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 해협

영어 : Strait of Malacca

1 개요

아시아 대륙의 말레이반도인도네시아수마트라 섬 사이에 형성된 약 1,000km 남짓되는 좁은 해협으로 이름은 15세기 무렵 이 지역에 자리잡았던 말라카 술탄국에서 따왔다. 해협의 북쪽은 태국말레이시아, 남쪽는 인도네시아, 서쪽은 인도양, 동쪽은 남중국해와 접하며 남중국해를 통해 태평양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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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요하지만 불친절한 항로

위 설명과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해협은 인도양태평양을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 인도양과 태평양을 넘나들 수 있는 항로는 여럿 존재하지만, 말라카 해협은 인도-중동-아프리카 지역과 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 지역을 최단거리로 연결할 수 있는 루트이다. 그 때문에 전세계 해상운송량의 20%가량이 이 항로를 통과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중동에서 수입한 원유를 운송하는 항로이다. 그 영향으로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와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운송로에 드는 곳으로 여기 틀어막히는 순간 전세계 경제에 헬게이트가 열린다. 이러한 말라카 해협의 중요성으로 인해 원래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영해로 선포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해양법에 따라 국제수역으로 못박아버렸다.

어마어마한 수의 배가 지나다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말라카 해협은 배들이 지나다니기에는 매우 불친절한 곳이다. 해협이란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바다의 폭이 좁고 수심도 얕을 수 밖에 없는데, 말라카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은 폭이 불과 2.8km에 불과하고, 수심도 깊어야 25미터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초대형 선박(VLCC)들이 안전하게 다니기 위해서는 최소 수심 23m는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말라카 해협에서 그 정도 수심이 나오는 메인 항로는 정말 가느다란 실에 비유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마나도 썰물일 때는 언제 좌초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고, 실제로도 심심찮게 좌초사고가 터지는 개떡같은 장소이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화전민들이 가끔 숲에 불을 놓거나 자연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그 연기가 그대로 말라카 해협으로 밀려온다(…). 이럴 때는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자욱하게 껴서 통항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개떡같은 곳을 지나가려는 배는 엄청나게 많고, 메인 항로 이외에도 가지치기로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의 중소규모 항구로 뻗어나가는 항로도 있다보니 엄청난 교통 혼잡도를 자랑한다.

3 해적

통항하기 불친절한 해협의 특성이외에도 말라카 해협에는 커다란 골치거리가 있으니 바로 해적행위이다. 현재는 소말리아가 워낙 엄청난 임팩트를 자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사실 소말리아가 뜨기 전에는 말라카 해협이 가장 위험한 동네였다.[1] 1990년대부터 이슈화되기 시작한 말라카 해협의 해적행위는 2000년에 접어들자 그야말로 막장소리 나올정도로 극심해져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 시기 많은 상선들이 말라카 해협 통과를 포기하고 수마트라 섬 남단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1,600km나 더 항해를 해야했고, 3일이나 더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운송비용이 더 들었지만, 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쪽이 더 싸게 먹힌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결국 해적행위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다보니 여기에 이익관계가 걸려있는 국가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대표적으로 말라카 해협의 해적행위가 극에 달했던 2004년에는 미국에서 고속정해병대 파견을 진지하게 고려했을 정도[2]이며, 일본은 아예 해적 때려잡으라고 고속정과 필요한 물자를 무상으로 퍼주기까지 했을 정도로 신경을 쏟았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2004년부터 말레이시아 해군, 인도네시아 해군, 싱가포르 해군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적행위 단속 및 감시활동을 시작하면서 해적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점점 감소하였다. 하지만 감소했다곤 해도 세 자리 수에 달하던 해적행위가 두 자리 수로 줄어든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라카 해협은 여전히 위험한 지역이다.

2015년에 들어와서는 소말리아 해적들의 활동이 잠잠해진 반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오히려 해적행위가 다시금 증가 추세로 들어섰다고 한다. 역시 말라카 해협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인 모양이다.#

4 이런저런 이야기

이래저래 말라카 해협이 골치아픈 지역이다보니 말레이 반도에 크라 운하를 뚫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말레이 반도의 크라 지협은 너비가 약 40km 정도에 불과하고 고도가 제일 높은 곳도 100m가 안되다보니 건설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한다. 아직까지는 논의 및 계획 단계에 불과하지만 태국에서 과거부터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만 잘 맞아떨어지면 운하가 뚫릴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3] 그 이외에 운하까지는 아니더라도 말레이 반도를 통과하는 송유관 건설 등도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말라카 해협의 특성상 파나마 운하수에즈 운하처럼 이 지역을 통과할 수 있는 배의 제한[4]이 있다. 어지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은 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데 초대형 유조선들이 이 제한에 걸리곤 한다. 여기를 지나갈 수 없다면 별 수 없이 수마트라 섬 남단을 빙돌아서 지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빨리 크라 운하 좀 건설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이영도의 단편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에서는 유라시아 횡단 고속철이 생기자 말라카 해협의 물동량이 줄어들어 해적들이 나라 하나를 세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북극해의 얼음이 줄어들면서 이곳과 수에즈 운하를 거치지 않고 부산에서 베링 해협북극해를 통과해 유럽까지 가는 북극항로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극항로 항목 참조.
  1. 2012년에 발매한 파 크라이 3이 이 해적들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2. 사실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꿍꿍이도 있었다.
  3. 또한 중국에서는 태국이 계획하고 있는 크라 운하의 건설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기도 한데,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미국일본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말라카 해협에 대한 우회로가 될 수 있는 크라 운하를 통해 미국와 일본의 대중 봉쇄망이 뚫릴 수 있다는 관점에서 나오는 경계이다. 중국은 운하 건설에 소요되는 공사비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대신, 일정 기간의 운하 운영권을 태국에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4. 이 제한에 턱걸이 하는 배들은 말라카맥스(Malaccamax)급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