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타천사 루시퍼의 천사 시절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퍼져 있지만 이는 근거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래어 표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2 상세
Lucifer(라틴어, 루치페르)의 스페인어 또는 포르투갈어 발음인 '루시페르'를 일본어에서 ルシフェル로 표기하였는데, 이를 한국어로 다시 옮기면서 발생한 오역. 딱히 오역이라기보다도, 이건 외래어 표기상 유사성으로 인한 문제에 가깝다. 외래어를 한국말처럼 말하거나 한글로 표기할 때는 초성-중성-종성 구조에 맞추어 '르', '므' 등을 앞 글자의 종성 'ㄹ', 'ㅁ'으로 말하거나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싱가포르(Singapore) -> '싱가폴'처럼.
ルシフェル의 끝부분이 미카엘(ミカエル)이나 라파엘(ラファエル), 가브리엘(ガブリエル) 등의 '-エル'와 비슷한 점에서 나온 듯 하지만, 천사들의 경우는 '-el'이고 루시페르는 '-er'이기 때문에 번지수를 전혀 잘못 짚은 것. 그런데 이 차이가 오히려 본래는 Lucifel이었으나 타락하면서 Lucifer로 바뀌었다는 오해를 낳았다. 게다가 본래 -el(엘)이란 접미사 자체가 "신"이라는 의미가 들어가있기 때문에 신을 배반한 대천사로서는 매우 적절한 개명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히브리어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오기이다. 히브리어의 이름들은 그 자체로 한 문장을 성립시키는 것이 많은데, 예를 들어 가브리엘은 gabar (힘), -i (나의), el (신)을 합쳐 gabri-el, '신은 나의 힘'이라는 문장인 것이다. 미카엘의 이름은 mi (의문사, 누구), k- (전치사, ~와 같은), el을 합쳐 "mi ka-el?", 즉 "신과 같은 자가 누구인가"라는 의문문이다.
루시페르의 이름이 '엘'로 끝나지 않는 것은 타락해서 같은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그의 이름이 히브리어가 아니라 라틴어기 때문이다. 루시퍼(Lucifer)는 라틴어로 빛을 가져오는 자(lux, lucis(빛) + -ferre (띠는, 가져 오는)라는 뜻이다. 본래 헤브라이 어로는 Helel Ben-Shachar, 즉 새벽의 아들인 샛별이라고 썼다. 이를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lucifer qui mane oriebaris (아침일찍 뜨곤 하는 샛별)이라고 했고, 이것이 널리 퍼진 것이다. 즉, 루시페르라는 이름은 헬렐을 적당히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어원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기 때문에, 루시퍼에 타천사의 이미지가 강하게 부여된 현대 기독교에게는 놀랍게도, 루시페르는 메시아의 호칭 으로도 쓰였다. 그게 바로 고레스, 즉 키루스 대왕이다. 그 외에 예수도 자주 샛별(루시페르)로 칭해지는 바... 물론 그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루시페르가 아니라 헬렐로 불렸다. 때문에 몇몇 정신나간 근본주의 광신도종파가 바티칸이 사탄 숭배를 한다고 우길 때 쓰이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흠좀무.
사실 애초에 루시퍼라는 악마 자체가 전혀 성경에 근거하지 않은 후대의 판타지이다. 자세한 건 루시퍼 문서 참조. 루시퍼라는 타락한 천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성경적인 근거가 있다기 보다는 옛 가톨릭 교회에서 나온 전승에 가깝다.[1] 즉 간단히 설명하면 성경 중 특정 구절을 잘못 해석해서, 마치 '루시퍼'라는 이름의 악마가 있다고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후세에 이런저런 설정이 붙은 것이다. 원작보다 동인 설정이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 문제는 현대의 신자들도 이거를 헷갈려해서, 읽으라는 성경은 제대로 안 읽고 이딴 동인 설정이 진짜 교리라고 믿는(...) 경우가 흔하다.
3 루시엘?
한편, 한국 개신교 측에서 이단시하는 종파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서도 이와 같은 가톨릭 발 전승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서 누시엘[2]이라는 해괴한 이름을 만들어 냈다. 루시퍼가 타락하기 이전에는 야훼의 천사였는데, 왜 미카엘, 라파엘과 같은 다른 천사와 같이 이름이 ~엘로 끝나지 않는가? 라는 점에서,왜긴, 오역이니까. 신천지 측에서는 루시퍼의 본래 이름이 루시엘이었을 것(...) 라는 교리를 내놓은 것. 거기다가 루카가 개신교의 개역한글판 성서의 표기에서 누가가 되는 식으로, 루시퍼→루시엘→누시엘이 된 것. 신천지 종단의 신학적인 지식이 아주 빈약하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누시엘이 신천지의 독창적인 창작물이 아니고, 통일교측의 교리에서 베껴 온 것이라는 걸 알면 더욱 비참해진다. 관련 뉴스
(유튜브) 이를 두고 개신교 목사들과의 토론에서 처발리기도 했다.
4 창작물에서
엄밀히 말하자면 일종의 동인. 2차 창작? 하지만 그런 말장난 치고는 꽤 이곳저곳에 많이 나온다. 대개 악마로서의 '루시퍼'와 구별하는 의미로 쓰인다.
일례로 바스타드 설정에서는 고귀한자, 신에게 이름을 받은자 로서의 'EL' 을 스스로 버리고 루시퍼가 되었다고 한다.
알바 뛰는 마왕님!에선 니트로 전직했다 카더라.
4.1 페르소나 시리즈
게임 페르소나 시리즈의 영문판에서는 상기 이유 때문에 구분이 편하도록 Helel이라고 나온다.
페르소나 3 FES에서는 대마왕 버전 루시퍼를 심판 아르카나에 추가하면서, 원래 심판 아르카나에 있던 천사버전 루시퍼의 표기를 루시펠로 변경하고 소속 아르카나를 별로 바꾸었고, 페르소나 4에서도 역시 천사버전은 '루시펠', 대마왕 버전은 '루시퍼'.
페르소나 3에서는 사탄과 함께 있으면 발동시킬 수 있는 믹스레이드인 하르마게돈과 승리의 함성만 있으면 그분과 최종보스를 제외하고는 두려울 것이 없는 진정한 사기 페르소나로서 악명을 떨쳤지만... 페르소나 4에서는 믹스레이드가 없어져버렸고, 새벽의 명성도 메기도라온보다 데미지는 겨우 조금 더 주면서 SP는 12나 더 잡아먹는, 상당한 비효율적인 스킬이 되면서 전작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P3P에서는 더 비참해졌다. 마법스킬강화[3]라는 스킬이 추가된 메사이어 때문에 새벽의 명성 셔틀로 추락하였다. 거기다가 하르마게돈이 아이템화가 되면서 3때와 같이 무한정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 외에 다른 용도는 남자주인공의 최강 조합무기에 쓰는 페르소나가 루시펠을 레시피로 하는 루시퍼라서 그것 때문에 뽑아야 한다.
페르소나 5에서는 끝내 삭제. 고유기 새벽의 명성은 루시퍼가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