 네가 옳았어. 네가 옳았다고. 너와 알렉스가 죽어갈 때 그 자리에서 너희 둘을 안아줬어야 했는데. 너희 둘이 나 없이 죽어가게 내버려뒀지. 이제 다시는 너희 둘을 안아줄 수 없겠지.
</br>지금이라도 내 머리를 쏴 버리는 게 맞을 것 같아. 그게 나 따위한테 어울리는 최후겠지. 당장은 못하겠어. 얼마 안 있으면 저지르게 될 것 같지만.

10월 31일
</br>바깥으로는 새까만 비가 내린다. 가이거 계수기 바늘은 하늘을 찌를 것 같다. 당장이라도 나가서 죽어버리는 게 맞겠지만 뭐 동굴 뒤쪽에 괴어 있는 물 한 병만 마시면 되니 굳이 그럴 필요 없겠지.

11월 2일
</br>바깥은 죽은 것처럼 조용하지만 나가볼 수는 없다. 동굴 밖으로 5미터만 나가도 계수기 바늘이 펄쩍 튀어 오른다.
</br>계산을 좀 해 봤다. 마실 물이 떨어지기 전에 방사선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동굴 밖으로는 영원히 못 나가는 신세가 될 거다.

-2078년-

1월 1일
</br>해피 뉴 이어.
</br>두 달 동안 동굴에 처박혀 있었다. 여전히 밖으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다. 이해가 안 간다. 군대에서는 낙진은 2주에서 4주면 가라앉는다고 했는데.
</br>마실 물이 한 달 치도 안 남았다. 동굴 벽에 맺힌 습기를 훔쳐서 병에 짜 모으고 있다. 칼로리를 물과 바꾸는 셈이다. 먹을 식량은 아직 넉넉하다. USGS 친구들에 감사해야겠지.
</br>당신과 알렉스를 볼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텐데.

1월 10일
</br>이틀 동안 폭풍이 불었다. 방사선 수치가 500 밑으로 떨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1월 15일
</br>밖을 살짝 내다봤다. 눈이 내린다. 녹색으로 형광색을 띄는 눈이.

1월 28일
</br>방사선 수치가 충분히 낮아졌다. 이제 잠깐은 밖에 나가도 된다. 한 가지 더. 이제 정화 약품을 쓰기만 하면 동굴 속의 시냇물을 마셔도 된다.

1월 30일
</br>바깥엔 살아있는 거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Two Skies Cave 의 터미널

- 2083년 -

5월 5일
</br>생물들이 살아나고 있다.
</br>꿀 메스킷, 바나나 유카에 이어 선인장 열매도 살아남았다. 이상한 혹이나 변형 같은 게 보이긴 하지만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조심해서 채집하고, 절대 한 번에 다섯 개 이상은 먹지 않도록 하고 있다. 보존식품이 아닌 걸 먹는다고 생각하니 먹을 때마다 입에서 군침이 돈다.

5월 7일
</br>쓰러진 나무 주위에 내가 ‘내퍼’라고 부르는 침 쏘는 파리 떼가 있다. 가끔 그 파리 떼 한가운데에 잠자리만한 놈이 나타나서 놈들을 채 간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녀석이다.

5월 19일
</br>큰뿔양이다! 수놈, 암놈, 거기에 새끼 한 가족이 다 모였
</br>개 씨발 좆같은

5월 20일
</br>이 양은 뭔가 좀 다르다. 죄 근육질인데다 암놈도 수놈처럼 뿔이 굽었다.
</br>조그만 도마뱀은 몇 마리 본 적 있지만 이렇게 큰 동물을 보는 건 처음이다.
</br>횡재했군. 5-10년간 번식한 그 숫자에 신선한 고기, 가죽, 뿔까지.
</br>이제 슬슬 돌아가 볼 때가 된 것 같아, 샤르. 이번 해 겨울이 지나고 나면 한 번 가 봐야겠어.

- 2084년 -

6월 14일
</br>막 돌아온 참이다. 피곤하다. 오는 길에 이것저것 많이 챙겼다. 결국 카트 하나 가득 잡다한 물건을 챙겨 오는 걸로 끝났다.
</br>내일 마저 써야겠다. 지금은 자야겠다.

6월 15일
</br>4월 10일에 출발했다. 솔트레이크 시티까지 15일 걸려 도착했다. 옛날 같았으면 이레에서 아흐레면 도착했겠지만 방사선을 피해 가느라 빙 돌아서 가야 했다.
</br>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돌 좀 들어내고 파내고 하면 뭔가 찾아낼 수 있겠지 그런 생각. 그래, 당신이나 우리 꼬맹이 유골을 찾아서 묻어줘야지 그런 생각을 했지. 가능하면 여기 시온 국립공원에 말이야.
</br>솔트레이크 시티는 대부분이 거대한 크레이터가 되어 있었다. 고층빌딩이 있었던 자리에 남은 거라곤 휘어진 빔에 벽돌 더미 같은 것 뿐이었다. 우리 집은 자취도 찾을 수 없었다. 집이 있었던 거리조차도 찾지 못했다. 크레이터 이외에 남은 거라곤 새까맣게 불타 버린 흔적 뿐이었다.
</br>순간이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냥 순간, 섬광이 빛나는 순간 두 사람이 사라져 버렸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생각에 하는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첫 번째 폭탄이 도시의 어떤 구획에 떨어졌을까? 가능하면 북동쪽에 떨어졌기를 바란다. 그래서 너희 둘이 눈 깜빡할 새에 사라졌기를. 더 먼 곳에 떨어져서 산 채로 불탔거나 박살난 유리창, 혹은 벽돌에 햄버거처럼 갈아 엎어지는 그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기를.
</br>똑바로 봐 이 겁쟁이 새끼야. 거기서 시선을 돌릴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네가 배짱 있는 사내였다면 진작 네 머리를 날려 버렸겠지. 하지만 넌 배짱 있는 사내 따위 아니잖아? 총 한 발 쏴서 뒈지는 대신 한 세월 걸려서 도로 걸어왔지. 오는 길에 즐겁게 쇼핑이나 하면서 말야. 이 땅거지 새끼야.
</br>스패니쉬 포크 북쪽 77번 도로에 세워 뒀던 트럭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크라이슬러도. 하지만 노인 부부의 유골은 찾을 수 없었다.
</br>네피 근처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았다. 남자 세 명. 파운틴 그린 쪽으로 향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따라가 볼까 했지만 그만뒀다. 친구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멍청한 환상 따위 개한테나 주라지. 차라리 식인종을 만나는 게 그럴듯할걸.

6월 20일
</br>이틀 걸려 문을 만들고 문에 전기가 통하게 해 뒀다.
</br>잡상인 출입 금지냐, 좆병신 새끼야. 염병할 ‘행복한 나의 집’이구만.

- 2095년 -

9월 20일
</br>다 해서 스물여덟 명이다. 성인 남자 11명, 여자 8명, 2~10세 사이 어린애 9명. 몇몇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라이플과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모두 추레한 옛 옷차림을 하고 있다.

9월 22일
</br>지난밤에 이야기를 나누는 걸 엿들을 만큼 가까이 가 보았다. 스페인어 같다. 멕시코에서 왔나? 파라디소라고 말하는 걸 열댓 번은 들은 것 같다. 파라다이스라는 뜻인가 보지? 그럼 어디 한 번 살아남아 보라지.
</br>얼핏 보기엔 위험한 녀석들 같지는 않다. 얼핏 보기에는.

10월 5일
</br>내가 마리아라고 부르는 여인은 임신 중이다. 애 아버지는 호세라는 사람 같지만 파블로와도 친밀한 관계인 것 같다.

10월 7일
</br>페드로가 시냇물에 볼일 보러 나왔다가 나를 볼 뻔했다. 시선을 왼쪽으로 흘끗 돌리기만 해도 날 봤을 거다. 너무 가까이 갔다. 거리를 좀 둬야겠다.

11월 10일
</br>호세가 큰뿔양을 쫓다가 그만 다리가 부러졌다. 고함소리가 닿기에는 캠프로부터 너무 먼 거리였다. 그냥 내버려두고 떠나라고 스스로 몇 번이고 말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캠프에서 한 300m 떨어진 거리까지 간 다음 할 수 있는 최대한 호세 비슷하게 고함을 쳤다. 캠프에서 몇몇이 무슨 일인지 보러 나올 때까지. 그런 다음 그들을 진짜 호세의 목소리가 들리는 산마루까지 끌고 갔다.
</br>쓸데없는 짓인지도 모르겠다. 복합골절로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였으니.

11월 11일
</br>인펙씨온[8][9]. 영어와 비슷하다 싶은 단어가 왜 이리 많지? 아니면 내가 스페인어에 유창해진 건가 보다.[10] 뭐 어쨌든 호세의 다리가 감염돼서 내버려뒀다간 죽을 거다. 저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기도만 하고 있다.

11월 12일
</br>지난밤에 캠프 밖의 눈에 잘 띄는 바위 위에 항생제를 한 병 두고 왔다. 그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신(디오스)[11] 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 신이란 좆병신이 세상을 싸그리 불태워 놨는데도 다친 누군가를 위해 바위 위에 약을 놔둬 줄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11월 15일
</br>계속 다리를 절게 되겠지만 호세는 어쨌든 살아남았다. 거의 한 달 만에 좋은 일을 했다.
</br>저 친구들이 겨울 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까?

Stone Bones Cave 의 터미널

- 2096년 -

2월 11일
</br>개새끼들이 모든 남자를 죽였다. 여자들은 대부분 살려서 데려간 것 같지만 마리아와 셀레나, 그리고 다른 몇몇은 응전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죽었다.
</br>그 친구들에게 경고해줄 수만 있었다면.

2월 12일
</br>엘레나와 카르멘, 그리고 다섯 명의 어린애는 아직 살아있다. 무슨 가축마냥 우리에 갇힌 채로.
</br>이 염병할 놈들은 100명이 훨씬 넘는다.옷은 하나같이 시퍼런 색인데다 등짝에 22라는 숫자가 박혀 있다. 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대략 10명 중 6명은 기관단총과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모두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를 따르는 것 같지만 이야기를 엿들을 만큼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이 개새끼들은 잘 조직되어 있다. 순찰을 돌고 경비를 세운다. 그 말은 곧 뭔가 볼일이 있어 여기에 왔다는 소리다.
</br>일단은 한밤중에 접근해서 여자들과 애들을 우리에서 꺼내야겠다. 그 다음은 어떡한다? 어쨌든 저들을 구출해야겠다. 그래야만 해.

2월 13일
</br>한밤을 틈타 정찰을 했다.
</br>정말 잘 조직되어 있다. 대부분의 접근 가능한 경로에 경비를 세워뒀지만 다행히 시냇물 쪽으로는 경비가 없다.
</br>이 녀석들 어디 아픈가? 기침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결핵에라도 쳐 걸렸나 보지?
</br>여자들, 어린애들은 아직 우리 안에 있다. 내일 밤쯤 시냇물 쪽으로 침투해볼 계획이다.

2월 14일
</br>놈들이 그들을 먹었다.

2월 19일
</br>강변 산책로를 따라 매복했다 기습했다. 남자 여섯 명 사살. 이 새끼들 기침 소리는 1 km 밖까지도 들릴 거다.
</br>놈들이 갖고 있던 수류탄 중 절반을 시체에 엮어 부비트랩을 만들어 뒀다. 기관단총 여섯 정, 10 mm 탄환 500발, 수류탄 여섯 개 획득.

2월 20일
</br>강변 산책로에서 다시 기습했다. 두 놈은 시체를 확인하다 쳐둔 함정에 걸렸고 두 놈은 소총으로 쏴 죽였다. 한 놈은 종아리를 쏴서 다른 씨발놈들한테 기어가게 내버려뒀다. 다른 놈들도 이젠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겠지. 내 총에 허파라도 쳐 맞은 것처럼 콜록거리며 돌아갔다.

2월 23일
</br>코얼 핏 워시에서 동쪽으로 0.5 km 거리에서 기습했다. 남자 여덟 명 사살.

2월 28일
</br>협곡에 매복했다가 기습했다. 남자 여섯 명을 사살했지만 10 mm 철갑탄에 허벅지를 한 발 맞았다. 다행히 관통상인데다 동맥은 비켜 갔다. 운도 좋지. 압박대로 지혈해서 동굴까지 돌아오는 길에 혈흔이 남지 않도록 했다. 동굴 안쪽 통로로 함정을 죽 깔아뒀지만 저놈들이 날 찾아낸다면 내가 죽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뭐, 어쨌든 지난 열흘 동안 스물 넷을 죽였다. 저놈들 중 싸울 수 있는 인원의 최소 1/3은 없앤 셈이다. 늙은이 치고는 나쁘지 않은 솜씨라고 생각한다.

3월 2일
</br>럭키 럭키 럭키 럭키. 날 찾아낸 놈들은 세 명밖에 안 됐다. 놈들이 소리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선두에 섰던 놈이 함정에 걸렸다. 동굴 안으로 마구잡이로 쏴대는 통에 거의 맞을 뻔했지만 기어서 다가간 다음 기관단총으로 쏴 죽였다. 하마터면 수류탄을 쓸 뻔했다. 멍청하긴, 파편이 튀면 어쩔 셈이었어.
</br>즉시 동굴을 떠났다. 협곡 안에 다른 수색대는 없었지만 놈들은 내가 죽인 세 놈을 찾으려 들 거다. 식량을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긴 다음 남쪽의 동굴로 향했다.

Cueva Guarache 의 터미널

- 2097년 -

1월 13일
</br>빌어먹을 콜록이들이 결국 가버렸다. 여태껏 살아있던 34명 모두 다. 체력 보충이라도 할 심산이었는지 죽은 놈들 시체를 처먹고 남동쪽으로 꺼져 버렸다.
</br>10개월 동안의 살육 끝에 결국 이겼는데 느껴지는 거라고는 추위 뿐이다.
</br>그 우라질 것들이 자초한 거다. 그것들이 당한 일 모두 다.

1월 17일
</br>꿈이라도 꾸고 있나 생각했는데 비명소리는 진짜였다. >>잠시 그것들이 시온을 떠난 척 날 낚으려 든 건 아닌가 했지만 비명은 여자의 것이었다. 모퉁이 너머로 슬쩍 살펴 보았다. 콜록이들 중 하나가 곰덫에 걸려 있었다. 기관단총으로 처리해 버리려 했지만 우는 소리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br>날 보자마자 지른 비명 소리라니. 하긴 꽤나 오랫동안 그것들한테는 귀신이나 마찬가지였을 터다.
</br>이름은 실비라고 했다. 그 악랄한 새끼들을 "악마의 자식들"이라고 부르며 그것들로부터 도망쳐왔다고 했다. 그것들은 원래 살고 있던 방공호 안에서 뭔가에 감염된 다음 그렇게 변해 버렸다고 한다. 그녀 자신은 그 뭔가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했다(뭐 어쨌든 아직까지는).
</br>그래서 나보고 도와 달란다. 간호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좀 긴장했다.

1월 18일
</br>그녀의 이야기는 내가 작년에 그것들을 "조사"하면서 벌였던 일들과 맞아 떨어졌다.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냥 그 무리 안에서 여자로서 존재하는 것은 별로 즐겁지 못한 일이었다고만 해 두자. 그래서 그녀는 그것들이 시온에서 빠져나갈 때 무리에서 도망쳤다.
</br>그녀는 방공호 밖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녀는 내게 배우고 싶다고 했다.

- 2100년 -

9월 9일
</br>내 생애에 이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 캐나다에서조차 두려웠던 적은 없다. 그저 거기서 벌어지는 범죄가 역겨웠을 뿐. 세상이 끝장났다는 사실도 두렵지. 않았다. 당신과 알렉스가 죽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한텐 더 이상 두려워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으니까. 좀 더 제정신에 가까워졌다고 해야 할지. 그 방공호 족속들하고 싸울 때도 무섭지는 않았다. 그 새끼들보고 어디 죽여 보라고 도발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지난 몇 년 사이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br>그런데 실비가 임신했다. 그게 난 정말로 두렵다. 낫살 처먹고 참 웃기는 짓이지. 47살에 또 아빠가 된다니, 그것도 이런 세상에서? 그녀는 정말 들떠 있고... 믿고 있다. 신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거라고, 잘못될 일 같은 건 아예 없다는 듯이 말이다.
</br>그게 말이지, 샤르, 그녀는 당신과 알렉스에 대한 건 전혀 몰라. 말한 적이 없거든. 몇 번인가 말을 꺼내려 했는데 그냥 당신과 나 사이의 일은 묻어두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 뭐, 날 젊은 새 각시가 예전 마누라와 잘 사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하는 늙은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지.
</br>의학서적이랑 약품 같은 걸 구하러 토커빌까지 걸어갔다 왔어. 잘 될 거야.
</br>미안해, 샤르. 당신이 날 용서해 주기를 바라.

- 2101년 -

3월 5일
</br>아이가 다리부터 나왔다. 아들이었다. 이름은 마이클로 지어주려 했었다. 아이를 제대로 꺼내려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지만 잘 안 됐다. 제왕절개를 더 일찍 했어야 했다. 실비라도 구해보려고 했지만 그녀도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br>내로우 남쪽에 두 사람을 묻었다. 최소한 이번에는 그들 곁에 있었다. 적어도 전보다는 훨씬 나았다.
</br>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지랄맞을 머리통이 산산조각나서 이 우라질 동굴 안 곳곳으로 퍼지도록 날려 버리는 거 말이다.

Morning Glory Cave 의 터미널

- 2108년 -

8월 22일
</br>협곡 입구에서 북동쪽으로 약 0.7 km 거리에 10여 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맨발이라고???

8월 23일
</br>조준경을 통해 관찰해 보았다. 시체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마침내 내가 미쳐버린 것 같다. 아마 치매가 온 거겠지.

8월 24일
</br>내가 미친 게 아니라 진짜였다. 니미럴, 그것들은 진짜 현실이었다.
</br>날 보자마자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달려왔다. 겉보기는 영락없는 시체인데 썩어가는 냄새는 나지 않았다.
</br>녀석들을 그런 엿같은 운명에서 편안하게 해 주려 한다. 나 자신에게는 절대로 해 주지 못했던 그걸 말이다.

9월 3일
</br>전부 없앴다. 전부 다 죽였다.

- 2113년 -

2월 5일
</br>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한다! 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늙어 빠진 공룡 새끼야!!
</br>즐거운 환갑이로군. 생일 축하 선물로는 뭘 받는다?
</br>위스키 한 병과 함께 12게이지 슬러그탄 한 발 원샷은 어때? 와우!
</br>이거 봐 친구. 이미 충분히 오래 살지 않았어?
</br>이미 난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다. 수염도 이미 허옇게 된 지 오래다. 일출이든 석양이든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봤다. 지독하게 큰 석양 하나[12] 뒤로 36년 동안이나 길고 긴 밤을 지내 왔지. 그래, 웃긴다. 등신아.
</br>뭔가 긍정적인 면이 있을 거라고 날 속일 생각은 없다. 뭐 내가 태어나기 전엔 세상이 이렇게 엿같지는 않았겠지.
</br>샤르와 알렉스, 실비, 그리고 태어나지 못한 마이클. 죽기 전에 내가 사랑했지만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생각한다.
</br>시온이여 안녕히.

2월 6일
</br>씨발, 실패했다. 언제나처럼 겁쟁이야 넌. 내년엔 두 병 갖고 해봐야겠다.

- 2123년 -

4월 25일
</br>전부 24명이다. 반은 남자아이, 남은 반은 여자아이. 가장 어린 녀석은 여덟 살쯤, 가장 나이 많은 녀석은 13에서 14살쯤 되어 보인다. 꽤나 오랫동안 걸어 다닌 모양인지 다들 더럽고 야위었다. 소년 십자군이냐. 30년 전에 멕시코 친구들이 머물렀던 바로 그 곳에 캠프를 차렸다.
</br>대화를 엿듣느라 이틀 밤을 샜다. 그나마 배운 영어다. 한 아이가 더 어린 애들이 잘 때까지 이야기를 들려 준다. 아무래도 "학교"라고 부르던 곳에서 탈출한 모양인데 어디인지 감이 안 잡힌다. 어린 녀석들이 말을 잘 안 들을 때마다 "그만두지 않으면 교장이 널 잡으러 올 거야"라고 한다.
</br>그 교장이란 새끼 나타나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내가 대갈통을 날려버릴 거니까. 내 사격 솜씨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고.

The Red Gate 의 홀로태이프

- 2124년 -

1월 2일
</br>그 아이들에게 새해 카드와 선물들을 주었다.
</br>아이들은 책을 좋아했다. 이야기를 읽다가 무기 입문서나 의학서적, 실용도구일람 등을 읽었다.
</br>좀 당혹스럽지만, 나는 카드에 사람들이 서로 주고 받는 것들처럼 사랑스러운 말들을 써놓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읽고, 배우고, 자신들의 새로운 집을 만들라고 적었다. 또한 그들의 고단한 삶과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현실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온을 선물로 주겠노라 썼다. 서로 친절하고 겸손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로 상처 입히지 말고, 너희들을 해치려는 사람이 있거든 뭉쳐서 정의의 분노를 품고 대항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기타 등등. 모든 카드에는 "아빠가"라고 사인했다. 왜냐고? 그래야 할 것 같아서였다.

1월 18일
</br>내가 곧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던가?
</br>정신은 아직 멀쩡한데 폐가 문제다. 암인 것 같다. 몇달 간 기침이 심해지더니 피가 나왔다. 숨이 차서 내 작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게 힘겹다.
</br>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눠줬다. 아이들이 더 나이가 들면 이 동굴에서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날 찾는 건 원치 않는다. 이런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할아버지가 "아빠"라고? 실망할 게다.
</br>때가 됐다. 또 다른 생일은 더 이상 필요 없다.

1월 23일
</br>레드 게이트 옆의 흙무더기 위에 자리를 잡았다. 맨정신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만큼 춥다. 내쉴 숨은 다 쉰 것 같으니 누워서 하늘이나 보련다. 기분이 좋다.
</br>아이들이 잘 해 나가길 바란다. 그들 중에서든 밖에서든 그들을 해치려는 자가 없기를 소망한다. 마지막 카드는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각각의 아이들이 특별히 느낄 말들을 써 놓았다. "아빠"는 착하고 상냥한 너희들을 만나서 기쁘고, 앞으로는 너희들에게 달렸으며, 나는 이제 카드를 보내지 않겠지만 계속 지켜보고 돌봐줄 것이라 적었다. 물론 다 거짓말이다. 뭐 그런 거지.
</br>샤르, 당신에게도 거짓말을 했어. 실비에게도. 영원히 함께 할 거라 말했지?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음 번엔 그 말을 안 하려고 해.
</br>대체 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거지? 기억나는 거라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실패 뿐이었잖아.
</br>하지만 당신의 얼굴은 잊지 않겠어. 우리 아이도. (미안하지만) 실비의 얼굴도. 잠시 후에 말해도 되겠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
</br>아마 지금까지의 내 삶에 유일하게 의미 있는 일은 모두의 얼굴들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 같아.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거밖에 없으니까. 단 하루도 당신들을 생각해보지 않은 적이 없어.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몇 번이고 죽으려고 했지만 한 번도 해낸 적이 없어서 그렇지. 내 몸이 거부하는데 어쩌겠어.
</br>어쨌든, 저 어린애들에겐 그런 게 필요해. 앞으로도 인류가 계속된다면 그들에게도. 앞뒤 잴 거 없이 일단 돌진하고 보는 거 말이야.
</br>모두 잘 되기를 빈다. 세상의 종말에서 나는 순수함을 보는 선물을 받았다.
</br>잘 있거라, 시온이여.
</br>
</br>
</br>
</br>Randall Dean Clark
</br>Feb 5th, 2053 - Jan 2124
</br>
</br>랜달 딘 클라크
</br>2053년 2월 5일 출생, 2124년 1월 23일 사망

2.2 기타

'동굴속의 아버지'란 캐릭터의 모티브는 환상특급 오리지널 에피소드 중 하나인 The old man in the cave가 모델인듯 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핵전쟁으로 인해 멸망한 세계에서 문명이 서부시대로 회귀한 한 마을에 동굴 속 노인이라는 존재가 마을사람들이 생존하게 도움을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사람들은 막대한 식량을 얻게 되어 기뻐하게 된다. 그러나 유일하게 동굴 속 노인을 본 사내가 "동굴 속 노인이 말하길 저 식량들은 모두 (방사능에)오염되었기에 먹으면 피폭되어 죽는다"라고 했다는걸 전달한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식량을 처분하기로 하나, 때 마침 마을을 찾아온 '군인'이라고 자칭하는 약탈자 무리가 동굴 속 노인이 핵을 떨어트렸다고 선동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식량을 먹어도 괜찮다고 하며 본인들이 직접 먹으며 마을 사람들을 유혹한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오염된 술과 음식을 먹으며 약탈자들과 어울려놀며 사내와 동굴 속 노인을 무시한다. 이에 사내는 약탈자의 대장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하나 약탈자들의 대장은 도리어 동굴 속 노인같은건 없다라고 주장하며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동굴로 가게된다. 그리고 사내를 협박하여 동굴을 열게 되고 동굴속 노인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동굴 속 노인의 정체는 바로 컴퓨터였던것. (이에 대한 복선이 2번정도 나오는데, 노인이 한번도 밖에 나온적이 없다는것과 사내가 말하길 "그는 살아있지 않다."라는것이 복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약탈자의 대장은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컴퓨터를 파괴시키게 하고 자신들의 자유를 선포하지만 다음날 사내를 제외한 마을사람과 약탈자는 전부 내부피폭으로 사망한다. 그 시체를 쓸쓸히 바라보는 사내만이 유일하게 살아 남는다.
  1. 기존 폴아웃 시리즈 게임내부 리소스를 이용한 일종의 머시니마방식으로 제작되었다.
  2. 아마도, 캐나다 합병이후 미국으로 건너오려는 캐나다인이나, 불법체류자 등을 상대했을것이다.
  3. 뉴 베가스 본판에서도 나오듯 볼트 22는 식물 관리를 하다가 실수로 인해 거주민들이 감염되어 포자 운반체가 된 곳으로, 당연히 이 사람들도 멀쩡하게 빠져나온게 아니라 거의 보균자들이었던지라 현재는 포자 운반체가 되어있다. Ghost Den주변에서 볼트 22 오버시어가 남긴 홀로테이프를 얻을 수 있는데, 뒤돌아 나가려하면 뒤에서 곧바로 습격한다. 그런데 그 곳에 야오과이가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은지라 배달부를 습격하기전에 야오과이에게 맞아 터지는 경우가 많다.
  4. 핵전쟁으로 몰살. 정황상 핵탄두에 직격 당한 듯 하다.
  5. 실패 직후 남긴 기록에서 '내년에는 두병으로 해야겠다'고 한 것을 보면 아마 술 한병을 싹 비우고 술김에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려 했던 모양이다. 실패했다며 스스로를 겁쟁이라며 욕하는것을 볼때 결국 위스키 한병가지고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쏘지 못해 자살에 실패해버린 모양.
  6. 이렇게 된 것은 후술하겠지만 일단 그의 정체를 추론할 수 있는 정황증거들이 죄다 동굴 속에 있기 때문에 동굴 속에 들어갈 수 없었던 슬픔 부족은 이를 알아채질 못하였고 시체가 동굴 밖에 있긴 하지만 상술한 정황 증거들을 못 보았으니 설령 슬픔 부족이 시체를 발견 했어도 그게 아버지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방 속에 홀로테이프가 들어있었긴 했지만 컴퓨터도 없는 슬픔 부족은 이게 뭔지도 몰랐을 거고 이를 읽을 방법도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생존전문가의 소총은 어느 부족도 건드리지 않았다.말 그대로 일단 전달받은 메세지들은 있는데 정체도 모르고 어디있는지도 모르니 신앙적 존재로 보는건 당연하다.
  7. 깨어나는 구름은 금역에 들어가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데, "저기 잘못 들어가면 천벌받아!"라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8. 랜달이 적은 원문은 Infec-shee-own. 실제 단어는 infección. 스페인어로 감염.
  9. 한글 번역에서는 가므-여엄 이라 번역 되었는데, 어찌보면 초월번역?
  10. 사실 멕시코에서 쓰는 스페인어나 미국에서 쓰는 영어(= 영국어)나 본질은 전부 스페인과 영국에 고대 로마의 식민지 시절에 전파된 언어, 즉 라틴어에서 나온 단어이니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서로 차별화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지만 본질이 같으니 비슷하게 들리고 뜻도 비슷한 단어가 제법 많다. 한중일로 치자면 무리, , 폭탄 등등 한자 계열 단어(저 단어들의 삼국 언어의 발음을 들어보면 대체로 처음 들어도 뜻이 이해가 갈 만큼 비슷어슷하다)와 같은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11. 원문은 Dee-os. Dios.
  12. 솔트레이크를 날려버린 핵 공격을 말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