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차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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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사진이다. 미니애폴리스 TCRT의 마지막 노면전차가 불타는 가운데 James Towley가 한통속(...) 바지사장 Fred Ossanna에게 수표를 전달하는 유명한 사진이다. 절대로 풍자를 위해 합성한 사진이 아니다! 둘이 서로 일을 마쳤다는 걸 인증하는 사진자폭이다!

1 개요

전차 안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게 아니다
미국 전차 스캔들(Great American Streetcar Scandal)은 20세기 초중반에 미국에서 일어난 노면전차 폐선 관련 스캔들이다. 제너럴 모터스가 주도한 일이라서 General Motors Streetcar Conspiracy라고도 불린다.

이 스캔들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상당수 존재한다.[1] 그렇기에 중립성을 위해 대립되는 주장을 모두 기재한다. 그러나 이 노면전차 스캔들 이후 미국 대중교통은 그 발전이 정체되었으며, 이 사건이 미국을 자동차의 나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2 배경

현대에 와서는 대중교통의 불모지이자 자동차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은, 원래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대중교통과 노면전차의 천국이었다. 각 도시들의 교통망을 거미줄처럼 이어주는 노면전차들 덕에 미국 시민들은 현대처럼 대기오염에 찌드는 일도 드물게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3 스캔들은 있었다?

이 당시 제너럴 모터스, 스탠더드 오일 등의 자동차 관련 회사들(자동차+타이어+정유 등)은 자가용버스를 팔아먹어 이윤을 남기기를 원했고, 그런 그들에게 대도시부터 소도시까지 850여개 도시들에 쫙 깔려있던 편리한 교통수단은 거대한 장애물이었다.

곧 이들은 활동을 개시했다. 이들은 1920년부터 내셔널 시티 라인즈, 퍼시픽 시티 라인즈, 그리고 아메리칸 시티 라인즈라는 3개의 회사를 차려, 1937년부터 각 도시들의 노면전차 회사들을 마구 사들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였더라도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행해졌던 대기업들의 독점 횡포였겠지만, 이들은 더한 짓을 벌인다.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한 지 약 10년쯤 지나고서부터, 이들 회사들의 노면전차 노선들을 폐선하여 '우수한' 버스로 대체하기 시작했던 것. 무슨 지거리야?

20세기 중반부터 수많은 도시들의 노면전차 노선들이 사라져가기 시작했으며, 일부 도시들은 70년대 초반까지도 살아남았지만, 곧 대부분의 노면전차 노선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로스앤젤레스애틀란타 같은 도시의 남은 전차들의 일부는 한국으로 수출되어, 서울전차부산전차 등에 쓰였다.

애초에 이들이 노면전차를 폐쇄한 것은 노면전차의 단점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자기들의 이윤, 그것도 도시들의 기초 인프라를 파괴하면서까지 얻는 이윤을 위해서였을 뿐이다. 게다가 별다른 대책도 없이[2] 노면전차를 폐선해버린 탓에 미국 소도시들의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없는 거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변해버렸고, 이 상처는 아직까지도 복구되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는 로스앤젤레스같은 대도시마저도.

이런 거대한 만행을 저지르고 배를 두둑히 불렸던 제너럴 모터스는 훗날 천벌을 받았는지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크고 아름다운 차만 만들다가 일본독일 등 연비가 좋은 외국계 자동차 제조사들의 공세에 줘터졌다. 결국 하락세를 걷다가 2008년 금융위기에 제대로 당해 21세기에는 파산보호 신청을 해서 정부에서 관리를 해줘야 할 정도로 몰락하게 된다. 근데 강력한 구조조정과 체제개편으로 다시 부활했다

4 음모론이라는 시각

전차 스캔들이 터지지 않았다고 해도, 어차피 노면전차는 이후 다른 나라에서의 역사가 증명하듯 쇠퇴해 갈 운명이었다. 20세기 중반에는 이미 교외화가 진행되어 자가용버스가 한창 보급되기 시작할 때였고, 노면전차는 당시 버스에게 많은 면에서 밀렸으며,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도 좋지 못했다. 즉, GM을 비롯한 이 사건의 주동자들이 노면전차를 강제 폐선시키지 않았더라도 결국 노면전차는 미국 도시들에서 점차 사라져 갈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GM은 단순히 자사 버스를 사게 하기 위해 노면전차를 버스로 바꿨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즉 버스가 노면전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시각에서 이 스캔들을 음모론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5 결과

그리고 미국 대중교통은 멸망했다.

무슨 지거리야

미국 노면전차 노선들을 말아먹는 것이 애당초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의도가 아니었다 치더라도, GM이 이 사태로 일어난 재앙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애당초 3개의 회사 중 나머지 두개의 모회사였던 내셔널 시티 라인즈의 설립 배경에는 GM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즉 실상 이 3개 회사의 노면전차 노선 무차별 매입은 GM의 미 전국 노면전차 노선 독점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애당초 GM이 노면전차 노선을 독점하지 않았다면, 약 10여년 정도에 걸쳐 노면전차를 죄다 때려부수고 버스로 대체했다가 해놓고 보니 버스가 생각보다 좋은 교통 시스템이 아니라서 대중교통 자체가 망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느 쪽이나 GM은 이 사태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GM의 횡포이든 아니든, 버스는 노면전차를 대체하는 우수한 교통수단이 결코 되지 못했다. 그리고 버스로 노면전차를 대체한 것 말고는 딱히 별 다른 교통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다. 미국 소도시들의 대중교통은 노면전차의 폐선과 때마침 시작되던 교외지역(suburb)외 확장으로 도시들의 인구밀도가 낮아지는 현상까지 합쳐져서 지옥으로 변했다. 그나마 뉴욕, 시카고처럼 중전철에 기반한 대도시들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살아남았지만,[3]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아 그런 인프라가 부족해 노면전차에 의존하던 소도시나 서부 대도시들의 대중교통 상당수는 몰락하고 말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통체증으로 악명높은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LA형 스모그가 탄생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화석 연료 사용 규제와 오일 쇼크의 발생 이후 노면전차에 기반한 경전철인 LRT가 재조명받으며 미국의 수많은 도시들이 부랴부랴 다시 LRT를 설치했다. 또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도시들이 기존 노면전차를 개량하여 대중교통수단으로 아직까지 잘 굴려먹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들의 행각이 자동차 더 팔아먹으려고 한 목적이든, 그냥 효율성 떨어지고 수익성 낮아서 그랬든간에 수많은 도시들이 자신의 대중교통체계를 효율화할 기회를 날려먹게 하고 말았다.

6 트리비아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 노면전차 노선들이 줄줄이 폐선되면서 남는 잉여 차량들이 대한민국, 이집트, 칠레 등 우방국에 대량 무상증여되었고, 마침 광복 후 정비기술 부족과 한국전쟁 등으로 상태가 영 좋지 않았던 서울전차부산전차의 운행에 가뭄의 단비가 되었다.
  1. 이 사건 자체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이 대기업이 애초에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2. 당시에는 버스전용차로 그런거 없었다. 게다가 노면전차가 폐선된 노선 중 수요가 워낙 많은 노선의 경우 지하철 건설 같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미국은 그런거 없었다. 물론 한국이 일제강점기를 겪기도 전에 만들어진 뉴욕 지하철같은 경우는 예외.
  3. 사실 이렇게 살아남은 도시도 몇 없다. 미국에서 중전철을 가진 도시라 해봐야 11개인데(볼티모어워싱턴 DC를 별개로 칠 경우), 이들 중 전차 스캔들이 시작된 이후에 노선을 개통한 도시들이 무려 7개다. 즉 중전철 덕분에 전차 스캔들에서 대중교통 시스템이 버틸 수 있었던 도시라고 해봐야 4개밖에 안 된다.